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10. Prokofiev, Sergey (프로코피에프) [1891-1953]- 전쟁과 평화

정준극 2007. 7. 4. 15:00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와 부인 미라 멘델손

 

[전쟁과 평화]


타이틀: Voyna i Mir (War and Peace). 전2막.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의 소설을 미라 멘델손(Mira Mendelson)과 작곡자 자신이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키에프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미라 멘덴손(1915-1968)은 프로코피에프의 두번째 부인이다. 미라 멘델손은 작가로서 프로코피에프와 함께 오페라의 대본들을 썼고 발레의 시나리오를 썼다. 대표적인 것은 '수도원에서의 결혼'(1940), '전쟁과 평화'(1942), '진실한 인간의 이야기'(The Story of a Real Man: 1947)이며 발레 시나리오는 '돌 꽃'(The Stone Flower: 1954)이다. 프로코피에프는 아내 미라에게 그의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제8번(1944)를 헌정했다.

초연: 1959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무대배경의 공연)

주요배역: 로스토브백작. 나타샤(로스토브잭작의 딸), 안드레이 볼콘스키공자, 피에르 베추코프, 소냐(나타샤의 사촌), 마리아공주, 아나톨공자(바람둥이 장교)

베스트 아리아: Kakovo pravo oni imieout(S), Vlitchavaia v solnetchich lutchah(B)


무도회에서. 안나 네트렙코(나타샤)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안드레이 공자).


사전지식: 프로코피에프가 1941-1952년의 10년간에 걸쳐 완성한 오페라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오페라로 만든 것이므로 문학적 향취와 역사적 위대함이 엿보이지만 소설에서 느낄수 있는 서사시적 웅대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위대한 문호의 위대한 작품을 한정된 무대에 올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2차대전후 러시아는 스탈린의 전제정치가 시작되었다. 스탈린은 연극이나 오페라는 사회주의 공산혁명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규정지었다. 그래서 당시 스탈린정부는 무대공연을 할 경우에는 의상이나 배경을 없이 하도록 했다. 스탈린 정부는 또한 제정러시아를 내용으로 삼은 공연은 백성들의 제정러시아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여 금지했다.

에피소드: ‘전쟁과 평화’는 오케스트라 부분등이 미완성인채 1944년 모스크바에서 피아노 반주로만 초연되었다. 대서사시적 작품을 피아노반주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미안한 노릇이 아닐수 없었다. 이듬해인 1945년 ‘전쟁과 평화’는 모스크바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에 의한 연주회 형식으로 공연되었고 1946년에는 무대 배경과 함께 겨우 공연될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풀 스케일 공연은 1959년이었다. 프로코피에프가 ‘전쟁과 평화’를 완성한지 17년만의 일이었다. ‘전쟁과 평화’는 여러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었지만 그 중에서 아직도 고전으로 남아 있는 것은 오드리 헵번(나타샤), 멜 화라(안드레이), 헨리 폰다(피에르)가 주연한 1950년대 말의 영화이다.

 

사뮈엘 레이미가 쿠초프 원수를 맡은 메트의 무대. 2012년

 

줄거리: 제1막. 1809년의 어느 봄날 저녁. 로스토프(Rostov)백작의 시골 별장에 안드레이 볼콘스키(Andrei Bolkonski)공자가 찾아온다. 로스토브 백작의 딸인 나타샤(Natasha)가 봄날 저녁의 향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나타샤는 사촌 소냐(Sonya)와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며 이어 손님으로 온 오빠의 친구인 안드레이공자가 멋있는 분이라는 얘기를 나눈다. 마침 이 속삭임을 안드레이공자가 듣는다. 안드레이는 나타샤의 청순하고 발랄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안드레이공자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안드레이공자는 나타샤에 대한 연모의 정을 간직하며 돌아간다. 나타샤도 어딘가 얼굴에 우수의 그림자가 있는 듯한 안드레이 공자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안드레이공자의 부인은 벌써 오래전부터 병석에 누워 있기만 하다. 그해 마지막을 장식하는 송년 무도회가 생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안드레이공자의 여동생인 마리아 아크로시모바(Maria Akhrosimova)공주의 집에서 열린다. 나타샤는 사촌 소냐와 아버지 로스토프백작과 함께 무도회장에 들어선다. 화려하고 육감적인 헬레네(Helene)의 모습이 나타샤의 눈길을 끈다. 헬레네는 나타샤의 집안과 잘 아는 사이인 피에르 베주코프(Pierre Bezukhov)의 부인이다. 헬레네의 오빠 아나톨 쿠라긴(Anatol Kuragin)의 모습도 보인다. 아나톨은 누구에게나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호방한 성격이다. 말하자면 바람둥이이다. 무도회에서 나타샤를 본 안드레이공자가 유혹적인 마음으로 나타샤에게 춤을 청한다. 나타샤의 춤이다. 나타샤는 안드레이와 함께 춤을 추며 행복하다. 안드레이도 나타샤야 말로 자기를 위한 여인이라고 확신한다.

