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화제의 300편

존 주베르의 '제인 에어' - 300

정준극 2019. 9. 7. 06:07

제인 에어(Jane Eyre)

존 주베르의 2막 오페라

샬로트 브론테 원작


존 주베르


샬로트 브론테의 '제인 에어'(Jane Eyre)가 1847년에 출판되자 이 작품은 연극, 영화, 발레, 오페라 등 다른 여러 예술분야의 창작활동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오페라로서는 지금까지 3편이 만들어졌다. 1997년에 완성되었으나 2016년에 초연된 영국의 존 주베르(John Jubert: 1927-2019)가 작곡한 '제인 에어'가 있고 2000년에 역시 영국의 마이클 버클리(Michael Berkeley: 1948-)가 작곡한 것이 있으며 근자에는 2016년에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뉴욕대학교 교수인 루이스 카친(Louis Karchin: 1951-)이 음악을 붙인 '제인 에어'가 있다. 뮤지컬로도 만들어진 것이 있다. 1995년에 미국의 폴 고든(Paul Gordon)이 작곡한 뮤지컬 '제인 에어'이다. 영화로는 지금까지 10여 편이나 만들어졌다. 1910년에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제인 에어'가 나왔다. 그후 여러 작품이 만들어졌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은 작품들은 1943년에 존 폰테인(Joan Fontaine)이 타이틀 롤을 맡은 작품, 1970년에 수잔나 요크(Susanna York)가 제인의 역을 맡은 작품, 1997년에 사만다 모튼(Samantha Morton)이 주연한 작품, 2011년에 미아 봐시코브스카(Mia Wasikowska)가 새로운 이미지의 제인을 맡은 작품 등이다. 오페라로서는 아무래도 2016년에 초연된 존 주베르의 '제인 에어'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어서 소개코자 한다.


1943년도 영화 '제인 에어'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존 폰테인


존 주베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타운 출신으로 영국에 와서 공부하고 작곡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주베르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작곡했지만 특히 합창곡에 있어서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는 헐(Hull)대학교와 버밍엄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36년간 봉직하다가 1986년 50세도 채 안된 때에 교단으로부터 은퇴하여 작곡에만 전념하였다. 그는 말하자면 대기만성이어서 80대에 들어서서 가장 활발한 작곡활동을 했다. 그가 작곡한 캐롤 Torches(횃불)와 There is No Rose of Such Virtue(), 찬송가인 O Lorde, the Maker Al Things()는 널리 알려진 곡이다. 그는 3편의 교향곡, 4편의 협주곡, 7개의 오페라를 포함하여 160여곡의 작품을 완성하고 2019년 1월 7일 버밍엄 교외의 모슬리라는 마을에서 작고하였으니 향년 92세였다. 그의 오페라 '제인 에어'는 1997년에 완성되었지만 여차여차한 사연으로 거의 20년이 지난 2016년에 초연을 가질수 있었다. 버밍엄의 러도크(Ruddock) 공연예술센터에서였다. 2016년은 마침 샬로트 브론테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며 작곡자인 존 주베르로서는 90세를 한 해 앞둔 뜻깊은 해였다. 존 주베르는 2017년에 90세가 된다. 버밍엄에서의 초연은 SOMM 라벨로 취입되어 음반으로 나왔다. 존 주베르의 90회 생일을 기념하여서 2017년 3월 20일 그의 생일날 발매되었다.


존 주베르의 90회 생일에 발매된 그의 오페라 '제인 에어' 음반 커버

                  

