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 Janaĉek, Leoš (야나체크) [1854-1928]

정준극 2007. 5. 9. 13:26

예누파


타이틀: Jenůfa (일명 그녀의 수양딸: Její pastorkyňa: Her Stepdaughter). 3막의 비극. 가브리엘라 브레이쏘바(Gabriela Preissova)의 희곡 Její pastorkyňa(그녀의 수양딸: 진짜 딸이 아니다)를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체코어 대본을 썼다. 예누파는 젊고 순진하며 예쁜 모라비아 아가씨의 이름이다.  

초연: 1904년 브르노 국립극장(Narodni diavollo)

주요배역: 부리요브카 할머니(물방앗간 주인), 라카 클레멘(그의 손자), 시테바 부리아(라카 클레멘의 의붓형제), 예누파(브리요브카의 수양딸), 코스텔니에카 부르요브카(부리요브카 할머니의 며느리, 스테바와 라카의 어머니)

사전지식:  이 오페라를 완성하기까지는 27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이 걸렸다.  으스스하고 섬찍하며 비참함이 있지만 해피엔딩의 요소도 있다.

에피소드: 예누파는 프라하국립극장에서의 공연이 거부되었다. 그래서 야나체크가 음악학교를 세워 운영했던 브르노(Brno: 현재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릴수 있었다. 프라하가 거부한 것은 내용이 사회정서상 합당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체코어로 프라하에서 첫 공연을 가진 것은 브르노로부터 12년후인 1916년이었다. 이어 독일어로 번역된 공연이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연달아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예누파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 졌으며 작곡자인 야나체크의 명성도 크게 올라가게 되었다. 예누파의 또 다른 타이틀인 Jeji pastorkyna(진짜 딸이 아니다: Not Her Own Daughter)는 이 오페라의 비극성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오페라에 나오는 사람중 누구의 도덕성이 더 혼란스러운가는 의문의 여지로 남아있다. 스테바인가 스테바의 어머니 겸 예누파의 양어머니인가? 아이를 임신시키고도 결국에는 예누파를 버린 스테바가 나쁜가, 그렇지 않으면 예누파가 낳은 아이를 버리도록 한 스테바의 어머니 겸 예누파의 양어머니인기?

줄거리: 예누파는 스테바(Steva 또는 Syteva)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다. 스테바는 예누파(Jenufa)의 수양오빠 겸 애인이며 예누파의 뱃속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된다. 스테바는 예누파의 양어머니인 코스텔니에카 부리요브카(Kostelnieka Buryjovka)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오빠인 스테바가 여동생인 예누파를 어떻게 한 것이다. 코스텔니에카 부리요브카에게는 아들 형제가 있다. 큰 아들은 스테바이며 작은 아들은 라카(Laca)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라카는 스테바의 이복동생이다. 코스텔니에카는 마을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만큼 신앙심이 두텁다고 볼수 있다. 좀 모자란듯한 스테바이지만 예누파가 자기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는 골치가 아파 죽을 지경이다. 스테파는 군대일 때문에 읍내로 간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그렇지만 동네 사람이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스테바는 징집 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대에 간줄만 알았던 예누파와 예누파의 양어머니 겸 스테바의 어머니인 코스텔니에카는 일단 스테파가 사라지자 않았으므로 기뻐한다. 예누파는 착하고 예쁘지만 스테바는 술만 쳐먹고 바람만 피는 남자이다. 얼마후 읍내에서 술에 취해 돌아온 스테바는 여자 유혹하는 데에는 자기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느니 하면서 멋있고 교양이 많은 시장님의 딸도 자기에게 반하여 고민한다는 둥 헛소리만 늘어놓는다. 교회에서 중직을 맡고 있는 코스텔니에카(교회에서 예누파의 대모이기도 함)는 스테바에게 예누파와 결혼해야 한다고 호통을 친다. 다만, 1년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 온전한 생활을 하기 전 까지는 예누파와 결혼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물론 스테바는 들은 척도 안한다. 스테바의 이복동생인 라카는 한때 예누파를 죽어라고 쫓아다니며 짝 사랑을 했던 인물이다. 우연히 라카와 예누파가 길에서 마주친다. 라카는 무슨 용심이 생겼는지 질투심에 불타서 예누파를 모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예누파의 얼굴에 칼로 상처를 입힌다. 이런 나쁜 놈이 다 있나?


