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페터 외트뵈스의 '미국의 천사들' - 293

정준극 2019. 9. 6. 17:56

미국의 천사들(Angels in America)

헝가리 출신의 페터 에트버스(Péter Eötvös)의 현대 오페라

미국의 극작가 토니 쿠스너의 두 파트 극본 바탕


헝가리 출신의 미국 작곡가인 페터 에트버스


미국의 저명한 극작가인 토니 쿠스너(Tony Kushner: 1956-)의 희곡인 '미국의 천사들: 국가적 주제에 의한 게이 판타지아'(Angels in America: A Gay Fantasia on National Themes)가 발표된지 거의 10년 후인 2004년에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인 페터 에트버스(Péter Eötvös: 1944-)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져서 그해 11월에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처음 공연되어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초연은 2006년 6월 보스턴의 스탠포드 컬더우드 파빌리온에서였고 뉴욕 초연은 2017년 6월 10일 뉴욕시티오페라에 의해 링컨센터에서였다. '미국의 천사들'은 게이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원작자인 쿠스너는 '미국의 천사들'로 드라마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고 최우수 극본으로 토니상을, 그리고 기타 상들도 받았다. 이렇듯 폭넓은 영예를 받은 '미국의 천사들'은 20세기 미국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마틱 작품 중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의 천사들'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밀레니엄 접근'(Millennium Approaches)이며 두번째는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 재건)이다. 연극 '미국의 천사들'은 190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연극 중의 하나가 되었다. 원래 연극은 7시간이 걸리는 장편이지만 오페라는 2시간에서 두시간 반이 걸리는 것으로 단축될수 밖에 없었다. 작곡자인 페터 에트버스는 트란실바니아의 체켈료드바르헬리라는 곳에서 태어난 현대음악 작곡가이다. 그가 태어난 곳은 당시에는 헝가리에 속한 지역이었으나 현재는 루마니아에 속한 곳이다. 그는 부다페스트와 쾰른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1962년부터는 헝가리에서 영화음악을 작곡하며 활동했다. 1968년부터 1976년까지는 슈토크하우젠 앙상블의 멤머로서 정규적으로 연주활동을 했다. 그는 또한 1973년에 창설된 욀도르프 그룹(Oeldorf Group)의 창단 멤버였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는 앙상블 인터콘템포레인()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하는 한편으로 BBC 교향악단의 수석초빙지휘자로 활동했다.


원작자인 토니 쿠스너


쿠스너의 연극은 1991년에 초연되었고 1993년에는 뮤지컬로 만들어져서 브로드웨이에서 선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2003년에는 마이클 니콜라스 감독으로 미니 시리즈 영화로 만들어져서 관심을 끌었다. 알 파치노, 메릴 스트립, 엠마 톰슨, 제프리 라이트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 영화였다. 정치적 주장이 강한 쿠스너는 세기말에 미국이 떠 안았던 가장 골치아프고 심지어는 노이로제에 걸릴것 같았던 문제인 에이즈를 솔직한 안목으로 다루었다. '미국의 천사들'에 등장하는 일부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이다. 에셀 로젠버그(Ethel Rosenberg)는 맥카티 상원의원의 동조자로서 범죄전문 변호사인 로이 콘에 의해 전기의자에 앉게 되었던 사람이다. 당연히 에셀 로젠버그의 혼령이 쿠스너의 연극에 등장한다. 에셀 로젠버그의 혼령은 에트버스의 오페라에도 등장한다. 로이 콘이 에이즈의 번뇌 속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나타난다. 쿠스너는 어찌보면 정치성향의 작가였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천사들'에도 정치적인 견해가 다분히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외트버스의 오페라에서는 쿠스너의 정치노선이 그다지 강조되지 않고 있다. 대신에 심리적인 면을 강조하였다. 예를 들면 불확실한 환상의 상태와 현실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었다. 스토리의 주요인물인 프라이어 월터(Prior Walter)는 에이즈 환자이다. 월터는 에이즈로 얼마 후에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생존을 위해 투쟁하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는 하나의 천사를 만들어냈다. 여자 천사였다. 천사는 월터에게 예언자로서 이 세상을 구원하라고 말해준다. 월터는 환상 중에 천사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그렇지만 여러 천사들 앞에서 예언으로 세상을 구원하라는 명령을 거절한다. 천사들은 당황하고 놀란다. 월터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무섭고 두려운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나보다도 더 힘든 세월을 보낸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들도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 왔습니다. 육신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정신은 살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온 몸은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염증과 질환으로 덮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아이들은 눈동자에 파리가 날아와 알을 낳을 정도로 기막힌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살고 싶어 했습니다. 나도 더 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발터는 하늘 나라에서 구약의 예언서들을 내려 놓고 이 세상으로 돌아온다. 오페라는 파리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대본은 영어로 되어 있다.  노래하는 사람들은 마이크에 가깝게 있기 때문에 가사와 대사를 관중들에게 충분히 전달할수 있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도 소규모였기 때문에(16개 솔로 악기) 공연은 관중들과 아주 밀착되어서 진행될수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프라이어에게 천사가 나타난다.


