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175. Mozart, Wolfgang Amadeus (모차르트) [1756-1791]-여자는 다그래

정준극 2007. 7. 4. 14:26

여자는 다 그래(Cosi fan tutte)


도라벨라와 휘오르딜리지


타이틀: Cosi fan Tutte (All Women Are Like That: All Women do the Same). 2막의 오페라 부파. 대본은 역시 로렌쪼 다 폰테(Lorenzo Da Ponte)

초연: 1790년 1월 16일 비엔나 부르크데아터(궁정극장)

주요배역: 휘오르딜리지(나폴리에 살고 있는 훼라라의 귀부인), 도라벨라(휘오르딜리지의 여동생), 구글리엘모(휘오르딜리지를 사랑하는 장교), 페르난도(도라벨라를 사랑하는 장교), 돈 알폰소(노총각 철학자), 데스피나(두 자매의 하녀)

 

 

음악 하이라이트: 1막에서 휘오르딜리지의 아리아, 결혼식 캐논, 독토르 메스메(데스피나)를 존경하는 음악, 구글리엘모의 아리아, 페란도의 아리아, 도라벨라와 구글리엘모의 사랑의 듀엣, 휘오르딜리지와 페르난도의 사랑의 듀엣

베스트 아리아: Come scoglio[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S), Un'aura amorosa del nostro tesoro[사랑의 산들 바람은](T), Per pieta, ben mio(S), Una donna a quindici anni(S), In uomini, in soldati(S), Donne mie, la fate a tant a tanti[나의 애인이여, 그대들이 하는 일은 너무 엄청나](B), Non siate ritrosi...E voi riidete[그렇게 거부하지 마오](B), Soave sia il vento[부드럽게 부는 바람](트리오)

사전 지식: 변덕스럽고 쓸데없는 일만 저지르며 좀 가벼운듯한 두 여인의 사랑 이력에 대한 코미다. 여성을 조롱하는 듯한 스토리이므로 여성 오페라 팬들은 별로 환영하지 않는 작품이다. 아리아보다는 듀엣, 트리오, 쿼텟 등에 아기자기한 비중을 더 두었다. 대사가 음악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대사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고상한 모차르트의 음악을 망쳐 놓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래서 18세기의 대본가들은 모차르트의 스타일을 고려하여 대본을 다시 쓰기도 했다. 오페라 대사를 연극에 적용하여 공연한 일이 있다. 예상한대로  완전 쓰레기였다. 그러고 보면 모차르트는 참으로 천재 작곡가였다.

에피소드: 초연이후 ‘여자는 다 그래’의 계속 공연은 당시 요세프2세 황제의 서거로 영향을 받아 그 시즌에 단 10회의 공연만 허락받았다. ‘여자는 다 그래’는 당시의 도덕기준으로 볼때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대본을 수없이 손질해야 했다. 처음에는 노골적인 표현도 많았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상당히 정화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의 하나가 되었다. 물론 내용은 아직도 비도덕적이지만 모차르트의 아름답고 재치있는 음악이 스토리의 비도덕성을 감싸주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게 해주었다.

 

두 자매는 알바니아 사람들과 결혼식을 치루기로 한다. 어이구.

         

줄거리: 무대는 18세기의 나폴리이다. 두 젊은 장교들이 어떤 예쁘게 생긴 자매와 연애하고 있었다. 줄리엘모(Guiglielmo)는 휘오르딜리지(Fiordiligi)와, 페르난도 (Fernando)는 도라벨라(Dorabella)와 사랑하는 사이이다. 이름들이 애교스럽고 귀엽지만 줄거리를 설명하는 중에 계속해서 이름들을 거론하면 누구라도 혼란스럽게 될 것 같다. 따라서 줄리엘모를 A, 페르난도를 B, 그리고 줄리엘모+휘오르딜리지 커플을 A커플, 페르난도+도라벨라 커플을 B커플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해하는데 쉬울 것이다. 다시한번 반복하지만 A커플 (줄리엘모와 언니), B커플 (페르난도와 동생)이다. 남자 A와 B는 풍자적이며 장난끼가 다분한 노총각 알폰소(Alfonso)박사와 점심을 먹고 있다. 이들은 여자의 마음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철학자인 알폰소는 ‘여자란 바람과 같아서 자기들 애인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변덕을 부릴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두 남자는 ‘사랑하는 사이라면 누가 아무리 유혹해도 넘어가지 않으며 진심을 지킨다’는 주장이다. 토론이 끝이 없자 결국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실험을 통해 가리는 내기를 건다. 두 청년장교는 알폰소의 계략대로 따르기로 한다. 즉, 두 자매에게 자기들은 부대 이동으로 멀리 떠나게 되었다고 이별을 고한후 알바니아 귀족처럼 변장을 하고 다시 나타나 서로 역할을 바꾸어 자매를  유혹한다는 계략이다. 남자 A와 B는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유혹한다고 해도 자기들의 약혼녀 A와 B는 절대로 한눈팔지 않고 ‘굳세어라 금순아!’ 일변도로 나갈 것을 굳게 믿었다. 물론 알폰소는 ‘설마가 사람 잡지!’라면서 세상에 믿지 못할 것은 여자의 마음이란 것을 재삼 강조하였다.

