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Carmen. 전 4막의 오페라 코믹. 프랑스 현대 작가인 프로스퍼 메리메(Prosper Mérimée)의 동명소설을 앙리 메일락(Henri Meilhac)과 루도비크 알레비(Ludovic Halévy)가 합작하여 대본을 썼다.
초연: 1875년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
주요배역: 카르멘(집시여인), 돈 호세(용기병대의 상병), 에스카미요(투우사), 미카엘라(호세의 고향 마을 아가씨), 주니가(중위), 모랄레스(하사), 프라스키타(집시), 메르세데스(집시)
음악적 하이라이트: 카르멘의 운명을 암시하는 모티프, 카르멘을 음악적으로 묘사한 곡, 프라스키타-메르세데스-카르멘의 3중창, 돈 호세의 꽃노래, 카르멘의 세귀디야(seguidilla), 2막에서의 카르멘과 돈 호세의 듀엣, 4막에서의 카르멘과 돈 호세의 듀엣, 미카엘라의 아리아, 에스카미요의 쿠플릿, 집시 노래, 하바네라, 1막에서의 카르멘이 부르는 민속적 노래
베스트 아리아: L'amour est un oiseau rebelle[사랑은 반항하는 새와 같은 것](MS), Habanera, Seguidilla(MS), Toreador en garde!(Bar), La fleur que tu m'avais jette[당신이 던져준 그 꽃](T), Je dis que rien ne m'epouvante(S)
사전 지식: 탐욕적인 사랑이 부른 비극. 비제의 대표작으로 이국적인 스페인이 세팅이다. 극중 대사의 일부는 원래 대화체로 되어 있으나 어떤 공연에서는 대화를 음악에 맞추어 놓은 경우도 있다. 카르멘이 돈 호세의 칼에 찔려 비참하게 죽는데 무대 밖의 투우장에서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들리는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도 아이러니컬한 생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피소드: 사실주의를 오페라에 도입한 카르멘이 초연되었을 때 관중들은 이 오페라의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하여서 비난을 퍼붓고 무대에 토마토를 던지기까지 하였다. 자기 작품 중에서 가장 위대한 걸작으로 생각한 비제는 카르멘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초연 3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초연의 비난은 공연이 거듭될수록 찬사로 바뀌었다. 오늘날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줄거리: 무대는 1830년 세빌리아와 그 주변. 이야기는 세빌리아의 담배공장에서부터 시작된다. 군인들이 하릴없이 서성이는데 순진하고 아름다운 미카엘라(Micaela)가 고향에서 어릴때부터의 남자친구인 호세(Jose)상병을 만나러 온다. 담배공장에서 5분간 휴식 종소리가 나자 상당히 괜찮게 생긴 아가씨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은 마침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던 군인들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웃고 떠들고 유혹하면서 잘 들 논다. 그때나 이제나 군인들이란 그저 할 일 없이 짓궂은 짓이나 하는가 보다. 여인중의 여인은 가무잡잡한 모습의 집시 카르멘(Carmen)이다. 가장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은 반항하는 새와 같은 것’을 역시 상당히 괜찮게 생긴 호세를 목표로 부른다. 하지만 호세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미카엘라가 있지 않은가? ‘휴식 끝!’ 신호와 함께 여공들이 우르르 담배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일해야 돈 받지, 놀면 돈 받나?’ 때문이다. 갑자기 공장 안에서 여인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웬 일일까? 대형 산재 사고? 아니면 전국적인 금연운동 소식이 들어 왔나? 하지만 이유는 카르멘이다. 다른 여인과 싸움박질 했기 때문이었다. 현장에서 동료 폭행죄로 연행된 카르멘을 호세가 감방까지 호송하는 책임을 맡는다. 좀 머리가 모자란 호세는 카르멘의 매력에 빠져 들어가고 급기야 감방에서 도망치도록 해 준다. 이 정도 줄거리면 ‘빤한 결론’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두고 보자.
