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비엔나 신년음악회

비엔나 신년음악회 소고(小考)

정준극 2008. 6. 26. 21:34
비엔나 신년음악회 소고(小考)

 

비엔나악우회 황금홀에서의 비엔나신년음악회


비엔나 신년음악회(The New Year Concert: Das 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는 매년 1월 1일 오전 11시 비엔나 악우회관(Wiener Musikverein)에서 열리는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필하모닉)의 연주회로서 주로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의 작품을 연주한다. 2006년 현재 비엔나 신년음악회의 실황은 전세계 44개국에 동시에 중계되어 약 10억의 인구가 시청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동안 실황중계를 했으나 어쩐 일인지 최근에는 중계를 하지 않아 팬들에게 섭섭함을 안겨주고 있다.

 

비엔나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비너 무직페어라인 건물

                      

[신년음악회의 프로그램]

비엔나 신년음악회의 프로그램은 항상 요한 슈트라우스 가족의 작품이 중심이 된다. 요한 슈트라우스1세(아버지), 그의 세 아들인 요한 슈트라우스2세(아들), 요셉 슈트라우스, 에두아르드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이다. 이밖에 오스트리아 작곡가들의 작품도 간혹 추가된다. 예를 들면 요셉 란너(Joseph Lanner), 요셉 헬메스버거(Joseph Hellmesberger),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칼 오토 니콜라이(Carl Otto Nicolai), 에밀 폰 레즈니체크(Emil von Reznicek), 프란츠 슈베르트(Franz Schubert), 프란츠 폰 주페(Franz von Suppe), 칼 미하엘 지레르(Carl Michael Ziehrer), 칼 밀뢰커(Carl Milloecker),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 등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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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신년음악회를 지휘하는 바렌보임


레퍼토리는 보통 12곡 정도로 구성되어 빨리 끝날  것 같지만 중간 휴게 시간이 상당히 길어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연주회이다. 연주되는 곡목들은 통상 왈츠, 폴카, 마주르카, 행진곡들이다. 연주회 장소는 비엔나 악우회관(Wiener Musikverein)의 대연주회장(Grosser Saal)이다. 황금홀(Goldener Saal)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연주회장이다. 무대를 장식하는 꽃들은 매년 이탈리아의 산 레모(San Remo)가 선물로 보내는 것이다. TV로 중계될 때에는 휴게시간 이후의 제2부에서 보통 한 그룹의 발레무용수들이 등장하여 왈츠나 폴카에 맞추어 춤을 춘다. 비엔나 슈타츠오퍼 발레 단원들이며 주로 쇤브룬궁전에서 춤의 향연을 펼친다.

 

객석에서 포즈를 취하는 발레단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정규 프로그램 이외에 항상 세곡의 앙코르로 막을 내린다. 첫 번째 앙코르 곡은 빠른 템포의 폴카이다. 두 번째 앙코르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Blue Danube Waltz)이다. 앙코르 곡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관중들은 당연히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인줄 알고 첫 소절이 끝날 무렵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 앙코르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ch)이다. 이 곡이 연주되면 전통적으로 관중들이 모두 음악과 함께 박수를 치며 연주에 동참한다. 그럴 때면 지휘자는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관중들을 지휘한다. 그런 전통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젠가 (1993년) KBS TV의 신년음악회 실황중계를 보니 진행자가 '다음 앙코르 곡은 어떤 곡인지 무척 궁금하네요!'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듯 얘기하였다. 

 

초창기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클레멘스 크라우스

               

[신년음악회의 역사]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이듬해인 1939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2009년이면 70주년을 기록한다.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매년 1월 1일에 열리지만 첫해인 1939년에만은 12월 31일에 열렸다. 또한 1939년의 음악회는 ‘신년음악회’가 아닌 ‘특별연주회’(Ausserordentiliches Konzert)라는 타이틀이었지만 실은 제1회 '비엔나 신년음악회'였다. 1939년 ‘특별연주회’의 지휘자는 클레멘스 크라우쓰(Clemens Krauss)였다. 당시 프로그램은 순전히 요한 슈트라우스2세의 작품으로만 구성되었다. 1939년의 연주회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 조간신문 왈츠(Morgenblaetter-Walzer)

- 안넨 폴카(Annen-Polka)

- 오페라 ‘기사 파즈만’중에서 차르다스(Csardas aus der Oper Ritter Pazman)

- 황제 왈츠(Kaiser-Walzer)

- 가벼운 기분의 폴카(Leichtes Blut Polka)