주요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드라마는 8명의 주인공을 위해 작성되었다. 그런데 각자는 한명 또는 두명의 다른 역할을 맡도록 되어 있다. 1인 2역을 할 때에는 남자가 여자의, 여자가 남자의 역할을 맡도록 했다.

 

- 프라이어 월터(Prior Walter).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게이). 전편을 통하여 다양한 천상의 환상을 경험한다. 처음에는 루이스 아이언손(Louis Ironson)과 데이트한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벨리츠(Belize)라는 이름의 간호사이다.

- 루이스 아이언손(Louis Ironson). 프라이어 월터의 남자친구. 프라이어의 에이즈를 어떻게 할수 없자 어쩔수 없이 프라이어를 내버려둔채 떠난다. 그후 조 피트(Joe Pitt)를 만나 그와 동거한다. 

- 하퍼 피트(Harper Pitt). 몰몬교 가정주부이다. 광장공포증이 있어서 사람이 많은 곳을 두려워한다. 신경안정제를 남용하여서 환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프라이어 월터로부터 어떤 계시를 받은 후에 그는 남편이 게이인 것을 알고 난후에 결혼에 대한 배신감으로 대단한 갈등을 겪는다.

- 조 피트(Joe Pitt). 하퍼의 남편이다. 몰몬교도이지만 대단히 밀폐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실사회에서는 법원 서기이다. 게이 변호사인 로이 콘(Roy Cohn)과는 친구사이이다. 조 피트는 루이스 아이언손과의 동성애를 위해 결국 아내 하퍼를 버린다. 그는 전편을 통하여 섹스의 아이덴티티를 위해 투쟁한다.

- 로이 콘(Roy Cohn). 게이이며 변호사이다. 로이 콘은 실존 인물이다. 에이즈에 걸렸지만 명성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는 간암이라고 말한다.

- 한나 피트(Hannah Pitt). 조 피트의 어머니이다. 뉴욕으로 간 아들 조가 전화통화에서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것을 경험하고서 아들을 찾아 뉴욕으로 간다. 한나는 조가 며느리인 하퍼를 버린 것을 알고 낙담한다.

- 벨리츠(Belize). 프라이어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벨리츠는 프라이어에게 예언자라고 말해준다.



마이너 캐랙터들도 소개한다.

- 랍비 이시도르 헤멜비츠(Rabbi Isidor Hemelwitz). 정통적인 유태교의 랍비로서 파트 1에서 루이스의 할머니의 장례식을 집례한다. 랍비 이시도르는 루이스에게 프라이어와의 관계에 대하여 충고를 해 준다.

- 미스터 라이스(Mr Lies). 하퍼의 상상속의 친구들 중 하나이다. 국제여행사의 직원으로 부드러운 말솜씨의 인물이다.

- 에밀리(Emily). 프라이어를 돌보는 간호사이다. 재치있는 말솜씨가 유별난 여자이다.