제2막. 그로부터 한 달 후, 마을의 어느 주막집. 담배공장을 명예퇴직한 카르멘은 집시친구들과 점이나 치면서 그럭저럭 노닥거리며 지내고 있다. 그 자리에는 호세도 있다. 호세는 카르멘이 자기에게 깊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는 나의 것'이라는 심정이다. 마침 인기 한창인 투우사 에스카미요(Escamillo)가 환호하는 팬들과 함께 주막집에 들어선다. 유명한 ‘투우사의 노래’(Toreador en garde! - Toreador, be careful!)가 무대를 압도한다. 카르멘의 마음은 이미 멋쟁이 에스카미요에게 향해 있다. 한 패의 집시 밀수꾼들이 등장한다. 카르멘은 군인인 호세가 밀수팀에 가담하면 잡히더라고 유리할 것으로 생각해서 호세에게 밀수에 가담하라고 부추긴다. 카르멘에게 목 매달린 호세는 약간 망설이다가 이윽고 밀수팀에 합세한다.
제3막. 밀수 루트인 산골짜기. 투우사 에스카미요가 카르멘을 만나러 주막에 온다. 사랑에 눈 먼 호세는 라이벌 에스카미요에게 시비를 걸어 칼싸움을 벌이지만 이 미련한 짓에 카르멘의 마음은 완전히 호세로부터 떠난다. 마침 고향의 여자 친구 미카엘라가 호세를 찾으러 산골짜기로 올라온다. 순정의 화신 미타엘라는 호세에게 고향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되었으니 어서 함께 고향으로 가자고 애원한다. 아직도 카르멘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는 호세이지만 어머니 등등을 생각해서 마지못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제4막. 투우장 밖. 안에서는 투우 경기에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에스카미요가 카르멘과 팔짱을 끼고 나타난다. 호세가 한심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카르멘에게 ‘제발! 미워도 다시한번!’을 외치지만 카르멘의 반응은 차갑다.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난지 오래올시다’라는 대답이었다. 투우장 안에서 ‘에스카미요!’를 외치는 사람들의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카르멘은 빨리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에 호세를 밀치고 빠져 나가려고 한다. 카르멘과 에스카미요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호세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확 돌아버린다. 그리하여 미친 듯 칼을 빼어 들어 카르멘을 찌른다. 사람들이 투우장 밖으로 쏟아져 나오다가 새하얀 햇빛 아래에 장미꽃처럼 빨간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카르멘의 모습을 본다. 호세는 ‘오, 내 사랑하는 카르멘!’을 외치며 카르멘의 몸 위로 쓰러진다. 아마 요즘 청년들 같으면 호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미친 놈! 남자 망신 다 시키고 있네!’라고 말했을 것이다.
☺카르멘 뒷얘기
카르멘은 세계에서 인기 톱 랭크에 들어 있는 오페라이다. 그러나 이 오페라가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람들로부터 부도덕하고 추잡하며 천박한 내용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수십년 전부터 프랑스 사회를 지탱해 오던 사회 도덕적 기준에 반하기 때문이었다. 비제도 카르멘이 공연되면 사회로부터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명 대본가들에게 카르멘의 대본을 부탁함으로서 사회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켜 보자고 생각했다. 비제는 작곡가이며 대본가로서 이름이 높은 알레비(Halévy)에게 대본을 의뢰했다. 처음에는 거절당했었다고 한다. 알레비는 한마디로 ‘저질!’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로 알레비 자신도 카르멘의 오페라화에 은근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오래전에 자기가 한번 오페라로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알레비는 비제에게 스토리의 내용을 좀 변경해도 좋다면 대본을 맡아보겠다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비제가 ‘웃기는 말씀!’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대본을 바꾼다면 주인공들의 강한 성격 설정이 약해진다는 생각에서였다.
