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Bolcom, William (볼콤) [1838- ]

정준극 2007. 5. 9. 11:31
다리에서 본 광경


타이틀: A View from the Bridge. 전2막. 아더 밀러(Arthur Miller)의 희곡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마련했다. 아더 밀러의 희곡은 1955년 브로드웨이에서 산문 드라마 형식으로 초연되었다. 이와 함께 유명한 제작자인 엘리아 카잔(Elia Kazan)이 The Hook라는 제목으로 연극으로 개발하였고 이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초연: 오페라로는 1960년 시카고 리릭 오페라에서 초연되었다.

주요배역: 에디(부두 노동자), 베아트리스(에디의 부인), 캐서린(에디의 조카), 로돌포(이민온 한량), 마르코(로돌포의 동생), 알피에리(변호사)

사전지식: 미국에 한창 이민 열풍이 불던 때에 불법으로 이민온 이탈리아 청년과 어떤 부두노동자의 이야기. 미국판 베리스모이다.


줄거리: 제1막. 1950년대 브루클린 다리 근처의 거리가 무대이다. 모두들 살아보려고 힘든 나날을 보내던 때이다. 이탈리아계 변호사 알피에리(Alfieri)가 부두 노동자 에디 카보네(Eddie Carbone)의 비극적 삶을 자세히 얘기해 준다. 출연자 전원과 동네 사람들이 나와 합창으로 이야기를 받아 다시 전달한다. 부두에서 하역 노동을 하고 있는 루이스는 친구인 에디에게 시실리에서 사촌 두명이 미국에 밀입국하기 위해 배를 타고 도착했다고 전한다. 루이스는 그날 밤 사촌들을 배에서 몰래 빼내어 일단 에디의 집으로 데려오기로 한다. 에디의 집에는 안쓰는 방이 있기 때문이다. 에디가 부두 노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마침 조카딸인 캐서린이 옷을 갈아입고 있다. 에디는 이제 아주 성숙한 아가씨가 된 조카딸의 모습을 보고 여인을 느낀다. 사실 에디는 캐서린을 어릴 때부터 친딸처럼 키워왔던 터였다. 에디는 부인 베아트리스에게 루이스 부인의 사촌인 로돌포와 마르코가 시실리에서 밀입국하여 그날 밤 일단 자기 집으로 올것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에디는 베아트리스와 캐서린에게 밀입국자(속어로 Submarine, 즉 잠수함이라고 불렀다)에 대한 얘기를 어느 누구에게도 입도 벙긋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준다.


젊은이들이 에디의 집에 도착한다. 로돌포(Rodolfo)와 마르코(Marco)는 고향 시실리에서의 가난이 지겨워 미국에 오게 되었다고 털어 놓는다. 형인 로돌포는 날씬하게 생겼지만 동생 마르코는 덩치가 크고 힘깨나 쓰게 생겼다. 에디는 왜 그런지 금발 머리에 여자처럼 예쁘게 생긴 로돌포의 모습이 신경 쓰인다. 로돌포는 자기의 외모를 자랑이나 하듯 ‘나는 돈은 없지만 잘 생긴 얼굴이 있다’고 말하면서 오페라 아리아에서부터 재즈에 이르기까지 노래도 잘 부르므로 미국에서 그저 신나게 놀며 지내겠다고 떠든다. 그러면서 오페라 아리아 한곡을 뽑아 부른다. 에디는 이웃 사람들이 수상하게 여길 것이므로 제발 조용히 해 달라고 당부한다. 몇주가 지났다. 에디는 로돌포의 행동이 못마땅하다고 하며 화를 낸다. 어디서 돈이 났는지 야한 옷을 차려입고 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디 집안의 문제는 또 다른데 있다. 에디와 부인 베아트리스가 벌써 오래전부터 부부생활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트리스는 이렇게 사는 것은 부부가 아니라고 하면서 정말 무슨 조치라도 취할 태세이다. 부두의 동료 노동자들은 에디가 시실리에서 밀입국한 두 청년을 잘 보살펴 주고 있는데 대하여 아주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치켜 준다. 이들은 특히 로돌포 때문에 가끔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고 하면서 아주 좋은 청년이라고 칭찬한다. 그렇지만 왜 그런지 에디의 마음은 불편하다. 그날 저녁에도 로돌포와 캐서린(Catherine)은 브루클린의 야경을 구경하고 어슬렁 돌아온다. 캐서린은 로돌포와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에디는 캐서린에게 로돌포가 결혼하자고 하는 것은 합법적으로 영주권을 받기 위해서일뿐 믿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고 하면서 화를 낸다. 베아트리스가 캐서린 편을 들고 역성을 든다. 베아트리스는 에디가 남편 구실도 못하면서 공연히 잘생긴 사람만 보면 화를 낸다는 식의 얘기를 퍼 붓는다.


