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비엔나의 매력

라일락 향기와 만추의 낙엽

정준극 2007. 4. 11. 14:09

라일락 향기와 만추의 낙엽

 

비엔나에서 태어나고 비엔나에서 세상을 떠난 세기말의 오페레타 작곡가인 카를 밀뢰커(Carl Millöcker: 1842. 4. 29-1899. 12. 31)는 그의 유명한 오페레타 거지학생에서 "비엔나는 5월의 훈풍과 같이 부드럽고 명랑하지만 10월의 어스름한 저녁나절처럼 쓸쓸하고 외롭기도 하다"라고 표현했다. 봄날의 찬란한 햇빛과 늦가을 황혼이 함께 어울려있는 곳이 비엔나라는 것이다. 5월의 비엔나는 참으로 아름답다. 라일락향기가 5월의 훈풍과 함께 비엔나 사람들의 마음을 사랑과 이상(理想)으로 이끈다. 가슴을 상쾌하게 만드는 봄날의 비엔나 숲과 교외에 펼쳐진 넓은 초원은 비엔나 시민들의 사랑이다. 그러나 늦가을의 오후, 희미한 햇볕이 긴 그림자를 드리울때면 비엔나 사람들은 지난날 오스트리아 제국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되새기면서 우수에 젖는다.  

 

칼 밀뢰커의 '거지학생' 기념우표. 오스트리아.

칼 밀뢰커의 오페레타 '거지 학생'(베텔 슈트덴트)의 한 장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수놓아져 있는 오페레타 비엔나 기질(Wiener Blut)은 비엔나의 매력을 세개의 W로 압축하였다. 비엔나의 매력은 황홀한 왈츠(Walz), 감미로운 와인(Wein), 아름다운 여인(Weib)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었다. 비엔나는 탐미적인 면모가 넘쳐 있는 도시이다. 그 탐미적인 면모를 비엔나를 대표하는 네사람에게서 찾아볼수 있다. 씨씨(엘리자베트왕비), 구스타프 클림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리고 요한 슈트라우스이다. 거리의 기념품상점에서부터 커피하우스 등 비엔나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들 네 사람의 모습이 스며 있지 않은 곳이 없다. 클림트의 대표작인 키쓰(Der Kuss)를 보며 그 현란하고 탐미적인 아름다움에 매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씨씨의 아름답도고 우수에 넘친 모습을 보고 아련한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차르트의 감미로운 아리아를 들으면서 행복한 아름다움에 젖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황홀한 왈츠를 들으면서 흥겨운 감상에 젖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과연 비엔나는 탐미적인 도시이며 아련한 아름다움을 머금고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과거의 화려했던 추억일 뿐이다. 찬란했던 합스부르크 대제국의 영광은 가을 저녁의 황혼처럼 비엔나를 비추고 있을 뿐이다. 지난날의 영광에 대한 아련한 추억! 이것이 비엔나의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비엔나를 만추의 황혼에 비교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합스부르크제국의 찬연했던 영광이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에 어울려 백은(白銀)의 빛을 다시한번 빛나도록 열정을 삭이고 있는 곳이 비엔나이다. 과연 그러한가? 그것이 전부인가?


엘리자베트(씨씨) 왕비.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의 작품. 

 

비엔나는 매력의 도시이다. 누구나 동경하는 아름다운 낭만의 도시이다. 어떤 매력이 있기에 세상의 수많은 음악가, 미술가, 과학자, 건축가, 정치가들이 비엔나를 동경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비엔나는 어떤 도시인가? 무엇보다도 비엔나는 음악의 도시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아리아가 들리며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가 들리는 음악의 도시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비엔나는 세계 고전음악의 메카였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이 비엔나에를 근거로 음악을 완성하였다. 이밖에도 비발디, 글룩, 리스트, 쇼팽, 바그너, 말러, 쇤베르크와 같은 작곡가들이 비엔나에 머물먼셔 작곡활동을 했다. 이것을 우연이라고만 할수 있을까? 비엔나 슈타츠오퍼와 비엔나 필하모닉을 통하여 면면히 이어 내려오고 있는 고전음악의 전통은 어떤 연유에서인가?

