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소프라노 대분석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역할 톱 10 - 2

정준극 2019. 4. 19. 11:03

오페라에서 소프라노 역할 톱 10 - 2



6. 바그너의 '신들의 황혼'(Die Götterdämmerung)에서 브륀힐데(Brühnhilde)의 역할. 브륀힐데의 아리아 '집으로 날아가라, 까마귀들이여'(Fliegt heim, ihr Raben).


바그너의 오페라, 특히 불후의 명작인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소프라노들은 일반 소프라노와는 사뭇 다르다. 간단히 말해서 아무리 오래 노래를 불러도 지치지 않아야 하며 또한 아무리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이라고 해도 뚫고 나갈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특별함 때문에 소프라노의 유형을 구분하는 중에 바그너의 오페라에 적합한 소프라노들만을 '바그너리안 소프라노'라고 부르며 특별 우대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바그너리안 소프라노로서는 스웨덴의 비르지트 닐슨과 니나 스템메, 노르웨이의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 영국의 제인 이글렌, 미국의 헬렌 트라우벨, 미국의 로베르타 크니, 독일의 발트라우트 마이어, 오스트리아의 레오니 리자네크, 독일의 마르타 뫼들, 마국의 아스트리드 바르네이, 독일의 크리스타 루드비히, 영국의 귀네스 존스, 독일의 프리다 라이더, 미국의 드보라 보이그트, 독일의 릴리 레만, 체코의 에르네스티네 슈만 하인크 등 기라성 같은 성악가들이 있다. 그리스의 마리아 칼라스도 바그너리안 소프라노에 포함할수 있다. 바그너리안 소프라노의 역할 중에서도 가장 힘든 역할은 브륀힐데이다. 브륀힐데의 역할로 가장 이름을 떨쳤던 바그너리안 소프라노는 아무래도 비르지트 닐슨과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의 두 사람을 꼽지 않을수 없다. 브륀힐데는 4부작인 '니벨룽의 반지'에서 첫번째인 '라인의 황금'에만 등장하지 않으며 나머지 세 편인 '발퀴레','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에 등장한다. '발퀴레'와 '지그프리트'는 각각 4시간이 소요되는 작품이다. 그리고 '신들의 황혼'은 가장 길어서 4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 그러므로 만일 '니벨룽의 반지'에서 브륀힐데의 역할을 연속으로 맡는다면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넉넉치 못한 성량과 넉넉치 못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는 브륀힐데에 도전하기가 힘들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브륀힐데인 스웨덴 출신의 비르지트 닐슨(Birgit Nilsso: 1918-2005). 최고의 바그너리안 소프라노였다.


발키리는 북구의 신화에 나오는 여신들이다. 발키리라는 말은 '전사한 자를 선별하는 자'라는 뜻이다. 전쟁에서 죽은 영웅들의 혼령을 발할라라고 하는 낙원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여신들이다. 발키리는 아홉 명이다. 브륀릴데(갑옷으로 보호받는 자), 게르힐데(창으로 싸우는 자), 오르틀린데(평혼한 곳에 있는 자), 봘트라우테(힘으로 지배하는 자), 슈베르틀라이테(검으로 리더가 된 자), 헬름뷔게(투구로 보호받는 자), 지그루네(승리의 비밀을 간직한 자), 그림게르데(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자), 로스봐이세(백마를 타고 있는 자)이다. 그중에서 브륀힐데가 가장 맏 언니이다. 이들은 전쟁에서 장렬하게 죽은 자 중에서 반수에 해당하는 영혼들을 오딘이 지배하는 아스가르드의 발할라로 데려온다. 발할라는 장엄하고 거대한 홀을 말한다. 말하자면 판테옹(영웅들의 혼령을 모신 곳)과 같은 곳이다. 전쟁에서 죽은 영웅들의 나머지 반수는 프레이야신의 평원인 폴크반그르로 간다.


