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세계/유월절의 모든 것

유월절 음식이 뭐길래?

정준극 2020. 4. 1. 23:06

유월절 음식이 뭐길래?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잡수신 이야기는 복음서의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다. 마태복음에는 26장 17절 이하에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록된바 '17 무교절의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유월절 음식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이다. 마태복음에는 무교절의 첫날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잡수신 것으로되어 있다. 이론적으로 무교절은 유월절 다음날이다. 애급에서 장자가 죽는 재앙을 피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음날 바로의 허락을 받아 마침내 애급을 떠나 가나안 복지로 향한다. 이들은 급히 떠나는 바람에 떡을 만들 때에 이스트(효소)를 넣을 여유가 없어서 이스트를 넣지 않고 빵을 만들었다. 그런 사실을 기념하는 것이 무교절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급을 떠나기 바로 전날 하나님께서 장자를 죽이는 열번째 재앙을 내리셨고 어린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백성들의 집은 재앙에서 뛰어 넘아가게 한 바로 그날을 말한다. 무교절에는 관례에 따라 무교병(無酵餠), 즉 효소를 넣지 않은 빵과 쓴 나물을 먹는다.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말자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서 유월절에는 애급에서의 재앙을 피할수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하는 의미에서 잔치 음식을 먹었을 것이고 무교절에는 관례대로 무교병을 먹으면서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유대인들이 유월절과 무교절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축제로서 지킨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성경말슴이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유월절 만찬. 즉 최후의 만찬. 떡과 포도주 이외에 어린 양 등 몇가지 음식이 있음을 알수 알수 있다.


어릴 때부터 유대교의 신앙생활을 했던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무교절의 음식을 잡수셨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성경 구절을 보면 '유월절 음식 잡수실 것을 우리가 어디서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라는 구절이 있다. 그것을 보면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잡수실 것으로 계획했음을 알수 있다. 그 다음 구절에도 그 점이 분명하게 설명되어 있다. 즉, '18 이르시된 성안 아무에게 가서 이르되 선생님 말씀이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 하시더라 하라 하시니'라고 되어 있다. 실상 많은 학자들은 이 구절을 대단한 미스테리로 생각하고 있다. 성 안이라고 하면 어느 성을 말하는 것인가? 성안에서 아무에게 가서 말하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아무나 붙잡고 선생님이 유월절을 네 집에서 지키겠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아무 말없이 자기 집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을 안내하여 유월절 음식을 대접하였다는 것인데 그것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또 예수께서는 성안의 아무나에게 '내 때가 가까이 왔으니'라고 말하면 된다고 하였는데 도대체 그 아무나가 주님의 때가 가까이 왔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점도 신비스럽기가 이를데 없다.  마태복음 26장 2절에는 '너희가 아는 바와 같이 이틀이 지나면 유월절이라 인자가 십자가에 못박히기 위하여 팔리리라 하시더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므로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날이 바로 유월절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십자강 상의 그리스도


마가복음에는 14장에 유월절 저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2절에 '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여짜오되 우리가 어디로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게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하매'라고 되어 있다. 이로 미루어 보다 유월절과 무교절은 같은 절기이며 그 첫날에는 양을 잡아 음식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수 있다.


누가복음에는 22장에 예수께서 유월절을 지키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1절에는 유월절이라 하는 무교절이 다가오매'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는 유월절과 무교절이 같은 날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유월절이 시작되는 날의 다음날이 무교절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두 절기를 하나의 절기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계속하여 15절에는 '이르시된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라고 되어 있다. 분명히 유월절 음식을 먹는 것으로 이해할수 있다. 그리고 제자들과 3년을 함께 지내셨지만 유월절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듯 싶다. 왜냐하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라는 기록으로 보아 이번 유월절 저녁이 제자들과 함께 처음 갖는 것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요한복음에는 13장에 유월절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1절에는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유월절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후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하신 것은, 즉 '최후의 만찬'을 가진 것은 유월절 음식을 잡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한복음에는 그 다음부터 유월절 만찬을 가졌다는 얘기는 없고 대신에 '저녁 먹는 중에', '저녁 잡수시던 자리에서 일어나' 등등 일반 '저녁'으로 표현하였다.


그리스도의 수난. 로마 병사와 유대인들이 예수를 기둥에 매어 놓고 채찍질과 매질을 하고 있다.