 

부르크가르텐의 모차르트 기념상


그런가하면 비엔나는 아르 누보 미술의 보고이다. 오토 바그너(Otto Wagner)의 역사주의와 현대주의를 접목시킨 새로운 감각의 건축물이 거리의 곳곳에 현란하게 장식되어있으며 구스타브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탐미적인 아름다움이 눈부시게 빛나는 도시이다. 비엔나는 과학과 의학의 중심지역이다. 지그프리트 프로이트가 비엔나 출신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비엔나는 건축의 메카이다. 링 슈트라쎄를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위대한 건축물들을 보면 저절로 감동하지 않을수없다. 비엔나는 세계의 정치판도를 바꾸어 놓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도시이다. 나폴레옹 이후 유럽에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비엔나 회의'는 비엔나가 유럽 정치의 1번지였다는 증거이며 그 회의를 통하여 나온 회의는 춤춘다’(Die Kongress tanzt)라는 말은 오늘날 국제정치의 단면을 보여주는 유명한 말이다. 한편, 1차대전이 비엔나로부터 연유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며 2차대전의 장본인인 히틀러도 오스트리아 사람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수 있는 것인가? 따지고보면 비엔나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는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참으로 엄청난 주역이었다.

 

구스타브 클림트의 '키쓰'. 1908년 

 

과연 이것들이 비엔나의 진정한 모습인가? 아닐 것이다. 더 있을 것이다. 측량할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매력적인 모습이 있을 것이다. 실로 비엔나의 구석구석 좁은 골목에까지 한없는 매력들이 숨어 있음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과연 그 측량할수 없는 매력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인가? 비엔나는 수세기동안 위대한 제국의 수도로서 유럽의 판도를 다시 편성하는 중심지였다. 그리하여 웅장한 궁전들과 위풍당당한 수많은 건물들, 헤아릴수 없이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심지어는 장례박물관, 범죄박물관까지), 그리고 신성로마제국의 중심지로서 유서깊은 성당들, 왈츠로부터 오페라까지 음악이 포장된 거리들, 비엔나소년합창단의 천상의 소리, 리피짜너 백마들의 바로크적 예술성, 전통적인 커피하우스, 고풍스러운 향기가 가득한 천상의 맛인 토르테들, 깔끔하게 정돈된 공원들, 넓은 광장들, 귀에 익은 낭만적인 노래들(Wienerlieder), 호이리거(Heuriger)의 햇 와인과 슈람멜 음악, 연극극장과 오페라극장들, 파리와 밀라노에 뒤지지 않는 첨단 패션, 고색창연한 거리를 오가는 빨간색의 전차, 프라터의 리젠라트(Riesenrad: 대회전관람차)와 릴리푸트반(Liliputbahn: 미니 열차),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비운의 왕비 엘리자베트(씨씨)에 대한 추억, 클림트의 탐미적인 키쓰 등등!... 실로 이 모든 것들이 비엔나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칼 뤼거 시장이 주최한 라트하우스(시청)에서의 무도회 

 

하지만 비엔나를 진정으로 유명하게 만들어 주고있는 주역들은 비엔나의 시민들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비엔나의 시민들은 비엔나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엔나는 인종의 박물관이다. 독일인, 유태인, 헝가리인, 체코인, 폴란드인, 세르비아인, 우크라이나인, 크로아티아인, 루마니아인, 불가리아인, 터키인, 아랍인(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사람들은 대개 아랍인들이다), 그리고 아시아인들...더구나 UN기구의 설치로 비엔나는 세계의 인종박람회장이 되어있다. 비엔나는 고전과 현대가 융합된 도시이다. 사회적으로 유서깊은 보수와 함께 개혁과 진보를 추구하고 있는 곳이 비엔나이다. 비엔나는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를 지향하는 도시가 바로 비엔나이다. 그것이 비엔나의 비밀이며 매력이다.

 

어떤 도시의 수준을 알려면 오페라극장, 미술관, 대성당을 보면 된다. 비엔나에는 세계최고의 오페라극장,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미술사박물관, 그리고 웅장한 슈테판대성당이 있다. 사진은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을 안고 있는 비엔나의 미술사박물관(국립미술관).


비엔나의 랜드마크인 슈테판스돔(성스데반대성당). 우뚝 솟은 남탑의 높이는 137 미터이다. 비엔나의 영혼이다.

비엔나 슈타츠오퍼. 비엔나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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