비제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한번 보고는 잊지 못해서 자꾸 생각을 하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 사실, 카르멘 스토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이었다. 비제가 오페라로 만들어 공연하던 때로부터 꼭 30년 전에 메리메가 소설로 써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메리메는 카르멘에 대한 이야기를 스페인 여행중 어떤 백작부인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메리메가 원고지에 쓴 소설은 그가 백작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와 상당히 달랐다. 메리메의 소설에서는 집시 여인인 카르멘이 주인공이지만 백작부인의 얘기 속에서는 호세가 주인공이었다. 카르멘은 어떤 여인인가? 메리메의 소설에 비춰진 카르멘의 모습은 ‘검은 윤기가 나는 긴 머리칼에 빨간색 자스민 꽃 한 송이를 꽂고 있는 여인, 사팔뜨기처럼 보이는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으며 육감적인 도톰한 입술 속으로는 하얀 치아가 빛난다. 살결은 구리빛, 몸은 아담한 편, 한번 보면 잊을수 없는 야성미의 여인’이었다. 메리메는 카르멘을 묘사하면서 끝으로 ‘자기의 미모와 춤으로 모든 남성들을 파멸로 이끄는 여인’이라고 적었다.
카르멘은 초연을 위한 리허설 때부터 상당한 저항에 부딪쳤다. 출연진들이 연출자의 말을 도무지 듣지 않았다. 여성합창단원들은 ‘나? 싸우는 사람 아닙니다!’라면서 담배공장 앞에서의 집단 싸움장면을 거부하였다. 몇 사람들은 ‘죽으면 죽었지 출연하지 않겠다!’라는 비장한 각오로 사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음악이 왜 스페인 스타일이냐? 여기가 파리이지 스페인이냐?’라면서 카르멘공연저지를 위한 단식투쟁을 했다. 먹기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에게 있어서 단식투쟁은 대단한 일이므로 당시 카르멘에 대한 저항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에 비평가들은 너도나도 손잡고 혹평을 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평론에서 부도덕, 저질, 비교육적 등등의 단어를 나열했다. 하지만 공연은 대 성공이었다. 비제(거꾸로 읽으면 제비)는 단연 파리 사교계의 저명인사가 되었다. 그리고 카르멘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로서의 지위를 학실히(?) 차지하게 되었다.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공연이 카르멘이었던 것도 상기해 볼 일이다. 카르멘의 매력은 도덕적인 메시지에 있지 않다. 주인공들의 성격적 특성이 서로 융합되어 표출되는데 있다. 카르멘의 정열, 돈 호세의 무모함, 미카엘라의 순진성, 에스키미요의 남성다움이 뒤섞여서 숨막히는 이야기를 창조한 매력이 있다.
쟈밀레
타이틀: Djamileh. 단막의 로맨틱 오페라. 대본은 드 무쎄(De Musset)의 소설 나무나(Namouna)를 기본으로 루이 가예(Louis Gallet)가 썼다.
초연: 1872년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
주요배역: 쟈밀레(하렘의 여인), 하룬(왕), 스플렌디아노(하룬왕의 시종장), 알메(여자노예)
베스트 아리아: Nour-Eddin, roi de Lahore(S)
사전지식: 비제의 동양에 대한 동경심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대는 이집트(어떤 버전에는 터키로 되어있다). 마치 아라비안나이트의 한 장면을 보는 것과 같다. 비제 특유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흘러넘친다.
에피소드: 비제의 쟈밀레는 파리에서 잠깐동안의 성공만 거두었다. 하렘과 여자노예, 인신매매와 같은 내용이 나오므로 당시의 도덕기준으로는 곤란했으며 자녀교육에도 좋지 않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사후 1백여년이 지난 오늘날 쟈밀레는 음악적으로 새로운 각광을 받고 있다. 비제는 쟈밀레에서 신비스럽고 이국적인 음악을 많이 사용했다. 한편 대화(레시타티브)에서도 반주를 사용하였다. 이것은 당시의 관습에 비추어 볼때 상당히 획기적인 조치였다.
