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214. Puccini, Giacomo (푸치니) [1858-1924]-라 보엠

정준극 2007. 7. 4. 15:02

 자코모 푸치니

 

[라 보엠]


타이틀: La Bohème (집시들: The Bohemian). 전4막. 대본은 앙리 뮈르제(Henri Murger)의 소설 Scène de la vie de bohème(보헤미아인들의 생활 모습)을 바탕으로 쥬세페 지아코사(Giuseppe Giacosa)와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가 합작으로 썼다. 푸치니는 자기 자신과 자기를 위한 대본가인 쥬세페와 루이지를 일컬어 성삼위일체(Holy Trinity)라고 불렀다.

초연: 1896년 2월 1일 이탈리아 토리노(튜린) 레지오(Regio)극장

주요배역: 미미(수놓는 처녀), 로돌포(시인), 마르첼로(화가), 콜리네(철학자), 쇼나르(음악가), 뮤제타(가수), 베누아(하숙집 주인), 알친도로(주의회 의원)

음악 하이라이트: 뮤제타의 왈츠 노래, 콜리네의 아리아, 1막에서의 로돌포의 사랑의 테마 음악, 1막에서 미미의 사랑의 테마 음악

베스트 아리아: Si, mi chiamano Mimi[미미라고 부른답니다](S),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손]T), Quando men vo soletta(MS), D'onde lieta(S), C'e' Mimi...Ho tanto freddo!(T), Addio, dolce sveghiare(Quartet), O Mimi, tu piu non torni(T), O soave fanciulla[오 사랑스런 여인](T), 뮤제타의 왈츠

 

'그대의 찬손'에 이어 '내 이름은 미미'. 미미와 로돌포의 첫 만남.

 

사전 지식: 4막의 슬프고도 감미로운 비극.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오페라중의 하나. 푸치니의 첫 히트 작품으로 손수건을 적시게 하는 신파조의 스토리이다. 하지만 사랑스럽고 유쾌한 내용. 우정 있는 친구들이 자기들에게 각각 다른 사랑이 닥쳐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라 보엠(보헴이 아님)은 보헤미아 사람, 즉 집시를 말한다. 그러나 이 오페라에서는 보헤미안 사람처럼 가난하지만 예술을 사랑하고 사랑을 위해 낭만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에피소드: 라 보엠이 초연된 날 밤에 평론가들은 정말 야만인들처럼 이 작품을 비난하였다. 음악이 너무 단순하며 드라마틱한 분위기도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평론가들은 훗날 이 오페라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페라의 스토리는 실화가 아니다. 다만 푸치니가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여 작곡했다는 얘기이다. 실화가 아니지만 극중의 거리 이름, 카페 이름은 실지 장소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카페 모뮈(Cafe Momus: 모무스: 그리스 신화의 냉소의 신)는 파리의 싸마르땡 부근에 있는 실제 카페이며 꺄뜨르 라땡 (라틴 쿼터) 역시 현재의 그 라틴 쿼터이다. ‘나비부인’도 소설에 불과하지만 일본 나가사키에 가면 오페라의 무대를 연상케 하는 ‘나비부인의 집’이 있어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캬르티에 라탱. 뮤제타


1896년 토리노에서 초연이후, 라 보엠은 이탈리아의 다른 극장에서 다시 공연될 때까지 3년을 지내야 했다. 초연 4개월후 아르헨티나에서 두 번째 공연되었고 세 번째는 이집트에서 였다. 그 후에는 러시아, 포르투갈에서 공연되었다. 이탈리아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를 차지했던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의 두 번째 공연은 1897년 라 스칼라에서였다. 미국에서의 초연은 1898년이었다. 이후 라 보엠은 메트로에서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 되었다. 1970년대만 보면 모두 5백회 이상 메트로에서 공연되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유럽 국가중에서 제일 늦게 라 보엠을 공연한 국가는 노르웨이였다. 토리노에서의 초연후 37년이 지난 때였다. 지구 한쪽 구석에 있는 칠리에서도 1898년에 공연되었고 남아공에서도 1912년에 공연되었다. 이들과 비교해보면 노르웨이 국민들은 라 보엠을 아주 늦게 엔조이한 셈이다.