존 주베르의 '제인 에어'는 작곡에서부터 초연까지 거의 20년이란 세월이 걸렸지만 실상 작곡자가 오페라 '제인 에어'를 오페라로 구상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69년이었다. 그때 존 주베르는 연가곡 '에밀리 브론테의 여섯개 시'(Six Poems Of Emly Bronte)를 작곡하면서 브론테 자매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샬로트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대하여도 어쩔수 없이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투명한 아름다움의 오페라 '제인 에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존 주베르는 생전에 160여편의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 '제인 에어'가 최고의 걸작(Magnum opus)이다. 그만큼 공을 들인 작품이다. 존 주베르의 가곡들은 여러 위대한 시인작가들의 작품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것이다. 예를 들면 셰익스피어, 예이츠(Yeats), 토마스 하디, 에밀리 브론테,  D.H. 로렌스, 홉킨스(Hopkins), 로세티(Rossetti), 만델스탐(Mandelstm), 루스 달라스(Ruth Dallas), 체스터튼(Chesterton), 크라셔(rashaw) 등이다. 존 주베르는 이처럼 위대한 시인들의 시들을 가사로 삼아서 가곡들을 작곡했지만 소설을 음악작품으로 만드는 일은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예외적으로 샬로트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에서 영감을 받아 오페라를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초연에서는 소프라노 캐서린 맨리(Katherine Manley)가 타이틀 롤의 이미지를 창조하였으며 바리톤 데이빗 스타우트(David Stout)가 로체스터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대본은 버밍엄대학교에서 존 주베르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획득한 케네스 버킨(Kenneth Birkin)이 맡았다. 그의 학위논문은 '리하르트 슈투라우스의 호프만슈탈 이후 오페라의 대본'에 대한 것이었다. 사족이지만 마이클 버클리가 작곡한 오페라 '제인 에어'의 오리지널 스코어는 어느날 차에서 도난 당하여 찾지 못했다. 마이클 버클리는 기억을 되살려서 새로 만들었지만 오리지널의 것에 비하여 대폭 소형화된 것이었다.


제인 에어를 그린 초상화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2막의 이 오페라는 제인의 어린 시절은 간과하고 어른이 된 제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소솔 속의 어린 시절의 등장인물들은 오페라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 제인 에어(Jane Eyre: S). 소설에서는 해설자(내레이터)로 나온다. 주인공이다. 제인은 나중에 결국 에드워드 로체스트의 두번째 부인이 된다. 아기 때에 고아가 된 제인은 사랑이 없는 어린시절을 보낸다. 그러다가 성년이 되어서 손필드 홀에 있는 집의 가정교사가 된다. 제인은 남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 열정이 있으며 원칙을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자유와 독립에 대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제인은 또한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소설에서 이야기가 시작될 때에 제인의 나이는 열살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본궤도에 오를 때에는 19세 또는 20세였다. 소설의 이야기가 끝날 때에는 제인이 로체스터와 결혼한지 10년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인은 30세쯤이었을 것이다.

- 에드워드 페어팩스 로체스터(Edward Fairfax Rochester: Bar). 손필드 홀의 주인이다. 비장하면서도 낭만적인 바이론식 주인공이다. 얼굴은 검은 편이며 강인하고 근엄한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인다. 그는 소설의 스토리가 시작되기 전에 버사 메이슨과 결혼하였으나 나중에 이혼하고 제인과 결혼한다.

- 레아(Leah: S). 손필드 홀의 가정부이다. 남편 존은 이 저택의 하인이다.

- 블랑셰 인그람(Blanche Ingram: S). 사교계의 주인공인 젊은 여인이다. 로체스터가 제인을 사랑하기 전에 결혼코자 했던 여인이다. 매우 아름답고 재능이 많은 여인이지만 사회적으로 열등한 사람들, 즉 가난한 사람, 신분이 낮은 사람, 무식한 사람을 경멸하는 성격이다. 특히 제인을 경멸하고 무시하기를 즐겨했다. 로체스터는 블랑셰와 그의 어머니가 미치 용병처럼 돈만 아는데 대하여 실망하고 결혼 생각을 접었다.

- 리챠드 메이슨(Richard Mason: T). 서인도 제도에서 돌아와 손필드 홀에 정착한 영국인이다.  그의 출현이 로체스터에게는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리챠드는 로체스터의 첫번째 부인인 버사 메이슨의 남동생이었다. 버사는 아직도 로체스터 저택의 다락방에 살고 있는데 리챠드가 자주 드나드며 돌보아주고 있다. 리챠드는 로체스터와 제인이 결혼식장에 나타나서 두 사람의 결혼이 중혼이라면서 소동을 피기도 했다.