줄거리: 카이로에 있는 하룬(Haroun)의 궁전이다. 하룬은 젊고 핸섬한데다가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하룬은 이런 행운을 최대로 이용하여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날이면 날마다 최대로 화려하고 난잡한 주색에 빠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느끼지 못하며 진정한 행복을 얻지 못한다. 하룬은 새로운 쾌락을 찾는다. 그는 시종장에게 젊고 예쁜 여자노예를 한달에 한번씩 새로 사오라고 지시한다. 하룬은 이 여자노예들을 실컷 데리고 놀다가 이 인간장난감이 더 이상 즐겁지 못하면 다시 팔아버리면서 쾌락적인 생활을 계속한다. 이런 허랑방탕한 생활을 계속하는 바람에 그 많던 재산도 거의 바닥이 난다. 막이 열리면 하룬의 화려한 거실이다. 하룬이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있고 그 앞에 시종장인 스플레디아노(Splediano)가 서있다. 시종장은 하룬에게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이제 이런 생활은 그만하라고 설교를 늘어놓는다. 하룬은 귀찮은듯 듣지 않으면서 오히려 시종장에게 어서 시장에 가서 여자노예를 새로 사오라고 지시한다. 지난달에 데려온 쟈밀레(Djamileh)에게는 이미 싫증이 났기 때문이다. 시종장은 쟈밀레가 무척 아름답기도 하고 노래와 악기연주와 춤에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하룬의 마음을 붙잡았을 줄 알았는데 한달이 지나자마자 다른 여자를 데려오라고 하니 놀란다. 쟈밀레의 뛰어난 미모와 재능을 감탄해온 시종장 스플레디아노는 하룬에게 쟈밀레를 버리려면 자기에게 달라고 청원한다. 하룬은 별뜻없이 그 청원을 허락한다. 시종장은 기쁜 마음으로 떠난다. 시종장은 노예시장에 가서 속히 새 여자노예를 사서 하룬에게 바치기로 한다. 그래야 혹시 쟈밀레에게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새 여자 때문에 잊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윽고 쟈밀레가 나타난다. 쟈밀레는 그동안 주인님인 하룬과 같이 지내면서 어느덧 그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고 오히려 자기에게 무관심 한것 같아서 몹시 슬프다. 하룬이 들어온다. 하룬은 그래도 쟈밀레를 과거의 다른 여자노예들 보다 더 아끼는 편이어서 ‘아름다운 그대여, 어찌하여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고?’라고 묻는다. 하룬은 쟈밀레에게 아름다운 보석을 선물로 주며 곧 자유를 주겠으니 슬픈 얼굴을 보이지 말라고 하며 위로한다. 그러면서 쟈밀레의 얼굴을 들여다보니 참으로 미인인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하룬은 이미 시종장에게 새로운 여자노예를 데려오라고 지시했으므로 쟈밀레에게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기로 작정하고 방을 나간다. 쟈밀레가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본 시종장은 쟈밀레를 위로하면서 이번 기회에 솔직히 자기가 쟈밀레를 깊이 사모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시종장은 주인인 하룬이 새 여자노예를 대령하라고 지시했음을 얘기해 주며 오늘 내일이면 쟈밀레를 내버릴 것이라는 얘기도 해준다. 이 소리를 들은 쟈밀레는 크게 상심하여 죽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려 시종장에게 오늘 밤 새 여자노예 대신에 얼굴을 가린 자기가 하룬의 침실에 들어가 사랑하는 하룬과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개인적인 데이트 겸 인터뷰를 가질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시종장은 자기가 쟈밀레의 사랑을 차지할수 있는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쟈밀레의 마음에 감동하여 그렇게 도와주기로 약속한다.
