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50. 베버의 '오베론'

정준극 2007. 7. 5. 11:48

 칼 마리아 폰 베버

 

[오베론]


타이틀: Oberon. 전3막의 낭만적 오페라. 크리스토프 마르탱 빌란트(Christoph Martin Wieland)의 Oberon이란 시를 기반으로 제임스 로빈슨 플랑셰(James Robinson Planché)가 대본을 썼다. The Elf King's Oath(요정나라 왕의 약속)라는 또 다른 타이틀도 있다. 대본은 독일어와 영어의 두개가 있다.

초연: 1826년 런던 코벤트 가든

주요배역: 오베론(요정나라 왕), 퍼크(요정), 셰라스민(후온경의 종자), 레이자(하룬 알 라시드의 딸), 화티마(레이자의 시녀), 샬레마뉴(프랑크제국의 황제), 하룬 알 라시드(칼리프), 바베칸(사라센의 왕자), 알만조르(튜니스의 에미르), 아브둘라(해적), 티타니아(오베론의 왕비), 로샤나(알마조르의 부인), 나무나(화티마의 할머니), 나디나(알마조르 하렘의 여인)

음악 하이라이트: 오베론의 호른 모티프(서곡), 후온의 아리아, 리이자의 바다 아리아

베스트 아리아: Tauere, mein Herz, um verschundernes Glück(S), Von Jugend auf im dem Kampfgefild(T), Schreckensschwur!(T), Ozean du ungeheuer(Ocean, thou mighty monster)[대양이여, 힘이 장사인 거인이여](S)

사전지식: 프랑스의 옛날 동화에서 따온 스토리이다. 오베론이라고 하면 혹시 그리스의 신전 같은 것을 생각할수 있으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베론은 동화의 나라 임금님의 이름이다. 아마 유럽 사람들이라면 자랄 때 한번쯤은 오베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주인공들의 이름은 동양적인 면이 있다. 예를 들면 화티마(Fatima), 셰라스민(Scherasmin) 등이다. 화티마는 마호멧의 딸 이름이다.

에피소드: 베버는 어느 오페라보다 대사와 노래가 혼합되는 오베론의 작곡을 하기 싫어했다. 그래서 자기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작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런던의 코벤트 가든은 초연을 앞두고 어서 속히 오베론을 완성해 달라고 날이면 날마다 빗발같이 재촉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베버는 아주 빠른 시일안에 작곡을 완성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두달 후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오베론이 공연되는 일은 별로 없지만 서곡은 널리 사랑받고 있다.


 

 

줄거리: 제1막. 어느날 동화와 요정나라 임금님인 오베론(Oberon)과 마나님인 티타니아(Titania)왕비가 대단한 부부싸움을 했다. 남자와 여자 중에서 누가 더 변덕스러운지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부부싸움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로부터 절대로 서로 부부라고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한가지 조건을 붙였다. 만일 세상에서 어떠한 난관과 유혹과 위험이 닥치더라도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부를 발견하게 되면 부부싸움을 잊고 서로 화해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임금님과 왕비가 부부싸움의 해결 조건으로 그런 내용을 내세우다니 역시 동화는 동화이다. 사실 임금님과 왕비는 각기 그런 사람을 빨리 찾아서 서로 화해할 생각이 굴뚝같다. 오베론 임금님은 귀엽고 명랑한 요정 퍼크(Puck)를 세상에 보내 그런 사람을 찾아보도록 한다. 요정 퍼크는 기사 후온(Huon, Sir Huon of Bordeaux)에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날 보르도의 기사 후온이 유럽 제국을 통치하고 있는 프랑크의 샬레만뉴대제의 아들인 카를로몬(Carlomon)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다. 모욕을 당한 후온은 단 한번의 결투로 카를로몬을 칼로 베어버린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왕자를 살해하였으므로 문책사항이었다. 샬레만뉴황제는 후온을 바그다드로 귀양 보내며 그곳에 가서 칼리프의 딸 레이자(Reiza)와 결혼키로 되어있는 왕자를 죽이고 레이자와 결혼해서 살라고 저주한다. 아마 당시에는 이런 내용이 저주였던 모양이다. 이 얘기를 들은 오베론은 당장 아이디어가 떠 오른듯 이 두 젊은이, 즉 기사 후온과 레이자 공주를 서로 죽도록 사랑하게 해서 자기의 부부싸움을 해결하기 위한 답변 자료로 삼기로 한다. 오베론은 우선 두 사람이 서로 미리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각자의 상상속에 나타나 보이도록 한다. 꿈을 꾸듯 상상 속에서 서로를 만난 후온과 레이자는 오베론의 생각대로 과연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기초작업을 마무리한 오베론은 직접 후온 앞에 나타나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할 때 피리를 불기만 하면 자기가 달려와 도와주겠다고 하며 요술 피리를 준다. 한편, 후온의 종자(갑옷등을 들고 수행하는 하인) 셰라스민(Sherasmin)에게는 언제나 포도주가 넘쳐흐르는 요술 컵을 주어 주인 후온의 마음이 울적할 때에 기분 전환으로 마시도록 했다. 그런데 이 포도주는 참으로 특별한 것이어서 만일 후온을 배반하는 사람이 포도주를 마시려고 입을 갖다 대면 당장에 불을 내 뿜는다는 것이다. 역시 동화는 동화이다.