- 헨리(Henry). 로이 콘의 담당의사이다. 에이즈 진단을 내린다.  

- 마틴 헬러(Martin Heller). 리건 행정부 법무성의 홍보담당 직원이다. 로이의 오늘이다.

- 에셀 로젠버그(Ethel Rosenberg). 공산당 간첩으로 처형당한 여인의 혼령이다. 에셀 로젠버그는 실존인물이다. 에셀은 로이를 찾아가서 아무런 죄도 없는데 처형당했음을 비난란다.

- 프라이어 1, 프라이어 2(Prior 1, Prior 2). 프라이어 월터의 두 선조들의 혼령이다. 프라이어 1은 13세기 요크셔어 농부로서 우울한 성격이며 프라이어 2는 13세기 영국의 귀족이다. 두 혼령은 천사가 곧 도착하리라는 소식을 전한다.

- 공원의 남자(The Man in the Park). 센트랄 파크에서 게이 창부노릇을 하고 있는 남자이다. 루이가 이 남자와 섹스를 한다.

- 엘라 챕터 수녀(Sister Ella Chapter). 한나의 집을 팔아준 부동산 친구이다.

- 노숙 여인(A Homeless Woman). 한나가 뉴욕에 도착해서 만난 어떤 노숙 여인이다.

- 에스키모(The Eskimo). 하퍼가 남극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으면서 만난 에스키모 친구이다.

- 알렉시 안테딜루비아노비치 프렐라프사리아노프(Aleksii Antefiluvianovich Prelapsarianov). 세상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볼셰비크이다. 파트 2 페레스트로이카의 오프닝에서 세계가 계속 진보를 할 것인지에 대한 연설을 한다.

- 몰몬 가족(Mormon Family). 몰몬 방문자 센터의 디오라마 룸에 전시되어 있는 마네킨 가족이다. 한나와 하퍼가 자원봉사하는 곳이다. 마네킹 아버지는 조를 닮았다. 하퍼가 환상에 빠질 때에는 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네킨 어머니는 하펴의 상상 속에서 살아 있는 인물로 나타나서 하퍼에게 이런 저런 얘기를 해 준다.

- 권품천사들(The Continental Principalities). 프라이어가 하늘나라에서 만난 권품천사들이다. 이들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포기하신 이래 천국과 지구를 모두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들은 유로파(Europa), 아프리카니(Africanii), 오세아니아(Oceania), 아시아티카(Asiatica), 오스트랄리아(Australia), 앤타르시티카(Antarcitica: 남극)이다.


[첫 파트] 밀레니엄이 다가온다. 시기는 1985년 10월부터 이듬해인 1986년 2월까지이다. 장소는 뉴욕이다. 유태인 늙은 여인인 사라 아이언손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다. 유태인 랍비가 사라와 그의 자손들을 위해 축복을 내린다. 사라는 낯선 땅 미국에 와서 갖은 고생 끝에 가족을 일군 여인이었다. 장례식이 끝난후 사라의 손자인 루이스 아이언손은 어떤 사람으로부터 그가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프라이어 월터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는다. 프라이어 월터는 미국에서 오래 전통을 가지고 내려온 와스프(WASP) 가문의 마지막 사람이다. 와스프는 백인 앵글로 색슨 개신교도(White Anglo-Saxon Protestant)를 말한다. 마지막 사람이라는 것은 그가 에이즈에 걸림으로서 더 이상 대를 이을수가 없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루이스는 프라이어의 병세가 악화되어 이제 죽음만을 남겨두고 있게 되자 더 이상 어떻게 손을 쓸수 없어서 루이스를 남겨둔채 자취를 감춘다. 그런 프라이어를 그나마 돌보아 주고 있는 사람은 병원 간호사인 벨리츠이다. 벨리츠는 플라이어를 떠나야 하는 루이스의 자책적인 죄의식과 수많은 변명에 대하여도 이해를 해야했다.