복음서 이외에는 고린도 전서 11장에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23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24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된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25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라고 되어 있다.


떡을 떼어 주시는 예수님


어쨋거나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잡수셨다면 또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관례적으로 유태인들의 유월절 음식은 일정한 기준에 의한 여러가지이다. 유월절 음식을 세더'(Seder)라고 한다. 대체로 여섯가지 음식이 준비되어야 한다. '세더'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유월절의 첫날 저녁을 말한다. 신실한 정통 유대인이 아닌 일반 유대인들은 유월절의 첫날이라고 하는 '세더'만이 실질적으로 유월절을 축하하는 날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세더'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질서' 또는 '순서'라는 뜻이다. 유월절 첫날 저녁을 어떤 순서로 진행하느냐는 뜻이다. 그것이 발전되어서 지금은 '유월절 음식'을 말하는 단어가 되었다. 대체로 세더는 일곱가지 행사로 구성된다. 그리고 유월절 음식은 여섯가지를 대표적으로 준비한다. 그런데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잡수셨다면 여섯 가지 음식을 잡수셨다는 얘기다. 하지만 성경에는 다만 포도주와 빵(또는 떡)만을 나누어 잡수신 것으로 되어 있다. 빵은 한번 떼어서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셨고 포도주는 빵을 먹기 전과 먹고 난 다음에 나누어 마신 것으로 되어 있다. 유월절에 포도주를 마시는 관례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설명키로 하고 여기서는 유월절 음식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코자 한다.


유대인들의 유월절 만찬. 즐겁게 찬양도 한다.

               

유월절 세더 음식은 여섯 가지이다. 혹은 다섯가지를 준비하기도 한다. 마로르(Maror)와 챠제렛(Chazeret) 중에서 하나를 준비하여 다섯가지가 된다. 순서는 없다.


하나는 마로르(Maror)라는 것이다. 쓴 나물이다. 히브리 백성들이 애급에서 쓰라리고 거친 노예생활을 했던 것을 상징한다. 아슈케나지 전통에 따르면 신선한 로메인 상추(Romain lettuce) 또는 치커리의 일종인 꽃상추(Endives) 또는 호스레디쉬(Horseradish)라고 하는 양고추냉이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로메인 상추와 꽃상추는 모두 로마의 침략으로 인한 쓰라린 고통을 상징한다. 마로르 등 쓴 나물을 먹는 것은 출애급기 12장 8절의 말씀에 근거한다. 기록된바, '그 밤에 그 고기를 불에 구워 무교병과 쓴 나물과 아울러 먹되'이다. 또한 민수기 9장 11절에도 이에 관한 구절이 있다. 기록된바, '둘째 달 열넷째 날 해 질 때에 그것을 지켜서 어린 양에 무교병과 쓴 나물을 아울러 먹을 것이요'이다. 그런데 어떤 기록에는 쓴 나물, 즉 마로르에 대한 기록이 없어서 이상의 출애급기 12장의 말씀과 민수기 9장의 말씀과 구별이 된다. 다른 기록에는 마쪼(Matzo 또는 마짜), 즉 유월절의 저녁에 무교병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의무사항이지만 쓴 나물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것과 대조된다. 출애급기 12장 18절을 보면 '첫째 달 그 달 열나흘 날 저녁부터 이십일일 저녁까지 너희는 무교병을 먹을 것이요'라고 되어 있고 신명기 16장 8절을 보면 '너는 엿새 동안은 무교병을 먹고 일곱째 날에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성회로 모이고 일하지 말지니라'라고 되어 있다. 마로르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의 마르(Mar)에서 비롯된 것인데 '쓰다'는 뜻이다. 영어의 몰약(Myrrh)이라는 단어도 마로르와 관련이 있다.


매운 맛의 호스래디쉬


마로르와는 별도로 또는 마로르 대신에 준비하는 음식이 챠제렛(Chazeret)이다. 챠제렛은 로메인 상추이다. 로마인들이 즐겨 먹언 상추라하여 로메인이란 이름이 붙은 상추이다. 챠제렛의 맛은 쌉쌀하다. 챠제렛은 샌드위치나 시저 살라드를 만들 때에 자주 사용한다. 샌드위치는 마짜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코레크(Korech) 샌드위치라고 부른다.


