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디보의 세계/메조소프라노의 세계

메조소프라노의 세계

정준극 2008. 2. 26. 15:48

메조소프라노의 세계


메조(Mezzo)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Medium(중간)이라는 뜻이다. 아마 소프라노 디바가 받는 출연료의 중간 정도를 받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지 않았나 싶다. 이건 농담이고 실은 음역이 소프라노와 콘트랄토의 중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중간이기 때문에 약간의 구박도 받는다. 소프라노들은 ‘올라 올테면 올라 와바! 높은 소리도 내지 못하면서!’라고 소리치면서 얕잡아 볼지 모르며 콘트랄토는 콘트랄토대로 ‘내려 올테면 내려 와바! 낮은 소리도 내지 못하면서!’라고 은근히 핀잔을 줄지 모른다. 하지만 오페라에서 메조의 역할은 소프라노와 콘트랄토를 능가하는 일이 많다. 메조는 안정된 감칠맛이 있으며 소리에 윤기가 있고 성량은 신선한 과일주스처럼 풍부하며 신선하다. 메조소프라노는 소프라노나 콘트랄토가 감당하기 어려운 파트를 매력적으로 소화하면서 무대를 압도한다. 메조에도 리릭 메조와 드라마틱 메조가 있다. 불행하게도 오페라에서 메조의 역할은 대개 마녀, 점쟁이, 요부, 악처, 짓밟힌 여인, 어머니, 하녀, 유모 등이다. 그러고 보니 외모에 특별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역할들이다. 또 다른 중요한 역할도 있다. 남장 여인, 10대 청소년의 역할이다. 또하나의 메조소프라노 영역을 굳이 들자면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가 있다. 헨델, 비발디, 스트라델라 등의 바로크 오페라와 로시니등 벨칸토 오페라의 남자 역할의 일부가 이에 속한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 버금하는 화려한 테크닉에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에서는 맛볼수 없는 힘있고 중후한 음성은 듣는 사람들을 놀라운 콜로라투라의 세계로 안내한다.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 비비카 즈너(Vivica Genaux), 엘리나 가란차(Elina Garanca) 등은 금세기에 가장 뛰어난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이다. 그런데 메조소프라노 역할이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반드시 그 역할을 메조소프라노가 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소프라노들이 메조소프라노의 역할을 맡아 할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다'에서 암네리스는 메조소프라노가 맡도록 되어 있지만 소프라노가 맡는 경우도 많다.

 

아이다에서 암네리스에 스테파니 블라이스, 아이다 역에 비올레타 우르마나

 

리릭 메조소프라노: 이 분야의 메조소프라노는 푸짐해진 허리를 좀더 졸라매야 하거나 풍만한 가슴이 들어나지 않도록 걱정해야한다. 왜냐면 남장여인, 특히 십대 청소년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바지역할’(Pants Role)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바지역할로는 Cherubino(피가로의 결혼), Octavian(장미의 기사), Orlovsky(박쥐), Orpheus(오르페오와 유리디체)를 들수 있다. 바지역할이 아닌 진짜 리릭 메조소프라노 역할로는 Rosina(세빌리아의 이발사), Angelina(체네렌톨라)등이 있다. 미국 출신의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Frederica von Stade)는 1970년대 이후 아직까지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무대를 압도하였던 리릭 메조소프라노이다. 이외에도 리더(Lieder)에 뛰어난 자넷 베이커(Janet Baker), 독보적인 음색과 연기의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를 당할 리릭 메조소프라노가 없다. 아그네스 발차는 드라마틱 메조로서도 단연 세계 최고이다.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 요부, 악녀, 마녀 역할이라면 단연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 전담이다. 삼손과 델릴라에서의 델릴라는 요부, 카르멘은 악녀(과연 악녀?), 일 트로바토레에서의 아주체나(Azucena)는 마녀(실은 늙은 집시여인일 뿐인데 마녀라는 누명을 뒤집어 씀)이다. 질투심 많은 여인도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의 전유물이다. 돈 카를로에서의 에볼리(Eboli) 공주, 아이다에서의 암네리스(Amneris) 공주가 대표적이다. 미안하게도 오페라에서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는 공주와 같은 지체 높은 신분이면서도 대체로 주인공인 소프라노를 괴롭히며 고통을 주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하여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해도 관중들로부터 미움을 받기가 일쑤이다. 그러나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가 없으면 오페라가 맥이 빠진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를 주역으로 한 오페라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것은 비제의 카르멘이다.