- 로버트 리븐(Robert Leaven: Bar). 게이츠헤드의 마부이다. 제인에게 방탕한 존 리드(John Reed)가 죽었다는 소식을 가져온 사람이다. 그 소식을 들은 미세스 리드는 심장마비를 일으켜 쓰러져 눕는다. 로바트 리븐은 미세스 리드가 죽기 전에 제인을 꼭 한번 만나고 싶다는 말도 전한다. 존 리드는 제인의 사촌오빠로서 어릴 때에 제인을 무던히도 못살게 굴었던 남자이다. 존 리드는 커서 알콜 중독자가 되었고 또한 도박에 빠져서 한때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 사라(Mr Sarah Reed: Ms). 결혼전 이름은 Gibson 이었다. 제인의 이모이다. 사라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언으로 어린 제인을 양녀로 받아들이라고 해서 마지못해 그렇게 했다. 아무튼 마지못해 양녀로 받아들였다고해도 사라는 제인을 불쌍히 여겨서 어떤 때에는 자기 아이들보다 더 보살펴 주었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에서 제인을 싫어하여서 화를 내고 심지어는 학대히기 시작한다. 사라는 제인이 공부를 하기 위해 브로클허스트 로우드 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교장인 브로클허스트에게 제인이 아주 거짓말을 잘하는 아이이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제인과 브로클허스트의 친밀한 관계를 끊을 의도에서였다. 사라에게는 세 자녀가 있었다. 존, 엘라이자, 조지아나이다.

- 브로클허스트(Mr Brocklehst: Bar). 성직자로서 로우드 학교의 교장이며 재무담당이다. 그러한 사람인데 나중에 그가 학생들을 학대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전통주의 성직자인 그는 대단히 평범하고 때로는 일부러 힘들게 살며 가능한한 연단하는 생활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그건 위선이었다. 한가지 예로 사치를 즐겨했다. 검소하게 산다고 하면서도 부인과 딸들은 구하기도 힘든 값비싼 비단 드레스를 입고 다녔다.

- 알리스 페어팩스(Mrs Alice Fairfax: Ms). 오페라에서는 한나의 역할도 함께 맡는다. 손필드 홀의 나이 많은 가정부이다. 사람들에게, 특히 제인에게 친절했다. 로체스트 집안과 먼 친척이 된다.

- 세인트 존 리버스(St John Eyre Rivers: T). 핸섬한 그러면서도 근엄하고 신중한 성직자이다. 제인에게 호감을 가져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서로 사촌간인 것을 알게 된다. 세인트 존은 실용적인 성격지만 모든 인간적인 열정과 감정을 철저하게 억누르는 성격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아름답고 명랑한 로사몬드 올리버를 사랑한다. 부유한 로사몬드이기 때문에 자기의 선교 사업에 큰 도움이 될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세인트 존은 제인에게 결혼하여 인도 선교여행에 조력자로서 동행하기를 바란다.



벨파스트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무대


샬로트 브론테의 원작에는 제인 에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본을 맡은 케네스 버킨은 제인의 게이츠헤드와 로우드 시절은 건너 뛰고 어른이 된 제인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두었다. 즉, 제인과 로체스터, 그리고 세인트 존 리버스와의 로맨틱한 사건에 중점을 두었다. 오페라 '제인 에어'는 전 2막이며 각 막은 3개 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은 제인이 로우드(Lowood)를 떠나서 손필드(Thornfield)로 여행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제인은 손필드에서 가정교사로 일한다. 2장과 3장은 연결된 것으로서 버사 메이슨(Bertha Mason)이 로체스터를 살해하기 위해 그가 잠자고 있는 침대에 불을 놓는 장면이 하일라이트를 이루도록 했다. 한편 1막에서는 체스터와 제인이 정원에서 서로의 사랑을 선언하는 장면도 감동을 준다. 2막은 제인과 로체스터의 결혼식이 버사의 오빠에 의해 방해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실은 그로부터 1년 전에 제인은 여러 사정으로 손필드를 떠나 피신할수 밖에 없었고 화이트크로스에 있는 세인트 존 리버스의  오두막집에서 지내야 했던 장면도 나온다. 세인트 존 리버스는 인도에 선교사로 가게 된다. 그는 제인에게 결혼하여 함께 인도로 가서 선교 사업을 하자고 설득을 거듭하였으나 제인은 많은 고민 끝에 인도에 가는 것을 단념한다. 특히 제인이 밤중에 잠자리에 들면 허공에서 로체스터가 '제인, 제인, 제인'이라고 간절하게 부르는 외침이 들려서 제인의 마음을 혼랍스럽게 만들었고 결국 로체스터를 잊지 못하여 세인트 존 리버스의 청혼을 거절하였다. 제인은 마침내 손필드로 돌아오며 눈이 멀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로체스터를 다시 만나 결혼하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손필드 홀에서의 즐거운 시간