다음은 챠로셋(Charoset)이다. 달고 어둔 색깔의 페이스트 또는 잼이다. 피넛 버터는 땅콩만으로 만든 것이지만 챠로셋은 여러 과일과 견과류 등을 혼합하여 만든다. 챠로셋의 어두운 색깔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급에서 노예생활을 할 때에 만든 벽돌을 연상케 한다. 벽돌은 모르타르(회반죽)나 진흙으로 만들었다. 챠로셋이란 단어는 히브리어의 체레세(Cherese)에서 가져왔다. 진흙이란 뜻이다. 유월절 만찬에서는 챠로셋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샌드위치는 식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스켓처럼 생긴 마쪼(또는 마짜)로 만든다. 마쪼는 이스트를 넣지 않고 만든 비스켓 또는 빵이다. 샌드위치를 만들 때에는 일반적으로 챠로셋에 마로르를 넣어서 만든다. 챠로셋을 마쪼 샌드위치에 발라서 먹지 않고 그냥 먹기도 한다. 출애급기 1장 14절을 보면 '어려운 노동으로 그들의 생활을 괴롭게 하니 흙 이기기와 벽돌 굽기와 농사의 여러가지 일이라 그 시키는 일이 모두 엄하였더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챠로셋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동구의 유대인들인 아슈케나지 가정에서는 챠로셋을 주로 사과로 만든다. 여기에 호두와 같은 견과류, 시나몬, 단 포도주를 섞기도 한다. 그러나 스페인, 포르투갈의 유대인들인 스파르디(Sphardi) 가정에서는 지중해 과일들, 예를 들어 무화과와 대추야자를 기조로 삼아 만든다. 스파르디 유대인들은 15세기에 이베리아 반도에서 추방되어 주로 북아프리카에 정착했고 일부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유월절 식탁에는 상징적으로 접시에 여섯가지 음식을 조금씩 높고 다른 큰 그릇에 모두 먹을수 있는 음식을 담아 놓는다.


다음은 카르파스(Karpas)이다. 양파를 말한다. 유월절 식탁에서 쓰는 나물이나 야채는 희망과 재생을 의미한다. 그래서 봄에 처음 나오는 푸른 채소를 사용한다. 카르파스는 유월절 음식으로 먹기 전에 소금물에 담그어 아린 냄새를 줄인다. 카르파스로서는 둥근 양파가 아니더라도 우리식의 대파도 관찮다. 대파는 숭숭 썰어서 접시에 놓는다. 어떤 사람들은 둥근 양파나 대파 대신에 파슬리(Parsley)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감자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감자는 날감자를 주로 사용한다. 양파 또는 대파, 또는 파슬리를 맛이 아리기 때문에 애급에서의 노예생활의 쓰라림을 상징한다. 감자는 유태인들이 나치 독일의 게토에서 지내던 때를 상징한다. 게토에서는 날감자 하나라도 소중했었다. 이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그는 것은 소금물이 눈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급에서 모진 고난을 겪으면서 눈물로서 하나님께 해방을 간구한 것을 말한다. 유대인들이 안식일이나 다른 성일에 음식을 나눌 때에는 감사의 기도(키두슈: Kiddush)를 드린후애는 빵(또는 떡)을 떼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빵(또는 떡)은 포도주에 담근후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유월절 식탁에서는 키두슈 후에 채소를 처음 먹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유월절이 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의 유월절은 보통 봄을 여는 시기에 기념한다.


애급에서 노예생활 할 때의 고통을 생각해서 양파 또는 파슬리를 먹는다.

 

다음은 체로아(Zeroah)이다. 추로아(Z'roa) 또는 스로아(Sroah)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유월절 음식 접시 중에서 유일하게 육류이다. 체로아는 양고기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양의 정강이뼈를 말한다. 영어로는 Shank bone 이다. 양고기가 없으면 닭고기를 대신할수도 있다. 닭고기의 경우는 대체로 닭의 목을 구운 것을 사용한다. 양고기는 유월절 어린양을 상징한다. 예루살렘 성전에 바치는 제물이다. 얘루살렘 성전이 이방인의 손에 파괴된 것을 잊지 말자는 의미이다. 체로아는 애급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먹은 마지막 음식이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악의 세계에서 구원해 주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강이 뼈를 식탁에 올리지만 뼈는 먹지 않는다. 그런데 유월절 양고기를 먹는 관습은 기원전 70년에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이후로 중지되었다. 한편, 채식주의자들은 종종 양고기나 닭고기를 비트(빨간 무) 또는 고구마와 바꾸어 먹는다.