'카르멘'에서 엘리나 가란차와 로베르토 알라냐. 메트로폴리탄


□ 두가종 메조소프라노와 갈리-마리에: 어둡지 않은 가벼운 메조소프라노를 일컬을 때에 두가종(Dugazon) 메조소프라노, 또는 갈리-마리에(Galli-Maié)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모두 이 분야에서 이름을 떨쳤던 성악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 메조소프라노 카스트라토: 메조소프라노 음성의 카스트라토를 말한다. 중세에는 여성의 오페라 출연을 금지한 일이 있기 때문에 남성이 대신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 사람들을 카스트라토라고 불렀다. 카스트라토 중에서도 메조소프라노 음색을 가지고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메조소프라노 카스트라토라고 불렀다.

 

'삼손과 델릴라'에서 델릴라역의 올가 보로디나.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 세계적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를 구분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메조소프라노의 음역은 높은 A로부터 중간 C까지라고 할수 있다. 메조소프라노는 소프라노에 비하여 어둡고 또는 낮은 음색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 안정된 음색으로 듣는 사람들을 사로 잡는다. EMI가 선정한 세계 10대 메조소프라노는 다음과 같다.


아그네사 발차(Agnes Baltsa), 테레사 베르간자(Teresa Berganza), 체칠리아 바르톨리(Cecilia Bartoli), 마릴린 혼(Marilyn Horne),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 휘오렌자 코소토(Fiorenza Cossotto),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Frederica von Stade), 그레이스 범브리(Grace Bumbry), 레지나 레스니크(Regina Resnik), 자네트 베이커(Janet Baker).


이상의 리스트는 단순히 미국의 무슨 협회가 정한 것일뿐, 실제로 하늘의 별과 같이 수많은 메조소프라노들이 소프라노와는 약간의 신분적 내지 경제적 차별을 받으면서도 뛰어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메조소프라노 아리아 (어떤 곡은 소프라노 아리아와 중복될수 있음)


- Adriana Lecouvreur (O Vagabonda Stella D'Oriente; Acesba voluttá)

- Alceste (Fivinita Infernale)

- Carmen (Habanera; Seguidilla;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 Cavalleria Rusticana (Voi lo sapete)

- Cosi fan Tutte (Smanie implacabili)

- Dido and Aeneas (But death, alas!...When I am laid in earth)

- Die Fledermaus (Chacun a son got)

- Don Carlos (O don fatale)

- Faust (Faites - lui mes aveux)

- Fedora (O Grandi Occhi Lucenti)

- Götterdämmerung (Höre mit Sinn, was ich dir sage!)

- Idomeneo (Non ho colpa, e mi condanni)

- Il Barbiere Di Siviglia (Una voce poco fa)

- Il Trovatore (Condotta Ell'era in Ceppi; Stride La Vampa)

- La Cenerentola (Nacqui all'affanno...Non piu mesta)

- La Favorita (O mio Fernando)

- La Forza del Destino (Rataplan, Rataplan)

- La Gioconda (L'amo Come Il Fugler Del Creato; Voce di donne)

- L'amico Fritz (Laceri, Miseri, Tanti Bambini)

- Le Nozze di Figaro (Non so piu; Voi, che sapete)

- Les Huguenots (Nobles seigneurs, salut!)

- Linda Di Chamounix (Per Sua Madre Andro Una)

- L'Italiana in Algeri (Cruda Sorte...Gia so per pratica)

- Lucrezia Borgia (Il segreto per esser felici - Orsini's drinking song)

- Norma (Sgombra E La Sacra Selva)

- Orfeo Ed Euridice (Che Faro Senza Euridice)

- Paride ed Elena (O del mio dolce ardor)

- Samson et Dalila (Mon coeur s'ouvre à ta voix)

- Semiramide (Ah! Quel Giorno Ognor Rammento)

- The Ballad of Baby Doe (Augusta! How can you turn away?)

- The Consul (Lullaby)

- The Saint of Bleecker Street (Au, Michele, don't you know)

- Un Ballo in Maschera (Re Dell'Abisso)

- Vanessa (Must the Winter Come So Soon?)

- Werther (Vi Scrivo Qui Dalla Stanzetta; Va! laisse couler mer larmes)


오페라 오스트레일리아의 '돈 카를로' 무대. 에볼리 공주 역에 세르비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밀리야나 니콜리츠, 엘리자베트 드 발루아 왕비에 빅토리아 야스트레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