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고대 그리스-21세기

(800-100 B.C.) 기원전의 원시 오페라: 고대 그리스의 시범

정준극 2008. 3. 4. 16:32

(800-100 B.C.) 기원전의 원시 오페라: 고대 그리스의 시범


그리스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야외극장에서 각종 신(神)들에 대한 에피소드와 스캔들 따위를 드라마로 공연하고 좋아하였다. 지금은 신화(神話)라고 부르는 그런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드라마였다. 지상에서 살고 있는 백성들로서는 저 높은 올림퍼스 산정, 그리고 심지어 땅속과 물속 깊숙한 곳에 살고 있는 신들이 제대로 밥이나 먹는지, 서로 싸우지는 않는지, 노는 날에는 무얼하는지, 특히 이성 관계는 어떠했는지 궁금해서 견딜수 없었을 것이다. 작가들은 신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만들어 그것으로나마 백성들의 알권리(Right to Know)를 충족시켜주었던 것 같다. 야외무대에서 배우들이 신들이 대한 이야기를 엮어 나가다 보면 약간 지루한 느낌이 있어서 중간 중간에 합창이 나오도록 했다. 루트(원조 하프)를 비롯한 간단한 악기의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형태였다. 배우가 ‘제우스신께서 어느 날 심심하시어 인간 세상에 나들이 하셨는데...’라고 대사를 읊으면 다른 배우 또는 합창단이 ‘미천한 우리가 어찌 제우스신의 큰 뜻을 헤아릴 수 있으랴?’라고 토를 다는 형식이었다. 일종의 음악연극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백년 경에 유리피데스의 연극 오레스테스(Orestes)를 공연할 때에 음악 반주가 있었으며 공연 도중에 주인공이 노래도 불렀다고 한다. 관객들은 출연 배우들이 아주 그럴듯하게 연기를 하고 노래도 잘 불렀으면 박수를 보냈으며 돈 가진 것이 있으면 무대 위로 던져 주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형편없는 배우였으면 돈 대신에 야유를 던져주었을 것이다. 요즘과 다를 바가 없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날 말하는 오페라의 시조이다.

 

고대 그리스의 야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