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기념상/비엔나의 천사들

조각에 나타난 천사의 모습

정준극 2015. 11. 16. 13:13

조각에 나타난 천사의 모습

 

천사는 어떤 모습일까? 남자인가 여자인가? 아기 천사들에게는 부모들이 있을 터인데 누구일까? 이런 저런 궁금증을 비엔나의 천사 조각들로부터 알아보자. 비엔나 사람들은 천사들의 조각을 건물에 설치하기를 좋아했다. 물론 교회건물에 천사들의 조각들을 볼수 있지만 일반 건물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사진으로나마 비엔나의 여러 천사들을 만나보자.

 

 

그라벤의 페스트조일레(Pestsaule: Plague Column)에는 여러 천사들의 조각이 있다. 그중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아기 천사들이 가장 많다. 아기 천사가 역병을 제압하는 조각은 특히 유명하다. 역병을 악마처럼 생긴 인물로 의인화하였다. 옆에서 십자가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성모처럼 보이지만 어찌보면 남자 같기도 하다.

 

상단의 삼위일체 조각에도 여러 아기천사들이 있다. 아기천사들은 케루빔(Cherubim: Cherub)이라고 부른다. 천사의 품계 중에서 케루빔은 대천사들보다 높아서 세번째 서열이다.  

 

천국의 대천사들. 가운데 천사는 검을 든 미하엘 대천사. 오른쪽에서 비파를 타는 대천사는 라파엘, 왼쪽은 가브리엘이라고 한다. 대천사의 직함을 가진 천사들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성요셉분수 하단의 부조. 대천사 가브리엘이 잠들어 있는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애굽으로 피난가라고 전하는 장면

 

그라벤에는 페스트조일레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두개의 작은 분수 조각상이 있다. 하나는 성모 마리아의 남편인 요셉분수이고 다른 하나는 레오폴드 1세 분수이다. 사람들은 그저 무심히 지나칠지 모르지만 두 분수 모두 아름답기도 하지만 유래가 있다. 요셉 분수에는 큰길 쪽과 반대쪽 벽면에 각각 부조가 마련되어 있고 동서쪽으로는 사자머리의 분수가 있다. 부조의 장면은 하나는 위에서 보는대로 꿈에 천사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헤롯이 아기 예수를 잡아 죽이고자 하니 애굽으로 피난하라고 일러주는 장면이며 다른 하나는 요셉이 성가족을 이끌고 광야를 거쳐 애굽으로 피난하는 장면이다. 꿈에 요셉에게 나타난 천사는 대천사 가브리엘이라고 한다. 대천사는 상체를 벗은채로이다. 이러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것이다. 원래 그라벤에는 15세기에 두개의 작은 분수가 있었다. 분수의 물은 호프부르크로부터 끌어서 나오게 했다고 한다. 사자머리를 물이 나오는 사출구로 사용했기 때문에 '사자분수'(Löwenbrunn)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레오폴드 1세에 의해 페스트조일레가 설치되자 레오폴드 1세는 기왕이면 사자분수들을 재정비해서 페스트조일레의 양 옆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분수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래서 '사자분수'는 1680/81년에 요셉과 레오폴드 자신의 모습을 담은 분수로 변경되었다. 처음에는 석고 조각상들이었으나 1804년에 요한 마르틴 피셔라는 조각가가 납제품의 조각상으로 다시 만들어서 세웠다. 요셉이 애굽으로 피난하는 장면을 만든 것은 레오폴드 1세가 역병을 피하여 비엔나를 떠나는 것을 상징한 것이다.

 

그라벤의 성요셉 분수(Josefsbrunnen). 페스트조일레를 가운데에 두고 서쪽에 있다. 동쪽 슈테판대성당 방향에 있는 분수는 레오폴드분수이다.

 

그라벤의 팔레 바르톨로티 파르텐펠트의 창문 사이에 있는 벽감의 성모자와 아기 천사들(케루빔). 성모와 아기 예수를 케루빔들이 옹위하고 찬양하고 있다.

 

 

요셉분수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이 팔레 바르톨로티 파르텐펠트이다. 그라벤 11번지이며 도로테어가쎄(Dorotheergasse) 2-4번지이다. 원래 이 건물은 14세기부터 있었으나 18세기에 황실자문관인 요한 파울과 요한 칼 바르톨로티 파르텐펠트 형제가 구입하여 개축하고 저택으로 삼았기 때문에 팔레 바르톨로티 파르텐펠트라고 부른다. 성모상(Madonnenstatue)은 1층(우리식으로는 2층)의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그라벤을 수없이 지나다니면서 그냥 지나칠수 없는 아름다운 성모상과 케루빔들의 조각이다.

 

그라벤의 어느 건물 위에 있는 천사상. 두 손을 활짝 펼친 모습이다. 그 옆에는 그리스의 철학자들, 로마의 장군들이 있다.

 

 

슈테판성당의 외부 뒷편에 가면 위에서 보는대로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 작품이 있다. 이탈리아의 산 조반니 디 카페스트라노가 한 손에 십자군의 군기를 들고 있고 발 아래는 야만인 터키인을 밟고 서 있는 모습이다. 성자의 윗편에는 구름 사이로 케루빔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있다. 산 조반니 디 카페스트라노(San Giovanni di Capestrano)는 1456년에 70세의 노령임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의 야노스 후냐디와 함께 십자군을 이끌고 베오그라드를 점령하고 있는 오스만 터키군을 격퇴하여 성지로 가는 길을 확보한 인물이다. 비엔나와는 관계 없는 사람인데 슈테판성당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엔나가 두번에 걸친 오스만 터키의 공격을 받아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상황이었지만 그때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성 카페스트라노에게 임재하시어 이방신을 믿는 터키군을 물리치게 하신것과 마찬가지로 비엔나에서도 하나님의 권능으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여서 감사의 뜻으로 설치한 것이다.

