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세계/코셔와 할랄

이슬람 음식과 유태 음식

정준극 2008. 8. 12. 07:18

이슬람과 유태 음식 금기사항은 어떻게 다른가?


다비하(Dhabihah 또는 Zabihah)는 이슬람의 음식금기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생물이던지 합법적으로 먹을수 있다고 허용한 생물들, 즉 할랄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도축하는 방법을 규정한 일종의 법규이다. 일반적으로 할랄 동물이라고 하면 염소, 양, 소, 닭 등을 말한다. 이러한 동물들 뿐만 아니라 메뚜기, 물고기를 포함한 모든 바다 생물들도 이에 해당된다. 합법적이지 아니한 동물들, 예를 들어서 돼지, 개, 사자, 기타 야생돌물들은 도축해서는 안된다. 합법적인 동물들을 도축하는 데에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도축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무슬림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규정은 사실상 문제가 많다. 다른 나라에 가서 염소, 양, 소, 닭고기 등을 먹어야 할 때 그것들이 반드시 무슬림이 도축한 것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도축을 하기 전에 반드시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라고 말해야 한다. 한꺼번에 여러 동물들을 도축할 때에도 하나하나 동물들을 도축할 때마다 비스밀라라고 외쳐야 한다. 다음으로는 대단히 기술적인 문제인데 도축을 할 때에에는 날카로운 칼을 사용해서 재빠르게 그리고 깊숙히 도축함으로서 동물들의 고통을 최대한으로 덜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목을 베어야 하며 숨통(기관), 경정맥, 경동맥을 재빠르게 절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척수는 손상시키지 말아야 한다.


할랄은 어떤 음식물이든지 다비하의 규정에 의해 허용될수 있는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카쉬루트(Kashrut)는 유태인의 음식금기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코셔는 카쉬루트에 적합한 음식물인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슬람의 다비하 할랄이든, 유태교의 카쉬루트 코셔이든 내용의 상당부분은 동일하다. 물론 상이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유태교든 이슬람교든 음식에 대한 금식금기사항의 배경이 되는 뿌리는 같다. 모두 하나님(이슬람에서는 알라, 유태교에서는 여호와)의 지시에 의한 규정이다. 이슬람의 규정은 코란에 기록되어 있고 유태인의 규정은 모세 5경 중의 하나인 레위기에 기록되어 있다. 이제 할랄과 코셔의 공통점과 상이점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메뚜기에 대하여는 엄격하지 않다.  


식품의 품목에 대한 공통점

- 돼지고기는 유태인이든 무슬림이든 금기품목이다. 돼지고기로 가공한 식품도 모두 금기이다. 볶은밥에 소세지 조각이 조금만 들어갔어도 먹지 않는다. 돼지고기 기름(라드)으로 볶은밥을 만들었으면 안 먹는다. 하지만 그걸 일일히 다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 유태인들이 먹어도 좋다고 허용하는 짐승들은 이슬람에서도 허용하고 있다. 염소, 양, 소, 닭 등이다.

-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일반적으로 모두 금기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개구리 뒷다리 요리가 일품이라는데 유태교인이나 무슬림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 유태인에게는 거의 모든 곤충이 코셔가 아니다. 그러므로 곤충을 먹으면 안된다. 뻔데기를 삶아서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 예외가 있다면 메뚜기와 귀뚜라미이다. 옛날에는 귀뚜라미도 잡아서 맛있게 먹은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오늘날에 거의 식품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다. 무슬림들도 거의 곤충을 금기식품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메뚜기는 예외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메뚜기 볶은 것이 안주로서 잘 팔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만일 메뚜기 안주를 돼지기름으로 볶았으면 먹을수 없다.

- 유태인들은 생선의 경우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어야 먹을수 있다. 뱀장어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없으므로 먹으면 안된다. 이란을 중심으로한 시아파 무슬림들 역시 생선에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어야 할랄 식품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순니파 무슬림들은 바다에서 나오는 모든 생물은 할랄이 될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편, 구두로 전해 내려오는 음식금기사항에 의하면 비늘이 있는 생선은 모두 지느러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늘이 있는 생선은 모두 코셔라는 것이다. 자비할 할랄의 규정도 이와 같다.


식품의 품목에 대한 상이점

- 이슬람에서 자비할 할랄 식품이 되려면 식품에 어떤 종류의 알콜 성분도 포함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알콜 성분이 아주 조금 들어간 음식은 개인의 판단에 의해 먹을수도 있다. 정통 유태인들은 유태인이 직접 감독하여 만든 포도주와 포도 주스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태인들은 어떤 종류의 알콜이든지 코셔가 아닌 내용물이 들어 있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 카쉬루트에서 코셔 동물에 대한 규정은 대단히 엄격하다. 동물의 고기가 코셔식품이 되려면 반추동물이어야 하며 갈라진 발굽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슬람의 자비할에서도 갈라진 발굽의 동물을 적격요건으로 삼고 있다. 낙타고기는 이슬람에서는 먹을수 있지만 유태인들은 금기식품으로 삼고 있다.

- 유태인들은 소, 양, 염소, 기타 반추동물의 둔부고기를 어떤 특별한 과정을 거쳐 처리되지 않는한 코셔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슬람에서는 그런 규정이 없다. 엉덩이 고기인지 가슴 고기인지 어떻게 구별하는지 모를 일이다.