 

두 약혼자가 멀리 전쟁터로 떠나자 홀가분해서 좋아하는 자매. 이래서 여자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두 남자는 자기들 약혼녀의 송죽과 같은 정절을 확인키로 한다. 두 청년 장교는 알바니아 귀족으로 변장하고 자기의 약혼녀들에게 접근하여 갖은 감언이설로 유혹해 보지만 여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요지부동이다. 자매들은 자기들의 약혼자인 줄리엘모와 페르난도를 제외하고 딴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되더라고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굳게 다짐한다. 아마 자기들의 진짜 약혼자들이 당장이라도 나타나면 꼼짝 없이 낭패를 당할 것이므로 그런 위험스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남자들은 알폰소에게 ‘여보셔! 보셨소? 당신 생각이 틀렸오!’라고 하면서 이제 알폰소와의 내기에는 ‘보았노라! 이겼노라!’라고 말한다. 노련한 알폰소는 ‘속단은 금물’이라고 하면서 좀 더 기다려 보라고 한다. 이제 하녀 데스피나(Despina)가 등장할 차례이다. 데스피나 역시 일폰소와 마찬가지로 신랄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자기 주인인 두 아가씨가 평소에 하는 행동거지로 보아 만일 어떤 근사한 딴 사람이 유혹하면 솔솔 넘어갈 것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 알폰소의 지원 사격을 요청받는 데스피나는 미약하나마 작전 수행에 기꺼이 열심을 다하기로 약속한바 있다. 더구나 데스피나는 ‘사람이면 다 똑같은 사람이지’라면서 두 귀족 아가씨들이 하릴없이 먹고 놀기만 하는데 대하여 은근히 반감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하이네는 '내가 비참한 것 처럼 그대도 비참하다'라는 공통된 감정이 로맨틱한 관계의 시작이라고 말한바 있다.


제2막. 데스피나는 두 아가씨에게 ‘아이고, 아가씨들의 약혼자들이 멀리 가서 외로우시죠? 헌데 말입니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저 점잖고 예의 바르며 돈도 많고 멋있는 알바니아 귀족들과 약간이나마 즐거운 한때를 갖는 것도 신상에 좋지 않을까요?’라고 설득한다. 집요한 설득 및 호기심 절반, 바람기 절반으로 인하여 두 아가씨는 알바니아 귀족들과 데이트를 하기로 승낙한다. 두 알바니아 귀족, 즉 두 남자는 각각 파트너를 바꾸어 두 자매를 열심히 유혹한다. 자기들로 말씀드리자면 이미 오래전부터 아가씨를 멀리서나마 바라보며 흠모하는 중에 이제 직접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게 되었으니 일생의 영광이며 아울러 자손만대에까지 그 영광을 간직코자한다는 내용으로 죽는 시늉까지 하며 구애한다. 이러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구애로 인하여 두 자매는 각기 다른 남자에게 이윽고 자기들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급기야 남자 A와 여자 B, 남자 B와 여자 A는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남자 A와 B는 어디 갈데까지 가보자고 하면서도 죽을 지경이다. 그토록 믿었던 두 아가씨가 그토록 쉽사리 고무신을 거꾸로 신다니 정말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여자는 다 그래'의 주인공들은 왕족이나 귀족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 계층이다. 아마 알폰소만이 귀족일지 모른다. 이러한 평민 중심이 '휘가로의 결혼'이나 '돈 조반니'와 다른 점이다. 하녀 데스피나는 더 평범한 신분이다. 하지만 데스피나는 누구보다도 탁월하다. 심지어 사랑에 있어서도 두 아가씨들의 선생이다. 데스피나는 또 하나의 모차르트인지 모른다.


하녀 데스피나가 공증인으로 변장하여 결혼식을 진행한다. 모두 결혼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렇게 되자 알바니아 귀족으로 변장했던 남자 A와 B는 ‘아니, 이게 아닌데...’하면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잠시 옆방으로 가서 원래 장교 복장을 하고 나타나 여자들을 혼내주기로 한다. 두 아가씨는 방금전에 결혼 서약했던 신랑들인 두 알바니아 귀족들이 잠시 어디 갔다 온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진짜 약혼자들이 나타나니 비야흐로 혼비백산 지경이다. 남자들은 방금 전 아가씨들이 서명한 결혼 서약서를 들이대면서 해명을 요구한다. 두 아가씨들은 ‘당신들이 있는데 우리가 뭐 어쨌다고요?’라면서 펄쩍 뛰지만 데스피나 및 알폰소가 등장해서 전모를 밝히는 바람에 쪽 팔려 죽을 지경이 된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좋은 이 아가씨들은 겨 ‘아니, 원인제공자가 누군데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시나요? 그나저나 왜 변장하고 난리들이야? 우린 자기들이 변장하고 나타날 때 처음부터 알아 봤다구요! 우리도 자기들 속여 보려고 한번 해 본거야!’였다. 남자 A와 B는 이런 주장에 할 말을 잃었다. 자, 어떻게 되었던 모두 용서! 나중에 과연 페르난도가 도라벨라와 진짜로 결혼했는지, 줄리엘모가 휘오르딜리지와 진짜로 결혼했는지는 오페라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어서 알지 못한다. (더 자세한 스토리 해석은 ‘오페라 이야기’를 참고하시기 바람).

 

 한바탕 소동후에 해피엔딩. 모차르트 오페라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