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오페라 성악가 분류

높은 음, 낮은 음의 세계기록

정준극 2016. 5. 20. 21:10

높은 음, 낮은 음의 세계기록


- 누가 가장 높은 소리를 낼수 있는가? 세계의 진기한 기록이라고 하면 거의 모두 기록되어 있는 기네스북을 보면 브라질의 이탈리아계 소프라노인 조지아 브라운(Georgia Brown: 1980-)이라고 한다. 음역도 놀랍도록 폭이 넓어서 무려 G2부터 G10까지라고 한다. 8옥타브에 해당한다. 아주 탁월한 소프라노라고 하면 하이 C(C6)를 넘고 D, E, F를 넘어서 G6까지 죽을 힘을 다해서 낼수 있다. 지금까지의 연주회 기록에 따르면 소프라노 나탈리 드사이(Natalie Dessay)가 그보다 반음 더 높은 G#6까지 소리를 냈던 일이 있다. 그런데 조지아 브라운이라는 여자는 그보다 4 옥타브 더 높은 소리를 냈다. 이처럼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높은 음을 내는 조지아 브라운의 고음을 소프라노 음역에 넣을수가 없어서 별도로 휘슬(whistle) 음역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사람의 목소리로서는 낼수가 없고 특수한 호르라기라면 혹시 낼수 있지 않을까 해서 휘슬 음역이라고 분류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그가 기록적으로 소리를 냈던 G10은 노래 악보로는 도저히 표기할수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그런 고음을 내도록 하는 노래는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학자들은 브라운의 그런 고음을 음성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주파수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주파수 중에서도 대단히 높은 고주파의 소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조지아 브라운은 2004년 8월 10일에 브라질의 산파울로에 있는 아쿠이 재즈 아틀리에 음악학교에서 G10의 소리를 기록했다. 사람의 청각으로서는 구별을 할수 없어서 기계로 측정해서 겨우 G10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음을 낸 브라질의 조지아 브라운. G10 이었다.


- 현재까지 나와 있는 노래 중에서 어떤 노래가 가장 높은 음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는가? 모차르트가 소프라노 알로이지아 베버(Aloysia Weber)를 위해 작곡한 콘서트 아리아인 Popoli di Tessaglia(테살리아의 백성들: K. 316)일 것이다. 무려 G6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소프라노 알로이지아는 모차르트가 한때 사랑해서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인이다. 모차르트는 나중에 알로이지아의 동생인 콘스탄체와 결혼하였다. 모차르트가 이 노래를 작곡한 18세기에는 오늘날처럼 각 파트의 음역은 대체로 여기서부터 저기까지라고 정해져 있지 않았다. 즉, 소프라노의 음역은 일반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이고 테너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이고 하는 기준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생각들인지 소프라노로 하여금 G6를 내도록 작곡한 노래들이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쥘르 마스네의 Esclarmonde(에스클라몽),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Europa riconosciuta(에우로파가 다시 모습을 보이다), 자크 오펜바흐의 Les contes d'Hoffmann(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올림피아의 아리아 등은 대단한 고음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살리에리의 Europa riconosciuta는 하이C를 훨씬 뛰어 넘는 하이 F 샤프를 에우로파와 세멜레(Semele)가 여러번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나저나 하이 G6는 너무 높은 소리이기 때문에 소프라노들도 무대에서는 조금 낮추어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실제로 오페라 무대에서 하이 G6 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하이 G6보다 한음 낮은 하이 F6는 그런대로 자주 들을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밤의 여왕'의 두 아리아이다.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지옥의 복수심의 내 마음 속에 끓어 오르고)과 O zittre nicht, mein lieber Sohn(두려워 말라 젊은이여)에서이다. 하지만 하이 F6라고 해도 객석에서 듣는 사람들은 그저 깩깩거리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밤의 여왕'의 디아나 담라우. 보통 하이 F6의 소리를 낸다.


- 어떤 작곡가들은 소프라노와 무슨 감정이 있어서인지 또는 심심해서 그런지 간혹 하이 G6보다 높은 소리를 내는 노래를 작곡해 놓고 소프라노들에게 한번 불러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아주 높은 음을 잘 내는 소프라노가 있으면 특별히 그 소프라노를 위해서 아주 높은 음을 내야하는 노래를 작곡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인 마도 로뱅(Mado Robin: 1918-1960)을 위해 작곡한 노래들이다. 하이 C7까지 내야하는 노래가 있다. 마도 로뱅은 오페라에 출연해서 아리아를 부를때 아드 리비툼으로 악보에 그려진 음보다 더 높은 음을 일부러 내서 실력과 재능을 과시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면 도니체티의 '람메무어의 루치아'에서 루치아의 아리아인 Spargi d'amoro piante(흩뿌려라 쓰디쓴 눈물을)를 부를 때에는 악보에는 Bb5을 내도록 되어 있지만 기분도 그렇지 않고 하여서 그런지 Bb6를 내기도 했다. 정말 대단한 마도 로뱅이 아닐수 없었다.