에디는 변호사 알피에리를 찾아가 캐서린을 로돌포의 마수에서 떨어지게할 무슨 법적이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는다. 에디는 심지어 로돌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옷차림이나 행동을 한다고 비난한다. 변호사는 농담삼아 이민국에 두 청년을 밀입국자로 고발하면 모를까 그 외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고 설명해준다. 에디가 설마 그런 일을 할것이라고는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 에디가 집에 돌아와서 보니 캐서린이 로돌포와 Paper Doll(종이 인형)이란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에디는 공연히 화를 내며 축음기를 끈다. 그리고 로돌포에게 권투를 가르쳐 준다고 구실을 삼아 로돌포를 흠씬 때려준다. 에디는 체격도 크고 힘이 세지만 로돌포는 연약해서 얻어맞는다. 나중에 동생 마르코는 형이 에디에게 두들겨 맞은 것을 알고 씩씩 거리지만 로돌포가 권투 연습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참으라고 말한다.


제2막. 부두 노동자들이 위스키 몇병을 놓고 모여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하는 스카치 위스키의 상자가 부서져 위스키 몇병이 공짜로 생긴 것이다. 사실 부두에서 일하다보면 해마다 그런 경우를 자주 본다. 에디를 비롯한 동료들이은 위스키를 마시며 며칠후의 크리스마스를 축하라도 하듯 두왑(Doo-wop)을 부른다. 두왑은 간단한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합창 스타일의 팝이다. 반주처럼 부르는 합창의 소리가 두왑 두왑이라고 들려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에디가 좀 다르다. 예년 같으면 그저 한두잔 마시고 유쾌하게 노래 불렀는데 이번에는 연거푸 술을 들이켜 마신다. 에디는 비틀거리면서 집으로 향한다. 에디의 집에는 로돌포와 캐서린만이 있다. 로돌포와 캐서린은 이렇게 단 둘이서만 있는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캐서린은 만일 로돌포와 결혼하게 되면 이탈리아에 돌아가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로돌포는 시실리로 돌아가지는 않고 미국에서 살겠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캐서린이라고 말한다. 사실 캐서린이 이탈리아에 가서 살고 싶다는 것은 에디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캐서린은 요즘와서 자기에 대한 에디의 눈길이나 행동이 전과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디를 삼촌으로서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때에 로돌포가 캐서린을 쿡 찌르면서 함께 침실로 가자고 눈짓한다.


술에 취한 에디가 집에 들어선다. 로돌포와 캐서린이 옷을 추스르면서 침실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에디는 로돌포에게 당장 내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친다. 캐서린이 자기도 나가겠다고 소리친다. 그러자 에디가 갑자기 캐서린을 붙잡고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로돌포가 에디를 떨어트려 놓으려고 하자 에디는 이번에는 로돌포를 붙잡고 더 격렬하게 키스를 한다. 잠시후 에디가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선다. 에디는 캐서린이 보는 앞에서 로돌포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키스를 했다고 말한다. ☻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서 볼수 있듯이 시실리에서 상대방의 얼굴, 특히 귀에 키스를 하면 결투를 신청한다는 의미이다.  변호사는 덩치가 작고 연약한 로돌포가 에디의 힘을 당하지 못하여 강제로 그런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요즘 에디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다고 생각한다. 에디가 집에 돌아오자 베이트리스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라고 간청한다. 에디는 결혼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이 집안에 두명의 밀입국자가 살고 있으므로 어서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에디의 집에는 로돌포와 그의 동생 마르코 뿐만 아니라 베이트리스의 사촌 두명도 밀입국자고 들어와 살고 있다. 베이트리스가 그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서 에디의 입을 막으려 하는 순간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이민국 직원들이다. 에디가 전화로 밀입국자가 있다고 고발했기 때문에 색출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모두들 잡힌다. 로돌포의 동생 마르코가 끌려가면서 에디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동네 사람들도 에디를 배신자라고 하면서 등을 돌린다. 얼마후 로돌포는 캐서린과 결혼할 것이 확실하여 풀려난다. 에디는 캐서린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인 베아트리스에게도 참석하지 말라고 한다. 캐서린은 에디에게 마르코가 감옥에서 풀려나기 전에 이 동네를 떠나라고 권한다. 만일 마르코가 풀려나면 형을 대신하여 배신자 에디에게 복수를 할것이기 때문이다. ☻ 시실리에서는 형을 대신하여 동생이 복수할수 있다. 동네 사람들과 부두 하역자들은 에디가 배신자의 쓴 맛을 보아야 한다면서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 베아트리스가 차마 에디 자신이 하기 어려운 얘기를 꺼낸다. 에디가 캐서린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두 젊은이를 떼어 놓으려고 한다는 얘기이다. 에디가 그럴 리가 있느냐고 부인할 때 마침 마르코가 감옥에서 풀려나 들어선다. 마르코는 에디가 짐승만도 못하게 딸과 같은 어린 조카를 사랑하고 있다고 소리치면서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잘못을 빌라고 말한다. 두 사람이 싸운다. 에디가 칼을 꺼내어 마르코를 찌르려고 한다. 하지만 젊은 마르코의 힘에 밀려 자기 칼로 자기를 찔러 죽게 된다. 에디 카르보네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변호사 알피에리를 비롯하여 그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서로 굿나잇이라고 말하며 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