루이스는 법원 서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같은 법원에 몰몬인 조 피트가 근무하고 있다. 루이스와 조는 어느새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러는 중 조는 워싱턴에서 일자리가 있으니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조를 돌보아 주고 있는 변호사인 로이 콘이 자리를 주선해 놓았다는 것이다. 로이 콘은 맥카티시즘에 젖어 있는 변호사이며 알아부는 정치 브로커이다. 매키타시즘이란 1950년대 초반에 미국 상원의원인 조세프 맥카티의 활동을 지지하거나 또는 비판하는 용어이다. 매카티는 공산주의자와 그 동조자로 지목한 사람들을 충분한 근거 없이 비난하고 조사하였다. 그래서 오늘날 매카티시즘은 친공산주의 활동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근거에 입각하여 그런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일반적 행위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조의 부인인 하퍼는 신경안정제에 중독되어 있으며 간혹 환상에 시달리는 상태이다. 하퍼는 남편 조가 워싱턴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얘기하자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퍼는 남편 조가 자기가 그를 사랑하는 것 만큼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조가 하퍼에게 실은 자기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그후로 하퍼는 현실도피적인 방안으로 약에 취하여 지내는 일이 많았으며 그럴 때에는 환각상태에서 환상을 본다. 어떤 날은 오솔길에서 프라이어를 만나 함께 걷는 환상도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하퍼는 지금까지 한번도 프라이어를 만나본 일이 없다. 그런 사람을 꿈에서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남편인 조는 머리가 복잡하여 죽을 지경이다. 워싱턴의 변호사인 로이로부터는 어떻게 되었느냐는 채근이 뒤따르고 있으며 급작스러울 정도로 가까워져서 도저히 떨어질래야 떨어질수 없는 루이스와의 관계도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조의 어머니인 한나는 아들 조의 행동이 자꾸만 탈선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해서 잔소리를 있는대로 퍼붓거나 심지어는 욕설도 서슴치 않아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조는 극히 보수적인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조의 어머니는 아들 조와 하퍼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고 하여 솔트 레이크 시티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아예 뉴욕으로 왔다. 약에 찌든 하퍼는 조와 심하게 다툰 후에 아파트를 나온다. 하퍼는 브루클린의 거리를 방황하면서 마치 남극에 와 있다고 믿는다. 하퍼가 집을 나가자 조와 루이스는 동거하기 시작한다.



한편, 변호사인 로이 콘은 에이즈 말기에 접어 들었으며 얼마 후에는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이는 그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무척 싫었다. 그래서 간암이라고 말한다. 로이는 조를 법무성에서 일할수 있도록 주선해 주기로 한다. 법무성에 연줄을 갖고 있으면 어느때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변호사 업무에 도움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뉴욕의 조가 로이의 제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하자 로이는 일종의 배반감으로 분노하다가 결국은 에이즈 병세가 악화되어 사무실에서 쓰러진다. 사람들이 로이를 병원으로 이송키로 한다. 그러는 중에 에셀 로젠버그(Ethel Rosenberg)의 혼령이 로이의 앞에 나타난다. 에셀 로젠버그는 간첩형의로 재판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 로이가 관여하였다. 로이는 에셀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판사에게 불법적으로 로비하여 결국 에셀은 사형선고를 받은바 있다. 역시 에이즈에 시달리고 있는 프라이어는 이제 천사의 환청을 듣기 시작한다. 천사는 프라이어에게 이제 세상에 내려 갈 것이므로 준비하라고 말한다. 또한 두 혼령이 찾아갈 것인데 그들은 프라이어의 선조들이라는 말도 해 준다. 천사는 프라이어가 예언자라고 알려준다. 프라이어는 이런 환청이 신경쇠약 때문인지 또는 실제인지를 분간하지 못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마침내 프라이어는 천사의 방문을 받는다. 천사는 프라이어 침실의 천정을 부수고 나타나서 '위대한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한다.