제2막. 아기가 태어난다. 스테바의 아들이다. 스테바는 양육비만 내겠다고 하며 예누파와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는다. 못된 스테바는 그 사이에 시장 딸을 유혹하여 약혼까지 했다. 라카가 나타나 예누파의 수양어머니 겸 자기의 계모인 코스텔니에카에게 기왕 스테바가 딴 여자와 약혼하였으니 자기가 예누파와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이 소리를 들은 코스텔니에카는 ‘오오, 성모 마리아시여...’라면서 어처구니가 없어한다. 예누파의 그 고운 얼굴에 칼자국을 낸 놈이 이제는 결혼하겠다고 나서니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화만 낼 처지도 아니라는 결론을 얻는다. 세상에 누가 사생아가 있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나마 라카가 결혼하겠다니 다행이 아닌가? 문제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결국 코스텔니에카는 아기가 죽었다고 소문을 낸다. 코스텔니에카는 그렇게 소문을 낸 이상 아기가 실제로 죽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기를 강물에 던져 버린다. 착한 예누파를 결혼시키려면 도덕심이고 신앙심이고 무엇이고를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이렇게 하여 라카와 예누파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마을의 어떤 사람이 강에서 죽은 예누파의 아기를 건져 올리자 사람들은 예누파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돌을 던져 죽이려고 한다. 이때 코스텔니에카가 나타나 모든 잘못은 자기에게 있으니 제발 예누파를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사람들이 머뭇거릴 때에 코스텔니에카는 예누파를 도망가도록 한다. 치욕 속에 추방당한 예누파에게 라카가 다가와 손을 내밀고 어쨌든 자기와 함께 살자고 하자 예누파는 감동되어 그를 쫓아간다. 오페라에서 예누파, 라카, 심지어는 스테바까지 점차 성숙되어 가는 반면, 이들의 어머니라는 코스텔니에카는 점점 거짓말을 하며 결국 영아살해까지 한다.



카타 카바노바


타이틀: Kát'a Kabanová (Katya Kabanova). 전 3막. 알렉산더 오스트로브스키(Alexander Ostrovsky)의 희곡 Groza(폭풍)을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대본을 썼다. 원작이 ‘폭풍’이므로 간혹 ‘폭풍의 여인’이라는 타이틀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한다.

초연: 1921년 브르노 국립오페라

주요배역: 마르파 이그나테디코즈 카바로프(카바니챠 카바로프: 카타의 시어머니), 티촌 이바니츠 카바노바(마르파의 아들, 카타의 남편), 카테리나 카바노브(카타, 카티아, 티촌의 부인), 바르나바(카바노바 집의 수양 딸), 사벨 프로코피에비 디코즈(부자상인),  보리스 그리고리예비츠 디코즈(디코즈 상인의 조카), 바나 쿠드루야스(디코즈 상점의 사무원), 글라스야(카바노브 집안의 하인), 쿨리긴(바나의 친구) *이름들이 굉장히 어려우므로 요주의!

사전지식: 카타 카바노바는 야나체크의 오페라중 체코 이외의 다른 나라에서 공연된 첫 작품이며 미국과 영국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삶을 그렸다. 카타 카바노바는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결혼전 이름은 마르파(Marfa)였으나 카바노프 집안에 시집와서 카타(카티아: 카테리나) 카바노바(카바노프)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서곡은 카타의 남편 티촌이 멀리 여행가는 모습과 카타의 불행한 사정을 반영하듯 우수에 넘쳐있다.

에피소드: 야나체크는 이 오페라를 젊은 카밀라 스토슬로바(Kamilla Stosslava: Kamila Urválková라고도 함)에게 헌정했다. 야나체크가 말년에 한없이 사랑했던 젊은 여인이었다. 야나체크는 카타 카바노바에서 카밀라를 카타(카티아)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또 다른 설명에 따르면 카밀라를 오페라 Osud(운명: Fate)의 주인공인 밀라 발코바(Mila Válková)의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발코바라는 이름은 카밀라의 이름인 우르발코바에서 따왔다고 한다. 


