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미국의 오페라

자랑스런 미국의 오페라 10선

정준극 2014. 4. 23. 17:36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미국의 오페라 10선

'트리모니샤'로부터 '모비 디크'까지

 

미국의 유명한 오페라 전문가이며 오페라평론가인 져스틴 모스(Justin Moss)는 최근 미국의 오페라 때문에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는 10편의 오페라를 선정하여 발표했다. 져스틴 모스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버지니아 오페라, 볼티모어 오페라, 보스턴 리릭 오페라 등을 거쳐 현재는 플로리다 그랜드 오페라의 음악감독 겸 홍보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져스틴 모스는 오페라의 원산지가 이탈리아이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으로 번져 나갔고 신대륙 미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각 나라들은 나름대로 자기 나라의 특성있는 오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으며 미국도 그러한 경우였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뮤지컬 티에터라는 특별한 음악형태가 발전되었으므로 이것들과 유럽의 전통적인 오페라와의 융합이 시도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적인 오페라는 그렇게 하여 탄생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미국의 오페라가 생존할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져스틴 모스는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미국의 오페라 10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1. 트리모니샤(Treemonisha)

미국의 래그 타임에 가장 인기를 끌었던 흑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스캇 조플린(Scott Joplin)이 오페라도 하나 남겼다. 미국 흑인의 생활을 반영한 작품이다. 조플린의 작곡 스타일은 아프리카 음악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미국에서 개발된 아프리카 음악 스타일이다. 예를 들어 신코페이션을 사용한 댄스 음악, 바버숍 남성 4중창, 가스펠 찬송가, 그리고 물론 래크타임 음악이다.

 

'트리모니샤'. 파리 샤틀레극장

 

2. 쇼보트(Showboat)

제롬 컨(Jerome Kern)이 보컬 부분을 작곡한 '쇼보트'는 음악극장(musical theater)의 장르에 속할 수도 있고 오페레타로 분류할 수도 있으며 오페라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어 왔던 작품이다. '쇼보트'에는 전통적인 오페라와는 달리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미국식 뮤지컬 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쇼보트'는 오페라로서도 훌륭한 작품이다. 그래서 오페라 성악가들이 즐겨 출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와 테너 제리 해들리(Jerry Hadley)가 취입한 음반을 보면 알수 있다. 그러나 베이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도 듬직한 베이스 바리톤 하워드 킬이 출연하였다. 무대 공연과 음반 취입으로서는 베이스 폴 로우브슨(Paul Robeson)을 잊을 수 없다. 그가 부른 Ol' Man River 는 미국적 아리아의 진수이다.

 

'쇼보트'의 한 장면.

 

3.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미국의 오페라일 것이다. '포기와 베스'에 대하여 혹자는 뮤지컬로 분류해야 되지 않느냐는 논란을 제기했으나 작곡자인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은 분명히 오페라를 의식하고 작곡했다고 본다. 조지 거슈인은 클래시컬 작곡을 공부한 사람이다. 클래시컬 음악에 미국적인 재즈와 블루스, 가스펠을 융합하였으며 여기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샬로테의 캐피쉬 로우(Catfish Row)의 생활을 반영했을 뿐이다. '포기와 베스'에도 대화체의 대사가 등장하지만 역시 오페라로 간주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더구나 Summertime 이나 My Man's Gone Now 와 같은 노래는 일반 오페라 아리아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며 콘서트의 레퍼토리로 자주 올라가는 것들이다. 레온타인 프라이스의 Summertime 은 흑진주의 아름다움이다.

 

'포기와 베스'의 한 장면. 캣피쉬 로우는 챨스턴 부두가에 있는 흑인들의 주택건물이다.