노예상인이 여러명의 아름다운 여자노예를 데리고 하룬의 집을 찾아온다. 면접시험을 본 후에 그 중에서 합격자 하나를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여자노예들이 하룬의 앞에서 화려하고 에로틱한 춤을 춘다. 하룬은 그 중에서 알메(Almée)라고하는 제일 예쁜 여자노예를 사기로 결정한다. 알메는 자기가 합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치도록 정신없이 춤을 춘 결과 기운이 빠져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그날 밤, 쟈밀레는 시종장의 도움을 받아 알메로 변장하고 하룬의 침실로 들어간다. 하룬이 새로 사온 여자노예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며 손을 잡으려 하자 새 여자노예는 어쩐 일인지 거리를 두고 다가오지 않는다. 이상하게 생각한 하룬이 여자노예의 얼굴을 가린 베일을 벗기자 쟈밀레였다. 쟈밀레는 ‘그대 없이는 못 살아요!’를 분명히 선언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자유도 싫고 보석도 싫으니 제발 함께만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한다. 하룬은 쟈밀레의 이런 행동에 감동한다. 사실 말이지 예쁘고 재주가 많은 여자가 최대로 즐겁게 해드릴테니 제발 함께 있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데 감동하지 않을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룬은 생전 처음으로 진실된 사랑과 진정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깨닫고 그렇게 깨닫게 해준 쟈밀레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하룬은 쟈밀레를 포옹하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퍼스의 어여쁜 아가씨
타이틀: La jolie fille de Perth (The Fair Maid of Perth). 전4막. 비제의 일곱 번째 오페라. 영국의 문호 월터 스콧(Walter Scott)의 소설을 바탕으로 줄르-앙리 베르노이 드 생-죠르주(Jules-Henri Vernoy de Saint-Georges)라는 긴 이름의 대본가와 줄르 아드니(Jules Adenis)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867년 12월, 비제가 29세 때에 파리의 리릭극장. 같은해 3월 파리 오페라극장에서는 베르디의 돈 카를로 초연이 있었다.
주요배역: 앙리 스미스(헨리: 대장장이), 시몬 글로우버(장갑장이), 캐서린 글로우버(시몬 글로우버의 딸), 마브(집시 여왕), 랄프(장갑장이 글로우버의 도제), 르 뒤크 드 로드사이(로드사이공작)
베스트 아리아: Echo, viens sur l'air embaume[메아리여, 향기로운 바람을 타고 오라](S), A la voix d'un amant fidele[진실한 연인의 음성](T), Quand la flamme de l'amour[사랑의 불꽃이 타오를때](B)
사전지식: 비제는 첫 오페라인 La Maison du Docteur를 14세때에 작곡하여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었다. 비제의 마지막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1년전인 1874년에 카르멘이었다. 퍼스(Perth)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무대의 배경이 스코틀랜드이지만 비제는 가급적 스코틀랜드 선율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랄프의 술주정 노래 ‘사랑의 불꽃이 타오를 때'등은 그나마 스코틀랜드의 분위기가 남아있는 부분이다. 아무튼 비제는 월터 스코트의 원본을 충실히 따르지 않고 프랑스적 스타일을 반영하였다. 비제의 첫 작품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퍼스의 어여쁜 아가씨’는 그나마 호평을 받았다.