줄거리: 1860년대 러시아 쿨리노프(Kulinov, Kalinov)마을이다. 무대가 열리면 카바노바 집 밖에 있는 볼가 강변이다. 수염을 길게 기른 부자 상인 디코즈(Dikoj)와 그의 조카 보리스(Boris)가 집에 돌아온다. 디코즈는 보리스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잔소리를 퍼 붓는다. 디코즈는 카바노프 집안의 대가족을 다스리는 안주인인 카바니챠(Kabanicha, 결혼전 이름은 마르파)가 집안에 없는 것을 알고 더 화를 낸다. 보리스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산을 디코즈에게 맡기고 아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디코즈의 집에 와서 장사 일을 도와주면서 지내고 있다. 보리스는 나중에 삼촌에게 맡겨둔 유산을 제대로 찾기 위해 삼촌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하면서 지낸다. 이 집안에는 바르나바(Varnava, 어떤 설명서에는 Varvara)라는 처녀가 함께 살고 있다. 어릴때 고아가 되어 의지할 곳이 없던 중 디코즈 집안의 양녀로 입양되어 살고 있는 아가씨이다. 바라나바는 디코즈의 장사를 도와주고 있는 바나(Van'a)와 사랑하는 사이다. 카타의 시어머니인 카바니챠가 등장한다. 카바니챠는 아들 티촌(Tichon)이 벌써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는데도 아버지 사업과 집안일을 등한시 한다고 호되게 꾸짖는다. 아들 티촌과 젊은 며느리 카타(Kata)가 카바니챠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카바니챠는 아들 티촌이 며느리 카타의 성질을 살려 주고 있다고 하면서 더 야단을 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카타가 매사에 못마땅하다. 심지어는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것 같다는 등의 심한 말까지 한다. 집안에서 카타는 이 집에 어릴때 양녀로 들어와 지금까지 지내고 있는 바르나바에게 자기가 어릴때 얼마나 자유스럽고 행복하게 지냈는지를 얘기해 준다. 카타는 지금도 어릴때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집을 훌쩍 떠나고 싶다는 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 바르나바에게 요즘 자기 마음에 드는 어떤 좋은 사람이 있다는 비밀 얘기를 하려는데 카타의 남편 티촌이 들어와 어머니 카바니챠의 심부름으로 멀리 카잔이라는 마을에 갔다 오겠다고 말한다. 카타는 남편 없이 시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잔소리가 더 심할것 같아 남편에게 가지 않으면 안되는지, 만일 꼭 가야 한다면 함께 가자고 말하지만 티촌은 한마디로 안된다고 거절한다.


