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42. Wagner, Richard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파르지팔

정준극 2007. 7. 5. 11:40

 

리하르트 바그너

 

[파르지팔]


타이틀: Parsifal. 전3막. Bühnenweihfestspiel이라고 부른다. 역시 바그너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82년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트슈필하우스(Festspielhaus)

주요배역: 파르지팔, 쿤드리(마녀), 클링조르(마법사), 암포르타스(티투렐의 아들, 성배왕국의 지배자), 티투렐(암포르타스의 아버지), 구르네만츠(성배의 기사)

음악 하이라이트: 성배 모티프(드레스덴 아멘), 신앙 모티프, 성찬식 모티프, 하녀 쿤드리 모티프, 쿤드리와 파르지팔의 키스 모티프, 꽃처녀들의 왈츠 멜로디, 파르지팔의 승리 모티프

베스트 아리아: Mein Vater![나의 아버지](T), O Gnade! Höchestes Heil[오, 은혜로움이여, 높은 곳에 계신 분께 경배를](T), O wunden-wundervoller heiliger Speer(T), Zum letzten Liebesmahle[최후의 만찬을 위해 준비해 두었네](합창), Titurel, der fromme Held[티투렐, 경건한 영웅](B), Wehvolles Erbe[저주스런 장자상속권](B), Ich sah das Kind an seiner Mutter Brust[어머니 품에 안긴 아이를 보았네](S)

사전 지식: 바그너의 마지막 작품.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 때에 사용했던 성배(Holy Grail)에 얽힌 3막의 종교 드라마. 음악이 환상적이다. 특히 전주곡은 마치 희미한 불빛이 멀리서 아물거리듯, 바람결이 속삼임을 전해 오는듯, 안개가 피어 오르는듯, 신비스런 느낌을 준다. 최후의 만찬, 성배, 믿음을 복합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슬픔의 모티브이다. 죄악의 통회하는 모티브이다. 그보다도 주인공 쿤드리의 인물 설정이 강한 인상을 던져 준다. 마법의 여인, 섹스의 화신, 천사의 변신...그런 인물로 설정해 놓았다.

에피소드: 바그너는 이 작품을 자기가 설계하고 건축한 바이로이트 극장에서만 공연토록 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이 작품을 바이로이트 이외의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을 엄중히 금지했다. 파르지팔은 바이로이트의 개관기념 공연 작품이다. 이같은 특별한 주문은 1913년 이 오페라에 대한 저작권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계속되었다. 바그너는 파르지팔에 ‘무대위주의 축제적 드라마’라는 부제를 붙였다.


줄거리: 파르지팔(Parsifal)이라는 이름에 대하여는 그다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로엔그린이  성배의 기사 파르지팔의 아들이라는 설명이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제1막. 중세의 스페인. 바그너가 독일을 떠나 스페인을 무대로 삼은 것은 참으로 이색적이다. 숲속에서 성배의 기사들이(정확히는 성배를 수호하기로 서약한 기사들)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난다. 기사들은 부상이 심한 암포르타스(Amfortas)왕을 걱정한다. 며칠 못가서 세상을 떠날것 같기 때문이다. 이 때 머리를 산발한 쿤드리(Kundry)가 갑자기 나타난다. 마녀라고 알려진 여인이다. 쿤드리는 암포르타스왕을 치료할수 있는 약을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상처를 치료해 주겠다고 말한다. 암포르타스왕은 고맙다고 하지만 다른 기사들은 의심하는 눈치이다. 쿤드리가 적장인 클링조르(Klingsor)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링조르는 이 세상에서 흠없는 사람만이 암포르타스왕을 고칠수 있다고 말한다.

