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44. Wagner, Richard (리하르트 바그너) [1813-1883]-탄호이저

정준극 2007. 7. 5. 11:42

 

리하르트 바그너

 

탄호이저


타이틀: Tannhäuser (원래 타이틀은 Tannhäuser und der Sängerkrieg auf Wartburg : Tannhäuser and the Singers' Contest at Wartburg: 탄호이저와 봐르트부르크의 가수경연대회). 전3막. 탄호이저는 음유시인 겸 기사를 말한다. 오페라의 주역인 탄호이저의 이름은 하인리히(Heinrich)이다. 이 오페라의 대본 역시 작곡자 자신인 바그너가 썼다.

초연: 1845년 독일 드레스덴 궁정극장(드레스덴 버전). 1861년 파리 제국오페라극장(프랑스 버전)

주요배역: 비너스, 탄호이저(음유시인), 헤르만(튜린기아의 영주, 백작), 엘리자베스(헤르만백작의 조카), 음유시인들(헤르만볼프람 폰 에셴바흐, 비터올프, 발터 폰 데아 포겔봐이데, 하인리히 데아 슈라이버, 라인마르 폰 츠베터)

음악 하이라이트: 비너스 동굴에서의 난잡한 술잔치 모티프, 탄호이저의 비너스 찬미 노래, 목동의 노래, 순례자의 합창, 노래의 전당과 엘리자베트 음악, 노래 경연대회의 귀족과 기사들 음악, 노래 경연대회의 귀부인들 음악, 돌아오는 순례자들의 음악

 

탄호이저와 비너스

 

베스트 아리아: Blick inh umher in diesen edlen Kreise(B), O du mein holder Abendstern[오 저녁별이여](B), Dich, teure Halle[오 사랑스런 노래의 전당이여](S), Inbrunst im Herzen[가슴속으로부터의 회개](T)

사전 지식: 3막짜리 신화적, 에로틱, 탐미적, 참회적, 순애보적 요소가 혼합된 비극. 그러나 초점은 종교적인 면에 둔 작품이다.  Der fliegende Holländer(방랑하는 화란인)에 이은 바그너의 다섯 번째 오페라이다. 탄호이저가 드레스덴에서 처음 공연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오페라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하여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다시 말하여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 바그너는 내용을 좀 더 수정하여 파리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파리버전은 제1막에 바커스의 파티 장면을 추가하고 여기에 프랑스 오페라의 전통인 발레를 넣은 것이다. 파리의 초연은 아래 에피소드에서 설명한 것처럼 난리도 아니었다. 드레스덴과 파리는 그렇다고 치고 다른 곳에서의 공연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세상열락을 멀리하고 하나님께 의지하며 회개함으로서 구원을 얻는다는 내용이 좋았고 더구나 음악이 기가 막히게 좋았기 때문이다. 그후 바그너는 1870년대를 통하여 탄호이저를 무던히도 수정하였다. 하지만 드레스덴버전과 파리버전은 통합되지 못하고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드레스덴버전은 순례자들과 회개에 대한 모티브로 시작하여 비너스부르크로 연계된다. 그러나 파리버전은 앞서도 얘기했듯이 난잡한 잔치로 시작된다. 제2막3장에 나오는 노래경연대회 게스트들의 등장장면에 나오는 음악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다. 전주곡과 함께 나오는 합창의 제목은 ‘튜린기아의 영주 헤르만 만세!’이다.

 

탄호이저와 비너스 

 

에피소드: 파리에서의 탄호이저 초연은 재앙이었으며 마치 드레스덴과는 완전히 다른 오페라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잘 아는 대로 1800년대에 파리에서 공연되는 오페라는 거의 모두 제2막에 발레가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프랑스 사람들의 발레 애호는 웃기지도 않는 것이어서 오페라에서 발레만을 보러 극장에 오는 사람도 많았다. 프랑스 오페라에 발레가 포함되는 것은 마치 미국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가 빠질수 없는 것과 같다. 당시 파리의 경마클럽이라면 자칭 유행의 첨단 추종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들은 탄호이저 초연에 가기는 가되 파리 사람들로서는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2막이 시작될 때쯤인 밤 10경에 극장에 나타나기로 했다. 이들에게는 오페라의 전반부를 보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바그너는 사실 자기 오페라에 발레를 집어넣는 것을 별로 내키지 않아 했다. 하지만 관객들을 위해 어쩔수 없었다. 대신, 2막 시작 전이 아니라 1막에 넣었다. 1막의 발레 장면은 탄호이저의 스토리와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밤 10시쯤 극장에 도착한 사교계 인사들은 발레 장면이 이미 지나간 것을 알고 대단히 화를 냈다. 이들은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파리에서의 탄호이저 공연은 3일을 넘기지 못했다. 그 이후 35년간 파리에서는 탄호이저 공연을 볼수 없었다.

