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오백년의 발자취/고대 그리스-21세기

(800 A.D.) 중세의 아이디어: 기독교 전파의 수단

정준극 2008. 3. 4. 16:33

(800 A.D.) 중세의 아이디어: 기독교 전파의 수단


기원후 390년에 교회에서 처음으로 구약성서의 시편을 노래에 맞추어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두 그룹의 합창단을 두어 서로 시편 구절들을 번갈아 노래 부르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떤 교회에서 성직자가 시편의 한 구절을 노래 부르면 회중들이 다음 구절을 받아 부르도록 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일반 신도들도 시편을 노래로 낭송할수 있어서 대환영이었다. 유태교 회당에서는 칸토(Cantor)의 역할이 더 중요시 되었다.

 

 수녀인 힐데가르트 폰 빙겐이 작곡을 하고 있는 모습. 최초의 여성 작곡가이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9-10세기경의 유럽! 기독교 성직자들에게 있어서 복음 전파는 가장 큰 사명이었다. 상상도 못할 엄청난 박해를 받아 오다가 겨우 로마의 국교로 인정받은 기독교가 아니던가? 따라서 성직자들에게는 이 새로운 종교를 어서 속히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사명중의 사명이었다. 예수께서도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성직자들은 성경말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성경말씀을 큰 소리로 읽어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성경 말씀을 계속해서 읽어 주기만 하면 지겨워서 눈을 감고 조는 사람이 많았고 더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으며 또 더러는 가는 귀가 먹어 잘 들리지 않으므로 ‘에라, 모르겠다!’라면서 집에 갔을 것이다. 게다가 라틴어가 아니던가! 성경을 읽어주는 성직자들도 단조로워서 죽을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별로 흥미를 보이는 것 같지 않자 어떤 약간 똘똘한 성직자가 ‘야, 이거 거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지루하네! 중간에 음악을 넣어 재미있게 읽어보면 좋을 텐데!’라는 제안을 했다. 그리하여 성경말씀 낭독 중에 간간히 독창과 합창이 도입되었다. 물론 아주 단순한 노래와 합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기에 좋았고 듣기에는 더 좋았다. 샬레마뉴 대제의 치하에서 성직자들이 성경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이야기 중에 음악을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오페라의 친척인 오라토리오(Oratorio)의 탄생이다. 

 

중세에는 대중들에게 전도하는 방편의 하나로 성극을 공연하였다. 이를 미스테리 플레이라고 부른다. 이런 공연에서 간혹 성가를 부르기도 했다. 미스테리 플레이의 주제는 주로 예수의 고난이었다.

                      

또 다른 성직자가 ‘기왕이면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의상을 입고 무대 배경도 그려 넣은 앞에서 성경말씀도 전해주고 다윗처럼 노래도 불러준다면 박수도 받고 좋을 텐데!’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그래서 이른바 종교악극이 생기게 되었다. 애급총리 요셉에 대한 얘기,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의 얘기, 시바 여왕과 솔로몬에 대한 얘기, 마리아와 요셉에 대한 얘기, 예수님이 빌라도에게 고난 받으신 얘기 등등... 리틀 바이블 오페라였다. 중세교회들의 이런 시도는 대히트였다. 워낙 신앙심에 목을 매고 살던 중세 사람들인지라 흥미를 가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만큼 전도도 잘 되었다. 그리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교회에서 공연하는 바이블 음악연극을 구경하면 하나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복을 받을줄 알았던것 같다. 그리하여 오페라의 연혁도 약간이나마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음악첨부 종교스토리를 오페라의 초대원조라고 생각하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중세의 여인들


한편, 1280년대 초반 프랑스의 음유시인 아담 드 라 알르(Adam de la Hale)가 쓴 La Feu de Robin et de Marion이라는 연극이 나폴리에서 공연되었다. 로빈 후드에 대한 연극이었다. 이 때 주인공이 음악 반주에 맞추어 얘기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한다. 일종의 원형 오페라(프로토 타입)였다. 


중세 여인들의 음악과 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