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장미의 기사]
타이틀: Der Rosenkavalier (The Knight of the Rose). 전3막. 음악을 위한 코미디. 대본은 엘렉트라의 대본을 쓴 휴고 폰 호프만슈탈이 맡았다.
초연: 1911년 독일 드레스덴 왕립오페라하우스
주요배역: 옥타비안(로프라노백작), 마샬린(대원수부인: 베르덴베르크왕녀), 옥스(레르헤나우남작), 화니날(부자 상인), 조피(화니날의 딸), 마리안느 라이트메체린(조피의 보모), 이탈리아 가수
음악 하이라이트: 은장미의 모티프, 이탈리아 가수의 아리아, 마샬린, 조피, 옥타비안의 트리오, 옥스 남작의 왈츠, 마지막 장면에서 조피와 옥타비안의 듀엣, 모차르트의 파미나와 파파게노를 상징하는 음악, 슈베르트의 들장미를 연상케 하는 음악
베스트 아리아: Da geht er hin[그래서 그가 떠나는구나](S), 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시간은 자신의 것이다](S, MS), Mit Ihren Augen vol Tränen[눈물에 젖은 그대의 눈동자](S, MS), Ist ein Traum(MS), Di rigori armato[중무장을 하고](T), Mir ist die Ehre widerfahren[내게 명예를 주었노라](S, MS), Ist ein Traum, kann nich wirklich sein[꿈이어요, 사실일 리가 없어요](S)
사전 지식: 샴페인처럼 반짝이며 꿀처럼 달콤한가 하면 약처럼 쓰기도 한 왈츠의 선율이 전편을 수놓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1900년대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오페라.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잔혹하고 기괴한 오페라인 엘렉트라와 살로메를 작곡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이렇게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을 썼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오페라이다. ‘장미의 기사’에는 핏자국도 없고 살인도 없으며 엘렉트라나 살로메와 같은 싸이코 10대 소녀도 없다. 마샬린은 32세이며 옥타비안은 17세의 준수한 청년이다. 제2막과 3막에 나오는 왈츠는 연주회 곡목으로 인기가 높은 것이다.
에피소드: 아름답고 매혹적인 비엔나 왈츠의 선율이 흐른다. 하지만 이 슈트라우스는 왈츠의 황제인 그 슈트라우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장미의 기사’의 무대는 1750년대 중반이다. 그 때에는 비엔나 왈츠가 나타나지도 않았었다. 대본은 모두 독일어지만 오페라 중에서 이탈리아 가수의 아리아 Di rigori armato는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행세깨나 하는 집에서는 결혼 전날, 신랑이 신부에게 은으로 만든 장미 한 송이를 보내는 것은 당시 상류사회의 관습이었다. 그 장미를 전달하는 메신저를 ‘장미의 기사’라고 불렀다.
조피를 만난 옥타비안은 첫 눈에 조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줄거리: 합스부르크 제국의 영화가 한창이던 마리아 테레세 (Maria Therese)시절의 비엔나이다. 미청년 옥타비안(Octavian)백작과 지체 높은 대원수부인(Marshallin)인 베르덴버그왕녀 (Princess Von Werdenberg)는 그렇고 그런 사이이다. 옥타비안은 아직 20대도되지 않은 미청년이고 상대방은 30이 넘은 귀부인이다. 당시 귀족 사회에서는 지체 높은 나리들께서 젊은 아가씨를 애인으로 삼아 인생을 즐기는 일이 유행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남편과 따로 노는 마나님들도 젊은 미소년을 애인으로 삼아 탐미의 생활을 보내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날도 옥타비안과 베르덴버그왕녀는 남편 대원수가 크로아티아에 사냥나간 틈을 타서 왕녀의 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무얼 하고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김). 그때 누가 내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왕녀는 제발이 저려 옥타비안을 옷장에 숨도록 한다. 옷장에서 답답하게 있던 옥타비안은 은근히 장난기가 동하여 옷장안에 있는 하녀 복장을 입는다. 미남 옥타비안이 여자 옷을 입었으니 이 또한 영락없는 예쁜 아가씨이다. 다행하게도 찾아온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왕녀의 사촌인 옥스(Ochs)남작이다. 좀 우둔하지만 잘난 체하고 바람깨나 피우는 그런 위인이다. 옥스남작은 소시지 장사로 무척 많은 돈을 번 화니날(Faninal)의 딸 조피(Sophie)와 곧 결혼할 입장이다. 소시지 장사 화니날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귀족이 되고 싶은 욕망에 옥스 남작에게 자기의 예쁜 딸을 결혼시키려고 한 것이다.
