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총정리/11월의 성인과 축일

11월 25일: 성 캐서린(St Catherine)

정준극 2007. 8. 9. 13:54
 

미혼 여성, 학생, 철학자, 간호원, 회전판을 사용하는 장인들(도자기 만드는 사람, 물레로 실을 뽑아내는 사람, 방앗간에서 밀을 빻는 사람)의 수호성인. 상징: 바퀴.


4세기 이집트 이교도 공주의 딸인 알렉산드리아의 캐서린은 이미 머리위에 할로(후광 또는 광륜)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캐서린은 어릴 때부터 명상을 좋아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캐서린이 14살 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캐서린은 여왕이 될 운명이었다. 그러자 여러 곳에서 혼담이 봇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캐서린은 혼담을 거절하였다. 그럴 때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성모 마리아가 어떤 은자에게 나타나 캐서린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로 선택되었으므로 이 사실을 캐서린에게 전하고 어서 데려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기쁨에 넘친 은자는 곧 왕궁으로 캐서린을 찾아갔다. 은자는 캐서린 공주에게 성모와 예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여주고 성모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태어날 때부터 이교도였던 캐서린은 그 자리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였다.

 

 영광의 면류관을 쓴 성 캐서린


독실한 신자가 된 캐서린은 기독교를 박해하는 로마의 막센티우스(Maxentius)황제를 담대하게 비난하였다. 막센티우스 황제는 캐서린에게 기독교 신앙이 옳지 못하다는 것에 대하여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하고 만일 캐서린이 토론에서 지면 황제의 후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캐서린은 토론에는 기꺼이 응하겠지만 육신적인 것을 영적인 것에 결부시키지 말라고 하며 황제의 육욕적인 제안을 일축했다. 로마 황제는 전국에서 50명의 철학자들을 선발하여 캐서린과의 토론에 대비토록 했다. 캐서린은 이들과의 논쟁을 조리있는 기독교 신앙 철학으로 변론하여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물론 황제의 부인인 왕비까지 기독교로 개종시켰다. 포악한 황제는 부인인 왕비를 미신추종자라고 하여 사형에 처했다. 그런 후 캐서린에게 결혼하자고 끈질기게 강요했다. 캐서린이 마지막으로 그리고 단호하게 거절하자 황제는 캐서린을 마차 바퀴에 매달아 찢어 죽이라고 명령했다. 이때 갑자기 하늘이 열리더니 벼락이 떨어져 마차 바퀴들을 산산조각으로 부셨으며 옆에 있던 사형집행인들도 쓰러지게 만들었다. 황제는 캐서린의 목을 칼로 즉시 내리쳐 죽이라고 명령했다. 캐서린의 목에서는 붉은 피가 아니라 하얀 우유가 흘러 나왔다고 한다.

 

 마차 바퀴 매달려 순교하게된 성 캐서린


중세 시대에 가장 널리 알려진 성인중 한 사람인 캐서린의 비참하고도 고결한 죽음은 여러 문학 예술가들의 소재가 되었다. 캐서린을 그린 그림에서는 그가 바퀴와 함께 있는 그림이 많다. 이 바퀴는 이른바 ‘캐서린의 바퀴’(Catherine's Wheel)로서 축제의 불꽃놀이 때에 빙글빙글 돌리면서 폭죽이 터지도록 한 바퀴를 말한다. 다른 그림에는 캐서린이 칼, 책, 과학 기재, 지구의, 지도를 들고 있는 경우도 있다. 캐서린과 예수와의 신비한 결혼 전설은14세기 때부터 예술가 들이 즐겨 택하는 주제였다. 그림에는 캐서린이 성모의 무릎에 앉아 있는 아기 예수로부터 결혼반지를 받는 장면이 그려 있다. 캐서린의 이름으로 기도하면 죽어가는 자를 살릴수 있다고 한다.

 

 신비하게도 아기 예수와 결혼을 서약하는 성 캐서린.

주세페 리베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