세계적인 바그너 소프라노로서 뛰어난 브륀힐데 역인 노르웨이의 키르스텐 플라그스타드


브륀힐데는 라인의 처녀들로부터 그 이전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하여 자세한 얘기를 듣고는 그제서야 모든 내용을 알게 되어 자기야 말로 지그프리트의 진정한 신부임을 알게 된다. 브륀힐데는 하겐이 속임수를 써서 지그프리트를 죽인 사실도 알게 된다. 브륀힐데는 사람들에게 강가에 커다란 장례용 장작더미를 쌓도록 한다.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듯한 장면이다. 브륀힐데는 남편인 지그프리트를 따라서 죽을 결심을 한다. 브륀힐데는 라인의 처녀들에게 지그프리트가 가지고 있던 반지는 화장의 의식이 끝난 후에 잿더미 속에서 찾아가라고 말한다. 브륀힐데는 지그프리트와 자기를 태운 불길이 스러지게 되면 반지의 저주도 끝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브륀힐데가 커다란 횃불을 들고 화장을 위한 장작더미에 직접 불을 붙인다. 이어서 보탄의 갈가마귀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브륀힐데는 보탄이 자기에 대한 소식을 무척 알고 싶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브륀힐데는 갈가마귀들이 불길을 타고 저 멀리 로게가 있는 곳까지 가게 되기를 바란다. 로게는 보탄의 충실한 하인이다. 브륀힐데는 지그프리트를 위한 애도의 말을 한 후에 애마인 그라네를 타고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지그프리트를 화장하는 불길은 높이 치솟아서 기비훙의 홀에까지 밀려 들어서 결국은 궁전을 무너트린다.


브륀힐데역의 스웨덴 출신인 니나 스템메


이 장면에서 브륀힐데의 아리아가 저 유명한 Fliegt heim, ihr Raben(집으로 날아가라, 까마귀들이여)이다. 지그프리트의 시신이 누워있는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기 위해 손에 횃불을 잡고 흔들고 있는 브륀힐데가 부르는 노래이다. '집으로 날아가라, 까마귀들이여/주인님께 소식을 전해다오/여기 라인 강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브륀힐데의 바위에서 첫 날개짓을 하여 떠나라/그곳에서 로게를 아직 불타오르지 않는 발할라도 보내어라/신들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도가/이제 발할라의 빛나는 성벽을 향해서 횃불을 던지리'이다. 그런 후에 브륀힐데는 횃불을 장작더미로 던진다. 곧이어 밝은 불길이 치솟는다. 두 마리의 갈가마귀가 바위에서 날개짓을 하더니 하늘로 날아 오르고 이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브륀힐데는 두 사람이 끌고온 자기의 말을 바라본다. 브륀힐데는 '나의 애말인 그래인, 잘 왔도다, 친구여'라고 외친다. 온 마음을 다하여서 부르는 아리아이다. 장엄함과 애절함, 그리고 초인적인 느낌을 주는 노래이다. 첫 부분만 독일어 가사를 소개해 본다.


Fliegt heim, ihr Rben!/Raunt e eurem Herren/was hier am Rhein ihr gehort!/Brünnhides Felsen fahrt vorbei!/Der dort noch lodert/weiset Loge nach Walhall!/Denn der Götter Ende dämmert nun auf/So - werf' ich den Brand/in Waljalls pragende Burg.


브륀힐데의 키르스텐 플라그슈타츠


7.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Ls contes d'Hoffmann)에서 올림피아(Olympia)의 역할. 올림피아의 아리아 '새들은 나뭇가지 사이에'(Les oiseaux dans la charmille).


1870년부터 이듬해인 1871년까지 있었던 프랑스와 프러시아의 전쟁(보불전쟁)은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었다. 전쟁으로 인한 황폐함은 문화와 예술의 분야에서도 예외없이 변화를 안겨주었다. 프랑스는 국립음악원을 설립하여 국민들의 공허한 마음을 음악으로 메꾸어 주고자 했다. 그리하여 비제, 마스네, 오펜바흐와 같은 뛰어난 작곡가들의 오페라가 무대를 장식하게 되었다. 오펜바흐의 3막 오페라인 '호프만의 이야기'는 그런 조류에 편승하여 만들어졌다. '호프만의 이야기는 1881년에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대성공이었다. 무려 1백회가 넘는 연속공연을 기록하였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뱃노래'는 파리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쉽게 들을수 있는 곡이 되었다. 이와 함께 1막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기계인형 올림피아의 아리아도 웬만한 콘서트의 스탠다드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현재 올림피아로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독일 출신의 슬로박계 소프라노 파트리시아 야네츠코바(Patricia Janeckova). 프랑스 북부 루베르니 음악제에서