제2막. 집안에서 여자들이 수를 놓고 있다. 카타와 바르나바가 무슨 얘기인지 소곤거린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카타에게 남편은 집을 떠나 먼 곳에 가서 고생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 즐거우냐면서 면박을 준다. 시어머니가 방을 나가자 바르나바는 카타에게 열쇠 하나를 보이면서 정원의 담장을 열고 강변쪽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곳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바나(Van'a)와 은밀히 만나고 있다고 하면서 카타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처럼 정원의 담장 문을 열고 들어가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만나라고 넌지시 얘기해준다. 카타는 주저하다가 바르나바가 건네주는 열쇠를 받아 쥐고 보리스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카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은 유산 때문에 디코즈 삼촌 집에 와서 일하고 있는 보리스였다. 이윽고 어둠이 깃들자 카타는 집 밖으로 나선다. 카타는 보리스에게 미리 쪽지를 보내어 저녁에 정원에서 만나자고 연락했었다. 카타가 정원의 외진 곳으로 들어선다. 그곳엔 이미 바르나바를 만나기 위해 바나가 와서 즐거운듯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조금 후 보리스가 나타난다. 바나는 보리스까지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놀란다. 잠시후 카타가 정원을 통하여 강둑으로 나온다. 보리스는 카타와 둘만 있게 되자 오래전부터 카타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카타는 처음에 당황하여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주저하지만 자기의 울적하고 갇혀있는 듯한 답답한 심정을 폭발이라도 하려는 듯 보리스를 포옹하며 키스를 나눈다. 이들의 사이를 직접 눈으로 보아 알게된 바르나바는 카타에게 늙은 시어머니 카바니챠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제3막. 폭풍이 몰아쳐 온다. 강변에 나갔던 디코즈와 바나는 비바람을 피하여 어떤 낡은 집으로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도 들어와 있다. 바나는 디코즈에게 자기가 최근 피뢰침을 발명 했는데 잘만하면 큰 장사가 될것이라고 얘기해준다. 디코즈는 무슨 이따위 막대기로 번개를 막을수 있느냐면서 천둥번개는 하나님이 내리시는 벌이라고 말한다. 비가 그치자 모두들 돌아간다. 보리스는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바르나바를 만난다. 바르나바는 카타의 남편 티촌이 방금 돌아왔다고 전한다. 카타는 시어머니와 말다툼을 했는지 기분이 몹시 상해있다. 사람들이 모이자 카타는 용기를 내어 보리스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카타가 남편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보리스와 시시덕거리며 지냈다고 말하며 분을 사기지 못하는 듯한 표정이다. 저녁이 된다. 이제 폭풍은 완전히 그쳤다. 티촌이 강둑에서 카타를 미친듯 찾고 있다. 카타와 보리스가 저녁에 강둑에서 만난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바나와 바르나바는 더 이상 카바노바 집에 있기가 싫어서 모스크바로 떠나 자기들만의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강변에서 카타를 찾던 사람들이 사라지자 숨어있던 카타가 나타난다. 카타는 자기가 보리스를 사랑한다고 공연히 말해서 자기의 얼굴에 먹칠을 했음은 물론이고 보리스의 입장도 난처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여 몹시 걱정이다. 사실, 카타의 지나온 생활은 고통 그 자체였다. 나이 많은 무능한 남편, 자기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하는 시어머니, 날이면 날마다 술이나 퍼 마시는 시아버지...모두 싫었다. 그리고 마침내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그때 보리스가 나타난다. 두 사람은 포옹을 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보리스는 삼촌 디코즈가 자기를 다른 마을로 보내기로 했다고 얘기해준다. 보리스는 자기야 다른 마을로 떠나면 되지만 카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카타의 마음은 방황한다. 그러나 카타는 보리스와 이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작별을 고한다. 보리스가 마지못해 떠나간다. 카타는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낙엽이 떨어지는 자기의 무덤을 생각한다. 그리고 강물에 몸을 던진다. 멀리서 카타가 물에 뛰어드는 모습을 본 어떤 사람이 ‘사람 살려!’라고 소리친다. 이 소리를 듣고 남편 티촌이 달려온다. 시어머니와 디코즈도 따라온다. 티촌은 ‘이 바보야! 왜 죽을려고 해!’라면서 정신이 없다.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강물을 휘저으며 카타를 찾는다. 디코즈가 카타의 시신을 안고 강가에서 올라온다. 티촌이 울부짖으며 카타의 몸에 쓰러진다. 시어머니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시체를 찾느라고 수고했다고 태연히 말한다.


운명 


타이틀: Osud (Fate). 전3막. 작곡자 자신과 훼도라 바르토소바(Fedora Bartosoca)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958년 오스트리아 브르노 국립극장. 야나체크가 세상 떠난지 꼭 30년후이다. 1904년 브르노라디오방송으로 첫 공연되기도 했다.

주요배역: 치브니(작곡가), 밀라 발코바(작곡가의 부인), 밀라의 어머니, 두베크(치브니와 밀라의 아들)

사전지식: 이 오페라는 야나체크의 생전에 공연되지 못했지만 오페라에 소개되는 여러 사건들은 50대에 이른 야나체크 자신이 경험한 삶과 비교하여 여러 가지 시사하는바가 크다. 야나체크는 50세 생일을 기점으로 상당한 정신적 위기를 겪어야 했다. 창작활동이 생각만큼 활발치 못하여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데에도 이유는 있었지만 가정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해에 야나체크는 21세의 딸 올가(Olga)을 잃었다. 야나체크는 자신의 번뇌에 대한 어떤 해답을 듣고자 작곡에 더 몰두하였다. 그러나 작품활동은 생각처럼 순탄치 못했다. 창작에 대한 의지가 박약해지기 시작했다. 야나체크는 딸 올가가 세상을 떠난지 6개월후 모처럼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모라비아의 유명한 온천 휴양지인 루하코비체(Luhačovice)에 갔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장래 뮤즈인 카밀라 우르발코바(Kamila Urvalkova)를 만났다. 그때 카밀라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하지만 당시 27세의 매력적인 여인 카밀라는 야나체크의 마음을 사로잡아 이후 그의 창작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카밀라는 원래 배우지망생이었다. 그러나 재산이 부유했기 때문에 굳이 배우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카르밀라는 음악을 사랑했다. 그래서 1890년대에 상당히 인기가 높았던 지휘자 겸 작곡가인 루드비크 셀란스키(Ludvik Celansky)와 결혼하려 했으나 이 역시 가족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첼란스키는 카밀라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어 1897년 프라하 국립극장의 무대에 올렸다. 오페라의 제목은 카밀라(Kamila)였다. 이 오페라에 대하여 알고 있었던 야나체크는 몇 년후 우연히도 온천장에서 카밀라를 만났던 것이다. 야나체크는 카밀라 우르발코바의 아름다움과 젊음에 매혹되어 카밀라를 만난 자기의 운명적 삶을 오페라로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이 오페라이다. 야나체크의 카밀라에 대한 애틋한 사모의 마음은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야나체크가 가정생활을 소홀히 하거나 다른 길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러므로 오페라의 내용은 마치 실화와 같다.


