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49. Weber, Carl Maria von (베버) [1786-1826]-오이리안테

정준극 2007. 7. 5. 11:46

칼 마리아 폰 베버

 

[오이리안테]


타이틀: Euryanthe. 13세기 프랑스의 전설에서 스토리를 빌려와서 헬미나 폰 체지(Helmina von Chezy)가 대본을 썼다.

초연: 1823년 비엔나의 케른트너토르 극장. 1887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미국 초연되었다. 전설적인 소프라노 롯테 레만(Lotte Lehmann)이 오이리안테 역을 맡아했다.

주요배역: 사보이의 오이리안테, 푸이세의 에글란틴 공주, 아돌라르(네버르-레텔 백작, 오이리안테의 약혼자), 리시아르(포레-보졸레 백작), 루돌프, 베르타

음악 하이라이트: 3막 고독한 멜로디

베스트 아리아: Glocklein im Thale, Rieseln im Bach(S), Am letzten Mai, im banger Trennung Stunde(S), Zu ihm! zu ihm!(S), Wehen mir Lüfte Ruh'(T)

 

루이 왕궁에서의 연회

 

사전지식: 이런 오페라를 대영웅적 낭만오페라(Grosse heroisch romantische Opera)라고 부른다. 거의 모든 전설이 그렇듯 스토리가 앞뒤가 맞지 않고 황당하다. 물론 바로 그것이 재미라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내용도 문제이지만 대본이 음악을 따르지 못하는 수준미달이기 때문에 별로 감동을 주지 못하여 오늘날 거의 공연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곡만은 연주회의 단골 레퍼토리로 되어 있다.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 오페라이지만 음악사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다. 독일의 오페라를 바그너의 방향으로 인도해준 징검다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오페라의 무덤 장면은 바그너의 라이트모티브 시스템을 암시해주는 것이다. 주인공 아돌라르백작이 검은 갑옷을 입고 등장하는 것은 파르지팔의 모습과 흡사하다. 바그너가 베버의 제자인것을 생각하면 아마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바그너는 오이리안테에 나오는 멜로디의 몇 부분을 로엔그린에 이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심벨린(Cymbeline)도 오리리안테 전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한다.

에피소드: 콘서트의 주요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는 오이리안테 서곡은 실제 오페라에서 여러번 멜로디가 나온다. 특히 아돌라르가 리시아르에게 항의하는 장면과 2막에서 아돌라르의 로맨스장면에서 전용했다. 오이리안테는 초연이후 별로 공연되지 못했다. 리브레토(대본)가 취약한 것이 큰 이유였다. 더구나 베버의 ‘마탄의 사수’가 큰 인기를 끌게 되자 오이리안테에 대한 관심은 슬며시 사라지게 되었다.

 

비난받는 오이리안테

 

줄거리: 시기는 12세기초, 장소는 프랑스. 제1막. 루이6세의 궁전이다. 아돌라르(Adolar)백작이 약혼녀 오이리안테(Euryanthe)의 아름다움과 정숙함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른다. 아돌라르배작의 친구인 리시아르(Lysiart)백작이 여자의 정절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비웃으며 오이리안테를 타락시킬수 있다고 장담한다. 이 장면은 퍼셀의 '루크레티아의 능욕'과 스토리 꾸밈이 비슷하다. 아무튼 두 사람은 전 재산을 걸고 오이리안테가 정절녀인지 아닌지를  두고 내기를 한다. 장면은 바뀌어 아돌라르백작의 느브르(Nevers)궁전이다. 오이리안테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신랑될 아돌라르백작을 그리워하는 노래를 부른다. 느브르궁전에는 에글란틴(Eglantine)공주도 머물고 있다. 에글란틴공주는 그의 아버지와 함께 음모를 꾸며 루이왕에게 반역의 기치를 들었다가 실패했기 때문에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러다가 오이리안테를 통하여 루이왕에게 애원하여 겨우 풀려나 느브르궁전에 머물고 있게 되었다. 루이왕은 오이리안테를 대단히 총애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탁을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공주도 아돌라르백작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주는 우선 아돌라르백작을 오이리안테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한 작전으로 오이리안테의 신임을 얻는다. 한편 공주는 오이리안테와 아돌라르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음을 감지한다. 공주를 믿는 오이리안테는 어느날 자기의 비밀을 얘기해준다. 그 비밀은 다음과 같다. 아돌라르백작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그 여동생은 사랑하는 사람이 전쟁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반지에 감추어둔 독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후로 외로운 무덤에 쓸쓸히 누워있는 여동생의 혼령이 오이리안테와 아돌라르에게 나타나 자기의 비통한 영혼이 안심하고 잠들 수 있게 하려면 누군가 순결한 사람이 자기의 반지에 눈물을 떨어트려 원혼을 씻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오이리안테는 공주에게 이런 비밀 얘기를 해주지 말았어야 했다. 공주는 이 비밀을 빌미로 사악한 음모를 꾸민다. 마침 리시아르백작이 오이리안테를 루이 왕궁으로 안내하기 위해 찾아온다.

