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45. Wagner, Richard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트리스탄과 이졸데

정준극 2007. 7. 5. 11:42

 

 리하르트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타이틀: Tristan und Isolde (Tristan and Isolde). 전3막. 대본은 역시 바그너가 직접 썼다.

초연: 1865년 뮌헨 왕립궁정국립극장

주요배역: 마크왕(콘월의 왕), 트리스탄(마크왕의 조카), 이졸데(아일랜드의 공주), 쿠르베날(트리스탄의 가신), 브란게네(이졸데의 시녀), 멜로트(마크왕의 측근)

음악 하이라이트: 욕망 모티프(시작 파트), 욕망의 만족 모티프(마지막 파트), 밤에 대한 찬양 음악

베스트 아리아: Milde und leise wie er lächelt[밝고 부드럽게 그가 미소를 짓고 있네] (Liebestod)(S), Tatest du's wirklich?(T), Einsam wachend(MS)

사전지식: 역사상 가장 낭만적인 비극이라고 할수 있는 작품이다. 전편을 통하여 낭만과 열정적인 음악이 압도하고 있다. 스토리는 유럽의 실제 전설에 기본을 둔 것이다. 바그너는 이 오페라를 스위스에 체류하는 기간중에 완성했다. 바그너는 1849년 드레스덴에서 모종의 스캔들을 일으켜 스위스로 피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그너의 생활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한심하고 엉망이었다. 추방당하고 빚에 쪼들리고 부인과 이혼하는 등 하는 일마다 실패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여인의 경제적 지원은 바그너를 밑바닥 생활에서 건져준 일대 사건이었다. 바그너는 이 여인을 온 마음으로 미칠 듯이 사랑했다. 하지만 아름답고 부유한 마틸데 베젠돈크(Mathilde Wesendonck)라는 이 여인은 결혼한 몸이었다. 바그너는 고통과 연민의 이루지 못할 사랑을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담아 표현했다고 한다.

에피소드: 베르디의 아이다(Aida)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상당히 흡사한 면이 있다. 우선 사랑과 죽음이라는 테마가 비슷하다. 아이다의 서곡과 트리스탄의 서곡은 매우 흡사하다. 주인공 아이다의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는 이졸데의 아리아와 비슷하다. 첼리스트였으나 나중에 명지휘자가 된 토스카니니는 약 60편의 오페라 악보를 암기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어느날 누가 토스카니니에게 어떤 오페라가 최고냐고 물었다. 토스카니니는 서슴없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라고 말했다. 토스카니니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에서 인생을 배웠다고 덧붙여 말했다.

 

콘월에서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의 장면. 마크 왕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배경 이야기: 이 오페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그 이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영국 남부지방인 콘월(Cornwall)과 섬나라인 아일랜드 사이에 전쟁이 있었다. 콘월의 장수인 트리스탄경이 아일랜드에서 벌어졌던 전투에서 어떤 적장을 죽였지만 그 자신도 큰 부상을 입었다. 상처가 나아지지 않자 콘월의 마크(Mark)왕은 걱정한 나머지 마법으로 신비한 의술을 시행한다는 아일랜드의 의녀 이졸데를 찾아가 치료를 받도록 주선하였다. 나쁜 소식: 트리스탄이 전투에서 죽인 적장이 바로 이졸데의 약혼자였다. 좋은 소식: 이졸데가 트리스탄의 상처를 치료하여 생명을 건져준다. 그리고 나중에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다만, 두 사람은 진정으로 서로 사랑하기까지 각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두 사람이 행복한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스토리나 마찬가지로 그렇게 간단히 끝나는 해피엔딩은 없는 법이다. 아일랜드와 콘월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조약으로서 양국간에는 아일랜드의 이졸데와 콘월왕 마크의 결혼이 약속된다. 마크왕의 조카인 트리스탄은 아일랜드에 가서 마크왕의 신부가 될 이졸데를 데려오는 임무는 맡게 된다. 여기에서부터 비극의 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서로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


