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의 세계/구약 인물들의 안식처

족장들의 동굴 무덤

정준극 2008. 8. 20. 06:42


[족장들의 동굴 무덤]

 

‘족장들의 동굴’(Cave of the Patriarchs)은 히브리어로 메이랏 하막펠라(Me'arat HaMachpela)라고 하는데 이는 ‘부부 동굴 무덤’이라는 뜻이다. 무슬림들은 이 동굴 무덤을 ‘아브라함의 거룩한 장소’(Sanctuary of Abraham: Ibrahimi Mosque)라고 부른다. 아랍어로는 알-하람 알-이브라히미(Al-Haram Al-Ibrahimi)이다. 헤브론의 옛 도시에 있는 ‘족장들의 동굴’은 유태인들에게 예루살렘 성전 다음으로 가장 성스러운 곳이다. 이곳은 유태인들 뿐만 아니라 기독교인, 무슬림들도 이곳을 성지로 여기고 있다. 이곳을 ‘부부 동굴 무덤’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경에서의 부부인 아담과 이브,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레베카, 야곱과 레아가 묻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기독교인들은 아담의 유골이 예루살렘의 골고다(Golgotha)에 묻혀 있다고 믿고 있다. 유태교의 외경에 의하면 ‘족장들의 동굴’에는 에서(Esau)의 머리가 묻혀 있다고 하며 이슬람에서는 요셉의 무덤이 동굴 안에 있다고 믿고 있다.

 

아브라함의 무덤

 

[아브라함이 은을 주고 산 동굴]

창세기 23장에 따르면 아브라함이 가족들의 무덤으로 사용하기 위해 은 4백 세겔을 주고 히타이트족의 에브론(Ephron)으로부터 이 땅을 샀다고 한다. 당시에 이미 상인들간에 은으로 화폐를 삼았던 모양이다. 아브라함은 에브론으로부터 마므레(Mamre) 앞 막벨라((Machpelah)에 있는 밭과 그 밭에 속한 동굴과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샀다고 한다. 마므레는 헤브론을 말한다. 아브라함은 부인인 사라가 세상을 떠나자 우선 이곳에 장사지냈다고 한다. 히타이트족은 히브리어로 헷(Heth) 족속이라고 되어 있다.


소아시아의 고대 민족인 히타이트족이 가나안에 들어온 것은 주전 14세기 경이니 출애굽 바로 직전으로 아브라함으로부터 많은 세대가 지난 후이다. 그러므로 헷 족속의 에브론으로부터 동굴을 샀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정확치 않다. 하지만 아브라함에 에브론으로부터 땅을 샀을 당시에는 히타이트족이 나라의 민족으로서 나타나지 않은 때라고 볼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있는 카바(Kaaba)는 아브라함과 아들 이삭이 세운 집터에 마련한 구축물이다. 일설에 의하면 아브라함이 짓을 짓기 전에는 그 자리에 아담이 인류 최초로 지은 집이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헤롯이 동굴의 확장공사를 하다]

헤롯대왕이라고 불리는 자가 이 동굴 위에 울타리와 같은 네모난 구조물을 설치하였다. 헤롯 시대의 건축물로서는 오늘날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이 구조물은 지붕이 없다. 오늘날에는 헤롯의 울타리 건물만이 지상에 높이 보인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원래 동굴의 입구가 어디인지 확실히 밝혀내지 못했다.


비잔틴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헤롯대왕이 축조한 울타리 건조물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지붕이 없기 때문에 온갖 풍상을 견디며 지내왔다. 비잔틴 시대에 울타리 건조물의 내부에 간소한 교회당(Basilica)이 세워졌다. 남동쪽 끝머리에 입구를 만들었으며 울티라 구조물에는 가운데만 빼고 지붕을 만들어 넣었다. 서기 614년, 파사(페르시아)가 이 지역을 점령하고 교회당을 파괴하였다. 그러다가 637년 무슬림이 이곳을 점령하여 폐허가 된 교회당 자리에 지붕이 있는 모스크를 건설하였다.

 

족장들의 동굴 무덤에 사라를 장사지내는 장면. 밖으로 걸어나가던 아브라함이 사라를 잊지 못하여 발길을 떼지 못하고 사라의 무덤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