 

합스부르크의 왕궁인 호프부르크에는 소속되어 있는 교회가 세개가 있다. 호프부르크 건물 내에 있는 부르크카펠레(궁정예배당), 요제프스플라츠에 면하여 있는 아우구스티너키르헤(성아우구스틴교회), 그리고 호프부르크의 옛 정문 앞 광장인 미하엘러플라츠에 있는 미하엘러키르헤(성미하엘교회)이다. 비엔나에는 수많은 교회가 있지만 천사에게 봉헌된 교회는 거의 없다. 미하엘러키르헤는 대천사(천사장) 미하엘에게 봉헌된 교회이다. 미하엘러키르헤가 호프부르크에 속한 궁정교회로 있을 때에는 교회 명칭을 '춤 하일리겐 미하엘'(Zum heiligen MIchael)이라고 했다. 미하엘러키르헤는 미하엘러플라츠에 있지만 주소는 합스부르거가쎄(Habsburgergasse) 12번지이다. 미하엘러키르헤는 대천사 미하엘에게 봉헌된 교회이므로 역시 현관 상단에 미하엘이 악마를 의의 검으로서 제압하는 조각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통상 미하엘러키르헤의 현관 상단에 대천사 미하엘의 모습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천사 한 명과 어린아이 한 명도 있다. 자세히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교회 내에는 일찍이 1350년에 그려 넣은 칼크 세코(Kalk-Secco) 그림이 있다. 대천사 미하엘이 저울을 들고 영혼들을 저울질하는 장면의 그림이다. 뿔달린 악마가 대천사 미하엘을 따라 다니면서 무어라고 훼방하는 모습도 보인다. 대천사의 앞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가 마치 대천사 미하엘을 인도하듯 손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있다.

 

칼크 세코(Kalk-Secco)는 프레스코를 만드는 하나의 기법이다. 대천사 미하엘이 저울에 영혼들을 담아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의 그림.

미하엘러키르헤 현관 상단의 천사들 조각. 황금 방패와 파사의 검을 들고 사탄을 제압하고 있는 천사는 대천사 미하엘이 분명한데 다른 천사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도 하나 있다. 아이에게 날개가 없는 것을 보니 케루빔은 아닌 듯하다.

 

미하엘러키르헤에는 천사가 있는 또 하나의 유명한 조각이 있다. 북쪽 콰이어(Nordchor), 즉 크리펜 카펠레(Krippen-Kapelle)라고 하는 곳에 있는 조각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대로 숨거두신 그리스도의 시신을 아리마대 요셉과 또 한 사람이 무덤에 누이기 위해 옮기는 장면이다. 이를 Grablegung Christi(그라브레궁 크리스티)라고 부른다. 두 천사가 이들을 옹위하고 있다. 비록 작은 모습이지만 아름답다.

 

아우구스티너키르헤의 마리아 크리스티네 영묘의 천사

장크트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남아 있는 모차르트 가묘의 천사.

 

영묘, 납골당, 묘지와 관련하여 만들어 세운 천사는 수없이 많다. 장크트 마르크스 공동묘지에 있는 모차르트의 묘지가 대표적이다. 어린 천사가 애도하고 있는 모습의 조각이 세워져 있다. 세상 떠난 사람들을 애도하는 데에는 천사만큼 효과적인 존재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애도의 천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아우구스티너키르헤에 있는 마리아 크리스티네의 영묘 앞의 천사일 것이다. 사자와 함께 애도하고 있는 천사의 모습이다. 사자는 합스부르크 황실을 상징한다. 사자에 기대어 있는 천사는 커다란 방패를 가지고 있다. 의를 위한 선한 싸움을 싸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천사들은 조용히 있을 때엔 대체로 날개를 접고 있는데 이 천사는 날개를 활짝 펴고 있다. 금방이라도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은 모습이다.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은 이탈리아의 신고전주의 조각가인 안토니오 체노바(Antonio Cenova: 1752-1822)의 작품이다. 오스트리아령 네덜란드의 총독을 지낸 테센 대공비 마리아 크리스티네(Maria Christine: 1742-1798)의 영묘이다. 마리아 크리스티네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의 넷째 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애통함을 금치 못하는 부군 알베르트 공자가 아우구스티너키르헤에 아름다운 영묘를 만들어 추모하였다. 알베르트 공자는 테센 공작이었다. 마리아 크리스티네는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와 프란시스 1세 신성로마제국 황제 사이에서 태어난 딸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미미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호프부르크 콩그레스첸트룸 건물 상단의 합스부르크 문장과 나팔부는 천사들. 천사들을 마치 여성처럼 의인화했다.

옆으로 본 호브루르크 콩그레스첸트룸 상단의 천사들

노이에 부르크 상단의 쌍두의 독수리와 그 아래 네명의 천사들이 면루관을 높이 들고 있는 모습. 평소에는 노이에 부르크의 건물 꼭대기를 눈여겨 볼 하등의 필요가  없어서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어떤 조각상들이 있는지 알아 두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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