오페라에서는 제인이 리드(Reed)의 가족들, 특히 미스터 브로클허스트(Mr Brocklehurst)와 블랑셰 인그람(Blanche Ingram)으로부터 정신직으로나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은 사실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제인의 겪은 고통에 대하여는 모르는 형편이다. 그리고 오페라에서는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여러 명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제인의 어릴 때 친구인 헬렌(Helen), 음흉하고 비밀스런 그레이스 풀(Grace Poole) 등이다. 두려움을 주는 레드 룸 장면이 나오지 않는 것은 유감일수 있지만 대신에 버사가 한밤중에 로체스터의 침실에 들어가는 장면, 제인의 결혼식에 버사의 오빠가 나타나서 훼방을 하는 장면 등 극도록 긴장된 장면들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서 원작보다도 더 긴장감을 조성했다는 평을 받았다. 결혼식 장면은 오페라의 관례로 본다면 사랑하는 두 사람의 듀엣, 또는 간단한 독백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오페라에서는 오케스트라의 소란한 연주로서 오히려 불행한 예감을 고조시켜 주었던 것이다. 즉, 관악기와 팀파니가 결혼식이 거행되는 것을 알리는 힘찬 연주를 하지만 어딘가 모호하고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적인 파트는 브리튼 스타일이라는 얘기이다. 브리튼의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에서 스왤로우가 그라임스를 도크로 불러서 거센 음성으로 그라임스를 비난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영국 요크 국립극장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로우드에서의 제인


오프닝 장면은 브리튼의 '턴 오브 더 스크류'(The Turn of the Screw)에서 가정교사가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그렇지만 부드럽게 말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가정교사로서 열성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보이는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오페라에서 제인역을 맡은 소프라노는 강력한 음성으로 노래를 부른다. 제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정신을 내보이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정원 장면에서도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이 부드럽게 상냥하게 표현되고 있어서 감동을 준다. 목관의 흥얼기리는 듯한 연주는 사랑의 저녁이 여름날 저녁임을 느끼게 해준다. 제인과 세인트 존 리버스의 듀엣은 내용이야 어떻든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세인트 존 리버스가 제인에게 인도에 함께 가야 한다고 설득하는 장면의 음악은 무언가 강력하게 독촉하는 듯한 느낌의 것이다. 제인의 마음이 잠시 인도로 향해 있을 때에 멀리서 로체스터의 음성이 들린다. 제인을 부르는 소리이다. 혼이 두 사람의 과거 사랑을 회상케 해준다.