유대인들의 유월절 음식 쟁반. 양의 정갱이뼈, 파슬리, 삶은 계란 로메인 상추, 챠로셋 등이 있다.


베이차(Beizah)구운 계란 떠는 완숙한 계란을 말한다. 이것 역시 예루살렘 성전에 바치는  제물을 상징한다. 계란은 유월절 이외의 다른 절기에도 제물로 바친다. 계란을 애통을 상징한다. 유대인들은 관습적으로 장례식을 치룬 사람에게 처음 음식으로 계란 삶을 것을 먹도록 한다. 삶은 계란은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것에 대한 애통함을 상징한다. 어떤 유대인들은 유월절 음식에서 삶은 계란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전이 파괴되어 없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계란을 제물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많은 수의 유대인들은 유월절 음식에 삶은 계란을 포함하고 있다. 둥근 계란을 유월절 식탁에 올리는 것은 생애의 사이클도 둥글다는 것을 상징한다. 삶은 계란은 소금 물에 담그었다가 먹던지 또는 식초에 담그었다가 먹는다. 유월절 만찬에서 계란은 대체로 처음 순서에 먹는다. 애피타이저로 생각해서이다. 그런데 어떤 유대인들은 계란을 육류도 아니고 낙농제품도 아닌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각 가정에는 그들만의 포도주 잔과 세더 음식 접시가 있는 경우가 많다.


마로르와 차체렛을 하나의 음식으로 간주한다면 여섯번째 음식은 당연히 마쪼 또는 마짜가 된다. 마쪼는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먹는 난(Nan)이라는 것과 비슷하다. 난은 우리식으로 보면 화덕에 구운 밀가루 호떡과 비슷하다. 그런가하면 비스켓처럼 생긴 마쪼도 있다. 마쪼는 반으로 잘라서 방은 먹고 반은 나중에 디저트로 남겨 둔다. 반조각의 마쪼는 다시 반으로 갈라서 윗 조각은 하모치(Hamotzi) 즉, 떡에 대한 축복에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코레크(Korech), 즉 마쪼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데 사용한다. 마짜는 고난과 해방의 떡이다. 그러므로 유월절에는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이다.   



비스켓 모양의 마쪼(마짜)


오늘날의 유월절 음식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예수님 당시에도 이와 같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렇다고 아무리 2천 여년 전이지만 빵과 포도주만 가지고 유월절 음식을 잡수셨다고는 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성경에도 제자들이 예수님에게 유월절 음식을 어디서 잡수시도록 준비할까요 라고 물었을 정도로 준비를 해야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서 3천 수백년 전 애급 땅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열번째 재앙을 벗어나서 다음날 애급을 떠날 때에 기념으로 이것저것 음식을 준비해서 먹었을 리는 없다. 그저 떡 한덩이와 물 한모금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월절을 기념하는 행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왕국을 세우고부터 였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그 전통이 오늘날에 이르도록 발전하였던 것이라고 본다. 한편, 유월절 만찬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그 순서를 참고 삼아서 소개코자 한다. 예수님 당시에도 이런 순서대로 유월절 음식을 잡수셨는지는 모른다. 포도주를 따라 축복하시고 떡을 떼어 나누어 주시면서 감사하셨다고 되어 있다.

앞에서도 잠시 설명했지만 유월절 음식을 세더(Seder)라고 한다. 세더라는 단어는 유월절의 첫번째 저녁을 말하기도 한다. 식탁에 둘러 앉아서 음식을 나누기 전에 식탁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순서이다. 이를 히브리어로 슐찬 오레이크(Shulchan Oreich)라고 한다. 성스러운 절기의 음식을 차리는데에는 그만큼 정성이 깃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후의 만찬. 유월절 음식이다.