프랑스의 마도 로뱅. 하이 C7의 고음이 나오는 노래를 부를수 있다.


- 대중가수 중에서도 고음을 무척 잘 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래미상을 다섯번이나 탄 미국 리듬앤블루스의 스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1970-)는 음역이 다섯 옥타브나 된다. 그래서 기네스 세계기록에 '최고의 송버드'(Songbird supreme)라고 등재되었다. 그런데 머라이어 캐리는 비공식적으로는 다섯 옥타브가 아니라 일곱 옥타브에 해당하는 소리를 낼수 있다고 한다. 사람인지 기계인지 잘 모를 지경이다.



머라이어 캐리. 대중가수 중에서 이만큼 고음을 낼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가장 낮은 음을 내도록 한 노래는 어떤 것일까? 기네스 북은 클래시컬 노래에 나오는 가장 낮은 음이 D2라고 적었다. 중간 C에서 두 옥타브 아래에 해당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주'에서 오스민(Osmin)의 두번째 아리아에 나온다. 오스민의 아리아에 나오는 D2가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내야하는 음이지만 베이스들은 다른 아리아에서도 일부러 악보에도 없는 저음을 불러서 자기의 실력을 과시코자 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베이스들은 '후궁에서의 도주'에 나오는 또 다른 베이스 아리아인 Ich gehe doch rate ich dir(나는 가지만 내말대로 하시오)라는 아리아를 부를때 악보와는 관계없이 C2를 내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C2보다 한음 더 낮은 B1을 내도록 하는 아리아도 있다. 레너드 번슈타인이 작곡한 오페라 '캔다이드'(Candide)의 베이스 아리아에서이다. 그렇지만 이 음은 너무 낮아서 청중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기 때문에 오페라 무대에서는 거의 내지 않고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를 때 내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낮은 음을 내도록 권고하는 노래도 있다. 러시아의 파벨 체스노코프(Pavel Chesnokov)가 작곡한 '솔로와 합창곡'에서 베이스 솔로인 Do not deny me in my old age(나이를 부정하지 마시오)에서는 심지어 G1의 음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한편, 구스타브 말러의 교향곡 8번에서는 베이스 솔로가 C#2를 내도록 하고 있고 폴 밀로(Paul Mealor)의 합창곡인 De Profundis(데 프로푼디스: 깊은 곳에서: 시편의 구절)에서는 베이스 솔로가 E1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해야 할 판이다.



모차르트의 '후궁에서의 도주'에서 오스민(베이스 프리데만 뢸리히)과 블론드. 오스민은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 가장 낮은 음인 D2를 내야 한다.


- 솔로가 아닌 합창곡에서 베이스 파트에게 요구하는 가장 낮은 음은 어떤 것일까? 대표적인 작품은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과 교향곡 8번, 그리고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저녁기도'(Verpers)가 Bb1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프레데릭 메이글(Frederick Magle)의 교향적 조곡인 '칸타빌레'(Cantabile)와 졸탄 코다이(Zoltan Kodaly)의 '헝가리 찬가'(Psalmus hungaricus)에서는 A1을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합창단에서는 베이스 파트가 전통적으로 악보에 표시되어 있는 음보다 한 옥타브 아래의 음을 내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옥타비스트(Octavist)라고 부른다. 옥타비스트들은 G1의 음까지 낼수 있다. 크쥐시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의 '케루빔의 노래'(Kheruvimskaya pesn)는 마지막 부분에서 F1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음은 너무 낮은 음이어서 실제로 합창을 부를 때에는 그대로 부르지 않고 그보다 조금 높은 음으로 편곡해서 부르고 있다. 


- 가장 폭 넓은 음역을 가진 사람은 누구일까? 어느 정도 음역일까? 물론 브라질의 조지아 브라운은 기계보다 더 폭이 넓은 8옥타브의 소리를 냈으며 가장 높은 음을 낸 사람으로서 기록되어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2옥타의 소리도 내기 힘들다. 말하자면 보통 사람들은 중간 C(C4)에서 한 옥타브 높은 C3까지가 무난한 음역이다. 대부분 팝송이나 민속노래들은 그 범위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되어 있다. 이보다도 조금만 높으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낸다'는 핀잔을 받게 되고 이보다도 더 낮은 음을 내도록 하면 '들리지도 않는데 집어 치우라'는 비난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별별 사람도 다 있는 법이어서 어떤 특별한 사람은 두 옥타브가 아니라 서너 옥타브의 음역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들을 뛰어난 성악가라고 부른다. 따지고 보면 일반 성악가들의 음역은 세 옥타브 이상을 넘기가 힘들다. 그런데...참으로 신통하게도 어떤 별난 사람은 다섯 옥타브, 심지어 여섯 옥타브의 음역을 가지고 있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참으로 놀랍게도 미국 오클라호마 출신의 팀 스톰스(Tim Storms: 1972-)라는 사람은 10 옥타브의 음역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도 이런 기계는 없을 정도이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음역을 가진 미국의 팀 스톰스. 무려 10 옥타브의 소리를 낼수 있다. 사람이 아닌 것 같다. 혹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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