 

 

아돌라르와 오이리안테. 현대적 연출

 

제2막. 리시아르는 잠시 느브르성에 머무는 동안 내기에 이기기 위해 오이리안테를 유혹하려 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이때 공주가 무덤 부근에 숨어 있다가 리시아르가 지나가자 갑자기 나타나 반지를 주며 아돌라르 여동생의 비밀을 얘기해준다. 오이리안테를 모함하기 위해서이다. 리시아르는 내기에서 이길수 있도록 비밀을 얘기해준 공주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결혼키로 약속한다. 이 장면은 상당히 으스스하다. 베버의 ‘마탄의 사수’에서도 소름끼치는 늑대의 골짜기 장면이 나오는 것은 독일의 낭만주의적 전설이 지닌 특성인것 같다. 장면은 바뀌어 루 6세의 왕궁이다. 귀족과 귀부인들이 모여 있다. 리시아르는 아돌라르와의 내기에서 이겼노라고 발표하며 그 증거로 아돌라르의 죽은 여동생이 지니고 있던 반지를 내보인다. 리시아르는 그런 중요한 비밀을 오이리안테가 자기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으면 어떻게 자기가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반지를 가지고 있을수 있느냐면서 의기양양하다. 오이리안테가 결백함을 주장하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아돌라르는 그렇게도 믿었던 오이리안테로부터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여 분노에 넘친다. 아돌라르는 약속대로 모든 재산을 리시아르에게 넘겨준후 오이리안테를 데리고 루이의 궁전을 나와 숲속으로 향한다. 아돌라르는 자기를 배신한 오이리안테를 죽이고 자기도 죽을 생각이다.

 

숲속에서의 파티

 

제3막. 깊은 산속의 골짜기에서 아돌라르가 칼을 빼어들어 오이리안테를 죽이고 자기도 죽으려한다. 오이리안테가 눈물로서 무고함을 애원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순간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나타나 당장이라도 아돌라르를 집어 삼키려한다. 그 때 오이리안테가 몸을 날려 뱀을 주의를 돌린다. 그 기회를 이용하여 아돌라르가 뱀과 싸워 뱀을 죽인다. 오이리안테는 아돌라르에게 자기의 사랑이 의심받느니 차라리 그토록 사랑했던 아돌라르의 칼에 죽음을 택하겠다고 말한다. 아돌라르는 오이리안테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하늘의 뜻이 있다면 보호해 줄것이라면서 그 자리에 남겨둔채 떠난다. 마침 루이왕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오이리안테를 발견한다. 왕은 오이리안테의 진심어린 얘기를 듣고 그의 결백을 입증하고 옹호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오이리안테는 무덤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에글란틴공주 뿐이며 그가 리시아르에게 반지를 준것이 틀림없다고 설명한다. 리시아르와 공주의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 그때 아돌라르가 검은 갑옷을 입고 투구로 얼굴을 가린채 등장한다. 공주는 즉각 그 기사가 아돌라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아직도 아돌라르를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는 공주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잘못을 뉘우치고 오이리안테의 무고함을 큰소리로 외친다. 사실 공주는 리시아르와의 결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악한 리시아르가 나중에 자기를 해칠것이 분명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보이며 신분을 밝힌 검은 갑옷의 기사 아돌라르는 리시아르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칼을 빼어 들기 전에 루이왕이 도착한다. 루이왕은 아돌라르가 오이리안테를 믿지 못하고 의심한 것을 핀잔하며 일부러 오이리안테가 죽었다고 말해 준다. 자기의 라이벌이 죽었다는 소리를 들은 에글란테는 이제 아돌라르와 결혼할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기가 꾸민 모든 음모를 왕에게 자랑스럽게 털어 놓는다. 공주가 아돌라르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계획을 세웠다는 소리를 들은 리시아르는 속았다는 생각에 칼을 뽑아 공주를 죽인다. 그때 오이리안테가 타나나 아돌라르의 팔에 안긴다. 리시아르는 당장 체포된다. 아돌라르의 여동생은 무덤에서 영원한 안식을 찾는다. 왜냐하면 순결한 오이리안테의 눈물로 반지를 적셨기 때문이다.

 

오이리안테의 죽음. 현대적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