           

시인인 호프만은 뉘른베르크에 있는 주점에서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가 경험한 세개의 이상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중에서 첫번째가 올림피아에게 느꼈던 사랑 이야기이다. 파리에서 호프만은 스팔란짜니라고 하는 괴짜 과학자에게서 과학을 배우고 있었다. 스팔란짜니는 사람과 똑같은 크기의 예쁜 여자 인형을 하나 만들었다. 스팔란짜니는 자기의 기계인형에게 올림피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어느날 스팔란짜니는 손님들을 초대해서 자기가 만든 기계인형을 공개한다. 올림피아는 꾀꼬리 같은 음성으로 사랑스런 노래를 부른다. 호프만은 올림피아가 진짜 사람인줄 착각하여 사랑한다. 하지만 올림피아는 한참 노래를 부르고 나서 태엽이 느슨해지면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그때마다 스팔란짜니가 올림피아의 태엽을 감아 주어야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서진다. 호프만이 지니고 있던 올림피아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산산조각이 난다는 얘기이다.


'올림피아의 노래'. LA 오페라


올림피아가 여러 손님들 앞에서 부른 노래는 소녀의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기계인형이기 때문에 높은 음정도 쉽게 내며 또한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소절도 문제 없다. 손님들은 처음에는 올림피아의 기막힌 노래에 숨조차 내쉬지 못하고 빠져 들지만 태엽이 느슨해 지면서 노래가 죽어가자 실망을 한다. 아무튼 이 노래는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곡이어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는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곡이다. 가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소나무에 앉은 새들/하늘에 떠 있는 태양/모든 것들이 소녀에게 사랑을 애기해 준다/아! 예쁜 노래/올림피아의 노래이다/모두가 노래하고 메아리친다/그러더니 연달아 한숨을 짓는다/모든 것이 사랑으로 떨고 있는 소녀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아 보라 이 귀여운 노래를/올림피아의 노래. 아'


참고로 프랑스어 가사도 함께 소개한다.

Les oiseaux dans la charmille/Dans les cieux l'astre du jour/Tout parle à la jeune fille d'amour!/Ah! Voilà la chanson gentille/La chanson d'Olympia! Ah!/Tour ce qui chante et résonne/Et soupire, tour à tour/Emeut son coeur qui frissonne d'amour!/Ah! Voilà la chanson mignonne/La chanson d'Olympia! Ah! 


올림피아. 파리 오페라 코미크


8. 푸치니의 '투란도트'에서 투란도트의 역할. 투란도트의 아리아 '이 왕궁에서'(In questa reggia).


베이징의 왕궁에는 신비스러움에 가려 있는 천하제일의 미인인 투란도트 공주가 알툼 황제와 함께 살고 있다. 연로한 알툼 황제는 어서 속히 딸 투란도트를 혼인시켜서 황제의 자리를 넘겨주고자 한다. 하지만 공주는 결혼에 대하여 극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투란도트는 아버지 황제의 지극한 간청에 못이겨서 결혼하기로 약속하지만 조건을 내건다. 누구든지 청혼하는 사람은 세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풀지 못한다면 그 청혼자는 왕궁 밖의 저자거리에서 참수형을 당해야 한다. 이미 여러 왕자들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해서 목숨을 잃고 그들의 머리가 왕궁의 담장에 걸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투란도트를 사랑하면서도 어름과 같이 차가운 마음 때문에 두려워했다. 공주가 어찌하여 그토록 냉혹했어야만 했을까? 그 사연은 2막에서 투란도트가 부르는 '이 왕궁에서'에 설명되어 있다.


