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1. 헨델의 '아그리피나'

정준극 2008. 9. 3. 06:21

아그리피나 (Agrippina)

George Frederick Handel(조지 프레데릭 헨델)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묘역에 있는 헨델 묘역의 기념상


타이틀: Agrippina. 3막의 음악을 위한 드라마(Dramma per musica)

초연: 1709년 12월 26일 베니스의 산조반니 그리소스토마(St Giovanni Grisostoma)극장

주요배역: 아그리피나(S. 로마 황제 클라우디오의 왕비), 클라우디오/클라우디우스(B. 로마황제), 네로네/네로(S. 아그리파의 아들), 오토네/오토(A. 로마군 장군), 포페아/포파에아(S. 오토가 사랑하는 여인), 팔란테/팔라스(B. 궁정신하), 나르시소/나르시서스(T. 궁정신하), 레스보(A. 황제의 하인)

사전지식: 독일의 할레(Halle)에서 태어난 헨델은 그곳에서 오르간,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오보에와 같은 악기는 물론 대위법을 포함한 작곡기법을 공부했다. 그후 헨델은 함부르크 오페라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가 1707년부터 1710년까지 3년동안 이탈리아에 가서 본격적인 오페라 작곡을 공부했다. 오페라 아그리피나는 헨델이 이탈리아 체류중에 작곡한 것으로 베니스에서 초연되었다. 18세기의 오페라는 스토리의 역사성을 정확히 표현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었다. 아그리피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헨델은 46편의 오페라를 작곡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중 3분의 1정도는 악보가 실종되었거나 악보의 일부만 남아 있을 뿐이다. 헨델의 대표적인 오페라는 ‘이집트의 줄리오 세자레’(Giulio Sesare in Egitto: 1724)를 위시로 아그리피나(1709), 리날도(1711), 아치스와 갈라테아(1718), 라다미스토(1720), 타멜라도(1724), 롬바르디의 여왕 로델린다(1725), 올란도(1733), 알치나(1735), 주스티노(1735), 세르세(1738), 데이다미아(1741)이다.

 

아그리피나와 포페아. 잉글리쉬 내셔널 오페라

 

에피소드: 헨델은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의 3개국어로 음악을 작곡했다. 헨델은 음악의 배경에 따라 언어를 선택하였다. 아그리피나는 이탈리아어로 작곡된 오페라이다. 헨델의 아그리피나는 약 10년전 무대에 올려진 몬테베르디(Monteverdi)의 ‘포페아의 대관’과 스토리가 연계되지만 형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몬테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네로와 포페아의 이미지가 아그리피나와 오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되어 있다. 헨델의 작품에서는 아그리피나가 야심에 넘친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독부와 같은 괴물은 아니었다. 매력적이고 자신에 넘친 여인이었다. 포페아는 동정을 받을만한 여인으로 그려져 있다.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포페아는 섹스를 무기로 사용할 줄도 아는 여인이었다. [아그리파와 아그리피나를 혼동하지 마시기를!]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는 포페아


줄거리: 시기는 AD54년, 무대는 로마. 아그리피나는 클라우디우스(Claudio/Claudius) 황제와 두 번째로 결혼하였다. 왕비가 되어 자기아들 네로(Nero/Nerone)를 다음 황제로 만들기 위한 계획 때문이었다. 이를 위해 아그리피나는 무슨 행동이든지 서슴치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 중상모략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반역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입장에 있다. 그리하여 황제가 죽자 마침내 정적들을 몰아내고 아들 네로를 황제로 만드는 야망을 이루었다. 이것이 대강 줄거리이다.

 

 아그리피나 역의 리자 델라 카사(Lisa della Casa)와 포페아 역의 코스탄자 쿠카로(Costanza Cuccaro). 1970년 취리히 무대.

 

1막. 왕궁에 있는 아그리피나와 포페아(Poppea/Poppaea)의 거실이 무대이다. 아그리피나는 남편인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전장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들 네로를 황제로 올리고 싶어 하는 아그리피나는 네로에게 시민들 앞에서 황제 계승자 행세를 하도록 한다. 그러한 아그리피나의 계획에는 커다란 차질이 생겼다. 로마군의 장군으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부하인 오토(Ottone/Otho)가 황제를 죽음에서 구해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목숨을 구해준 오토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를 황제 계승자로 지명한다. 아그리피나의 야심을 눈치 챈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아그리피나를 멀리한다.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포페아에게 관심이 있다. 그런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네로도 포페아를 좋아한다. 그러나 포페아 오토만을 사랑한다. 아그리피나는 오토와 클라우디우스 사이를 이간키로 한다. 그러면 황제의 자리가 네로에게 돌아올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그리피나는 우선 오토를 교묘하게 끌어들여 마치 두 사람이 불륜이라도 저지르는 것 같은 연출을 했다. 이 모습을 본 포페아가 오토에 대하여 크게 실망한 나머지 일부러 클라우디우스 황제에게 접근한다. 포페아의 의도는 오토의 질투심을 불러 일으켜 자기에게 마음이 돌아오도록 할 생각에서였다. 아그리피나는 한술 더 떠서 클라우디우스를 충동하여 오토를 질투케 하고 결국 증오하게 만든다.

 

 

 오마하 무대. 현대적 연출


2막. 왕궁 밖의 거리, 포페아의 정원, 아그리피나의 침실이 무대이다. 포페아는 간악한 아그리피나의 야심을 알아차리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질투와 증오심에 불탄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오토를 버리고 네로를 황제 후계자로 삼겠다고 약속한다. 아그리피나의 목적은 달성되었다. 오토를 따르는 장군들은 오토를 황제로 추대하겠다고 나선다.

 

클라우디오와 아그리피나

 

3막. 포페아의 저택과 왕궁이 무대이다. 포페아는 클라우디우스 황제가 아그리피나의 간계를 알아차리도록 한다. 하지만 그런 포페아를 아그리피나가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다. 포페아에게 간통죄를 뒤집어 씌어 사형에 처하도록 한다. 포페아를 사랑하는 오토는 포페아를 구하기 위해 황제의 자리를 영원히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그런 오토를 보고 감동한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포페아와 오토의 결혼을 승낙한다. 그리고 아그리피나의 아들인 네로를 다음 황제 계승자로 선언한다.

 

오마하 오페라의 현대적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