 

 


제2막. 후온과 하인 셰라스민은 오베론의 보살핌으로 바그다드에 무사히 도착한다. 바그다드 시장에서 두 사람은 오베론이 준 요술 선물로 여러가지 마법을 보여주어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그 지경에 바르베칸(Barbekan)왕자가 아름다운 레이자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칼리프인 하룬 알 라시드(Haroun al Rashid)를 찾아온다. 칼리프는 이 왕자를 무척 좋아하지만 공주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미 상상 속에서 후온을 만나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하다가 후온과 바르베칸 왕자가 알고 지내게 된다. 후온은 이 왕자의 속셈을 알아내기 위해 그가 칼리프를 위해 가져온 포도주를 마시도록 한다. 그러자 컵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후온은 왕자가 칼리프를 배신하려는 못된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용감하게 결투를 하여 칼로 베어 버린다. 결투로 왕자가 죽는 사건이 터지자 아무것도 모르는 칼리프의 병사들이 후온을 포위하고 체포하려한다. 하인 셰라스민이 재빨리 뿔피리를 불자 피리소리는 곧바로 아름다운 음악으로 변하여 병사들을 춤추게 만든다. 이 틈을 타서 후온과 레이자공주는 손을 꼭 잡고 도망친다. 후온의 하인 셰라스민과 공주의 시녀 화티마(Fatima)가 뒤 따른다. 방자와 향단이가 따로 없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에서의 도피'와도 일맥상통하는 플롯이다. 아무튼 잠시후 오베론이 나타나 두 사람에게 ‘그대들은 어떤 난관과 위험이 닥치더라도 진실로서 사랑하겠느냐?’를 묻고 이를 다짐한다. 그러나 말로만 ‘아이 두!’(I do)를 듣는 것은 소용이 없으므로 오베론은 두 사람을 테스트하기로 한다. 후온-레이자, 셰라스민-화티마의 4인조는 오베론의 계획에 따라 막 침몰하려는 배에 태워진다. 마침 지나가던 해적선이 이들을 구해주지만 해적은 예쁜 레이자를 튜니스의 토후(Emir: 족장 또는 총독)에게 노예로 판다. 후온은 다행히 혼자 도피할수 있었다. 토후의 하렘에 들어간 레이자는 매일 토후로부터 구혼을 받지만 춘향이 뺨치는 레이자는 단연 요지부동이다.

 

레이자(Willi Domgraf-Fassbaender)공주를 사모하는 후온(Elfriede Marherr)의 마음은 한이 없다. 


제3막. 해적들은 하인 셰라스민과 시녀 화티마도 튜니시아 토후에게 노예로 판다. 두 사람에게는 궁전의 정원 일이 맡겨졌다. 이 때 해적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후온이 레이자를 찾으로 하렘을 기웃거리다가 에미르의 호위병들에게 잡힌다. 마침 토후 에미르의 동방부인인 로샤나(Roschana)가 젊고 잘 생긴 후온을 보고 마음이 움직여 애인으로 삼고자 한다. 로샤나는 후온의 사랑을 받기 위해 별별 계략을 다 꾸미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레이자 공주를 향한 후온의 마음이 철석같기 때문이다. 로샤나 부인은 (에미르에게는 수없이 많은 부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동방부인이 가장 권세가 높다) 마지막 수단으로 노골적인 유혹의 손길을 뻗친다. 마치 구약 성경에 나오는 애급의 요셉과 보디발 장군의 부인 얘기와 거의 같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치않은 동방부인이 하렘의 한 방에서 후온을 적극적으로 유혹하지만 후온은 눈을 감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로샤나는 ‘당신 남자 �아?’라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토후에게 저 사람이 자기를 겁탈하려 했다고 거짓 고한다. 더구나 로샤나는 후온이 최근 팔려온 젊은 여노예(레이자)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는 레이자를 미워하며 못살게 군다. 분노한 토후는 후온을 불에 태워 죽이라고 명령하고 자기의 말을 듣지 않는 레이자도 함께 죽이라고 지시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두 사람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 얘기의 결론은 간단하다. 하인 셰라스민이 요술 피리를 불자 오베론왕이 달려와 두 사람을 구해준다. 이로써 오베론과 왕비 타티아나는 서로 화해를 한다. 오베론과 타티아나는 이들을 샬레만뉴대제 궁전으로 데려다 준다. 후온의 용감함과 충성심을 깨달은 샬레만뉴대제는 후온을 용서한다. 후온과 레이자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산다. 셰라스민과 화티마도 마찬가지다. 오페라는 환호하는 대 합창으로 막이 내린다. 그런데 갑자기 웬 샬레만뉴 대제(大帝)?

 

오베론과 타티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