BBC 방영의 '제인 에어'에서 타이틀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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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소설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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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인 에어'는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보다도 실은 기독교적인 도덕성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제인 에어'가 시대를 앞지른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것은 여성으로서 제인의 독립적이며 자유적인 사상이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며 또한 사회 계층간의 문제, 섹스 문제, 종교문제, 사회약자로서의 여성문제 등이 당시로서는 의외의 새로운 토픽으로 등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영국 북부의 어느 지역이다. 시기는 조지 3세(1760-1820) 시대이다. 전체 이야기는 다섯 시기로 구분되고있다. 첫째는 게이츠헤드 홀에서 지낸 제인의 어린시절이다. 이모와 사촌들로부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고 지낸 시기이다. 두번째는 로우드 학교에 다니던 시기이다. 친구들을 사귀고 인기학생으로 지내던 시기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궁핍하게 살던 시기이다. 셋째는 손필드 홀에서 가정교사를 하며 지낸 시기이다. 이 시기에 제인은 이상한 매력을 가진 주인인 에드워드 페어팩스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진다. 넷째 시기는 무어 하우스에서 보낸 시기이다. 이 시기에 제인은 진실하지만 차가운 성격의 세인트 존 리버스를 만나며 그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그는 제인에게 인도에 가서 함께 선교활동을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 마지막 시기는 사랑하는 로체스터를 다시 만나 마침내 결혼하게 되는 시기이다. 소설은 이러한 여러 단계와 시기를 통해서 사회문제, 신분문제, 인권문제 등을 제기하고 있다.


제인과 로체스터


제인은 6년 동안 로우드학교의 학생이었으며 졸업 후에는 2년 동안 이 학교의 교사로 지낸다. 그러한 제인은 로우드에서의 생활이 단조롭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여 새로운 삶은 추구하기 위해 떠나기로 결심한다. 더구나 제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미스 템플이 결혼해서 로우드를 떠나자 자기도 떠나야겠다는 제인의 마음은 더욱 굳어진다. 제인은 이곳저곳에 가정교사 자리를 원한다는 광고를 낸다. 제인의 광고를 보고 손필드 홀(Thornfield Hall)의 가정부인 알리스 페어팩스가 제인에게 답장을 보낸다. 제인은 손필드 홀의 가정교사가 되어 어린 프랑스 소녀인 아델레 바렝(Adèle Varens)의 가정교사가 된다. 어느날 저녁, 제인이 근처 마을로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말을 탄 사람이 지나간다. 그런데 말이 얼음 바닥을 가다가 미끌어지면서 넘어지고 그래서 말에 탄 사람이 내동이쳐 진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제인이 급히 달려가서 그 사람을 부축해서 말에 올라타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제인의 도움을 별로 내키지 아니하고 무뚝뚝하다. 손필드에 돌아온 제인은 그 사람이 바로 제인이 머물고 있는 저택의 주인인 에드워드 로체스터인 것을 알게 된다. 아델레는 아델레의 어머니가 어린 아델레를 돌보지 않겠다고 해서 로체스터가 돌보아주고 있는 것이다. 아델레가 로체스터의 딸인지 아닌지는 당장 알수 없었다.