줄거리: 무대는 20세기가 시작되던 때의 모라비아이다. 유명한 온천 마을인 루하코비치의 아침이다. 온천장에 휴양차 온 사람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 사교 모임의 주인공은 단연 밀라 발코바(Mila Valkhova: Kamila Urvalkohva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함)이다. 젊고 아름다우며 교양 있는 여인이다. 밀라의 말에는 폭넓은 교양과 함께 재치와 유머가 담겨 있다. 그래서 누구나 즐겁게 해준다. 작곡가 치브니(Zivny)가 우연히 이곳에 왔다가 밀라를 만난다. 치브니는 밀라의 옛사랑이다. 작곡가 치브니는 밀라의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의 결실로 아들까지 두게 되었다는 말이다. 잠시후 사람들이 모두 산책하러 나가고 방에는 밀라와 치브니만 남는다. 두 사람은 아직까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분명히 깨닫는다. 사실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하지 못한 것은 밀라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밀라의 어머니는 ‘작곡가 나부랭이가 감히 우리 귀한 딸을? 츳츳!’이라면서 치브니를 신뢰하지 않았다. 제2막은 그로부터 4년이 지난 때이다. 이제 밀라와 치브니와 밀라의 아들 두베크(Doubek)가 함께 산다. 굳이 밀라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밀라가 두베크에게 아버지가 누구인지 아직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자란 아들에게 갑자기 치브니가 아버지라고 밝히면 충격을 받을 것같다는 생각도 지배적이었다. 밀라의 어머니는 사위 치브니가 계속 못마땅해서 죽을 지경이다. 밀라의 어머니는 작곡가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치브니의 능력을 의심하여 걸핏하면 비난을 퍼붓는다.


치브니는 장모인 밀라 어머니의 잔소리를 잊기 위해 오페라 작곡을 시작했다. 밀라는 오페라의 첫 부분을 보고 그 내용이 치브니와 자기가 그 옛날 연애하던 시절을 그린 것이므로 옛날을 회상하여 눈에 안개가 서린다. 밀라는 오페라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해 한다. 자기의 꿈과 욕망이 성취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밀라는 남편에게 어서 오페라를 완성하라고 격려한다. 밀라의 어머니가 들어온다. 밀라의 어머니는 밀라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고 사위 치브니에게 밀라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심하게 비난한다. 치브니가 뭐라고 변명하려하자 밀라의 어머니는 갑자기 침을수 없었던지 순식간에 발코니로 달려가 아래로 뛰어 내려 죽으려한다. 놀란 밀라가 급히 어머니를 붙잡지만 끝까지 붙들지 못하고 함께 아래로 떨어져 결국 두 모녀가 함께 죽는다. 그때 치브니가 왜 달려가서 밀라의 어머니를 말리지 못했는지, 그리고 밀라를 구하지 못했는지는 누구도 그 속마음을 모른다.


제3막은 그로부터 또 11년이 지난 때이다. 더운 여름 날씨이다. 음악원의 강당에서 학생들이 치브니의 오페라 초연을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음악에 담겨있는 애처로운 사연을 알지 못하고 오히려 장난처럼 연습하고 있다. 치브니가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주의를 주자 학생들은 오페라의 배경에 대하여 전반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한다. 치브니는 조용조용 오페라의 배경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동요하기 시작한다. 치브니는 오페라의 남자 주인공이 자기와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완전히 스토리 속으로 동화되어 이제는 자기가 작곡가인지, 오페라의 주인공인지, 또는 실생활의 치브니인지 일수 없을 정도로 것잡을수 없게 된다. 그러면서도 설명은 계속된다. 마침내 오페라의 여주인공이 죽자 학생들 틈에 있던 작곡가의 아들이 ‘이건 우리 어머니 얘기야! 아, 어머니!’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린다. 오페라가 치브니의 실생활을 그린 것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음이 심히 혼란해진 작곡자는 그 자리에 더 있을수 없어서 자리를 뜬다. 오페라는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교활한 작은 암여우


타이틀: Príhody lišky bystroušky (The Cunning Little Vixen). 전3막. 루돌프 테스노힐데크(Rudolf Tesnohlidek)의 소설 Liska Bystrouska를 바탕으로 작곡가 자신이 대본을 썼다.