줄거리: 제1막. 이졸데와 하녀 브랑게네(Brangäne)를 태운 트리스탄의 배가 아일랜드에서 콘월(Cornwall)로 향하고 있다. 이졸데는 자기의 기구한 운명을 한탄하며 슬픔에 잠겨있다. 더구나 자기를 호위해 가는 트리스탄이 자기를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자기와의 사랑약속은 한낱 거짓이었단 말인가? 트리스탄의 상처를 헌신적으로 치료하여 생명을 살려준 것을 후회해 보기도 한다. 이윽고 이졸데는 사랑하지도 않는 마크(Mark)왕과 억지로 결혼하느니보다 차라리 사랑하는 트리스탄과 함께 죽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심한다. 이졸데는 하녀에게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약을 가져오도록 한다. 이점에서는 ‘니벨룽의 반지’에서 지그프리트의 내용과 어쩌면 그렇게도 흡사한지 모를 지경이다. 이졸데는 트리스탄을 불러 이제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의미에서 술을 한잔 마시자고 제안한다. 이졸데 자신이 먼저 잔을 들어 마신다. 독약을 마신 두 사람이 갑판위에 쓰러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할 줄 알았는데 이와는 정반대로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져서 이제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헤어지지 말자고 다짐하며 포옹한다. 안타까운 두 사람의 처지를 도와주기 위해 하녀가 독약대신에 ‘사랑의 묘약’을 마시게 했던 것이다.

 

현실에서의 도피를 생각하는 두 사람


제2막. 일단 콘월에 도착한 이졸데는 마크왕과 결혼식을 올리지만 거의 매일 밤 트리스탄과 달콤한 밀회를 계속한다. 막이 오르고 남편 마크왕이 사냥을 떠나자 이졸데는 자기 방 앞에 횃불을 걸어 둔다. 트리스탄과 만나기 위한 비밀 표시이다. 하녀 브란게네는 마음이 불안하다. 이번 마크왕의 사냥 행차는 그의 신하 멜로트(Melot)의 간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페라가 아닌가! 이졸데는 ‘아씨, 제발 오늘밤은 조심하시오, 잉?’이라는 하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트리스탄도 브란게네의 말을 가볍게 듣는다. 두 사람은 마치 아직도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한 듯 무려 40분간에 걸친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사랑의 밤이여, 우리에게 내려오소서!’(O sink' hernieder, Nacht der Liebe)라는 곡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크왕이 돌연히 돌아온다. 마크왕은 트리스탄의 배신에 격노한다. 사악한 멜로트가 칼로 트리스탄을 찌른다. 제3막.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고성이다. 혼수상태에 빠졌던 트리스탄이 깨어난다. 충직한 하인 쿠르베날(Kurwenal)이 트리스탄을 지켜주고 있다. 불행하게도 트리스탄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자기가 이졸데라고 하는 어떤 여인을 사랑했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하인이 트리스탄에게 바로 그 이졸데가 지금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고 말해 준다. 이 말을 들은 트리스탄은 마치 저 바다로부터 이졸데가 탄 배가 다가오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는 기진하여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잃다가 다시 차리기를 몇 번이나 거듭한 후, 트리스탄은 실제로 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게 된다. 갑판에서 이졸데가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침내 이졸데가 고성으로 올라온다. 그러나 이제 트리스탄의 기운은 완전히 소진되어 헛소리를 하다가 이졸데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아무리 의술에 뛰어난 이졸데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졸데의 괴로움을 이해하는 브랑게네


그런데 또 다른 배 한척이 도착한다. 마크왕이 탄 배이다. 트리스탄을 따라 고성으로 온 트리스탄의 충성스런 병사들은 마크왕이 고성을 공격하러 온 것으로 생각하여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마침내 왕의 신하들과 병사들이 고성에 올라오자 충직한 하인 쿠르베날이 앞서 나가서 사악한 멜로트를 칼로 쳐 죽이고 왕의 다른 병사 몇 명을 죽인 후에 스스로 자기를 찌른다. 그러나 마크왕은 트리스탄을 공격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마크왕은 이미 죽은 트리스탄을 붙잡고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마크왕은 전쟁에서 자기를 위해 충성을 다 바쳐 싸웠던 트리스탄을 잊지 못하고 다시 부르러 온것이었다. 하인 쿠르베날이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에 사실을 밝힌다. ‘사랑의 묘약’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이 강렬하게 되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마크왕은 이졸데에게 자기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트리스탄을 잃은 이졸데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인 Liebestod(사랑의 죽음)이라는 아리아를 부른 후 트리스탄의 몸에 쓰러져 마침내 숨을 거둔다.

 

사랑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