제인에게 청혼하는 로체스터. 루이 카친의 '제인 에어'에서


그후 제인은 처음으로 로체스터를 만난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놀리는 듯한 말을 한다. 지난번에 말을 타고 갔을 때에 제인이 말에게 마법을 걸어서 자기가 말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다. 제인은 로체스터의 행동이 이상하고 말하는 것도 거만하지만 그런 것들에 태연이 대처할수 있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이상하게 서로 끌려서 가까워진다. 두 사람은 이브닝이면 얘기를 나누며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상한 일이 집안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상한 웃음 소리가 들리지를 않나 로체스터의 방에서 갑자기 불이 나지 않나 등등이다. 로체스터의 방에서 불이 났을 때는 마침 제인이 불길을 보고 물을 가져다가 로체스터에게 부어서 위기를 모면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또 있다. 로체스터 저택에 손님으로 머물고 있는 메이슨이라고 하는 사람이 느닷없이 로체스터씨를 공격한 일도 있었다. 제인이 로체스터를 불길에서 구해 주자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마음을 다하여서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날 밤 제인은 로체스터에 대하여 이상한 사모의 감정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다음날 로체스터는 먼 곳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가하기 위해 급히 말을 타고 떠난다. 며칠 후에 로체스터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온다. 아름답고 재능이 많은 블랑셰 잉그람도 함께 온다. 제인은 로체스터와 블랑셰가 서로 호의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질투하는 마음이 생긴다. 특히 블랑셰의 거만하고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을 보고서는 어째서 로체스터가 저런 여자를 좋아 할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한 때에 제인은 게이츠헤드에 있는 미세스 리드(Mrs Reed)가 심장마비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므로 제인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전갈을 받는다. 제인은 게이츠헤드로 돌아가서 이제 얼마 살지 못할 이모인 미세스 리드를 돌보느라고 한달 정도를 머문다. 미세스 리드는 지난 날 제인에게 잘못 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인의 삼촌인 존 에어가 보낸 편지를 보여준다. 삼촌은 제인을 데리고 살겠으며 자기의 상속자로 삼겠다고 제안했지만 미세스 리드가 그런 내용을 제인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삼촌인 존 에어에게 제인은 열병에 걸려서 로우드에서 죽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세스 리드는 그런 말을 하고 난후 숨을 거둔다. 제인은 사촌들과 함께 이모인 미세스 리드의 장례식을 치룬다. 그리고 손필드로 돌아간다. 손필드에 돌아온 제인은 로체스터가 블랑셰 잉그람과 곧 결혼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제인은 그 소식에 공연히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던중 한여름의 어느 저녁에 로체스타가 제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얘기를 한다. 로체스터는 결혼을 할 생각이었지만 어쩐지 계속 제인을 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인을 보고 어떻게 자기를 그렇게 빨리 잊을수 있느냐고 섭섭하다는 듯이 말한다. 로체스터는 제인이 분명히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결혼하자고 정식으로 말한다. 제인은 처음에는 그의 진실성이 의심되어서 당장 대답을 하지 못하지만 마침내 그의 청혼을 받아 들인다. 제인은 삼촌인 존에게 편지를 보내어 이 행복한 소식을 전한다.


벨파스트 그랜드 오페라 하우스


제인을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가 제인의 방에 몰래 들어와서 제인의 웨딩 베일(면사포)을 찢어 놓은 일이 발생했다. 로체스터는 그 사건을 하녀 중의 하나인 그레이스 풀(Grac Poole)의 짓이라고 단정하고 그를 대단히 꾸짖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사건이 터졌다.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중에 그 집에 손님으로 와서 머물고 있는 메이슨이 변호사를 데리고 나타나서 '로체스터는 결혼할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메니슨의 여동생인 버사(Bertha)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혼죄에 해당한다'고 소리치는 일이 생겼다. 로체스터는 혼란스러워하는 하객들에게 '메이스의 말은 맞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가 돈 때문에 그 여자자, 즉 버사 메이슨과의 결혼을 교묘하게 꾸민 것이며 나의 의사는 절대로 아니었다'라고 설명한다. 로체스터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일단 결혼을 하고 나서보니 버사는 선청성 정신착란증에 걸려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병세는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사를 손필드의 어느 방에 가두어 놓을수 밖에 없었으며 간호사인 그레이스 풀을 고용해서 돌보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레이스가 술을 마시고 취해 있으면 버사는 방을 빠져나와서 손필드의 이곳저곳에서 이상한 행동들을 해왔다는 것이다. 결혼식은 소란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브루클린 현대오페라 센터


제인은 삼촌인 존 에어에게 편지를 보내어 결혼식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존 에어는 버사의 오빠인 메이슨과 친구 사이이다. 결혼식이 중단된 후 메이슨은 존 에어를 찾아간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지 로체스터와 제인의 결혼이 없던 것이 되도록 해 달라고 부탁한다. 어쨋든 로체스터는 버사 메이슨과 정식으로 결혼하였고 두 사람은 부부 사이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로체스터는 제인과의 결혼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그대로 헤어질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비록 결혼을 할수 없지만 둘이서 저 프랑스 남쪽으로 가서 남편과 아내로서 함께 살자고 요청한다. 제인은 그 말에 솔깃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의 가치관과 신앙으로 볼때 그런 일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제인은 로체스터를 사랑하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할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인은 한밤 중에 홀로 손필드를 떠난다. 제인은 그동안 조금씩 모아 두었던 돈을 여비로 삼아 마차를 타고 손필드로부터 되도록이면 멀리 떠나고자 한다. 제인은 잘못해서 짐을 마차에 두고 내린다. 이제 제인의 수중에는 아무것도 없다. 제인은 마차 정류장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제인은 배가 고파서 가지고 있는 장갑과 손수건을 주고 먹을 것을 바꾸려 했지만 그런 것은 가치가 없어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다. 지치고 배고픈 제인은 아무 집이나 두드려 먹을 것을 얻으려 한다. 다이아나와 메리 리버스의 집을 두드렸지만 가정부가 나와서 문도 열어 주지 않고 가라고 쫓는다. 제인은 이러다가는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현관의 계단에 쓰러진다. 마침 다이아나와 메리의 오빠로서 목사님인 세인트 존 리버스가 제인을 구해준다. 며칠후 제인의 건강이 회복되자 세인트 존은 제인에게 근처 마을의 학교의 교사 자리를 주선해 준다. 제인은 다이아나와 메리 리바스와 친하게 지내지만 세인트 존은 멀리 떨어져서 냉담하다.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