초연: 1924년 브르노(Brno) 국립극장

주요배역: 암여우, 숫여우, 수탉, 암탉, 삼림관, 교장선생, 밀렵꾼

음악 하이라이트: 숲속 동물들의 결혼식 음악

사전지식: 야나체크의 가장 명랑하고 경쾌한 작품. 어린이들도 좋아할수 있는 오페라로 각광을 받고 있다. 1920년대 초, 체코의 브르노(Brno)에서 발간되는 일간지에 게재된 ‘암여우의 날카로운 귀’(Vixen Sharp Ears)에서 스토리를 빌려왔다. 오페라에서는 새, 잠자리, 노래기 등 곤충이나 벌레는 물론 두더쥐, 호기심 많은 어린 토끼등 야생동물들이 나온다. 특히 잠자리의 역할은 크다. 이들은 무대에서 훨훨 날아다니는가하면 위로부터 덤비듯 와락 내려오기도 한다. 주인공 암여우가 사냥꾼들을 교묘히 피하여 골탕을 먹이는 장면, 어리석은 암탉들과 재미있게 싱갱이를 벌리는 장면, 숫여우로부터 구애를 받는가하면 새끼들과 즐겁게 지내는 일련의 장면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밀렵꾼들에 잡혀 죽임을 당한다. 이 오페라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는 돌고 돈다는 것이다.


줄거리: 제1막. 숲속 골짜기에 오소리가 점잖게 앉아 담배를 피고 있다. 파리들이 주변에서 춤을 추고 있다. 파란 잠자리, 귀뚜라미, 여치, 모기가 한몫 끼어 왈츠를 춘다. 작은 암여우가 개구리를 잡으려고 쫓아다닌다. 그 소리에 깨어난 삼림관이 작은 암여우를 잡아 집에 가져간다. 작은 암 여우는 삼림관의 집 마당의 우리에 갇혀있다. 삼림관의 집에 있는 다른 동물들이 암여우에게 여기서는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작은 암여우는 그 충고를 무시하고 수탉을 잡아 죽인다. 수탉에 대하여 쩔쩔 매며 살던 암탉들이 좋다고 난리이다. 그틈을 타서 작은 암여우는 도망친다. 제2막. 마을의 학교 교실에서 교장선생과 삼림관이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성당의 신부는 교장선생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며 놀린다. 교장선생은 삼림관이 작은 암여우를 잡았다가 놓친 것을 두고 놀린다. 한편, 숲속에서는 숫여우가 작은 암여우에게 열심히 구혼하고 있다. 결국 두 여우는 결혼한다. 제3막. 숫여우와 작은 암여우는 새끼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들은 삼림관이 쳐 놓은 덫을 교묘히 피해서 닭장수와 밀렵꾼이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닭장에 들어가 난장판을 친다. 마침내 밀렵꾼이 작은 암여우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교장선생은 그가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에 가서 눈물을 질질 흘린다. 집에 돌아온 삼림관은 행복한 지난날을 회상하며 얼마전 숲속에서 작은 암여우가 개구리를 쫓아다니던 장면을 생각한다.



마크로풀로스 사건


타이틀: Vic Makropulos (Die Sache Makropulos: The Makropulos Affair). 전3막.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 그리고 현대를 초월한 한 여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Janacek가 68세 되던 해에 작곡했다. 대본은 카렐 차페크(Karel Capeck)의 코미디를 바탕으로 작곡자 자신이 썼다.