 

4. 텐더 랜드(The Tender Land)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는 미국의 산하를 음악으로 표현한 그야말로 미국을 사랑하는, 미국적인 작곡가이다. 그의 '아팔라치아의 봄'은 광대한 아팔라치아 산맥을 상상케 하는 아름답고 웅장한 곡이다. 아론 코플란드는 진정한 미국적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발레곡인 '로데오'와 교향시인 '아팔라치아 산맥의 봄'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코플란드는 미국 시골의 순박함, 젊은이들의 꿈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단순하고 정겹다. '텐더 랜드'에 나오는 '로리의 노래'(Laurie's Song)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던 업쇼(Dawn Upshaw)가 부르는 '로리의 노래'는 최고이다.

 

'텐더 랜드'의 한 장면

 

5. 베이비 도의 발라드(The Ballad of Baby Doe)

콜로라도의 한 광산촌에서 일어났던 잔잔한 이야기를 그린 오페라이다. 더들라스 무어(Douglas Moore)의 대표작으로 미국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무어는 콜로라도 록키 산맥의 장관을 풀 오케스트라로서 장엄하게 표현하였고 놀랄만큼 생생한 멜로디로서 서부시대를 반영했다. 오페라에 나오는 Dearest Mama는 잘 알려진 아리아이다. 비벌리 실스의 노래가 뛰어나다.

 

'베이비 도의 발라드'. 시애틀 오페라 50주년 기념 공연

 

6. 바네사(Vanessa)

스토리는 유럽적인 분위기이지만 사무엘 바버(Samuel Barber)의 음악은 대단히 세련된 하모니 색채로 입혀져 있다. 바버의 음악은 얼핏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는 또한 미국적인 멜로디를 위해 재즈와 블루스 스타일의 음악을 과감하게 도입하였다. 몬테칼로 공연에서는 키리 테 카나와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바네사'. 에리카와 아나톨

 

7. 수잔나(Susannah)

칼라일 플로이드(Carlisle Floyd)는 아팔라치아 산맥의 한 자락에 있는 마을을 무대로 삼고 이 지방의 독특한 민속노래를 직접 사용하였다. 수산나의 어머니가 수산나에게 들려주는 The Trees on the Mountains는 아팔라치아 지역의 대표적인 민속음악이다. 수산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에 커다란 위로를 받는다. 이 오페라는 전체적으로 아팔라치아 산맥 지대를 연상케 하는 음악으로 넘쳐 있다. 소프라노 셰릴 슈투더가 부르는 The Trees on the Mountains 는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수잔나'

 

8.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마크 아다모(Mark Adamo)의 '작은 아씨들'은 미국 작곡가에 의한 미국 스토리의 오페라화 운동의 선두에 있는 작품이다. 미국의 작곡가들은 미국 소재의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면서 어떤 것이 미국적인 음악인가를 두고 많은 고심을 해왔다. 마크 아다모의 '작은 아씨들'은 단순한 음조로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원래 이 오페라는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학생들을 위한 오페라 스튜디오 용으로 만들었으나 오늘날에는 미국 오페라의 스탠다드 레퍼토리로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이스 디도나토가 메그를 맡아 부른 노래가 뛰어나다.

 

'작은 아씨들'

 

9. 비탄이 엘렉트라가 되다(Mourning Becomes Electra)

마틴 데이빗 르바이(Martin David Levy)가 작곡한 '비탄이 엘렉트라가 되다'는 플로리다 그랜도 오페라의 2013-14년 시즌을 장식한 것이다. 작곡자는 드라마틱한 면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오페라라고 분류하기 보다는 뮤지컬 드라마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다. 메트로폴리탄에서의 공연은 커다란 호응을 받은 것이었다. 셰릴 밀네스(Sherill Milnes)가 부른 To Weak to Kill the Man I Hate 는 드라마틱한 아리아이다.

 

'비탄이 엘렉트라가 되다'

 

10. 모비 디크(Moby Dick)

제이크 히기(Jake Heggie)의 오페라들은 미국 작곡가에 의한 미국의 오페라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히기의 음악은 현세대의 사람들에게 친밀감을 주는 것이며 차세데 오페라 애호가들에게도 기대를 던져 주는 것이다. 미국의 테너 스테픈 코스텔로가 그린혼의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들어보면 알수 있다.

 

'모비 디크'. 오페라 웨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