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81. Gluck, Christoph Willibald von (글룩) [1714-1787]-터리드 이피제니

정준극 2007. 7. 4. 13:23

터리드의 이피제니(Iphigenie en Tauride)

타우리스의 이피제니아

크리스토퍼 빌리발트 글룩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룩

                     

타이틀: Iphigenie en Tauride (Ifigenia in Tauris). 전 4막. 보통 이피제니아라고 부르지만 원제목은 터리드의 이피제니(또는 터리스의 이피게니)이다. 유명한 극작가 라신느(Racines)의 작품을 토대로 귀몽 드 라 투세의 희곡을 니콜라스-프랑소아 귀요(Nicolas Franois Guillard)가 오페라 대본을 만들었다.

초연: 1774년 (미국이 독립한 해)에 파리 오페라극장

주요배역: 이피제니아(다이아나 신전의 여사제), 오레스테(오레스테스: 이피게니의 오빠: 아르고스와 미케네의 왕), 필라데스(오레스테의 친구: 포치스의 왕), 토아스(타우리스의 왕), 다이아나 여신

베스트 아리아: Dieux protecteurs de ces affreux(S), Dieux qui me poursuives(S), O toi qui prolongeas mes jours[오 그대가 내 생명을 연장해 주었네](S), De noirs pressentiments[검고 불길한 예감](T), O malheureuse Iphigenie[오 불행한 이피제니아](S), Unis des la plus tendre enhance[추억의 어린시절부터 맺어왔던 우정](T)


이피제니와 그의 희생을 애통해 하는 여인들. 파리 샹젤리제 극장


사전지식: 글룩이 파리에서 작곡한 여섯 번째 오페라. 서곡은 웅장하다. 적막함으로 시작하는 서곡은 폭풍과 여사제 이피게니의 음성을 대비해 준다. 글룩은 관객들이 서곡을 통해 다음의 스토리가 어떻게 진전될지를 이해할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에피소드: 글룩이 비엔나에 있을 때 그로부터 성악 교습을 받았던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지원으로 공연될수 있었고 성공을 거둘수 있었던 작품이다. 글룩과 라이발인 이탈리아 의 니콜라이 피치니(Nicolai Piccini)도 Iphigénie를 작곡하였으나 글룩을 능가하지는 못했다. 웬만해서 남의 작품을 칭찬하지 않는 베를리오즈였지만 글룩의 이피게니아에 대하여는 ‘불멸의 작품’(Immortal Work)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피치니의 이피게니는 글룩의 이피게니보다 14년 전인 1957년,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서 로렌조 다 폰테(Lorenzo da Ponte)(모차르트 참고 요망)의 대본으로 공연된 일이 있다. 마리아 칼라스가 이피게니역을 맡은 것은 녹음으로 남아있는 가장 유명한 공연으로 간주되고 있다.


스키티아의 다이아나 신전


줄거리: 스키티아(Scythia)왕국 다이아나 신전의 여사제로 있는 이피제니(Ifigenie: 이피게니아: Iphigenia)가 폭풍이 치는 가운데 신전에서 기도하고 있다. 기도 때문인지 잠시후 폭풍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이피제니의 마음은 가족의 운명 때문에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다. 아버지 아가멤논을 살해한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Clytemnestra)는 이피제니의 남동생인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당했다. 이런 일련의 끔찍한 연쇄 살인 사건에 충격을 받은 여사제 이피제니는 신들이 자기 가족들에게 대하여 끊임없이 복수를 안겨 줄것 같아 미칠 지경이다. 스키티아의 왕 토아스(Thoas)가 등장한다. 왕은 자기가 죽으리라는 예언을 들었다고 하면서 이 예언이 변경될수 있도록 다이아나신에게 제사 드릴 것을 이피게니아에게 지시한다. 그리고 이 나라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어떤 사람이든지 수상한 사람이면 무조건 잡아서 대신 희생물로 바치도록 명령한다. 병사들이 들어와 마침 두 명의 그리스인들이 해안에 도착했다고 전한다. 이피제니는 사람을 희생물로 드리는 일이 온당치 못하다고 믿지만 왕의 명령이므로 마지못해 제사 준비를 한다. 막간 발레가 나온다. 백성들이 승리의 춤을 춘다. 무엇에 대한 승리인지는 모른다. 두 명의 그리스인인 오레스테스(Orestes)와 친구 필라데스(Pylades)가 잡혀 온다. 이들이 왜 이 나라에 왔는지 밝히지 않는다. 오레스테스는 못된 어머니와 나쁜 양아버지를 죽이고 멀리 도망갔던 이피제니의 남동생이다.