카페 무뮈스 장면


라 보엠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중의 하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지만 초연 당시에는 어이없게도 냉대를 받았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지만 덧붙여 얘기한다면 토리노에서의 초연 다음날 토리노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 냉대가 사실이었음을 알수 있다. 신문은 ‘이런 별볼일 없는 오페라를 만들다니 거장 푸치니로서 일생일대의 대실수였다. 라 보엠을 관람했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의견은 실패작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보도했다. 토리노의 La Stampa라는 신문은 한 술 더 떴다. ‘라 보엠은 우리들 마음에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오페라의 역사에 있어서 기억될것 같지 않다. 작곡가인 푸치니가 이 작품을 한순간의 실수로 생각한다면 다행이다. 이 작품을 쓸 정력과 노력이면 다른 좋은 작품을 쓰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라고 썼다.

 

크리스마스 이브


팔리아치를 쓴 루지에로 레온카발로도 앙리 뮈르제의 소설을 바탕으로 똑 같은 제목인 라 보엠을 작곡했다. 대본은 레온카발로 자신이 썼다. 푸치니는 라 보엠을 1895년에 완성했지만 실상 레온카발로는 그 전에 라보엠을 완성했다. 다만, 푸치니의 라 보엠이 1896년 토리노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진데 반하여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그보다 1년후인 1897년 베니스에서 초연되었다. 그러므로 작곡은 일찍 했을지 모르지만 무대에 올린 것은 푸치니의 라 보엠에 비하여 1년후가 된다.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도 초연이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푸치니의 라 보엠이 마치 태풍처럼 전국을 휩쓰는 바람에 그만 잠잠해 지고 말았다.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푸치니의 것이 초연에서 별로 신통치 않은 반응을 받은데 비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베니스의 화제꺼리였다. 그러나 푸치니의 라 보엠이 차츰 인기를 끌게 되자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다락방의 네 사람


줄거리: 예술이라는 테두리에서 만난 네 명의 친구들 - 예술을 사랑하고 이상을 동경하는,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들은 파리 꺄뜨르 라땡(리틴 쿼터)의 어느 아파트 다락방에서 함께 기거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손이 시리도록 추운 다락방에서 월세를 내지 못해 떨어야 하는 젊은이들. 그중 시인인 로돌포(Rodolfo)가 잠시나마 추위를 면하기 위해 그동안 애써서 써놓은 연극대본을 자발적으로 희생하기로 하여 스토브에 넣고 불을 지핀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듯 어처구니없는 조화를 보인다. 그러는 중, 음악을 하는 친구가 돈이 좀 생겼다고 하면서 무척 흥분이 되어 들어온다. 모두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예술과 세상재물과의 관계를 연상할수 있다. 이들은 크리스마스이브를 축하하기 위해 오랜만에 다 함께 시내로 나가기로 한다. 돈이 조금 생겼다고 해서 내일을 위해 비축해야 하는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로돌포만이 잠시 할 일이 있어서 남아 있다.

 

뮤제타와 알친도로 


차가운 밤이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의 달빛은 아름답기만 하다. 로돌포가 시를 쓰느라고 골몰하고 있는 조용한 다락방의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린다. 다락방의 다른 쪽에 사는 미미(Mimi)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지만 서로 인사를 나눈 일은 없다. 미미는 순박하고 밉지 않게 생겼지만 마치 폐결핵의 징후가 있는 사람처럼 병약한 모습의 아가씨이다. 촛불이 꺼졌기 때문에 불을 빌리러 왔다는 것이다. 어두운 방에서 미미가 어찌하다가 자기방 열쇠를 떨어트린다. 두 사람은 바닥에서 열쇠를 찾다가 무심코 손을 잡게 된다. ‘그대의 찬 손! 내가 따듯하게 해 드리리다.’는 미미에 대한 동정을 표현한 로돌포의 아리아이다. 라 보엠에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이 ‘그대의 찬 손’은 대표적이다. 미미는 ‘내 이름은 미미라고 해요’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시골에서 올라와 먹고 살기위해 수를 놓는 일을 한다는 설명도 덧 붙인다. 어두운 방에서 초불 하나를 의지하고 눈이 아프도록 혼자서 수를 놓으며 외롭게 지내는 미미! 오페라에서는 왜 혼자 사는지, 수를 놓고 산다는데 촛불을 켤 성냥조차 살 형편이 안되는지, 고향은 어딘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윽고 마음이 가까워진 두 사람은 듀엣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카페로 함께 간다.