줄거리: 마을의 대장장이인 앙리 스미스(헨리 스미스: Henri Smith)는 장갑장이 시몬 글로우버(Simon Glover)의 어여쁜 딸 캐서린 글로우버(Catherine Glover)를 사랑하고 있다. 스미스의 사랑은 당연히 장갑장이의 도제(연수생)인 랄프(Ralph)의 질투를 받는다. 랄프야 말로 캐서린을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미모의 집시 여왕인 마브(Mab)는 자기를 쫓아내려고 하는 집시들을 피하여 평소 친분이 있는 마을의 대장장이 스미스의 집을 찾아온다. 착한 스미스는 마브를 숨겨준다. 마브는 마침 스미스의 가게에 일을 보러 왔던 로드사이(Rothsay)공작과 마주친다. 마브는 전부터 공작을 사모하여 왔었다. 공작은 마브가 자기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마브에게 마을에서 제일 예쁜 캐서린을 자기 성으로 데려갈 계획임을 은근히 말해주며 집시 여왕 마브에게 만일 캐서린이 동조하지 않으면 캐서린을 납치해서라도 데려가려고 하니 도와 달라고 슬며시 부탁한다. 마침 그 얘기를 엿들은 대장장이 스미스는 당장 그날 밤에 캐서린에게 사랑을 고백하여 성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다. 과연, 그날밤 스미스는 캐서린의 창문 밖에서 서투른 솜씨이지만 세레나데를 부른다. 다른 쪽에서는 랄프가 캐서린에 대한 자기의 불타는 심정을 담은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랄프는 속이 상해서 술을 마셨던 터였다. 마침 랄프는 어떤 가면을 쓴 사람이 캐서린의 집에서 나가는 것을 본다. 랄프도 공작이 캐서린을 성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가면을 쓴 사람이 로드사이공작의 성으로 들어가는 캐서린이라고 생각한다. 랄프는 이 상황을 캐서린의 아버지인 장갑장이 시몬 글로우버(Simon Glover)에게 말해준다. 시몬 글로우버와 랄프는 캐서린을 데려오기 위해 공작의 성을 찾아가기로 약속한다. 한편 잠시후 공작으로 성으로 갔다고 생각되는 캐서린이 베란다에 몸을 나타내고 스미스의 세레나데에 화답하지만 스미스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가버린 후였다. 캐서린은 마치 정신나간 사람처럼 발라드를 부른다. ‘메아리여, 향기로운 바람을 타고 오라’이다.
성에서 공작은 캐서린이 스스로 찾아오자 기쁘기 한량없다. 그런데 알고보니 집시 여왕 마브가 캐서린으로 변장했던 것이다. 한참후, 캐서린의 아버지와 질투심에 불타는 랄프가 성으로 찾아온다. 스미스도 무슨 영문인지 확실히 알기 위해 공작을 찾아간다. 스미스는 공작의 옷깃에 자기가 캐서린에게 준 꽃송이를 달고 있는 것을 보고 캐서린이 자기를 버리고 공작에게 간 것으로 생각한다. 실은 스미스가 캐서린에게 준 꽃을 캐서린이 마브에게 주었고 그것을 다시 마브가 공작에게 주었던 것이다. 성 발렌타인 데이의 날이 밝자 스미스와 랄프가 결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공작이 이 결투를 중지시킨다. 캐서린도 스미스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안 공작은 두 사람의 행복을 축하해준다. 랄프도 캐서린을 깨끗이 단념하고 두 사람의 사랑을 축하해준다.
진주 잡이
타이틀: Les Pêcheurs de Perles (The Pearl-Fishers). 3막짜리 비극. 프랑스어 대본은 유진 코르몽(Eugène Cormon)과 미셸 꺄레(Michel Carré)가 공동으로 썼다. 1887년 런던 초연에서는 레일라(Leila)라는 타이틀이었다.
초연: 1863년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
주요배역: 레일라(브라만교의 여사제), 나디르(집주잡이), 추르가(진주잡이들의 대장), 누라바드(브라만교의 대제사장)
음악적 하이라이트: 나디르의 로망스, 레일라와 나디르의 듀엣, 나디르와 추르가의 듀엣
베스트 아리아: Comme autrefois dans la nuit sombre[어느때 어두운 숲속에서](S), Fond du Temple Saint[성스러운 사원 안에서](T+Bar), Je crois encore entendre[꿈속에서처럼 소리를 듣네](T)
사전지식: 비제의 ‘진주잡이’는 베르디, 마이에르베르, 그리고 특히 구노에게 여러 가지 음악적 영향을 주었다. 비제의 ‘진주잡이’는 당시 유행이었던 이국적 스토리를 대변한 것이었다. 추르가와 나디르가 그들의 옛 우정을 회상하며 부르는 듀엣 Au fond du temple saint가 매우 아름답다.