1. 키두쉬(Kiddush). 유월절 첫날 만찬은 포도주에 대한 축복으로부터 시작한다. 주님께서도 떡을 떼어 감사하시기 전에 포도주를 따르고 축복하셨다. 유월절 만찬에서는 일반적으로 네개의 포도주 잔을 준비한다. 포도주를 네번 따라서 마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만찬을 가지실 때에 두번 포도주를 따른 것으로 되어 있다. Kiddush 라는 단어는 축복(sanctification) 또는 성결이란 뜻이다. 키두쉬는 안식일과 유대인들의 절기를 성스럽게 하기 위해 축복하는 말이다.


2. 우르챠츠(Urchatz). 유대인들은 무슨 음식이던지 먹기 전에 손을 씻는다. 유월절 만찬에서도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으로는 빵을 떼어 먹기 전에 손을 씻지만 오늘날의 유월절에서는 카르파스를 먹기 전에 손을 씻는다. 카르파스는 푸른 잎의 채소를 말한다. 주로 파슬리가 사용된다. 하지만 다른 채소도 푸른 잎이면 상관없다. 어떤 사람들은 푸른 잎의 채소 대신에 감자를 먹기도 한다. 푸른 잎의 채소는 겨울이 지나서 처음 자란 것이면 더욱 바람직하다. 카르파스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철이 지나서 채소와 과일이 풍성하게 열리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또한 유대인들이 애급에 노예생활을 하기 전에 넉넉한 생활을 했던 것을 상징한다. 푸른 채소는 소금 물에 적셔 먹는다. 소금 물은 노예들의 눈물을 상징한다.


유월절 식탁


3. 유월절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차()이다. 무교병을 말한다. 유월절의 첫날 만찬에는 반드시 등장하는 음식이다. 마차는 복수형이고 단수형은 마초트(Matzot)라고 한다. 만찬을 주관하는 사람은 마초트 한개를 둘로 쪼갠다. 이를 히브리어로 야차츠(Yachatz)라고 한다. 이러한 행동은 이 세상이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이 세상은 분열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세상을 하나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완전한 인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그런 역사가 이루어 질수 있다는 뜻이다.


4. 마기드(Maggid). 유월전 만찬에서 가장 긴 순서가 마기드이다. 식탁에 앉은 사람들은 아무나 출에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어 한다. 출애급이 주는 의미와 교훈에 대하여도 얘기를 나눈다. 원래 마기드라는 단어는 순회하는 유태인 설교자 또는 랍비를 말한다. 출애급에 대한 이야기는 학가다(Haggadah)에 기록되어 있어서 그것을 낭송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5. 라크차(Rachtzah)는 두번째로 손을 씻는 행위이다. 라크차라는 단어는 단순히 손을 씻다는 뜻이다. 두번째로 손을 씻는 이유는 모두가 떡에 상응하는 음식을 먹기 때문이다.  


유월절 음식 접시


모치(Motzi) 또는 마차(Matzah). 마지막으로 무교병을 먹는다. 마차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급히 출애급한 것을 상징한다. 떡을 만들 때에 이스트를 넣어 반죽이 부풀어 오른 후에 화덕에다 구워야 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어서 이스트를 넣지 않고 떡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마차는 애급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때를 상기시켜주는 음식이다. 마차는 어떻게 만드는가? 아슈케나치(Ashkenazi) 유태인, 즉 동구에 사는 유태인의 전통에 따르면 마차는 밀가루와 물로만 만든다. 밀가루 반죽을 한 것을 화덕에 약 20분간만 굽는다. 반죽이 발효하기 전에 굽는다.  


6. 차푼(Zafun). 유월절 만찬에 참석한 어린이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순서이다. 야차츠 때에 마차를 두 조각으로 쪼갠다고 설명한바 있다. 마차의 한 조각은 축복과 함께 상징적으로 나누어 먹고 다른 한 조각은 주관하는 사람이 소매속이나 또는 다른 주머니에 감춘다. 어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마차 조각을 감추고 주관하는 사람이 마치 수건돌리기 처럼 어떤 아이가 숨기고 있는지 찾도록 하고 있다. 만일 단번에 찾지 못하면 마차 조각을 숨기고 있는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 또 어떤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주관하는 사람의 몸에서 마차 조각을 찾아 내는 아이에게 상을 준다. 숨겨둔 조각을 찾아내면 모두 조금씩 나누어 먹는다. 그것으로서 그날 저녁의 행사는 마무리 된다.


