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이야기/작곡가별 오페라 2

Zandonai, Riccardo Antonio Francesco (찬도나이) [1883-1944]

정준극 2007. 5. 21. 16:07

리미니의 프란체스카

 

타이틀: Francesca da Rimini (Francesca from Rimini).

주요배역: 프란체스카, 파올로, 조반니(지안치오토)

베스트 아리아: Chi ho veduto(S), Paolo, datemi pace!(S)

사전지식: 주인공 프란체스카는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살았던 실존인물이다. 라베나(Ravenna)의 영주 귀도 다 폴렌타(Guide da Polenta)의 딸로서 원래 이름은 Francesca da Polenta였다. 프란체스카는 일찍이 지안치오토 말라테스타(Gianciotto Malatesta)와 결혼하여 호칭을 Francesca da Rimini로 바꾼다. 프란체스카는 남편의 동생인 파올로 말라테스(Paolo Malatesta)와 불륜의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안 남편이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죽이는 비극이다.

에피소드: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이며 운명적인 사랑은 수많은 문인, 화가, 음악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다. 미술에서는 프랑스의 앙그레(Ingres)와 로댕(Rodin), 독일의 셰퍼(Scheffer), 이탈리아의 프레비아티(Previati)등이 작품의 소재로 삼았으며 음악으로서는 찬도나이 이외에도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유명하다. 문학작품으로서는 시성(詩聖) 단테가 신곡(神曲)의 연옥편에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 사랑이 그렸다. 단테의 신곡은 3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걸작은 연옥(The Hell)편이다. 연옥의 제5부에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비극적이면서도 열정에 얽매인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줄거리: 라베나(Ravenna)의 영주 귀도 다 폴렌타(Guido da Polenta)의 딸 프란체스카(Francesca da Polenta)는 자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유한 귀족 지안치오코 말라테스타(Gianciotto Mallatesta)와 정략결혼한다. 결혼후 프란체스카는 리미니의 프란체스카(Francesca da Rimini)라는 호칭을 갖는다. 남편 지안치오코(다른 번안에서는 조반니라고 표현됨)는 절름발이이다. 나이 많은 남편은 젊고 아름다운 프란체스카가 혹시나 자기 이외의 남자와 무슨 스캔들이나 있지 않을까 하여 매사에 의심의 눈길이다. 그러한 걱정은 당연히 질투로 변한다. 남편은 프란체스카의 행동이 조금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모욕적인 언사로 학대한다. 파올로 말라테스타(Paolo Malatesta)는 남편의 동생(시동생)이다. 이 세상에 파올로와 같은 미남은 없을 정도로 잘 생겼다. 마음씨는 정열적이며 친절하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는 한 집에 살고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가깝게 지낼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번민과 고독을 함께 나누며 결국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드디어 파올로가 프란체스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키스를 나누며 두려운 기쁨에 몸을 맡긴다. 그후 남편이 출타중일 때마다 두 사람은 남편의 눈을 피하여 정열적인 밀회에 탐닉한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두사람의 밀회 장면을 목격한 남편은 질투의 화신이 되어 칼을 빼어들고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죽인다.

 

파올로(로베르트 알라냐)와 프란체스카(바실레바). 파리 오페라


에케부의 기사들


타이틀: The Kights of Ekebu (I Cavalieri d'Ekubu). 전4막. 셀마 라거로프(Selma Lagerlof)의 동명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초연: 1925년

주요배역: 에케부(광산주 여장부), 안나(순진한 아가씨), 신트람(안나의 아버지), 고스타(지오스타: 목사님) 

사전지식: 레나타 스코토와 플라치도 도밍고가 찬도나이의 대표작인 Francesca da Rimini를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공연할 때에 사람들은 내용과는 달리 소란하기만하고 지루하여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찬도나이의 작품이 다 그런것은 아니다. 콘지타(Conchita)와 ‘줄리에타와 로메오’(Giulietta e Romeo)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음악이다. 찬도나이는 세계오페라 연혁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다. 찬도나이를 마지막으로하여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오페라가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단원의 막을 내린 작품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는 1597년 몬테베르디로부터 불이 붙어 그로부터 수백년동안 세계의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았다. 그러한 이탈리아의 오페라가 세계 조류에 휩쓸려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은 1925년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무대에 올려진 때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프랑코 알파노(Franco Alfano)가 미완성의 투란도트를 완성하여 무대에 올린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서 오리지널 푸치니의 작품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실은 투란도트가 스칼라에서 공연되기 불과 몇 달전에 찬도나이의 ‘에케부’가 초연되었다. 그러므로 1924년 푸치니가 미완성한 투란도트를 이탈리아 오페라의 마지막으로 볼것인지 또는 1925년 찬도나이의 에케부를 마지막으로 볼것인지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무튼 이후 이탈리아 특유의 멜로디는 오늘날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에피소드: 소설 ‘에케부의 기사(騎士)’을 바탕으로 스웨덴의 무성영화 The Saga of Gosta Berling(고스타 벨링의 전설)이 나왔다. 성숙한 10대 소녀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가 첫 데뷔한 작품이다. 제목에 나오는 기사(Knight)라는 말은 중세에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아니라 어느 광산에서 일하고 있는 부랑자들을 말한다.