초연: 작품을 완성한지 3년후인 1925년, 모라비아의 수도 브르노(Brno)국립극장

주요배역: 에밀리아 마티(유명한 오페라 싱거), 알베르트 그레고르, 닥터 콜레나티(일베르트 그레고르의 변호사), 비테크(변호사 사무실의 보조원), 크리스티나(비테크의 딸, 성악가 지망생), 야로슬라브 프루스경(변호사), 야네크(야로슬라브경의 아들)

음악 하이라이트: 유언장을 낭독하는 장면의 음악

사전지식: 연금술사인 히에로니무스 마크로풀로스(Hieronymus Makropulos)는 합스부르크의 루돌프황제에게 묘약을 만들어 제공하기 전에 우선 자기 딸에게 실험을 했다. 딸은 깊은 병에 걸렸으며 연금술사는 사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묘약은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하여 연금술사의 딸은 묘약 때문에 그로부터 여러 이름을 사용하며 3백년을 살아왔다. 에밀리아 마르티(Emilia Marty)는 그 중의 한 이름이다. 다만, 이름을 바꾸어 쓰더라도 원래 이름의 이니셜인 E M(Elina Makropulos)은 유지했다. 오페라는 프루스(Prus)남작이 남겨 놓은 재산의 소유권을 두고 지난 1백여년동안 소송이 진행되어 왔지만 해결을 보지 못한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야나체크의 이 오페라는 환상속에서 살다가 환상속으로 사라지는 에밀리 마티의 역할이 전편을 지배하고 있다. 


줄거리: 제1막. 1922년, 프라하의 어떤 변호사 사무실이다. 약 1백년전에 미제로 남아있었던 ‘그레고르 대 프루스’(Gregor v. Prus)사건을 후손들이 다시 재판을 제기했기 때문에 변호사가 사건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다. 갑자기 당시 인기 정상의 오페라 가수 에밀리아 마티(이후로 마티라고 부름)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온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인이다. 모두들 유명한 오페라 디바가 어떻게 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왔는지 궁금해 한다. 에밀리아는 그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으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알베르트 그레고르(Albert Gregor)를 만나보고 싶어한다. 변호사가 알베르트 그레고르를 오도록 한다. 변호사는 여러 사람이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의 배경을 다시한번 설명한다.


1827년, 페르디난드 호세 프루스(Ferdinand Jose Prus)남작이 상속자를 지정하지 않은채 아무런 유언도 없이 세상을 떠난다. 얼마후 페르디난드 그레고르(Ferdinand Gregor)라는 사람이 나타나 자기가 상속자라고 주장하면서 남작이 세상을 떠날 때 자기에게 구두로 유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변호사가 설명을 하고 있는데 에밀리아가 말을 가로막으면서 그 페르디난드라는 사람은 남작과 엘리안 맥그레고르(Ellian MacGregor)라고 하는 당시 상당히 인기가 있었던 오페라 가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말한다. 모두들 에밀리아가 그런걸 어떻게 아는지 궁금해 한다. 계속해서 변호사는 소송을 다시 제기한 알베르트 그레고르가 자기가 상속자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소송에서 질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변호사는 유언장만 있으면 이길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 말을 들은 에밀리아는 프루스남작 저택의 찬장을 살펴보면 그 안에 유언장과 다른 중요한 서류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변호사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서류를 찾으러 남작이 살던 저택으로 간다. 얼마후 변호사가 소송의 또 다른 당사자인 야로슬라브 프루스(Jaroslav Prus)와  함께 들어온다. 변호사는 프루스남작의 저택에서 유언장을 비롯해서 몇가지 다른 서류들을 찾았다고 말하면서 자못 흥분해 있다. 에밀리아가 말한 바로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프루스는 옛날에 상속자라고 주장했던 페르디난드 그레고르라는 사람이 비록 사생아라고 해도 남작의 자식이라는 것이 명백히 입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말을 들은 에밀리아는 자기가 입증하겠다고 선언한다.