 

도망자 오레스테스


제2막. 신전안의 희생물을 드리는 방이다. 쇠사슬에 묶여 있는 오레스테스는 충실한 친구 필라데스가 아무 죄도 없이 희생당하게 된데 대하여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자기가 가자고해서 스키티아왕국에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서 죽음을 달라고 신에게 간청한다. 필라데스는 친구를 위해, 친구와 함께 죽을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한다(그때도 성경 말씀이 있었나?). 이 말을 들은 오레스테스는 마음이 더욱 비통해진다. 사제들이 필라데스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자 오레스테스는 친구 필라데스의 억울한 죽음을 생각하여 미칠것 같은 심정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얼마후 깨어난 오레스테스는 복수의 여신인 휴리스(Furies)의 자매들이 자기 주위에 둘러서 있는 것을 본다. 복수의 여신들은 오레스테스가 자기를 낳아준 어머니를 살해한 죄를 물어 오레스테스를 고문한다. 이 때 이피제니가 들어선다. 오레스테스는 순간적으로 이피제니가 자가 어머니인줄로 착각한다. 하지만 여사제라는 높은 신분의 위엄에 눌려 아무 말도 못한다. 이피제니는 잡혀온 그리스인이 동생인 오레스테스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다. 이피제니는 이 그리스인이 미케네를 탈출한 살인범인줄 알고 이런 살인범을 희생물로 드리면 다이아나 신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므로 풀어 주라고 지시한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여사제들은 희생물을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왕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왕이 없는 조국의 운명을 슬퍼한다. 여사제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본 이피제니는 어차피 두 명의 그리스 사람 중에서 한명을 희생물로 드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이피제니는 다른 여사제들에게 동생 오레스테스가 오래전에 죽은 것이 틀림없으므로 오레스테스의 장례의식을 준비토록 지시한다. 여사제들이 엄숙한 의식을 주관한다.


이피제니와 오레스테스


제3막. 이피게니는 어쩐지 감옥에 있는 그리스인이 오레스테스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이피제니는 동생을 생각해서 이들을 풀어주어 멀리 쫓겨나 살고 있는 자기 여동생 엘렉트라를 찾아가 가족들의 비운을 얘기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이었다. 이피제니는 간수들에게 두 명의 그리스인을 데려 오도록 한다. 간수가 두 사람을 데리고 온다. 이피제니는 두 사람중에서 한 사람만 풀어 줄수 있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희생되겠다고 하며 눈물겹도록 주장한다. 오레스테스는 만일 자기가 희생되지 않고 친구가 죽게 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주장한다. 결국 필레데스가 엘렉트라를 찾아 이피제니의 편지를 배달하는 사명을 맡게 된다. 아직까지도 이들은 서로 누가 누군지 모르고 있다. 아무튼 오레스테스는 타우리스왕을 위해 다이아나 신에게 제물로 바쳐질 운명이다. 이피게니는 아르고스(Argos)에 있는 친척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쓴다. 혼자 남은 필리데스는 오레스테스를 구하고 자기가 희생당하기로 마음먹는다.


 

오레스테스(플라시도 도밍고)와 친구 필라데스


제4막. 다이애나 신전이다. 오레스테스를 데려와 희생물로 바쳐야 할 시간이지만 이피제니는 차마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만일 자기가 이 그리스 청년(오레스테스)을 죽인다면 자기도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신들의 저주를 받을 것으로 생각하여 두려워한다. 하지만 여사제들이 이피제니에게 칼을 건네주며 어서 희생물을 죽이라고 재촉하자 어쩔수 없이 칼을 들고 찌르려 한다. 바로 이 순간에 이피제니와 오레스테스는 서로를 알아보고 놀란다. 사제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이 나라의 진정한 왕이 나타났다고 하면서 환호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를 참고할것). 이피제니는 오레스테스가 어머니를 죽인 저주받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오레스테스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한편, 토아스왕은 이피제니가 그리스인을 죽여 희생물로 제사를 드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하여 신전으로 달려온다. 왕은 이제 이피제니가 더 이상 여사제장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다른 여사제들에게 어서 희생물을 죽여 제사지내도록 강요한다. 이피제니는 오레스테스의 신분을 밝히며 강제로 빼앗아간 이 나라의 왕관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화가 치민 타오스왕은 두 사람을 모두 죽이겠다고 위협한다. 그때 필라데스가 일단의 그리스 병사들을 이끌고 밀쳐 들어온다. 타오스 왕의 병사들과 그리스 병사들이 전투를 벌인다. 이 때 다이아나신이 나타나 싸움을 말리고 오레스테스의 죄를 사면해 준다. 오레스테스는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친구 필라데스에게 누이인 이피제니를 소개해 주고 농담으로 국수 좀 먹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스 병사들, 스키티아 백성들, 신전의 여사제들이 모두 목소리를 가다듬어 찬양의 합창을 힘차게 부른다. 약간 황량한 스토리이지만 해피엔딩.


 희생을 면한 이피제니. 사면받은 오레스테스.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