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악성 베토벤

되블링거 하우프트슈트라쎄(Döblinger Hauptstrasse) 92번지

정준극 2008. 4. 29. 17:01

되블링거 하우프트슈트라쎄(Döblinger Hauptstrasse) 92번지

에로이카하우스


되블링거 하우프트슈트라쎄 92번지. 베토벤이 이 집에서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를 작곡했기 때문에 에로이카하우스라고 부른다.


되블링거 하우프트슈트라쎄는 비엔나 도심에서 전차를 타고 쉽게 도착할수 있다. 베토벤은 1803년 ‘에로이카’를 작곡할때에 이 거리의 92번지에서 지냈다. 되블링은 이제 비엔나의 한 구역이지만 베토벤 당시에는 시골 마을이었다. 92번지는 베토벤 당시에 1층(우리식으로 2층) 건물이었으나 1840년대에 한층을 더 올려 2층(우리식으로 3층)이 되었다. 베토벤이 살던 방은 현관을 지나 안뜰을 거쳐 들어 갈수 있다. 당시에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1층 창문을 통해 언덕과 초원을 바라볼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서 아름다운 언덕과 초원은 보이지 않는다. ‘에로이카 하우스’라고 불리는 이 집의 베토벤이 살던 방에는 몇 개의 원본 악보 및 서류들과 베토벤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을 뿐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에로이카는 바그너 시대에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혁명적이었다. 만일 나폴레옹이 권력에 탐욕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오늘날 이 교향곡의 타이틀은 ‘영웅’(에로이카)이 아니라 원래의 의도대로 ‘보나파르트’(Bonaparte)였을 것이다. 베토벤은 이 교향곡 악보의 첫 페이지에 자필로 보나파르트라고 써서 출판사에 보내려다가 그 직전에 마치 신경질이라도 난듯 보나파르트라는 글씨를 북북 지우고 보냈다고 한다. 베토벤이 ‘보나파르트’라는 서브타이틀이 붙은 교향곡 악보를 막 출판사에 보내려고 할 때에 제자인 페르디난트 리스(Ferdinand Ries)가 뛰어 들어와 나폴레옹이 스스로 프랑스 황제라고 선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역사적인 악보는 현재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격분한 베토벤은 ‘그도 한낱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는 모든 인간의 권리를 짓밟고 자기의 탐욕에만 빠졌다. 그는 모든 사람의 위에 군림하는 폭군이 되었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베토벤은 책상 앞으로 가서 ‘보나파르트에게 헌정한다.’라고 써있는 것을 악보가 찢어질 정도로 힘을 다해 지웠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에 보낸 악보의 첫페이지 상단은 상당히 손상되어 있었다고 한다. 1806년 10월 교향곡 제3번이 출판되었을 때 나폴레옹에게 헌정한다는 글귀는 사라지고 대신 ‘영웅 교향곡-어떤 위대한 인물을 기억하여 작곡하였다’(Sinfonia Eroica - composed to celebrate the memory of a great man)이라고 적혀 있었다.


되블링거 하우프트슈트라쎄 92번지 에로이카하우스의 명판.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 이 집에서 1803년 여름을 지냈으며 '에로이카'를 작곡했다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