줄거리: 무대는 스웨덴에 있는 어느 철광산이다. 광부들이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일반 광부들이 아니다. 부랑자들이다. 광산의 여주인인 에케부(일명 여장부)가 인생의 막바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구해서 이곳으로 데려와 일을 시키고 있는 것이다. 에케부는 정말 보통 여자가 아니다. 양가죽 옷과 긴 부츠를 신고 있고 허리에는 긴 칼을 차고 있다. 여장부는 광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가죽으로 만든 채찍으로 부랑자들을 다스린다. 여장부는 이들을 중세처럼 기사로 임명하여 거느리고 있다. 기사들에게 있어서 사령관인 여장부는 영주와 마찬가지이다. 에케부가 살고있는 집은 커다란 장원이다. 에케부 장원이라는 저택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장부를 에케부라고 부른다. 에케부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그가 오늘의 부를 거머쥐게 된것은 몇년전 있었던 간통사건 때문이다. 늙은 남편 몰래 저지른 간통 사건이다. 에케부는 어떤 유부남과 애정 행각을 벌여 그 대가로 돈을 받게 되었고 그 돈으로 광산을 사 들인 것이다. 에케부는 이 얘기를 알콜 중독자로 자포자기하여 있는 젊은 교회 목사님에게만 얘기한 일이 있다. 에케부는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기사들 중에 목사님 같은 사람이 있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고스타 베얼링(Gosta Berling)목사님도 기사로 임명한다. 에케부는 젊고 잘 생긴 고스타 목사님을 은근히 좋아하지만 이제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광산 일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고스타에 대한 미련으로 마을에서 자기를 따르는 아직 10대의 성숙한 어린 처녀 안나(Anna)를 앞세워 고스타목사님을 약간 유혹하여 결국 자기에게 충성을 바치는 기사로 임명한 것이다. 안나는 고스타를 설득해서 에케부의 장원에서 크리스마스 축하 연극에 함께 출연한다. 연극을 공연하는 중, 안나는 고스타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낀다.


안나의 아버지 신트람(Sintram)은 악독한 지주이다. 그는 자기가 사탄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신트람은 당연히 목사님인 고스타를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터에 자기의 딸 안나가 젊은 목사님과 눈이 맞아 가출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다. 그런데 두 사람의 가출에는 에케부의 코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신트람은 에케부에 대한 앙갚음으로 옛날 에케부의 간통 사건을 기사들과 그의 늙은 남편에게 알려준다. 늙은 남편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얼마후 세상을 떠나고 만다. 신트람의 일단계 복수 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신트람은 한 술 더떠서 에케부가 자기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사중에서 매년 한명씩 골라 사탄에게 희생제사를 지낸다는 얘기를 하며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가 하면 자기가 바로 사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화가 치민 기사들은 옛날에 자기를 구해준 은혜는 생각하지 않고 난동을 부린다. 에케부는 옛날에 자기 어머니의 뺨을 때린 잘못에 대한 벌을 지금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에케부는 자기의 모든 재산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참회의 생활을 하기로 결심하고 장원을 떠난다.


에케부는 자기가 없이 기사들만으로 광산을 운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한다. 과연 그 이듬해 마을은 파산을 한다. 기사들은 일을 팽개치고 술만 퍼 먹으며 게으른 생활을 한다. 한편, 안나는 고스타와 가출한데 대하여 양심을 가책을 받아 고스타로부터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러한 어려운 때에 에케부가 마을로 돌아온다. 그러나 에케부는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서 이제 거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 기사들은 에케부에게 자기들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빈다. 안나도 고스타에게 다시 돌아간다. 기사들은 에케부의 뜻을 받들어 망치와 곡괭이를 들고 광산으로 달려간다. 용광로가 다시 불을 내뿜는다. 마을은 활기를 되찾았고 모두들 새로운 희망으로 행복감에 넘쳐있다. 그리고 에케부는 숨을 거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