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오페라 페스티벌/세계의 오페라 축제

스폴레토 페스티벌(Spoleto Festival)

정준극 2007. 9. 21. 07:48

두 세계의 페스티벌(Festival dei Due Mondi: Festival of the Two Worlds)

스폴레토 페스티벌(Spoleto Festival)


테아트로 누오보(신극장)의 오디토리엄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이탈리아의 스폴레토에서 매년 6월과 7월에 열리는 페스티벌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의 챨스턴(Charleston)에서 열리는 스폴레토 페스티벌 USA이다. 이탈리아 스폴레토 페스티벌이 먼저 생겨 정통성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챨스턴의 스폴레토 페스티벌이 더 활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더구나 이탈리아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창시자인 지안 카를로 메노티(Gian Carlo Menotti)의 양아들인 프란시스 메노티(Francis Menotti)와 스폴레토시 및 스폴레토 페스티벌 운영재단간에 운영권에 대한 분규가 매듭지어지지 않아 어찌보면 사양길에 들어서 있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피콜로 스폴레토 페스티벌(Piccolo Spoleta Festival: 작은 스폴로타 페스티벌)까지 운영하며 대단한 기염을 토하고 있다. 미국 스폴레토 페스티벌도 메노티의 주도아래 설립되었지만 지금은 독립기구로서 운영되고 있다. 또 하나의 스폴레토 페스티벌이 있다. 호주의 멜본 스폴레토 페스티벌(Melbourne Spoleto Festival)이다. 그러나 규모도 작을뿐더러 멜본국제예술페스티벌(Melbourne International Arts Festival)의 소속으로 되어 있어서 크게 관심두지 않아도 뭐라고 말할 사람이 없을 것같다.

 

 스폴레토 시가 전경


‘두 세계의 페스티벌’(Festival dei Due Mondi)은 이탈리아와 미국을 고려하여서 그런 명칭을 붙였다. 창시자인 메노티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한 작곡가였다. 그는 자기의 이상을 펼칠 음악 페스티벌을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개최코자 했다. 그의 생각은 결실을 맺었다. 이탈리아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1958년 시작되었다. 오페라뿐만 아니라 콘서트, 무용, 시각 예술, 예술 세미나 등이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되는 복합 페스티벌로 시작하였다.

 

 스폴레토 페스티벌에서의 '백조의 호수'


스폴레토 마을과 메노티는 특별한 연관이 없다. 다만 메노티가 페스티벌 장소를 물색하던중 여러 가지 합당하여 페스티벌 장소로 결정한 것이다. 1950년대 말의 스폴레토는 작은 마을이었다. 로마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높지 않았다. 물건 값도 저렴했고 인부들의 인건비도 높지 않았다. 더구나 이미 두곳의 실내 극장이 있었으며 여기에 로마시대로부터의 극장도 있었다. 로마와는 기차로 쉽게 왕래할수 있는 곳이었다.

 

 스폴레토의 알보르지안성(Alborgian Castle)


오페라 공연의 주요 무대는 카이오 멜리쏘극장(Teatro Caio Melisso)이다. 카이오 멜리쏘는 스폴레토 출신의 작가 이름이다. 17세기부터 있어온 이 극장은 그 동안 여러번 내부수리를 거쳤으며 아울러 이름도 몇 번이나 변경되었다가 현재의 카이오 멜리쏘극장으로 정착했다. 신극장(Nuovo Teatro)도 페스티벌 장소로 적극 이용되고 있다. 신극장의 전신은 1667년부터 있었던 로사극장(Teatro della Rosa)이다. 그러나 어느때에 로시니가 로사극장을 방문하고 나서 규모도 작고 음향도 좋지 않다고 얘기하는 바람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시민들의 협조로 신극장을 마련하게 되었다. 1958년 제1회 스폴레토 페스티벌이 열릴 때 기념 공연은 베르디의 맥베스였다. 

 

 카이오 멜리쏘극장의 천정과 갤러리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이탈리아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화행사로 발돋움했다. 3주에 걸친 음악, 연극, 무용 공연은 격조 높은 것이었다. 한때는 현대 조각예술의 견본시장과 같은 역할도 했다. 그러나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졌다. 이탈리아만해도 여러 곳에 오페라 페스티벌이 생겨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재정적인 어려움도 일조를 했다. 사업과 재산을 상속할 자녀가 없었던 메노티는 자기 일을 도와주는 프란시스 펠란이라는 유능한 청년을 양자로 들였다. 메노티는 그를 칩(Chip)이라고 불렀다. 프란시스 펠란은 프란시스 ‘칩’ 메노티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메노티는 2007년 2월 세상을 떠날 때에 스폴레토 페스트벌의 운영을 양아들 프란시스에게 상속했다. 프란시스가 운영을 맡았지만 스폴레토 페스티벌은 초창기처럼 활발해 지지 못했다. 보다 못한 스폴레토 시당국이 운영을 맡겠다고 나섰다. 스폴레토 페스티벌을 지원하던 재단도 프란시스를 지지하지 않았다. 2007년 하반기 현재 프란시스는 스폴레토 페스티벌 회장 겸 예술감독이다.

 


지안 카를로 메노티와 양아들 프란시스 '칩' 메노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