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남몰래 읽는 366편

358. 볼프-페라리의 '성모의 보석'

정준극 2007. 7. 9. 09:56


에르마노 볼프-페라리

 

[성모의 보석]


타이틀: I gioielli della Madonna (Der Schumuck der Madonna: The Jewels of the Madonna). 전3막. 카를로 찬가리니(Carlo Zangarini)와 엔리코 골리스키아니(Enrico Golisciani)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초연: 1911년 베를린 쿠르휘르스텐오퍼극장에서 Der Schumuck der Madonna라는 독일어 타이틀로 초연되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초연은 1954년

주요배역: 카르멜라(대장장이 제나로의 어머니 겸 마리엘라의 양모), 제나로(카르멜라의 아들), 마리엘라(카르멜라의 양녀), 라파엘(나폴리의 갱단 두목)


마리엘라. 그림


베스트 곡: Barcarola(뱃노래), Aprila, o bella, la fenestrella[아름다운 그대여, 창문을 열어 다오](Bar)

사전지식: ‘성모의 보석’은 이탈리아 베리스모 작품이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독일과 영국에서는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가톨릭의 본산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성모 마리아와 가톨릭교회를 비하한 내용이라고 하여 무려 42년이 지난 1953년까지 공연되지 못했다. 볼프-페라리는 이 오페라에서 가톨릭교회의 위선적인 행동을 비판하였다. 그런 표현은 제3막에서 분명하게 나타나있다. 가톨릭이 교회라는 명분아래 일반 재산을 도둑질 하듯 긁어모으는 것을 부랑자들이 성모 마리아의 보석을 훔쳐와서 자랑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도덕에 대한 문제 또한 논란의 대상이었다. 오페라에서는 혼외정사에 탐닉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가톨릭교회는 이를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음악적으로 이 작품은 상당히 진보적인 형태이다. 오케스트라에 몇 가지 보편적이 아닌 악기를 사용한 것도 좋은 예이다. 장난감 프럼펫, 오르간, 교회의 종, 민속 타악기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다.

 

마리엘라와 제나로                         

 

줄거리: 제1막. 서곡 없이 막이 오르면 무대는 나폴리의 번잡한 거리이다. 물건을 팔려고 소리 지르는 거리의 장사꾼들, 뛰어 다니며 소란을 떠는 아이들, 서로 얘기를 나누는 수도승들의 모습으로 거리는 온통 분주하다. 더구나 이날은 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성모 마리아(마돈나)의 축제일이어서 모두들 들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대장장이 제나로(Gennaro)는 풀이 죽어있다. 사랑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는 자기 여동생 마리엘라(Mariella)를 사랑하고 있다. 물론 마리엘라는 친 동생이 아니다. 어릴때 제나로 집으로 입양되어온 아이였는데 지금은 한송이 꽃과 같은 처녀의 모습이다. 마리엘라의 어머니는 마리엘라가 거리에 나갔다가 건달들을 만나 공연히 연애질이나 할것 같아서 아예 집에서 한발작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축제가 한창이다. 마리엘라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수 없어서 어머니의 눈길을 피해 집을 뛰쳐나가 곧 젊은 건달들과 어울린다. 활달하고 예쁜 마리엘라는 건달들 사이에서 대인기를 끈다. 건달들은 스스로를 카모리스트(Camorrist)라고 부른다. 마을 불량배들의 두목 격인 라파엘레(Rafaele)가 마리엘라를 보고 마음이 동한다. 라파엘레는 이 마을에서 자기가 건드려서 함락하지 못한 여자는 없다고 하면서 마리엘라에게 접근한다. 라파엘레는 마리엘레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마돈나의 조각상에 장식되어있는 보석까지도 훔쳐 줄수 있다고 큰소리를 친다. 물론 그런 발상은 대단한 신성모독이다. 마침 그때 사람들이 마돈나의 조각상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축제의 절정이다. 마돈나상에 장식되어있는 보석들이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난다.

 

현대적 연출. 1막의 장면


제2막. 마리엘라와 제나로가 살고 있는 집의 뒤뜰이다. 건달 두목인 라파엘을 사랑하게 된 마리엘라는 집에서 나갈 결심을 한다. 오빠 제나로가 막아선다. 두 사람이 부르는 듀엣이 오래동안 진행된다. 결국 제나로는 마리엘라에게 오래전부터 사랑해 왔음을 고백한다. 이 소리를 들은 마리엘라는 ‘오빠 미쳤어? 말도 안돼!’라면서 제나로를 밀친다. 마리엘라는 라파엘레가 너무나 멋지며 친절하고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으면서 제나로를 은근히 멸시한다. 마리엘라의 쉴새없는 말을 듣고 있던 제나로는 라파엘레가 성모의 보석을 훔쳐 마리엘라에게 주려는 사실을 알게된다.