다이아나와 메리가 가정교사 자리를 얻어서 집을 떠난다. 세인트 존과 제인은 어찌어찌하여 가까워진다. 세인트 존은 제인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제인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제인에게 제인의 삼촌인 존 에어가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유일한 조카 딸인 제인에게 전재산을 상속했지만 아직 제인을 찾이 못하고 있다는 놀라운 얘기를 해 준다. 제인에게 상속된 재산은 2만 파운드나 된다. 이 돈을 현재(2019년)의 가치로 환산하여 180만 달러, 즉 약 20억원이 된다. 제인이 세인트 존에게 계속 물어보니까 세인트 존은 그제서야 제인의 삼촌인 존 에어가 그와 그의 여동생들의 삼촌이 되기도 한다고 밝힌다. 그래서 예전에 존 에어 삼촌에게 자기과 두 여동생도 재산 상속인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사전에 만들어진 유언장에 의해 아무것도 상속을 받지 못했으며 정작 전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은 제인이라는 설명이다. 제인은 우선 자기에게도 살아 있는 사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기뻐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상속 받을 재산을 사촌들과도 똑같이 나누겠다고 말한다. 이어 다이아나와 메리에게 무어 하우스로 돌아와서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존 케어드(John Caird) 작곡의 뮤지컬 '제인 에어'에서 제인(첼시 르밸리)과 로체스터(루이스 합슨)

     

세인트 존은 인도로 선교 활동을 하러 갈 계정이다. 세인트 존은 제인의 신앙심이 남다른 것을 알고 산교의 동역자로서 적합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제인에게 결혼해서 인도로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세인트 존으로서는 사랑에 의한 결혼이라기 보다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결혼이다. 제인은 처음에는 수락할 생각이었지만 그러나 다시 깊이 생각한 끝에 결혼은 어렵고 오빠와 동생으로서 선교여행을 갈수 있다고 제안한다. 제인이 세인트 존과의 결혼에 대하여 주저하는 생각이 점점 깊어질 때에 어디선가 로체스터가 제인의 이름을 부르는 신비스런 소리를 듣는다. 제인은 로체스터를 만나야 겠다는 생각뿐이다. 제인은 손필드로 떠난다. 하지만 손필드의 저택은 잿더미가 되어 있다. 로체스터의 부인이 집에 불을 지르고 지붕에서 뛰어 내려 자살했다는 것이다. 로체스터는 부인을 구하려고 애쓰다가 한쪽 팔을 못쓰게 되었고 그보다도 두 눈을 심하게 다쳐서 앞을 못보게 되었다. 제인은 로체스터와 다시 만난다. 로체스터는 제인이 자기의 모습을 보고 거부감을 가질 것 같아서 두려워한다. 로체스터는 제인에게 '내가 보기 흉하지요?'라고 묻는다. 제인은 '네 그래요 하지만 옛날 그대로예요. 아시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제인은 로체스터에게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 준다. 그리고 앞으로 절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로체스터가 제인에게 다시 청혼한다. 두 사람은 결혼한다. 얼마후 로체스터는 두 사람 사리에서 새로 태어난 아기를 충분히 볼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된다.


샬로트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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