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궁전/슈타트팔레

팔레 로브코비츠 (Palais Lobkowitz)

정준극 2008. 4. 21. 10:25
 

팔레 로브코비츠 (Palais Lobkowitz)


팔레 로브코비츠는 슈타츠오퍼 뒤편 호프부르크로 가는 방향의 로브코비츠플라츠에 있다. 로브코비츠플라츠(Lobkowitzplatz)는 예전에 돼지시장(Schweinmarkt)이라는 점잖지 못한 명칭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돼지와 돼지고기를 사고팔던 시장이었음이 틀림었다. 팔레 로브코비츠는 비엔나 1구 중심가에서 가장 오래된 궁전이다. 바로크 양식의 팔레 로브코비츠는 터키의 제2차 비엔나 공성(Die zweite Tuerkenbelagerung) 직후 건축되었다. 당시 귀족들은 군대 유지에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저택 건축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그러한 당시에 상당한 규모의 궁전을 지은 것이다. 원래 소유자는 레오폴드 펠쓰(Leopold Felss) 남작이었으나 1685년 궁정마사(馬舍)책임자인 디트리히슈타인(Dietrichstein) 백작 필립 지그문트(Philipp Sigmund) 대령에게 매각하였다. 그후 여러번 주인이 바뀐 끝에 마침내 1745년 이 궁전은 페르디난트 필립 폰 로브코비츠(Ferdinand Philipp von Lobkowitz) 공자의 소유가 되었다. 보헤미아의 귀족인 로브코비치 가족이 이 궁전을 인수한후 명칭도 팔레 로브코비치가 되었다. 로브코비치 가족은 이 궁전을 몇차례에 걸쳐 확장개축하였다. 가장 중요한 개축작업은 유명한 건축가 요한 베른하르트 폰 에어라흐(Johann Bernhardt von Erlach)가 맡았다.

 

팔레 로브코비츠 - 오스트리아 극장박물관. 마리아 칼라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19세기 초, 베토벤은 팔레 로브코비츠에 몇 번이나 초청받아 피아노를 연주했다. 당시의 로브코비츠 후손인 요셉 막시밀리안 폰 로브코비츠는 베토벤의 후원자였다. 베토벤은 요한 막시밀리안 폰 로브코비츠 백작에게 교향곡 제3번 ‘영웅’(Eroica)을 헌정하였다. 원래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은 나폴레옹을 찬양하여 그에게 헌정하려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오르자 이에 실망한 베토벤은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지어버리고 나중에 로브코비츠 백작에게 헌정했다는 것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영웅’은 1804년 팔레 로브코비츠에서 베토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이후 팔레 로브코비츠의 연주회장은 에로이카 홀(Eroica Hall)이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다.

 

베토벤을 후원했던 로브코비츠 공자

       

비엔나 회의 기간중 팔레 로브코비츠에서는 유럽의 군주들이 참가하는 무도회가 자주 열렸다. 19세기 중반, 로브코비츠 가족은 혼돈의 비엔나를 떠나 북부 보헤미아에 있는 가족 소유의 라우드니츠(Raudnitz) 궁전으로 거처를 옮겼다. 1869년부터 1909년까지 팔레 로브코비츠는 프랑스대사관이었다. 1919년부터 1938년 오스트리아가 독일과 합병되기 직전까지 팔레 로브코비츠는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부였다. 2차 대전후 팔레 로브코비츠는 비엔나의 프랑스연구원(Institue Francais de Vienne)로 사용되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991년 팔레 로브코비츠를 대대적으로 보수하여 오스트리아국립도서관 산하의 극장박물관으로 만들었다. 2005년에는 마리아 칼라스 특별전시회가 열렸었다. 전쟁후 재개관 때에는 구스타브 말러 특별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