 

성모의 보석을 가지고 싶어하는 마리엘라

                                       

제나로가 어디론가 나가자 잠시후 라파엘레가 동료들을 거느리고 마리엘라의 집에 와서 세레나데를 부른다. 이제 마리엘라는 완전히 라파엘레에게 마음을 빼앗겨 있다. 마리엘라는 라파엘레에게 밤중에 집에서 도망나와 마을 밖에 있는 숲으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한다. 마리엘라는 라파엘레와의 사랑을 생각하며 꿈을 꾸는 듯한 상태이다.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제나로는 마리엘라에게 성모상에 장식되어 있던 보석을 준다. 그가 훔쳐온 것이다. 순간 마리엘라는 성모의 보석을 가져다 줄 사람은 라파엘레밖에 없다는 생각에 제나로를 라파엘레로 착각하여 제나로의 품에 안긴다. 제나로는 자기의 품에 안긴 마리엘라를 안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얼핏 정신을 차린 마리엘라가 제나로의 품에서 빠져 나오려 하지만 기운이 빠져서 대장장이로 단련된 제나로의 힘에 항거하지 못한다. 어찌되었던 근친상간이 이루어 진것이다.

 

마리엘라. 소피 월비

                      

제3막. 마을 밖의 숲속에 있는 라파엘레의 소굴이다. 부랑자, 건달들이 모여 훔쳐온 물건들을 보고 만족하여서 축하 파티를 연다. 라파엘레가 나타나 자기가 지금 유혹하고 있는 마리엘라가 얼마나 예쁘고 매력적이며 섹시한 여자인지를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그 여자는 자기가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줄 알고 있다면서 어리석은 여자라고 비웃는다. 라파엘레는 마리엘라가 처녀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을 뿐이며 꽃봉오리와 같은 마리엘라를 활짝 핀 꽃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그 자리에 있던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노골적인 유혹을 보낸다. 곧이어 춤판이 벌어지며 나중에는 서로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의 난장판이 된다. 이때 마리엘라가 도착한다. 마리엘라는 라파엘레가 주었다고 생각되는 성모의 보석을 목에 걸쳤지만 코트에 가려 보이지는 않는다. 마리엘라는 라파엘레에게 자기가 어떻게 하여 제나로에게 당하였는지를 얘기해 준다. 그러자 라파엘레는 마리엘라가 이제 더 이상 처녀가 아니므로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마리엘라는 갑자기 자기가 성모의 보석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두려움에 휩싸인다. 마침 사람들은 마리엘라가 성모의 보석을 걸치고 있는것을 보고 놀라며 성모님의 저주가 있을 것이라고 비난한다.

 

오페라 홀랜드 파크 무대
                             

사람들은 마리엘라가 성모를 모욕하였으므로 교회에서 파문당한 사람으로 취급하여 그 곳에서 내쫓는다. 이제 마리엘라로서 할수 있는 일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뿐이다. 마리엘라는 바다로 달려가 몸을 던진다. 라파엘라는 동료들을 시켜 제나로를 붙잡아 온다. 채 피어나지도 않은 꽃봉오리를 무참하게 꺾어 버린 벌로 처형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라파엘레는 제나로를 죽이지 않는다. 성모의 보석을 훔친 도둑이므로 하늘의 저주가 따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라파엘레는 제나로에게 ‘이 자리에서 죽어라! 개처럼 죽어라!’라고 소리친다. 그럼면서 자기들 불량배들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며 십계명을 어긴 일이 없는 집단임을 강조한다. 한편 성당에서는 성모의 보석이 도난당한 사실이 알려진다. 성당의 종소리가 울린다. 종소리를 듣자 불량배들은 두려워서 두 자리를 피하여 도망간다. 제나로는 단검을 빼어 자기를 찌른다. 이윽고 마을 사람들이 숲속을 찾아온다. 제나로의 어머니의 모습도 보인다. 제나로가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나로의 어머니마저 성모의 보석을 훔친 제나로를 도와주기를 거부한다. 가장 못된 죄를 범했기 때문이다.

 

마리엘라와 라파엘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