옥스 남작과 마리안델로 변장한 옥타비안
옥스남작은 마샬린에게 그날 저녁 신부가 될 조피에게 전해 줄 ‘장미의 기사’를 주선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는 중, 하녀/옥타비안이 더 이상 방의 한구석에 숨어 있기가 어려워 나타난다. 대원수부인은 여장한 옥타비안을 마리안델(Mariandel)이라는 하녀라고 소개한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옥스는 하녀 마리안델에게 군침을 흘리며 은근슬쩍 데이트를 신청한다. 하녀/옥타비안 역시 장난기가 발동하여 나중에 호젓하게 만나자고 하며 순간을 피한다. 옥스 사촌이 나간 후 왕녀는 자기도 어느덧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으며 애인으로 삼고 있는 옥타비안도 언젠가는 자기를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공연히 우울해 한다. 그런 생각과 함께 부르는 아리아가 Die Zeit, die ist ein sonderbar Ding(세월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다. 옥타비안은 왕녀가 왜 우울해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방을 나선다. 잠시 후 왕녀는 옥타비안에게 시종을 보내어 옥스 사촌의 요청한 ‘장미의 기사’ 역할을 부탁한다.
무도회 장면. '장미의 기사'는 볼꺼리도 제공한다.
제2막. 아름다운 예비 신부 조피(Sophie)는 결혼식을 앞두고 이제 곧 관례에 따라 은으로 만든 장미를 '장미의 기사’가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어 있다. 옥타비안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수많은 시종을 거느리며 당당하게 소피를 찾아와 ‘장미의 기사’로서 은장미를 전달한다. 그 고귀하고 멋있는 모습, 예절 바른 행동, 꽃 같은 젊음....뚱뚱이 예비 남편 옥스남작에게서 찾아 볼수 없는 것이다. 소피와 옥타비안은 처음 만나는 순간 전기가 통한 듯 사랑을 느낀다. 옥스남작이 궁금해서 찾아 왔다가 옥타비안이라는 젊은이와 자기의 예비 신부 조피가 완전히 눈이 맞아 있는 것을 보고 결투를 신청한다. 옥타비안과 옥스가 결투를 하지만 뚱뚱이 옥스만 부상을 입는다. 옥스는 손에 상처가 좀 난 것뿐인데 마치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엄살을 부린다. 조피는 뚱뚱한 중년의 옥스에게 완전히 밥맛이 떨어져 저런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대신 옥타비안과 결혼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피의 아버지는 절대 안 된다고 하며 만일 옥스남작과 결혼하지 않으려면 수녀원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조피의 아버지는 명예와 재산을 얻기 위해 딸을 남작에게 시집보내려고 했는데 딸이 이상하게 나가자 당황했던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피를 사랑하게 된 옥타비안으로서도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옥타비안은 옥스에게 편지 한 장을 슬쩍 전해 준다. 아침에 만났던 왕녀의 하녀가 옥스에게 만나자는 편지였다. 물론 옥타비안이 조작한 편지이다.
조피에게 은장미를 전달하는 옥타비안
제3막. 옥타비안은 옥스를 골탕 먹여서 다시는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준비를 했다. 망신을 당하면 당연히 조피와의 결혼 계획도 무효가 될것이라도 생각했다. 옥타비안은 호텔 방에 가짜 창문을 만들고 이탈리아 꼬십 잡지 기자들을 고용했다. 하녀 마리안델로 다시 변장한 옥타비안이 호텔 방에서(다른 버전에는 식당에서) 옥스를 가다리고 있다. 방안에 들어선 옥스는 어쩐지 낌새가 수상하여 경찰을 부른다. 그러나 만일 옥스가 호텔방에서 하녀와 은밀히 만난 일이 조피에게 알려지면 큰일이므로 경찰에게는 임시변통으로 하녀/옥타비안이 조피라고 둘러댄다. 불행하게도 진짜 조피가 들이 닥친다. 당황한 옥스는 조피가 누구인줄 모른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피와 조피 아버지는 공식적으로 결혼 무효를 선언한다. 옥타비안이 왕녀도 현장으로 오도록 했는지 곧 이어 왕녀가 들어왔다.