- 이집트 행진곡(Agyptischer Marsch)

- 비엔나 숲속의 이야기 왈츠(G'schichten aus dem Wienerwald Walzer)

- 피치카토 폴카(Pizzicato-Polka)

- 무궁동(Perpetuum mobile- ein musikalischer Scherz)

- 오페레타 ‘박쥐’ 서곡(Ouverture zur Operette Die Fledermaus)


신년음악회에 단골 출연하는 슈타츠오퍼 발레단. 쇤브룬 궁전에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엔나 신년음악회는 본프로그램이 끝나면 적어도 세곡의 앙코르 연주를 듣는 것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다만, 제1회인 1939년의 연주회에서는 앙코르가 없었다. 그러므로 1939년에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지 않았다. 앙코르가 없이 신년음악회가 진행된 것은 1939년부터 세계2차 대전이 끝나던 해인 1945년까지 그러했다. 오스트리아 제2의 국가라고 하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가 아직도 전쟁중인 1945년 1월 1일의 신년음악회에서 비로소 처음 연주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그것도 앙코르 곡으로였다. 연주시간이 비교적 길어서일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통상 11분 30초에서 12분 20초가 걸리는 긴 곡이다. 프랑스의 조르즈 프레트르(Georges Prêtre: 1924-)가 지휘할 때에는 11분 30초가 걸렸지만 린츠 출신의 프란츠 벨저-뫼스트(Franz Welser-Möst: 1960-)가 지휘할 때에는 12분 21초가 걸렸다. 

 

바렌보임 지휘의 신년음악회

 

'신년음악회’의 앙코르 곡으로 빠지지 않고 있는 ‘라데츠키 행진곡’의 연주는 1946년부터 비롯된 전통이다. 하지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이 1945-46년 이후 매년 앙코르 곡으로 연주되었던 것만은 아니다. 간혹 두곡 중에 한곡이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두곡 모두가 ‘신년음악회’의 단골 앙코르 곡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1958년부터이다. 말하자면 그 이전에는 앙코르 곡으로 연주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던 것이다. 초창기부터 상당기간 동안 신년음악회를 지휘해온 클레멘스 크라우쓰는 무슨 생각인지 ‘무궁동’(Perpetuum mobile: 無窮動)이라는 곡을 항상 프로그램에 넣었다. 사정이 있어서 '무궁동'이 본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되면 앙코르 때에 반드시 연주했다. 아마 비엔나신년음악회가 영원무궁토록 발전하게 되기를 바래서였던것 같다. 1940년에는 전쟁의 회오리 바람이 너무 거세어 신년음악회가 중지되었다.

 

비엔나 악우회 황금홀에서의 신년음악회


비록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으로 신년음악회를 마무리하는 관습이 있었지만 간혹 지켜지지 않는 해도 있었다. 1967년 빌리 보스코브스키(Willi Boskovsky)가 지휘했을 때에는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본 프로그램의 순서로 넣었기 때문에 앙코르 곡이 되지 못했고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2005년 신년음악회 때에는 바로 며칠전인 2004년 12월 동남아를 휩쓴 인도양의 츠나미 희생자들을 추모하여 박수치며 즐거워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을 앙코르에서 제외했었다. 비엔나 신년음악회가 전세계에 실황 중계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였다.

 

2019년 신년음악회.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

 

1936년부터 1979년까지 비엔나 필의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는 1955년부터 신년음악회를 지휘하기 시작하여 1979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25년동안을 지휘함으로서 비엔나 신년음악회의 기념비적인 존재가 되었다. 원래 1939년부터 시작된 신년음악회의 지휘는 대를 이어 오스트리아 출신의 지휘자가 지휘했다. 그 관습이 깨진 것은 빌리 보스코브스키가 건강상의 이유로 바톤을 내려놓은 다음해부터이다. 미국의 로린 마젤(Lorin Maazel)이 오스트리아인이 아닌 지휘자로서는 처음으로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다. 로린 마젤은 1987년까지 7년간 신년음악회를 지휘하면서 비엔나의 전통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1987년부터는 비엔나 필 단원들이 투표하여 해마다 다른 지휘자를 초빙키로 했다. 비엔나 필 단원들은 솔리스트도 투표로 초청하였다. 예를 들면 50주년 때에는 투표를 통하여 크리스타 루드비히(Christa Ludwig)를 솔리스트로 초청하였다.

 

비엔나 신년음악회를 지휘하는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198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