프라하 오페라에서의 투란도트


먼 옛날의 어느날 베이징의 왕궁에서는 참혹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비명 소리는 귀에 남아 있다. 로우링 여왕은 인자하고 아름다운 분이셨다. 나라를 자애로서 다스리셨다. 그런데 야만적인 타타르의 왕이 왕궁을 침범하여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로우링 여왕을 능욕한 후에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불쌍한 로우링 여왕. 순결했던 여왕의 비명과 비참한 죽음은 세월이 흘렀지만 투란도트의 마음 속에 살아 있다. 투란도트를 원수를 갚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맡길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투란도트는 결혼을 기피하여왔다. 그러나 알툼 황제의 간청에 이기지 못하여 결혼을 하기는 하지만 청혼자는 세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 걸었던 것이다. 수수께끼는 세 개, 죽음은 하나였다. 투란도트는 수수께끼를 풀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의 차가운 마음을 따듯하게 어루만져 줄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투란도트의 아리아 '이 왕궁에서'의 가사 내용이다.


투란도트


'투란도트'의 대본은 주세페 아다미와 레나토 시모니가 공동으로 완성했다. 대본의 바탕은 독일의 위대한 시인인 프리드리히 쉴러의 희곡 '투란도트'를 이탈리아의 카를로 고찌가 연극대본으로 만든 것이다. 이 아리아의 클라이막스는 이탈리아어의 Grido 라는 단어로 장식된다. 부르짖는다는 뜻이다. 투란도트를 이 단어를 통해서 그의 선조인 로우링 여왕을 위해 오랫동안 기다렸던 복수를 표현한다. 마치 자기가 로우링의 화신인 것처럼 부르짖는다. 오케스트라도 푸란도트의 마지막 소절을 크게 강조한다. 불길한 조짐을 보이는 마지막 소절이다.

Straniero! Non tentar la fortuna! Gli enigmi sono tre, la morte una!이다. 이를 굳이 번역하면 낯선 사람이여. 행운을 유혹하지 말아라! 수수께끼는 세개, 죽음은 하나! 이에 대하여 칼라프 왕자는 다음과 같이 외친다. No. no...gli enigmi sono tre, una e la vita! (아니오 수수께끼는 세개, 생명은 하나라오). 이 아리아의 마지막 부분은 3막에서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듀엣에 잠시 다시 등장한다. Prinipeassa di morte라는 소절이다. 이 부분과 함께 칼라프가 아직 마지못해 하는 투란도트를 포옹한다.


'그 옛날 이 왕궁에서...'를 부르는 투란도트. 크리스티안 괴르케. 메트로폴리탄 무대

  

9.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Elektra)에서 엘렉트라의 역할. 미장셍(la mise en scène).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서 가져온 스토리이다. 미케네 왕인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을 위해 가는 중에 여신 아르테미스를 비방한 일이 있다. 분노한 아르테미스는 만일 아가멤논이 딸 이피제니아를 죽여서 희생물로 제사를 드리지 않으면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에 도착하는 것을 방해하겠다고 선언한다. 아가멤논은 트로이에 어서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테미스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이피제니아를 희생시킨다. 아가멤논의 부인이며 이피제니아의 어머니인 클리템네스트라는 그 일로 인하여 남편 아가멤논을 증오한다.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에서 돌아오자 클리템네스트라는 간부인 이지스투스의 도움으로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하지만 그후 클리템네스트라는 아가멤몬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다른 자녀들, 즉 큰딸 엘렉트라와 아들 오레스트가 복수할 것 같아서 두려운 나날을 보낸다. 엘렉트라는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간부인 이지스투스가 오레스트를 가만히 둘 것 같지 않자 오레스트가 몰래 도피할수 있도록 도와 준다.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궁에 남아서 어머니와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학대를 받으면서 노예보다 못한 생활을 한다. 엘렉트라 그러면서도 목숨을 지탱하였던 것은 언젠가는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간부 이지스투스에 대한 복수를 할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한편, 엘렉트라의 여동생인 크리소테미스는 성격이 온순하고 현실적이어서 그런지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간부인 이지스투스로부터 호의적인 대우를 받으며 지낸다. 엘렉트라는 그런 동생 크리소테미스가 못마땅하다.