마샬린과 옥타비안의 사랑장면
이제 옥타비안은 모두의 앞에서 부끄러운 듯 자기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것을) 자기의 새 여자친구(조피)를 옛 여자친구(왕녀)에게 소개한다. 곧 날짜를 잡아 결혼하겠다는 말과 함께. 놀라 자빠진 것은 옥스 남작이었다. 하지만 저지른 행동이 있으니 유구무언이다. 왕녀는 옥타비안이 결국 자기로부터 떠날 것을 짐작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는 생각에 씁쓸하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서로 사랑하는 두 젊은이는 ‘이게 꿈이냐, 생시이냐’ (Ist ein Traum, kann nicht wirklich sein) 라는 기쁨의 듀엣을 부른다. 왕녀의 어린 사환이 조피가 떨어트린 손수건을 찾아 들고 들어와 무데 이 편에서 저 편으로 뛰어 가는데 막이 내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사환이 손수건을 들고 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 장면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조피에게 은장미를 전달한 옥타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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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타이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오페라의 타이틀 중에 원제목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거나 잘못 번역되어 있는 것들이 더러 있다. ‘장미의 기사’는 독일어 제목을 글자그대로 번역한 것이지만 마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찾아 헤매는 젊은 기사를 연상케 해준다. 실제 의미는 우리식으로 보아 ‘함진아비’와 같다. 결혼식 전날, 신부 집에 폐백으로 은장미를 전달하는 사람을 Rosenkavalier라고 불러왔다. ‘함진아비’라는 표현이 마땅치 않다면 ‘사랑의 메신저’ 정도가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다면 원제목 그대로 로젠카발리에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어 제목을 대부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라 보엠, 일 트로바토레, 코지 환 투테, 팔리아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라 트라비아타가 좋은 예이다. 이것을 ‘보헤미아 사람들’, ‘음유시인’, ‘여자는 다 그래’, ‘어릿광대’, ‘시골 신사’, ‘버림받은 여인’ 등으로 번역해서 사용한다면 원래의 풍미가 흐려질 것이다. 번역을 재고해야 하는 것도 있다. 라 트라비아타를 춘희(椿姬))라고 한 것은 순전히 일본의 영향이다. 그럴 바에야 트라비아타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차우베르플뢰테를 마적(魔笛)이라고 했지만 자칫 마적(馬賊)을 연상할 수 있기 때문에 ‘마술 피리’ 또는 ‘요술 피리’라고 번역한 경우도 있지만 역시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독일어의 Zauber는 ‘매력적, 매혹적’이란 뜻이 더 강하다. Der fliegende Hollander는 ‘방랑하는 화란이’이라고 한다. 하지만 ‘방랑’보다는 ‘유랑(流浪)’이 더 정확한 의미일 것이다. 방랑은 목적 없이 떠돌아다닌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유랑은 어쩔 수 없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떠돌아다닌다는 의미가 강하다. 그리고 근자에는 '화란인'이라는 표현보다는 '네덜란드인'이라고 표현하는 추세이다. Der Ring der Nibelungen의 경우, ‘니벨룽겐의 반지’라고 번역하는 사람도 있지만 ‘니벨룽의 반지’가 정확한 표현이다. ‘니벨룽겐’은 ‘니벨룽’이라는 지명에 소유격 어미가 붙었을 뿐이다.
라 보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에서의 라(La) 또는 일(Il)은 정관사일 뿐이다. 그러므로 굳이 정관사까지 타이틀에 포함시킬 필요는 없다. 그냥 보엠, 트라비아타, 트로바토레라고 하면 된다. 팔리아치는 I Pagliacci 이지만 ‘이 팔리아치라’고 부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너무 습관이 되어서 '트라비아타'보다는 '라 트라비아타'라고 불러야 무언가 정확하게 부른 것 같아서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차이코프스키의 유진 오네긴(Eugene onegin)은 푸쉬킨의 서사시 원제목대로 Yevgeni onegin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프게니(Yevgeni)의 영어식 표현인 유진(Eugene)을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제목을 굳이 영어식으로 바꾸겠다면 Don Giovanni, Don Carlos, Madama Butterfly, Don Pasquale도 Mr John, Mr Charles, Madame Butterfly, Mr Pasquale로 바꾸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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