7. 할렐이다. 유대인의 관습에 따르면 모든 음식은 먹기 전에 축복을 받아야 한다. 식사기도와 관련해서 기독교인들은 식사 전에 감사기도를 하지만 유대인들은 식사 후에 한다. 할렐(Hallel)이다. 할렐은 주를 찬양하는 기도이다. 주로 시편의 구절을 노래한다. 절기를 맞이할 때에도 찬양을 하지만 새로운 달이 시작될 때에도 찬양한다. 유월절 만찬에서는 그날 밤의 마지막 포도주를 마실 때에 할렐의 순서를 가진다. 그리고 유월절 만찬을 모두 마칠 때에는 특별한 찬양을 한다. 나르차(Nirtzah)이다. 찬양집에서 한 곡을 선정해서 부른다. 전통적으로는 '레슈나 하바아 비예루살렘'(Leshana Ha'Ba;a BiJerusalem)이라는 찬양을 한다. '내년에는 예루살렘에서'라는 뜻이다.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그들의 정신적 고향인 예루살렘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를 바라는 찬양이다.


근자에 이르러 이스라엘이던지 해외이던지 유대인 사회에서는 유월절 음식을 현실에 맞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이와 함께 절기로서 유월절을 다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특히 진보적인 유대인들은 시대가 바뀌었으므로 평등, 자유, 변화가 당연하다는 견해이다. 그런 움직임에 부응하듯 유월절 음식에도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유대인의 유월절 식탁


- 우선 오렌지. 언제부터인가 유대인 사회에서는 LGBTQ, 즉 성소수자들도 유월절 만찬에 참석해서 정당하게 축하 할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LGBTQ란 Lesbian(레스비안), Gay(게이), Bisexual(바이섹슈얼), Transgender(트랜스젠더), Queer(퀴어)의 약자이다.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유월절 세더 접시에 마짜 대신에 빵조각을 놓기도 했는데 그것이 별로 마땅치 않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오렌지를 대신 놓기 시작했다.


- 물한잔은 놓기도 한다. 미리암의 컵을 상징한다. 미리암은 모세의 누이로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너 올 때에 앞장서서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생활 할 때에 샘물을 파서 마시게 했다. 이 샘물을 '미리암의 우물'이라고 부른다. 유월절 만찬에서는 포도주를 담는 컵을 엘리야 컵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출애급에서 미리암과 같은 여자들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을 상기하여 미리암의 컵도 놓게 되었다. 미리암의 컵에는 포도주 대신에 물을 부어 놓는다. 근자에 미리암의 컵은 여러 가지 디자인을 넣어서 만든다. 특히 미리암과 다른 여자들이 소고치며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즐겨 그려 넣는다. 마크 샤갈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미리암의 컵. 오른쪽은 마크 샤걀의 작품인 '미리암의 노래'. 미리암이 다른 여자들과 함께 소고치며 춤추고 노래부르고 있다.


- 칠리 페퍼도 새로이 유월절 음식에 포함되고 있다. 칠리 페퍼를 포함한 것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함이라고 한다.


- 올리브도 추가되고 있다. 올리브 나무는 처음으로 토라에 언급된 식물 중의 하나이다. 올리브는 세계적으로 평화와 희망의 상징이 되어 왔다. 하지만 올리브는 슬픔과 분노를 표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월절 절기는 일반적으로 8일간 지속된다. 그런 중에 음식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있다. 누구에게나 금지된 음식이 있다. 누룩을 넣고 만든 빵이나 오븐에 넣어 구운 것은 먹을수가 없다. 밀, 보리, 라이, 스펠트(밀의 일종)로 만든 음식이라고 해도 물에 닿은 것이면 금지식품이다. 물에 노출되면 발효할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 중에서 파스타, 시리얼,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포도주 등도 금지이다. 동구에 퍼져 있는 유대인들, 즉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추가로 콩류, 해바라기 씨 등 씨앗류, 쌀을 먹지 않는다. 이것은 오래 전에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이 콩류, 견과류 등을 곡물/밀가루와 같은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비롯된 오해이다. 그러나 이베리아 반도의 유대인들, 즉 스파르디 유대인과 지중해 연안의 유대인들, 즉 미츠라히(Mizrahi), 그리고 세계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은 콩류와 견과류, 씨앗류 등을 유월절 음식에 포함하여 먹고 있다.


동구에 살고 있는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은 유월절에 콩류, 견과류, 씨앗 등을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