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더 알기/잘츠캄머구트

할슈타트의 유골의 집

정준극 2020. 3. 10. 20:01

할슈타트의 유골의 집(Beinhaus) - Charnel House - Hallsatt Ossuary - Karner Haus


성미하엘교회 지하의 납골당(바인하우스). 예배처를 겸하고 있다.


할슈타트를 방문한 사람은 대개가 '유골의 집'(Beinhaus: Bone House)이라고 불리는 성미하엘교회의 지하 납골당을 찾는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아름다운 해골들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정리되어 있는 해골의 윗부분에는 꽃, 나뭇닢, 십자가가 그려져 있다. 남자 해골에는 아이비(담장이 넝쿨)나 참나무의 잎이, 여자 해골에는 장미 또는 화환이 그려져 있다. 그림들은 여러 색채를 사용한 것이어서 컬러풀하다. '유골의 집'은 독일어로 카르너(Karner)라고 한다. 원래 육류저장고를 말하지만 납골당이란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이다. 영어로는 오수아리(Ossuary)라고도 한다. 원래 이말은 주로 고대인이 유골을 모아 놓은 동굴 또는 지하실을 의미한다. 오스트리아에는 이런 바인하우스, 즉 '유골의 집'이 여러 군데 있지만 할슈타트의 '유골의 집'이 해골에 그려진 그림으로 특별한 관심을 갖게 해 준다. 카르너에 유골을 보관하는 것은 동부 알프스에서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산악지대여서 평지가 부족한 이 지역에서는 교회에 묘지가 있다고 하지만 포화상태가 되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이미 매장되어 있는 시신을 파내어 유골만 수습하여 교회 지하의 카르너에 보관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멀리는 5백여년 전의 것을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풍습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할슈타트의 성미하엘교회. 교회묘지는 이미 포화상태


성미하엘교회는 12세기부터 그 자리에 있는 교회이다. 비탈에 세워진 교회이므로 평지의 여유가 없다. 그래서 묘지도 협소했던 것이다.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성미하엘교회의 묘지에서 내려다 보는 할슈타트의 산하의 경치는 다른 어느 곳에서 보는 것보다 그야말로 절경이라고 한다. 비라도 오는 날에 호수와 산을 바라보면 이것이 과연 동양화의 한폭인지 또는 실제의 자연인지 도무지 구별이 서지 않는 다고 한다. 묘지 안쪽의 벽이 있는 코너가 바로 그 장소라고 한다. 성미하엘교회의 뒷편에는 할슈타트 교구교회가 서 있다. 성미하엘교회보다 나중에 세워진 것이다. 교구교회는 할슈타트 마을 어디서든지 보이는 랜드마크이다. 교구교회와 성미하엘교회는 서로 인접해 있다보니 누가 누구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건 그렇고, 오늘날 할슈타트의 '유골의 집'에 있는 두개골들은 고고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두개골 특성의 유전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는 것이다. 영화 '25시'를 보면 나치가 아리안족의 순수성을 입증하려고 두개골학을 연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튼 유럽에서는 두개골 연구를 통한 인류학 내지 유전학 연구가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이 그처럼 각광을 받게 된 것은 다행하게도 대부분 두개골에는 그 사람의 이력이 간단하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이름과 생년월일과 결혼일, 그리고 사망년월일 등이 기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두개골이 묘비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한 기록은 17세기 이후의 두개골에서부터 있는 것이지만 그것으로도 학문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기야 당시 교회에서는 주민들의 출생, 결혼, 사망에 대한 기록을 꼼꼼히 해두었기 때문에 나중에 유골을 정리할 때에 두개골에 그런 사항들을 기입해 놓을수 있었던 것이다.


할슈타트 바인하우스의 두개골들. 성명과 기탄 신상이 기록되어 있어서 학문적으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유골의 집'에는 약 7백개의 그림이 그려지 두개골들이 있다. 지하 납골당 벽면의 나무선반에 놓여 있다. 그림이나 글씨가 그려저 있지 않은 두개골도 5백여개나 된다. 한쪽 구석에 쌓여 있다. 나무선반의 아래에는 마치 벽난로에 쓸 통나무처럼 뼈들을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팔뼈, 다리뼈 등이다. 물론 이 뼈들에는 아무런 기록도 되어 있지 않다. 납골당에는 예배를 위한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제단에는 십자가상의 그리스도의 형상이 모셔져 있다. 그런데 십자가 바로 밑에 있는 두개의 해골에는 뱀이 두개골의 눈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림은 누가 그렸는가? 대체로 가족들의 요청에 의해 묘직이가 그렸다고 한다. 여자 두개골에는 화환이나 장미꽃을, 남자 두개골에는 참나무나 아이비의 잎을 그려 넣었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때로는 남자의 두개골에도 꽃을 그려 넣은 경우가 있다. 두개골들은 가족 단위로 한데 모아 정리되어 있다. 그 가족들은 아직도 할슈타트에 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유골의 집'에서는 빈부귀천에 관계없이 가족 단위로 진열되어 잇는 것이 일반적이다.  


십자가상의 그리스도 형상 아래에 있는 두 개의 두개골에는 뱀이 그려져 있다. 사진에서 왼쪽에 있는 두개골이 그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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