[두번째 파트]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페레스트로이카는 러시아어이다. '개혁' 또는 '개선'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는 1985년에 소련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된 고르바초프가 추진한 소련의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분야에서의 개혁 정책을 말한다. 오늘날 페레스트로이카는 '낡은 체제를 고친다'는 뜻으로, 나아가서 '국가 정책의 개혁'이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프라이어의 친구 한 사람이 에이즈로 결국 사망하여 장례식을 치룬다. 장례식에 참석한 프라이어는 이성을 잃은 듯하다. 그는 친구 벨리츠에게 천사를 만났다는 얘기를 한다. 그후 프라이어의 집에 머물고 있는 천사는 프라이어의 부엌에서 신비한 책 한권을 찾아주며 천국에 관한 책이라고 말해 준다. 천사는 프라이어에게 천국은 샌프란시스코처럼 아름다운 도시라고 설명해 준다. 그리고 하나님은 불길과 같은 알레프(Aleph)처럼 생겼으며 천사들의 도움을 받아 우주를 창조하였고 또한 전지전능하신 분이지만 천사 자신들의 마음을 창조하거나 변화시킬 능력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천사들과 지내는 것이 싫증이 나서 인간을 창조하였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이 지상에서 진보하는 일들은 천국에 마치 지진과 같은 충격을 주고 있으며 물리적으로도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여 말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1906년에 샌프란시스코에 대지진이 발생한 날, 하나님은 천국을 버리셨다는 것이다. 천사는 프라이어에게 인류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한다. '움직이지 마라'(stop moving)는 것이다. 만일 인간들이 진보를 중지한다면 천국이 회복될수도 있다는 믿음에서이다. 그런 얘기를 들은 벨리츠는 아무래도 프라이어가 환상에 깊이 빠져서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프라이어는 자기의 병이 물리적인 형태로 나타난 예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천사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국 자기가 죽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 들인다.



변호사 로이는 벨리츠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한다. 로이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로이는 별별 약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다. 로리는 심지어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서 아직 실험중에 있는 AZT라는 약까지 은밀히 구해서 사용했다. 병실에 혼자 외롭게 투병하고 있는 로이는 점점 소외되었다는 생각으로 도무지 마음을 진정하기가 어렵다. 다만, 간혹 옆에는 벨리츠가 있지만 그는 계속해서 이 지경까지 오게한 로이를 비난하며 속상해 할 뿐이다. 그리고 로이가 맥카티시즘 재판에 관여하여서 중형을 받게 한 에셀 로젠버그의 유령이 나타나고 있어서 더욱 괴롭다. 조가 죽음을 앞 둔 로이를 찾아온다. 로이는 조의 후견인으로서 조에게 마지막 축복의 말을 전한다. 그러나 조가 남자와 살기 위해 부인인 하퍼를 떠났다고 고백하자 로이는 그러면 안된다면서 조에게 극도의 분노와 공포의 반응을 보인다. 로이는 조에게 부인에게 돌아갈 것과 다시는 분별없는 짓을 하지 말라고 명령조로 말한다.



프라이어는 아무래도 천사에 대하여 자세히 알고 싶어서 몰몬 방문자 센터를 찾아간다. 프라이어는 이곳에서 한나를 만난다. 몰몬교도인 한나는 조의 어머니이다. 몰몬 방문자 센터에는 뜻밖에도 조의 어머니인 하퍼가 조의 부인인 하퍼를 돌보아 주고 있다. 하퍼는 점차 현실을 받아 들이고 있지만 아직도 깊은 절망에 빠져 있다. 조와 하퍼가 만나자  두 사람은 무언지 모르는 스파크를 받는다. 두 사람은 참으로 기이하게도 환상 중에 조와 루이스를 보았다는 사실을 얘기하며 놀란다. 환상에서 루이스는 그의 행동을 뉘우치며 이제 조로부터 떨어지고자 한다. 그러면서 프라이어의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프라이어는 루이스의 제안을 분노하면서 거절한다. 벨리츠가 루이스에게 조와 로이의 관계를 얘기해 준다. 루이스는 로이가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또한 뇌물도 받아 챙긴다면서 비난한다. 루이스는 조도 업무를 보면서 법원의 판결과 관련해서 분명히 위선적이며 동성애 혐오적인 권고를 했을 것으로 보고 그런 사실들이 있는지를 파헤쳐보기로 한다. 루이스는 조가 착하지만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는 조를 만나 다툰다. 조는 루이스와 다투는 중에 주먹으로 루이스의 얼굴을 때려 큰 상처를 입힌다. 이로써 조와 루이스의 관계는 끝이 난다.