 

 쿤드리 역의 마리트 뫼들(Martha Moedl)


암포르타스 왕의 아버지인 부왕(암포르타스1세)은 두가지 특별한 성물을 보관하고 있었다. 하나는 예수께서 최후의 만찬에 시용했던 성배이며 다른 하나는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로마 병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허리를 찌른 창이다. 부왕(父王)은 최우수 기사들에게 이 지극한 성물을 지키도록 한다. 사악한 클링조르도 성물을 지키는 성스러운 임무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하였으나 선택되지 못한다. 화가 치민 클링조르는 마법을 사용해서 성물들 중 성스러운 창을 훔쳐서 멀리 사라진다. 클링조르는 성배도 차지하기 위해 우선 마법으로 섹시한 여인들을 만들어 이들로 하여금 성배를 수호하는 기사들을 유혹토록 한다. 바로 이 유혹에 넘어간 기사 제1호가 암포르타스 주니어, 즉 지금의 왕이다. 암포르타스2세는 섹시여인 쿤드리에게 사로잡혀 몸을 움추릴수 없을 정도가 된다. 때를 놓치지 않고 클링조르가 암포르타스 2세를 자기가 훔쳐간 성스러운 창으로 찔러 큰 부상을 입힌다. 하지만 성배를 훔쳐가지는 못한다. 부상당한 암포르타스왕이 꿈을 꾼다. 어떤 ‘순진한 바보’(흠없는 어린양을 뜻함)가 성스러운 창을 다시 찾아와 예수님을 찔렀던 그 창으로 상처부위를 쓰다듬는다면 완쾌된다는 꿈이다. 그 순간에 백조 한 마리가 호수에 떨어져 죽는다. 기사들은 누가 저 불쌍한 백조를 화살로 쏘아 떨어트렸는지 찾아내어 벌을 주려고 한다. 파르지팔이란 청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 젊은이는 자기의 이름이나 가족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암포르타스2세를 오래동안 모시고 다닌 늙은 신하 구르네만츠(Gurnemanz)가 ‘생전에 저렇게 바보스런 사람은 처음 본다. 여기 있는 쿤드리를 제외하고서..’라고 말한다. 백조를 쏘는 것이 금지사항이란 얘기를 들은 파르지팔의 눈에는 금방이라고 닭똥 같은 눈물이 고인다.

 

 클링조르 역의 베이스 마르셀 주르네(Marcel Journet)

 

잠깐! 그럼 바로 이 젊은이가 꿈이 얘기해준 바로 그 순진하고 바보스러운 인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스친 쿤드리는 파르지팔에게 테스트 삼아서 ‘당신의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라고 말하자 파르지팔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서 쿤드리의 목을 조이며 죽이려고 하다가 얼핏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사과를 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기사들 중에서 고참인 그루네만츠는 ‘옳다! 이 정도면 거의 바보나 다름없다!’라고 생각하여 파르지팔을 왕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활용키로 다짐한다. 다른 기사들도 파르지팔이 바로 그 순진한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루네만츠가 파르지팔을 성배의 성으로 데려간다. 방안에는 기사들이 성찬식에 참석하려고 모여 있다. 부상당한 암포르타스왕이 겨우 정신을 차려 성찬식을 주관한다. 거룩한 음악이 희미하게 울려 퍼진다. 세상 떠난 암포르타스부왕(1세)의 혼령이 어둠속에 나타나 주님이 당하신 고통에 대하여 나직하게 얘기해 준다. 너무도 성스러운 분위기에 감동한 기사들은 성찬식을 위해 성배를 꺼낸다. 성배를 사용한 성찬식이 엄숙하게 진행된다. 이같은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파리지팔은 늙은 구르네만츠에게 지금까지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는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파르지팔에 대하여 화가난 늙은 구르네만츠는 파르지팔을 성밖으로 쫓아 버린다.

 

 파르지팔 역의 플라치도 도밍고(Placido Domingo)

 