 

로돌포와 미미


제2막. 카페 앞의 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분주하다. 화가 마르첼로 (Marcello)의 전 애인인 육감적이고 매력적인 뮤제타(Musetta)가 웬 돈푼깨나 있어 보이는 노인과 함께 나타난다(미국에서는 이런 사람을 슈가 대디=Sugar Daddy라고 부른다. 젊은 아가씨에게 돈을 쓰며 환심을 사려는 나이 많은 사람을 말함). 뮤제타의 새 파트너이다. 뮤제타는 ‘뮤제타 월츠’를 옛 애인 앞에서 보란 듯이 부른다. 이 ‘뮤제타의 월츠’야 말로 모든 오페라의 아리아중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일 것이다. 병사들이 행진해 지나가고 거리는 좀 전 보다 더 왁자지껄하다. 뮤제타와 마르첼로는 옛날과 다름없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다. 뮤제타의 슈가 대디인 알친도로(Alcindoro) 노인네는 뮤제타의 친구들이 카페에서 먹어 치운 음식 값 청구서를 대신 받아 들고 주저앉는다. 감상적인 비극인 ‘라 보엠’에서 이 장면만이 한 편의 코미디이다.

 

뮤제타와 마르첼로


제3막. 두달 후. 살을 에는 듯 추운 겨울, 파리에서 떨어진 어느 마을의 주막집 앞이다. 미미는 마르첼로에게 이제 자기와 로돌포와의 관계는 막바지에 온것 같다고 말한다. 미미는 전보다 더 몸이 쇠약해져있다. 로돌포는 그 나름대로 마르첼로에게 이제 미미는 귀찮은 존재라고 말하면서 병까지 심해 헤어져야겠다고 털어 놓는다. 예술가들은 이기적인 모양이다. 로돌포는 한술 더 떠서 미미가 바람기가 있는 여자라고 비난까지 한다. 이런 마당에 더 이상 함께 살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헤어지기로 한다. 그러면서도 이별만은 그럴듯하게 한다. ‘안녕, 마음에 부담 갖지 말고서’(Addio, senza ranco)는 마치 헤어짐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 같다. 보헤미아인의 기질인가? 한편, 마르첼로와 뮤제타도 서로 지쳤다. 당연히 다음 순서는 헤어짐이다. 네 사람의 4중창은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당페르에서 이별을 아쉬워 하는 로돌포와 미미


제4막. 다시 파리의 다락방으로 돌아온 로돌포와 마르첼로. 마음 한 구석에는 미미와 뮤제타를 잊지 못하고 있다. 역시 예술가들이다. 갑자기 뮤제타가 다락방으로 뛰어 들어오면서 ‘지금 계단에 미미가 쓰러져 있어요!’라고 소리친다. 놀란 두 사람은 거의 실신 상태에 빠져있는 미미를 업고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눕힌다. 이미 병세가 몸속까지 파고든 것 같다. 친구인 콜리네(Colline)는 자기 외투를 벗어서 미미의 몸을 감싸 준다. 뮤제타는 미미의 언 손을 녹여주기 위해 애를 쓴다. 겨우 정신을 차린 미미는 로돌포와 함께 오래전 불꺼진 그 크리스마스이브에 이 방에서 처음 만나 손을 잡고 사랑을 약속했던 일을 회상한다. 잠시후 미미가 눈을 감는다. 로돌포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미미, 미미...’를 소리쳐 부른다. 만일 당신이 제4막에서 미미가 숨을 거두는 장면을 보고 감정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당신은 분명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너무 메마른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미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