 

탄호이저와 엘리자베트


줄거리: 제1막.  때는 13세기. 비너스가 살고 있는 비너스버그(Venusburg) 산속의 궁전이 무대이다. 사랑의 신 비너스(Venus)가 지금까지 모든 파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파티를 열고 있다. 미소년과 미소녀들, 어릿광대와 익살꾼들, 풍요로운 수확의 신들(화우누스), 바다의 요정들(싸이렌), 숲의 요정들(님프)이 어울려 광란의 춤을 추고 술에 취하여 아무나 유혹하고 있다. 옆방에서 제발 조용히 해 달라고 벽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것에는 아예 아랑곳 하지 않는 대단한 파티이다. 노래하는 기사(중세의 음유시인 기사를 말함) 탄호이저는 이미 상당기간동안 비너스와 사랑 놀음을 하며 지냈다. 이제 탄호이저는 여러 신들과 함께 날마다 술잔치 및 섹스 생활만 하고 지내는 데에 지친듯 이제 좀더 새롭고 인간적인 것을 경험하기 위해 세상에 내려가고 싶어 한다. 그러한 탄호이저를 보고 비너스가 화를 낸다. 매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요정들, 향기 나는 술과 맛있는 음식, 환상적인 천상의 음악, 그리고 섹스....남자가 누릴수 있는 이 모든 것에도 만족을 못 느끼고 지상으로 내려가고 싶어 하다니? 바보가 아닌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탄호이저도 한 고집하는 사람이라서 비너스버그를 떠나려는 마음에는 변동이 없다. 비너스는 탄호이저에게 ‘당신은 돌아올 것이야!’라면서 경멸하듯 말한다. 탄호이저는 비너스부르크 궁전을 떠나 지상의 어느 아름다운 골짜기로 내려온다. 길을 찾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을 때 오랜 친구인 튜린기아(Thuringia)의 영주 헤르만(Hermann)백작과 다른 음유시인 친구들(Wolfram von Eschenbach: Biterolf: Walther von  der Vogelweide: Reinmar von Zweter)을 만난다. 친구들은 탄호이저에게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냐?’라면서 무척 궁금해 한다. 탄호이저는 비너스와 파티 및 섹스를 즐기다가 왔다고 설명하기가 어려워 무언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지냈다고 얼버무린다. 헤르만의 조카인 아름다운 엘리자베트(Elisabeth)는 탄호이저가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이다. 아직도 탄호이저만 생각하며 지내고 있는 정숙한 여인이다.

 

노래경연대회. 베를린 도이치오퍼


제2막. 헤르만영주의 성인 봐르트부르크(Wartburg)이다. 노래경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 아름다운 엘리자베트와 결혼할수 있다. 노래 경연대회의 상품으로 여자를 내 걸은 것은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원래 독일 낭만주의 오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많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에서도 그랬다. 그건 그렇고, 노래경연대회의 주제는 사랑이다. 모두들 나름대로 사랑의 노래를 부르지만 결국 탄호이저에게는 당할 재간이 없다. 탄호이저가 부른 노래는 ‘여신들과의 사랑’에 대한 것이었다. 내용인즉 자기는 사랑의 최고 여신인 비너스와 섹스를 경험하였으며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랑이 무언지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저런 말도 안되는 방탕하고 미친 소리가 어디 있냐고 하면서 경악한다. 분노한 그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탄호이저를 죽이려한다. 엘리자베트는 비록 마음에 상처를 입었지만 탄호이저를 사랑하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의 미련한 행동을 용서해 달라고 간청한다. 헤르만백작은 만일 로마교황이 탄호이저의 행위를 용서한다면 자기도 용서하겠노라고 약속한다. 자기의 행동을 뉘우친 탄호이저는 로마에 있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순례의 차비를 한다.

 

봐르트부르크에서의 노래 경연대회. 탄호이저가 로마로 순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제3막. 몇 달이 지난다. 탄호이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엘리자베트는 몹시 쇠약해져 있다. 탄호이저의 친구로서 엘리자베트를 진심으로 사모하는 볼프람(Wolfram)은 엘리자베트와 함께 로마에서 돌아오는 마지막 순례자의 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유명한 '순례자의 합창‘이 무대를 압도한다. 엘리자베트는 순례자 한사람 한사람을 살펴보며 혹시 탄호이저가 아닌가 하는 기대감으로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탄호이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실망한 엘리자베트는 천천히 언덕 위의 자기 집으로 올라간다. 볼프람이 저 유명한 ‘저녁별의 노래’를 부르며 별 빛이 엘리자베트의 가는 길을 인도해 달라고 간청한다. 드디어 탄호이저가 돌아온다. 초라하고 수척하며 더럽기가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얼굴은 수염이 길게 자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탄호이저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며 로마에까지 갔었다. 위험한 바위산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산속을 헤매기도 했다. 먹을 만한 음식이라고는 입에 넣어 보지도 못했다.  말할수 없는 난관을 겪고 로마를 찾아온 그에게 교황은 ‘여보게, 자네를 용서하겠네. 하지만 내 지팡이에 푸른 잎이 무성하게 돋아나기 전까지는 안 되네!’라고 말했다. 낙담한 탄호이저는 마음의 허전함을 조금이나마 채우기 위해 다시 비너스를 찾아가기로 한다. 전에 자기와 쾌락을 즐기던 비너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탄호이저를 발견한 볼프람이 제발 비너스에게 가지 말라고 간청하며 엘리자베트를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 말에 탄호이저가 가던 길을 멈칫한다. 마침 탄호이저를 마중나왔던 비너스는 탄호이저가 천상의 쾌락을 마다하고 지상의 애처로운 사랑을 찾아가려는 마음이 생긴 것을 알고 몹시 불쾌하여 화를 내며 사라진다. 언덕위에서 종이 울린다. 엘리자베트의 죽음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종소리와 함께 순례자들이 나타난다. 푸른 잎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교황의 지팡이를 들고 있다. 결국 탄호이저는 용서함을 받은 것이다(이 경우는 파우스트의 설정과 흡사하다).

  

노래경연대회에서 비난을 받은 탄호이저를 엘리자베트가 위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