- 유태인들은 가재, 게, 새우, 조개, 굴 등을 금기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갑각류나 조개류에 대하여 아직 뚜렷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 무슬림들은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생선을 포함하여 모든 생선을 할랄 식품으로 간주한다. 상당수 무슬림들은 새우와 같은 갑각류도 생선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어떤 독실 무슬림들은 새우, 조개, 가재, 게 등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 바지락 칼국수가 나오면 바지락은 먹지 않고 칼국수만 먹는 무슬림도 있다. 그러나 바지락 칼국수 자체를 먹지 않는 무슬림이 더 많다.

 

새우도 반찬 


도축(屠畜)에 대한 공통점

이슬람의 자비할에는 식용으로 사용할 짐승들을 이슬람 전통에 의해 어떻게 도축해야 하는지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유태인들의 셰치타(Shechita)라는 규정에는 짐승들과 조류(주로 닭과 칠면조, 메추라기 등)들을 유태인의 법에 의해 어떻게 도살해야하는지 설명되어 있다.


- 유태인의 법이든지 이슬람의 법이든지 모두 짐승을 죽일 때에는 흠이 없는 칼날로 단번에 동맥을 절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럴러면 오랜 경험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유태교에서는 전문가가 없으면 랍비가 도축업무를 대행한다.

- 양쪽은 도축할 때에 척수(脊髓)를 건드리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 양쪽은 짐승을 도축한 후 피를 빼내도록 요구하고 있다.

- 도축할수 있는 사람은 합당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성인 남자이면 된다. 양쪽이 모두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어떤 이슬람 당국은 유태인이 자비할에 의한 도축을 해도 상관없도록 하고 있다.


도축에 대한 차이점

- 도축할 때에 어떤 관(혈관 등)을 절단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견해가 다르다. 유태인들은 셰치타(Shechita)라는 규정을 통하여 식도(食道)와 경동맥과 경정맥을 절단토록 하고 있다. 이슬람 규정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管)을 절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항이 없다. 다만, 목의 양쪽에 있는 두 개의 정맥을 절단해야 한다는 내용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슬람에서는 목에 있는 네개의 정맥을 절단토록 하고 있다.

- 도축은 원칙적으로 아무나 할수 없다. 오늘날에도 유태교에서는 셰치타의 규정에 의해 쇼체트(Shochet)라고 부르는 허가받은 훈련된 사람만이 도축할수 있다고 내세우고 있다. 규정에는 쇼체트의 성별에 대하여 언급이 없지만 관례적으로 남자이다. 이슬람에서는 숙달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축할수 있다. 대부분 이슬람 국가에서는 자기 집에서 사용할 고기는 자기 가족이 도축한다.

- 유태교에서는 만일 어른이 아니라든지 또는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이 어쩌다가 도축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될 경우, 도축방법만 정확했다면 상관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어른이 아닌 사람’과 ‘올바른 정신이 아닌 사람’이 도축했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만일 그런 경우가 생겼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이슬람의 자비하(Dhabiha)는 도축하기 전에 매번 알라의 이름을 연호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무슬림들은 유태인의 코셔 고기도 할랄 고기로 인정하고 있으며 기독교인이 도축한 고기도 규정에만 맞는다면 할랄 고기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예언자 마호메드의 부인인 아이샤(Aisha)의 말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어떤날 사람들이 예언자 마호메드를 찾아와 ‘이 고기가 전능하시고 자비하신 알라신의 이름으로 도축된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침을 받고자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호메드는 ‘이제라도 알라신의 이름을 말하고 먹으면 된다.’고 말씀하였다는 것이다.


기타 비슷한 사항들

- 짐승을 도축한 후 그 짐승의 고기가 먹기에 적합한 것인지를 검사한다. 이슬람의 자비하 가이드라인에서는 죽은 짐승을 검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유태인의 카쉬루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서 죽은 짐승의 내장을 조사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질병에 걸렸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아무튼 양쪽 다 짐승을 도축한후 혹시 질병에 걸린 짐승이어서 먹을수 없는 것이 아닌지를 자세하게 검사한다는 사항은 같다.

- 유태인이든 무슬림이든 규율을 엄격히 지키는 자들은 식당을 가더라도 음식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것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 유태인의 규율에 의해 코셔 식품으로 인정을 받아 파는 육류는 남아 있는 피, 또는 불순물을 말끔히 빼내기 위해 반드시 소금에 절여야 한다. 무슬림 가정에서도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다만, 소금을 뿌리지 않고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피를 먹지 말라는 이슬람 규정에 의해 고기의 겉에 남아 있는 피를 제거하기 위해서이다.


기타 서로 다른 사항들

- 유태인들은 유월절 기간동안 음식과 관련하여 추가 규제가 있다. 예를 들면 다섯가지 곡식으로 만든 발효제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발효식품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빵을 만들 때에는 누룩(이스트)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를 무효병(無酵餠)이라고 부른다. 이슬람의 자비하 할랄 규정에는 비슷한 내용도 없다.

- 유태인들은 육류와 우유제품을 절대로 섞어서 요리하거나 함께 먹지 않는다. 이슬람의 자비하 할랄 규정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 유태교에서는 식품 자체 이외에도 식품을 조리하는 기구와 식사하는데 필요한 식기류에 대한 규정도 엄격하다. 예를 들어 우유제품을 요리하는 주방기구와 육류를 요리하는 기구가 따로 있으며 이들을 서브하는 접시 등 식기도 따로 있다. 비코셔 식품과 코셔 식품이 섞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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