엘렉트라 역의 패트리스 셰로(Patrice Chereau). 2013년


오페라 '엘렉트라'는 단막이다. 아리아와 듀엣과 트리오,그리고 합창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인 엘렉트라의 아리아는 여러 개가 있지만 그중에서 세 아리아를 소개한다. 엘렉트라는 드라마틱 소프라노가 맡아야 하는 역할이다. 분노와 증오, 그런가하면 환희와 결단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출할 수 있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여야 한다. 첫번째 아리아는 Wie stark du bist(너는 얼마나 강한가)이다. 엘렉트라가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를 만나서 부르는 아리아이다. 엘렉트라는 크리소테미스의 마음을 어머니에 대한 복수로 돌려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우선 크리소테미스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그리고 크리소테미스가 복수에 가담할수 있는 강한 여인이라고 칭송한다. 엘렉트라는 한 걸음 나아가서 동생 크리소테미스가 복수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면 앞으로 신부가 될 크리소테미스의 노예가 되어 섬기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크리소테미스는 언니 엘렉트라에게 현실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서 다툰 후에 떠난다. 분노한 엘렉트라는 크리소테미스를 저주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크리소테미스가 기꺼이 복수에 가담해 줄것으로 기대하여서 기쁜 마음으로, 그러다가 크리소테미스가 오히려 엘렉트라를 무시하자 분노의 저주가 담긴 마음으로 부르는 아리아이다. 그만큼 감정의 변화를 적절하게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곡이다.


엘렉트라의 니나 스템메(Nina Stemme). 시카고 리릭 오페라


두번째 아리아는 '이제 그러면 혼자이다'(Nun denn, allein)이다. 엘렉트라는 이제 혼자러라도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와 간부를 처치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아버지를 죽인 도끼를 땅에서 손으로 파낸다. 그러면서 부르는 아리아이다. 처절한 심정을 표현한 대단히 드라마틱한 노래이다. 세번째는 '오레스트, 오레스트, 오레스트'이다. A6의 고음이 나오는 매우 어려운 곡이다. 엘렉트라가 손으로 땅을 파면서 도끼를 찾고 있는 중에 어떤 허술하게 변장한 이상한 남자가 엘렉트라의 앞에 나타난다. 엘렉트라는 그 바람에 도끼를 파내는 일을 중단한다. 엘렉트라는 그 사람이 생사의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동생 오레스트인 것을 알아본다. 엘렉트라는 오레스트의 이름을 몇 번이나 크게 부른다. 엘렉트라는 오레스트를 만나게 되어 처음에는 크게 기뻐하지만 오레스트가 짐승만도 못한 처참하고 초라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실망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메어진다.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일부러 노예보다 더 비참한 생활을 한 것을 알아 주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서이다. 오레스트가 엘렉트라를 포옹하려 하자 엘렉트라가 피한다. 더 이상 예전의 모습처럼 아름답지 않으며 더럽기 때문이다. 엘렉트라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이루기 위해 아름다움을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제 오레스트가 돌아 왔으니 복수가 이루어 질것으로 믿어서 기뻐한다. 대단히 격정적인 아리아이다.


엘렉트라(니나 스템메)와 크리소테미스(엘차 반 덴 히버). 시카고 리릭 오페라


10. 토마스 아데의 '템페스트'(The Tempest)에서 아리엘(Ariel)의 역할. 아리엘의 아리아 '정말로 깊은'(Full fathom five)


아리엘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정령이다. 아리엘은 마법사인 프로스페로에게 복종해야 하는 입장이다. 프로스페로는 마녀 시코락스에게 붙잡혀서 나무 위에 감금되어 있는 아리엘을 구출해주었던 것이다. 마녀 시코락스는 프로스페로가 마법의 섬에 오기 전에 그 섬에 살고 있으면서 주인행세를 하던 사람이다. 프로스페로는 아리엘에게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복종하지 않으면 자유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리엘은 언젠가는 자유를 얻을 것으로 믿어서 프로스페로에게 복종한다. 사실 아리엘은 프로스페로의 눈과 귀가 되어 주고 있다. 1막에서 프로스페로가 마법으로 폭풍을 일으켜 배가 난파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도 아리엘이다. 이 오페라의 제목인 '템페스트'(폭풍)도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다. 아리엘은 또한 조난 당한 사람들이 섬에 도착하자 그들에게 음모를 꾸며서 프로스페로의 발 아래 엎드리게 하였다. 아리엘이란 이름은 '신의 사자'라는 뜻이다.  