제2막. 극장에서 오페라 공연이 끝난다. 사람들이 에밀리아에게 갈채를 보낸다. 무대 뒤로 프루스남작이 찾아온다. 뒤따라서 그의 아들 야네크(Janek)도 찾아온다. 야네크는 에밀리아를 한 번 보고 그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매료당한다. 프루스남작은 에밀리아에게 그 옛날 페르디난드 호세 프루스남작과 사랑했었다는 오페라 가수 엘리안 맥그레고르에 대하여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프루스남작은 상속자라고 주장하는 페르디난드 그레고르의 출생증명서를 찾았는데 거기에는 페르디난드의 어머니로 엘리나 마크로풀로스(Elina Makropulos)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하면서 혹시 그 오페라 가수인 엘리안 맥그레고르라는 여인이 엘리나 마크로풀로스와 같은 사람인지 알고 싶다고 말한다. 프루스는 두 여인의 이니셜이 모두 E. M. 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궁금하다고 말한다(그러고보면 Emilia Marty의 이니셜도 E.M.이 아닌가?). 프루스남작은 계속하여 당시에는 사생아의 경우,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었으므로 만일 페르디난드 마르코풀로스(Ferdinand Makropulos)라는 사람만 찾게 되면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작의 재산은 모두 현재의 프루스의 소유가 될것이라는 얘기이다. 에밀리아는 프루스가 찬장에서 찾은 서류중 아직 뜯어보지 않은 편지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그 편지를 자기에게 팔라고 제안한다. 그러나 프루스는 이 제안을 거절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간다. 한편 프루스의 아들 야네크는 아직도 극장의 무대 뒤에서 에밀리아가 나오면 한번 만나보려고 기다리고 있다. 에밀리아는 야네크에게 아버지인 프루스의 방에 가서 ‘나의 아들 페르디난드에게 전달하기 바람’이라고 쓴 편지를 몰래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이 말을 프루스남작이 엿듣는다. 프루스남작은 에밀리아에게 오늘 밤 자기와 함께 지낸다면 그 편지를 건네주겠다고 말한다. 에밀리아는 편지를 손에 넣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제3막. 다음날 아침, 에밀리아의 호텔 방이다. 프루스가 약속대로 뜯지 않은 편지를 에밀리아에게 내어준다. 하지만 프루스남작은 에밀리아가 자기를 사랑하는 척 하면서도 냉랭하게 대하는데 대하여 무언가 속은 느낌을 갖는다. 그 때 누가 프루스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프루스의 아들 야네크가 에밀리아와의 이룰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자살했다는 것이다. 야네크는 자기 아버지가 에밀리아의 호텔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에밀리아는 야네크가 자기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고 프루스남작은 심한 의구심과 함께 너무나 차가운 여자라고 생각되어 분노를 느낀다. 잠시후 변호사가 들어온다. 변호사는 에밀리아의 필체와 유언서에 써있는 Ellian MacGregor라는 필체가 같다고 밝히면서 혹시 유언장이 위조됐을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에밀리아가 필체 대질에 응하지 않자 사람들이 에밀리아의 책상을 뒤져서 같은 필체의 서류들을 찾아낸다. 에밀리아가 피스톨을 꺼내들지만 빼앗긴다. 사람들은 Eliona Makorpulos라고 쓴 글씨체가 Ellian MacGregor라고 쓴 글씨체와 같은 것을 발견한다. 모든 것을 체념한듯 에밀리아가 말문을 연다.


에밀리아는 자기가 1585년(처음에는 1575년이라고 말했음) 크레테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337전에 태어난 셈이다. 모두들 놀란다. 에밀리아의 얘기는 계속된다. “나의 이름은 Elina Makropulos이며 아버지는 루돌프 1세의 궁정약사(연금술사)였지요(루돌프 1세 황제는 1576-1612년가 보헤미아의 왕이었다). 주인으로부터 영생의 묘약을 개발하라는 명령을 받은 아버지는 약을 만들었고 그 때 16살이던 나에게 시험하기 위해 먹였답니다. 나는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했지요. 그 죄로 아버지는 감옥에 끌려갔습니다. 얼마후 깨어난 나는 모든 것이 무서워서 도망갔지요. 몇 년이 흘렀습니다. 나는 이 영생의 묘약 처방을 사랑하는 프루스남작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이 처방은 3백년 동안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나는 생명을 더 연장하기 위해 그 처방전을 다시 찾아야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3백년을 살았어도 인생이 무엇인지 아무런 의미도 모르겠어요. 이젠 정말로 죽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에밀리아의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사실인 것으로 믿기 시작했다. 에밀리아는 ‘인생이란 너무 길면 안됩니다. 짧더라도 가치가 있으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에밀리아는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영생의 묘약 처방을 주겠다고 말한다. 처방은 프루스로부터 아침에 받은 바로 그 뜯지 않은 봉투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처방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의 딸 크리스티나(Kristina)가 처방을 받아 그대로 난로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파테르 헤몬(Pater Hemon)이라고 나지막하게  외친다. 그리스어 주기도문의 첫 단어들이다. 에밀리아가 생명력을 다한듯 쓰러진다 (사족: 프루스는 300년전에 에밀리아와 함께 영생의 묘약을 먹었던 바로 그 프루스남작이다. 그러므로 에밀리아는 300년 만에 사랑하는 사람과 밤을 함께 지낸 것이다. 자살한 프루스의 아들 야네크는 실은 진짜 아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