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Boieldieu, François Adrien (브엘듀) [1775-1834]

정준극 2007. 5. 9. 11:29
 하얀 옷의 여인


타이틀: La Dame Blanche (The White Lady). 당대의 유명한 대본가 유제느 스크리브(Eugène Scribe)가 대본을 썼다. 원작은 월터 스코트(Walter Scott)경의 Guy Mannering(기 만네링)이다. 오페라 코믹이다.

초연: 1825년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

주요배역: 안나(아브넬영주의 하녀), 조지(아브넬영주의 아들), 딕슨(여관주인), 게이브스톤(아브넬영주의 집사)

음악적 하이라이트: 스코틀랜드의 국가적 노래, 안나의 아리아, 조지의 카바티나(cavatina)

베스트 아리아: D'ici voyez ce beau domain(S), Enfin, je vous revois, sejour de mon enfance!(S), Ah, quel plaisir d'être soldat!(T), Viens, gentille dame[오라, 상냥한 여인이여](T)

사전지식: 우선 배경 스토리부터 알 필요가 있다. 국왕에게 충성스러운 아브넬의 영주는 스코틀랜드를 침략해온 적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였으나 간신배들의 모함을 받아 지위를 박탈당하고 멀리 추방된다. 아브넬의 영주는 추방의 길을 떠나기 전에 집사인 게이브스톤(Gavestone)에게 자기의 성과 영지를 돌보아 달라고 부탁한다. 영주는 게이브스톤에게 집안 어딘가에 있는 ‘하얀 옷의 여인’의 조각상 안에 상당량의 보물을 숨겨놓았다고 얘기해준다. 영주는 그 ‘하얀 옷의 여인’ 조각상이 실은 아브넬 가문의 조상 할머니로서 혼령이 되어 가끔 집안을 돌아다닌다는 얘기도 곁들여 해준다. 게이브스톤은 아주 악랄하고 파렴치한 인간이다. 영주가 귀양을 가자마자 영주의 어린 아들을 납치하여 도저히 집을 찾아올수 없는 먼곳에 데려가서 버린다. 얼마후 영주가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 소식을 들은 게이브스톤은 곧 영주 소유의 성과 영지를 팔아버릴 생각을 한다. ‘하얀 옷의 여인’상을 찾아 숨겨져 있다는 보물도 차지할 생각이다. 이런 음모를 아브넬의 하녀였던 안나(Anna)가 눈치 챈다. 원래 안나는 오갈데 없는 고아였다. 그런 안나를 영주가 데려다가 가족처럼 보살펴 주고 길렀다. 안나는 영주의 아들이 어딘가는 살아있을 것으로 믿어서 게이브스톤이 영주의 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막아보려고 한다. 안나는 하얀 옷의 귀신으로 변장하여 게이브스톤을 겁먹게하여 영주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다. 이상이 배경이다.

에피소드: 오페라 라 담 블랑슈는 19세기 프랑스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아름다운 음악과 재미난 스토리 때문이었다. 테너 아리아 Viens, gentille dame는 연주회의 레퍼토리로 자주 등장하는 곡이다.


줄거리: 막이 열리면서 마을에 조지 브라운(George Brown)이라는 청년이 찾아온다. 마을 사람들은 타지 사람인 조지에게 하얀 옷을 입은 여자 귀신이 얼마 전에도 이 동리에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는 얘기를 해준다. 조지는 그 말을 듣고 설마 그런 일이 있을수 있겠냐면서도 호기심을 가진다. 조지는 딕슨(Dickson)의 여관에 거처를 정한다. 딕슨은 그날따라 무척 겁먹은 모습이다. 하얀 옷의 귀신 여인으로부터 그날 밤 성으로 오라는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시를 받았는지는 정확치 않음). 귀신의 말에 복종하여 순순히 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귀신의 말에 불복종하여 가지 않을수 없는 딕슨은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이다. 모험심과 호기심이 강한 청년 조지가 대신 가겠다고 나선다. 딕슨의 기쁨을 말할수 없다. 그동안 안나는 하얀 옷의 귀신 할멈으로 가장하여 동리 사람들을 여러번 놀라게 했다. 안나는 평소에 자기에게 거만하게 굴던 사람들이 쩔쩔 매는 모습을 보고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안나가 그날밤 여관 주인 딕슨을 성으로 오라고 한것은 그에게 게이브스톤의 못된 음모를 얘기해 주어 마을사람들이 모두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 조지가 여관주인 딕슨의 복장을 하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다.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면서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귀신처럼 나타나 딕슨(실은 조지)에게 아브넬영주에 대한 자초지종을 얘기해 준다. 안나는 비밀스런 곳에 보물이 있다는 얘기와 영주의 어린 아들이 지금은 청년이 되어 어딘가는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 딕슨(실은 조지)에게 게이브스톤의 음모를 막아 달라고 엄중하게 지시한다. 다음날 아브넬성을 경매에 붙일 때에 값을 높이 불러서 게이브스톤이 사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귀신은 언젠가 상속자인 영주의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는 날에 영주의 성을 아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자기의 도리라는 설명도 해준다. 딕슨으로 가장한 조지는 귀신의 말대로 따르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조지는 귀신의 말이 할멈이 아니라 젊은 여자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조지는 약속을 틀림없이 지키겠다는 표시로 귀신의 손을 잡는다. 귀신의 손을 잡는 순간 조지는 알수 없는 스릴에 휩싸인다. ‘아, 이 손길!’... 조지는 이 여인이 귀신이 아니며 아름다운 아가씨일 것이라는 생각에 미지의 여인에 대한 연모의 마음이 솟구친다. 한편, 안나도 이 사람이 딕슨이 아닌것을 알아차린다.   


오래전 어떤 젊은 장교가 전쟁터에서 중상을 입고 이 마을로 이송되어 온 일이 있다. 안나가 정성껏 치료해 주어 목숨을 살린다. 어느덧 안나는 그 젊은 장교를 사랑하게 된다. 젊은 장교도 안나가 싫지는 않은 눈치이다. 하지만 다시 전쟁터에 나가야하기 했기에 두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안나는 다시한번 그를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랐으나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그건 그렇고, 다음날 경매가 시작된다. 타지에서 온 청년 조지가 3천 파운드라는 엄청난 값을 부르는 바람에 게이브스톤은 경매에서 실패한다. 대금은 그날 저녁까지 내야한다. 사악한 게이브스톤은 신분도 모르는 젊은 청년에게는 분명히 그런 거금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은근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저녁때가 되어 법관들과 공증인들이 경매 대금을 정리하러 찾아온다. 사실 그때까지도 조지는 돈을 마련하지 못하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에 ‘하얀 옷의 여인’이 자기의 조각상을 들고 나타난다. 조각상 속에는 과연 수많은 보물이 들어 있었다. 귀신(안나)은 그 돈으로 경매 대금을 치르도록 한다. 영주의 성은 조지의 것이 된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조지가 오래전 행방불명이 된 영주의 아들이란 것이 여러 가지 서류로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다. 놀래서 자빠질 뻔한 게이브스톤이 도대체 저 하얀 옷의 여인이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고 용기를 내어 귀신이 쓰고 있는 베일을 벗긴다. 예쁘고 총명한 하녀 안나였다. 게이브스톤은 그 자리에 서 진짜 기절하여 자빠진다. 조지는 안나가 예전에 자기의 생명을 살려준 은인인 것을 알게 된다. 신분과 재산을 되찾은 조지는 안나의 손을 잡고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와 비슷한 노래를 부른다. 조지가 안나에게 청혼하자 안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