줄거리: 세일론, 지금의 스리랑카가 무대이다. 아주 먼 옛날, 세일론의 어느 마을에 진주잡이 어부들이 살고 있었다. 진주잡이들은 그들 중에서 가장 용감하고 가장 잠수질을 잘하는 추르가(Zurga)를 촌장으로 뽑는다. 추르가와 어릴때 부터의 친구인 나디르(Nadir)가 추르가가 촌장에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 두 사람은 오래전 사원의 아름다운 여사제 레일라(Leila)를 두고 서로 라이벌 관계였었다. 그러나 이젠 지나간 일일뿐, 두 사람은 레일라보다는 우정이 우선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은 그 아름다운 여사제를 누구든지 만나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레일라가 사원에 기도하러 온다. 매년 한번은 진주잡이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며 진주와 같이 예쁜 여사제의 기도는 효험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레일라는 브라마 신에게 기도한다.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정경이다. 이때 우연히 사원 옆을 지나가던 나디르가 레일라를 알아본다. 나디르의 마음속에는 레일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 솟구쳐 오른다. 레일라가 나디르를 알아본다. 레일라는 나디르를 만난것이 브라마 신의 계시라고 생각한다. 레일라는 자기가 아직도 나디르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제2막은 폐허가 된 사원이 무대이다. 고승인 누라바드(Nourabad)가 나타나 레일라에게 어떠한 고통이 있을지라도 여사제로서 서약한 것을 잊지 말라고 다짐한다. 레일라는 여사제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음을 말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한다. 다만, 레일라는 오래전 어떤 도망자를 숨겨준 일을 생각한다. 그 때 도망자를 추격해온 사람들이 레일라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숨어있는 곳을 말하라고 위협했지만 레일라는 입을 열지 않았었다. 도망자는 자기의 목숨을 살려준 감사의 표시로 자기의 목걸이를 선물한 일이 있다. 레일라는 그때를 생각하며 ‘Comme autrefois'(어느날 한 사람의 도망자)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그러면서 나디르를 생각해 본다. 고승이 물러가자 잠시후 나디르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감격적인 해후를 한다. 두 사람은 서로 키스를 한다. 이때 생각지도 않게 고승이 다시 나타난다. 고승은 두 사람이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사람들을 부른다. 여사제와 사랑을 나눈 사람은 사형에 처해야 했다. 나디르와 레일라는 마을의 촌장이며 재판관인 추르가 앞에 끌려온다. 추르가는 나디르를 알아보고 친구를 살려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승 누라바드가 레일라의 얼굴을 감추고 있던 베일을 찢어 버리자 레일라의 정체가 드러난다. 추르가는 오래전 나디르와 함께 절대로 레일라를 만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을 생각하고 분노한다. 추르가는 두 사람에게 사형을 선언한다.
제3막. 추르가의 천막이다. 레일라는 자기가 죽음을 달게 받겠으니 나디르의 목숨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추르가는 절대로 용서할수 없다고 말하며 자가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던중 우연히 레일라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본다. 그것은 자기가 도망자였을때 자기 목숨을 살려준 감사의 표시로 사원의 어떤 여사제에게 준것이었다. 장면은 바뀌어 사형장이다. 화형에 처할 장작더미가 쌓여있다. 레일라와 나디르가 끌려온다. 그 때 저 멀리 마을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추르가가 ‘불이야!’라고 소리치면서 사람들에게 어서 불을 끄라고 지시한다. 사람들이 불을 끄러 몰려가자 추르가는 자기가 마을에 불을 질렀다고 말하며 두 사람을 묶은 쇠사슬을 풀어주어 도망가도록 한다. 숨어있던 고승 누라바드가 이 얘기를 엿듣는다. 불을 끄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자 고승 누라바드는 추르가가 마을에 불을 질렀으며 나디르와 레일라를 풀어주어 도망가게 했다고 말해준다. 마을 사람들이 추르가를 붙잡아 화형장으로 끌고 간다. 추르가의 몸이 화염에 휩싸일때 저 멀리 숲속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사람들은 브라만 신이 분노했다고 생각해서 공포에 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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