에셀 로젠버그의 혼령이 병상에서 고통받고 있는 로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처음에 에셀은 로이가 자기를 고통으로 몰아 넣은 것을 생각하여 그에게 더욱 고통을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로이가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을 접는다. 로이는 이제 변호사의 자격도 박탈당한 상태이다. 로이는 병실로 찾아온 에셀을 환각 중에 어머니로 착각한다. 그래서 에셀에게 위로해 달라고 간청한다. 에셀은 이디시어로 된 자장가를 불러준다. 로이가 숨을 거둔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아직 숨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로이는 무슨 에너지가 있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자기가 에셀을 속였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는 에셀이 유태인 자장가를 부른 것도 사실을 자기가 그렇게 하도록 꾸민 것이라고 말한다. 로이는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둔다. 로이가 죽고 난후 벨리츠는 프라이어를 생각해서 루이스에게 로이의 병실에 가면 분명히 AZT 약을 숨겨 놓은 것이 있을 것이니 찾아오라고 강요한다. 벨리츠는 루이스에게 병원에 가서는 로이를 위해서 유태인 찬송안 카디쉬( Kaddish)를 낭송해 달라고 부탁한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에셀은 루이스의 찬송과 기도가 잘 진행되도록 인도한다. 이것은 에셀이 로이를 상징적으로 용서한 것을 의미한다.



질투심에서 조를 스토킹하기 시작한 프라이어는 몰몬 방문자 센터를 찾아간 중에 폐렴이 악화되어서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한나가 프라이어를 급히 병원으로 데려간다. 프라이어는 한나에게 환상 중에 천사를 만났다는 얘기를 해 준다. 한나는 그것은 환상이 아니라 실제라고 말하며 몰몬교회에서는 천사가 나타나는 것을 믿는다고 설명해 준다. 프라이어가 병원에 누워있는데 천사가 다시 나타난다. 천사는 프라이어가 하늘로부터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는데 대하여 매우 분노한다. 프라이어는 한나의 어드바이스를 받아서 천사와 씨름을 한다. 마치 야곱이 천사와 씨름을 한 것과 같다. 천사는 후회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열어준다. 프라이어는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서 그곳에 있는 다른 천사들 모두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프라이어는 아무런 진보도 없이 인간성은 멸망할 것이므로 천사들에게 인간의 앞날에 어떤 무서운 전망이 있을지 모르지만 부디 생명을 연장할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프라이어는 병상으로 돌아가서 눕는다. 그러다가 어떤 환상을 보고 깨어난다.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열이 떨어지고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프라이어는 루이스와의 관계를 정비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한편, 하퍼는 조와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하퍼는 유욕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이야기는 1990년에 결말을 본다. 프라이어와 루이스는 아직도 헤어져 지내고 있다. 그러나 루이스는 벨리츠와 함께 프라이어를 돌보기 위해 계속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는 아들 조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조는 프라이어와 친구로서 지내기로 결정한다. 프라이어와 루이스와 벨리츠 그리고 한나는 베데스다 분수의 천사상 앞에 모인다. 이들은 소련의 붕괴에 대하여 토론을 하고 앞날이 어떻게 될지에 대하여도 의견을 교환한다. 프라이어는 베데스다(벳세다) 연못의 전설에 대하여 설명한다. 병든자들을 낫게 하는 연못이라는 내용이다. 프라이어는 마지막으로 결론 삼아서 청중들에게 무슨 수가 있더라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말을 한다. 그리고 '위대한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