아리엘, 오드리 루나


'아리엘의 노래'는 1막 2장에 나온다. 가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연극에서는 아리엘이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고 대사로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 노래는 아리엘이 페르디난드에게 불러주는 것이다. 페르디난드는 나폴리왕 알론소의 아들로서 배를 타고 가다가 프로스페로의 마법 폭풍에 걸려 배가 난파되는 바람에 마법의 섬에 조난 당하여 도착하였다. 가사는 두개의 스탠자(stanza)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번째 스탠자의 첫 소절에 나오는 Full fathome five 라는 말이 유명하여서 '아리엘의 노래'는 일면 Full fathom five 라는 제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fathom 이란 단어는 영국에서 길이를 재는 단위인데 팔을 쭉 뻗었을 때의 길이를 말한다. 1 파톰을 미터로 환산하면 1.83 m가 된다. 대략 6피트 정도이다. 파톰이란 단위는 주로 뱃사람들의 바다의 깊이를 잴 때에 쓴다. 그래서 Full fathom five 라고 하면 30 피트 정도를 말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단히 길고 깊숙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하여 Full fathom five 라고 하면 너무나 깊은 바닷 속이어서 사람이 빠지면 익사할수 밖에 없는 깊이를 말한다. 오늘날처럼 잠수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full fathom five 의 깊이에 빠졌다면 절대로 건지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가사 중에 Sea-change(바다 변화)는 자연현상에 의한 바다의 변화를 말한다. 페르디난드 일행이 배를 타고 오다가 만난 폭풍은 실은 프로스페로의 마법에 의한 것이지만 아리엘은 자연현상에 의한 바다의 변화일수도 있다고 짐짓 둘러대는 대목이다.


케벡 오페라 페스티발. 아리엘에 오드리 루나


'아리엘의 노래'의 두번째 스탠자의 가사를 소개한다.

Full fathom five thy father lies; (바다속 깊이 그대의 아버지가 누워있네)

Of his bones are coral made;(그의 뼈들은 산호로 만들어지고)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진주들은 그의 눈이었다네)

Nothing of him that doth fade,(하나도 사라진 것이 없지요)

But doth suffer a sea-change(하지만 바다의 변화로 고통을 당했지요)

Into someting rich and strange.(무언지 모르는 엄청나고 이상한 것)

Sea-nymphs hourly ring his knell; Dong-dong.(바다 님프들이 시간마다 딩동 종을 울리네요)

Hark! now I hear them - Dong-dong, bell.(보시오. 이제 나도 딩동 종소리를 듣는답니다)


아리엘의 오드리 루나. 퀘벡 오페라 페스티발


오 오페라에서 토마스 아데의 음악은 예를 들어 1막에서 처럼 거의 모두 불협화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3막에서는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서정적인 것이다. 특히 미란다와 페르디난드의 사랑의 듀엣에서 그러하다. 그같은 서정적인 음악은 현대라는 우산 아래에 있는 오페라에서는 극히 드믄 현상이다. 3막에서는 또한 조용한 춤곡인 파사칼리아 5중주가 나오는데 그것도 역시 현대 오페라에서는 보기 힘든 표현이다. 오늘날 '템페스트'는 토마스 아데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마법사 프로스페로(데이빗 다니엘스)와 아리엘(다니엘르 드니스). 메트 2012


[추가]

1. 로시니의 '아르미다'(Armida)에서 아르미다의 역할. 아르미다의 아리아 D'mor al dolce impero


2. 알반 베르크의 '룰루'(Lulu)에서 룰루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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