제2막. 사악한 클링조르가 마법의 불길 앞에 서있다. 그는 쿤드리를 불러서 성배의 기사들을 도와주려고 한데 대하여 호되게 꾸짖는다. 그러면서 쿤드리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한다. 파르지팔을 유혹하라는 것이다. 쿤드리가 한사코 거절한다. 하지만 클링조르의 마법의 힘이 너무 강하여서 어쩔수 없이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다. 망루위에 올라선 클링조르는 기사들이 자기의 성채를 공격하는 것을 보게된다. 일순간, 클링조르가 손바닥을 휘젓자 그의 성채 전체가 땅위에서 사라진다. 이를 본 파르지팔은 놀래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보다 더 파르지팔을 놀라게 한 것은 한 무리의 모델이나 탤런트처럼 기가 막히게 예쁜 ‘꽃의 처녀들’이 거의 반라의 모습으로 마치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파르지팔을 향하여 즐겁게 뛰어온 사실이다. 모든 십대 소년들의 꿈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 모델처럼 예쁜 소녀들이 파르지팔에게 속삭인다. “나 오늘 심심해!” “내 모습을 보여줄께요!” “당신의 손길을 느끼고 싶어요!” “나에게서 풍기는 향기가 더 달콤해요!”...이렇게 나오는 데에 녹아나지 않을 남자는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 때에 쿤드리가 나타난다. 쿤드리는 진정으로 파르지팔을 아끼며 그를 도와주고자 한다. 쿤드리는 파르지팔에게 얼마전 처음 만났을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한 것은 진짜 사실이라고 말하며 그의 임무는 성스러운 창으로 암포르타스 왕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드디어 자기의 임무를 깨달은 파르지팔은 험난한 여행 끝에 클링조르의 성에 들어가 성 안에 마침내 은밀하게 보관되어 있는 성스러운 창을 찾아낸다. 파르지팔이 막 그 성스러운 창을 손에 쥐자 갑자기 사악한 클링조르가 나타나 파르지팔의 손에서 성스러운 창을 낚아챈다. 다행히도 갑자기 불어온 바람 때문인지, 또 다른 마법 때문이지, 그 성스러운 창은 파르지팔의 머리 위 허공에 얼어 붙은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파르지팔이 성스러운 창을 움켜쥐고 성호를 긋자 클링조르의 모습이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그의 성채, 탤런트와 같이 예쁜 소녀들의 모습도 모두 사라진다.

 

 성배의 기사들이 암포르타스 왕에게 성스러운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1989. 브뤼셀 모네극장.


제3막. 다시 기사들의 병영이다. 쿤드리가 악몽과 같은 꿈에서 깨어난다. 쿤드리는 이제 더 이상 기사들을 유혹하는 여인이 아니다. 헝클어진 머리칼을 휘날리던 마녀와 같은 모습도 아니다. 클링조르의 마법에서 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연약한 모습니다. 쿤드리는 꿈에서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가 성스러운 창을 찾아 들고 달려오는 모습을 본다.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저 멀리서 파르지팔이 성스러운 창을 들고 달려오고 있다. 몇 달 동안의 험난하고 괴로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다. 파르지팔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 의젓하고 늠름한 기사의 모습이다. 쿤드리와 늙은 구르네만츠가 파르지팔을 마중한다. 파르지팔은 여러가지 역경을 헤쳐 나가느라고 팔에 부상을 입었지만 쿤드리가 파르지팔의 팔에 귀한 몰약을 발에 붓고 머리칼로 씻어서 상처를 치료해준다. 구르네만츠은 검을 들어 파르지팔에게 정식으로 성배의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 기사가 된 파르지팔은 쿤드리에게 세례를 주어 그의 영혼을 구한다. 찬양과 기도의 소리가 온 무대를 압도한다.

 

 성배의 기사들. 바이로이트 무대.


암포르타스왕의 병세는 오히려 더해졌다. 궁성의 홀에 성배의 기사들이 모여있다. 암포르타스왕은 더 이상 고통을 참을수 없어서 기사들에게 자기를 죽여 달라고 당부한다. 이때에 파르지팔이 들어와 성스러운 창으로 암포르타스왕의 상처를 쓰다듬자 상처는 그 자리에서 깨끗하게 치유된다. 이와 함께 한쪽 벽에 모셔져 있는 성배가 찬란한 빛을 발한다. 방안에는 천상의 빛이 가득하다. 기사들과 천사와 같은 어린이들이 주의 영광을 드높이 찬양한다. 모두 기쁨에 충만하여 있다. 다만, 쿤드리만이 이 기쁨에서 제외되어 있다. 쿤드리는 마법의 속박에서 마지막으로 자유스러워지면서 숨을 거둔다. 오케스트라는 이 오페라 전편을 통하여 가장 훌륭한 곡조를 연주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성배를 찾아 떠나는 기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