 

안드레이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토브스키

               

2년이 지났다. 역사적인 1812년이다. 안드레이와 나타샤는 약혼하였다. 안드레이와 나타샤는 모스크바에 있는 안드레이의 아버지를 만나러 간다. 그러나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두 사람을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 안드레이가 그동안 철없는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그를 싫어한다. 아버지 대신에 안드레이의 여동생인 마리아공주가 나타샤를 친절하게 맞이해준다. 마리아는 나폴레옹 군대와의 전쟁이 임박했다고 하면서 걱정이다. 몇 달후, 나타샤를 만난 피에르의 부인 헬레네가 안드레이와의 약혼을 축하한다. 그러면서 자기 오빠 아나톨이 아직도 나타샤를 죽어라고 사모하고 있다는 말을 건네준다. 나타샤는 헬레네의 아름다움과 친절함에 좋은 인상을 받아 아나톨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는다. 마침 아나톨이 약속이나 한듯 나타난다. 그는 나타샤에게 편지 한통을 전해주며 과감히 키스를 하고 자리를 뜬다. 나타샤가 편지를 읽어보니 구구절절 낭만적인 시가 적혀있다. 결론적으로 자기는 나타샤를 사모하고 있으니 운명을 결정해 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안드레이공자가 결혼에 뜻이 없어 멀리 전선으로 떠나 있었기 때문에 나타샤는 아나톨의 구애에 감동하여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한다. 그러나 사촌 소냐와 아버지 로스토프백작의 제지로 일단 집으로 돌아간다. 소냐는 나타샤에게 아나톨이 형편없는 바람둥이이며 못된 사람이라고 말해주지만 나타샤의 귀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편 아나톨은 동료들을 만나 나타샤가 자기와 함께 도망가기로 결정했다고 자랑한다. 친구 돌로코프(Dolokhov)중위는 비록 자기가 그 연애편지를 써주긴 했지만 나타샤의 장래를 망치는 일은 찬성할수 없다고 말하며 괴로워한다.

  

2012년 스타니슬라브스키 네미로브티 단첸코 극장 무대. 나탸야역의 나탈리아 페트로치츠카야

 

집에서 거의 갇혀있다시피 한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여동생인 마리아를 만나러 간다는 구실로 겨우 집을 빠져 나온다. 바로 그날이 아나톨과 함께 멀리 도망가기로 한 날이었다. 마리아의 집에서 나타샤는 사촌 소냐가 마리아에게 자기와 아나톨이 멀리 도망가려고 한다는 음모를 이미 털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나톨이 나타샤와 함께 도망가기 위해 도착한다. 마리아 공주는 하인들에게 아나톨을 보는대로 즉시 자기에게 데려오라고 명한다. 이 사실을 안 아나톨은 겁이나서 도망친다. 나중에 마리아는 나타샤에게 아나톨이 이미 결혼한 몸이라는 얘기를 해준다. 나타샤는 혼돈스럽고 비참하여서 약을 마시고 자살하려한다. 소냐가 달려와 약을 먹은 나타샤를 정성으로 간호한다. 한편, 헬레나와의 결혼 생활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있는 피에르는 나타샤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나타샤도 피에르의 다정하고 지성적인 태도에 마음이 끌린다. 나폴레옹의 군대가 전선에 집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전쟁이 임박해지고 있다.

 

나폴레옹군의 작전회의

 

제2막. 1812년 8월 25일. 무대는 보로디노(Borodino) 전쟁터이다. 안드레이는 자기와 나타샤가 즐겁게 지내던 시절을 잠시 회상해 본다. 안드레이는 나타샤와 약혼까지 한 사이인데 지금은 모든 일들이 미로처럼 얽혀져 풀기가 어렵게 된 것을 느낀다. 마침 전선을 찾아온 피에르가 안드레이를 만난다. 안드레이는 나폴레옹 군대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손해든지 각오해야 한다는 전략을 설명해준다. 쿠투조프(Kutuzov)대원수가 도착한다. 결전을 앞둔 비장한 자세이다. 쿠투조프대원수는 안드레이에게 자기와 함께 전투에 임하자고 제안하지만 안드레이는 자기 연대를 이끌고 별도로 전투하겠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인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들린다. 나폴레옹 군대의 노도와 같은 진격에 러시아 군대는 퇴각을 거듭한다. 쿠투조프대원수는 모스크바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린다. 쿠투조프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모스크바가 불바다가 되고 시민들이 희생되어도 어쩔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폴레옹은 약 한달이 넘게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주둔한다. 자유주의 사상가인 피에르는 나폴레옹이 권력의 욕심 때문에 수많은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고 나폴레옹을 암살하려 한다. 피에르는 프랑스군에게 체포된다. 11월이 된다. 대지는 점차 얼어붙는다.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크바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급기야 퇴각을 결정한다. 프랑스군에게 잡혀 있던 피에르도 다른 포로들과 함께 끌려간다.

 

1959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초연의 무대. 무도회 장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기온이 급강하한다. 프랑스군은 엄청난 손실은 당한다. 이 틈을 이용하여 피에르와 다른 포로들이 탈출에 성공한다. 한편 쿠투조프대원수는 은인자중하던 러시아군을 독려하여 드디어 대규모 반격을 개시한다. 나폴레옹군은 거의 전멸 상태가 된다. 전투에서 승리한 쿠투조프대원수는 ‘러시아는 이제 구원되었다.’고 선언한다. 병사들이 쿠투조프대원수를 찬양하며 승리를 소리 높이 외친다. 피에르는 모스크바에 돌아감으로서 자기의 삶을 다시 시작코자 한다. 나타샤의 집을 찾아온 피에르는 나타샤가 부상당한 병사들을 보살펴 주고 있는 따듯한 모습을 목격하고 나타샤에 대한 생각을 달리한다. 부상자 중에 안드레이의 모습이 보인다. 안드레이는 나타샤를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어한다. 안드레이는 지금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것을 후회한다. 좀 더 일찍 깨달았으면 나타샤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았은 것이라는 후회였다. 안드레이가 숨을 거둘때 나타샤가 그의 옆을 지키고 있다. 홀로 남은 나타샤를 피에르가 위로한다.

 

오페라 '전쟁과 평화'의 피날레. 쿠초프장군(사뮈엘 레이미)와 러시아 백성들과 병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