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오페라 집중 소개/추가로 읽는 366편

94.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의 '노부인의 방문'

정준극 2008. 9. 23. 04:46

The Visit of the Old Lady(노부인의 방문)

Gottfried von Einem (고트프리트 폰 아이넴)

 

 1971년 비엔나 슈타츠오퍼 공연. 노부인역의 패트리시아 존슨(Patricia Johnson)

 

타이틀: The Visit of the Old Lady (Der Besuch der alten Dame).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ürrenmatt)가 본인의 동명소설을 오페라 대본으로 만들었다.

초연: 1971년 5월 23일 비엔나 슈타츠오퍼(Staatsoper)

주요배역: 클레어 차카나씨안(억만장자 노부인: Ms), 그의 일곱 번째 남편(묵음), 그의 아홉 번째 남편(T), 집사장(T), 토비와 우로비(묵음), 장님인 코비와 을로비(2명의 T), 알프레드 3세(Bar), 그의 부인(S), 그의 딸(Ms), 그의 아들(T), 시장(T), 목사(Bbar), 교사(Bar), 의사(Bar), 경찰(Bbar)

 

사전지식: 아이넴의 최고 걸작인 ‘노부인의 방문’은 극작가 뒤렌마트가 1955년에 쓴 같은 제목의 비극을 오페라로 만든 것이다. 뒤렌마트는 아이넴의 음악적 언어가 자기의 희곡에 가장 적합하다고 확신하여 오페라의 대본을 직접 작성하였다. 아이넴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음색에 있다. 그는 그로테스크한 주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말러가 그의 작품에 민속적인 요소를 첨가한 것처럼 과거회상적인 기법을 도입하였다. 아이넴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개개인에게 그들의 특성에 맞는 음악적 개성을 부여하였다. 또한 비록 대사 스타일의 파트도 음악적 분위기가 배어나도록 했다. 대규모 합창 장면은 특별하다. 아이넴은 음향 효과를 포함하여 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이 오페라에서는 교회에 대한 비난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성직자라는 사람은 실제로 너무나 나약한 존재여서 알프레드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을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도 못한다. 성직자는 그저 현란한 말만 내뱉으며 가식적인 의식의 뒤에 가려져 있을 뿐이라는 것이 이 오페라가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메시지이다.

 

에피소드: 뒤렌마트의 소설 ‘노부인의 방문’은 1964년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감동을 주었다. 잉그리드 버그만이 노부인의 역할을, 안토니 퀸이 알프레드 일(Alfred Ill)의 역할을 맡았다. 존 칸더(John Kander)라는 사람은 The Visit(방문)이라는 타이틀의 뮤지컬을 작곡하였다. 2001년 시카고에서 초연된 이래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뒤렌마트의 소설은 독일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필수의 교과서이다.

 

노부인 역의 레지나 레스니크(Regina Resnik).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줄거리: 시기는 어느 때라도 관계없으며 장소는 중부 유럽의 가상적인 마을 귈렌(Güllen)이다. 귈렌이라는 단어는 스위스-독일어로서 거름, 비료, 배설물이란 뜻이다. 원작에 따르면 귈렌은 평범한 농촌 마을이지만 근자에 이르러 산업의 발달로 오히려 농사가 파산의 지경에 이른 곳이라고 한다. 막이 열리면 마을 사람들이 클레어 차카나씨안(Claire Zachanassian)부인의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클레어부인은 예전에 이 마을에 살았다고 하며 지금은 상상도 못할 부를 축적한 부자라는 것이다. 그런 노부인이 옛 고향생각을 하여 방문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노부인이 도착한다. 어떤 그럴듯하게 생긴 피앙세가 수행하고 있다. 노부인에게는 피앙세가 하도 많아서 이번의 피앙세는 과연 몇 번째인지 모른다. 마을에서는 시장을 비롯하여 유지들이 노부인을 정중히 영접한다. 약간의 의식이 끝난후 노부인은 이 마을을 방문한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마을 사람들이 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부인을 환영키로 한다. 1971년 비엔나 슈타츠오퍼 무대


노부인은 젊은 시절 이 마을에 살때에 알프레드 일(Alfred Ill)이라는 보이프렌드와 사귀면서 임신하게 되었으나 나중에는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친자소송까지 갖게 되었다고 한다. 알프레드는 두명의 술주정꾼을 돈으로 매수하여 이들이 클레어(노부인)와 잠을 잤다고 증언하게 만든다. 클레어는 미혼모로서 수치심과 가난으로 마을을 떠나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결국은 창녀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클레어는 어떤 돈 많은 사람의 엄청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일약 억만장자가 된다. 이제 노부인은 만일 마을 사람들이 알프레드를 죽여 줄 것 같으면 엄청난 액수의 돈을 마을을 위해 기증하겠으며 또 상당한 액수의 돈을 마을 사람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한다. 노부인은 알프레드를 징벌하는 것이 ‘정의’를 추구하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알프레드는 아직도 이 마을에서 명망 높은 인사로 행세하고 있다. (어떤 버전에는 10억 파운드를 기증하는데 그중 반인 5억 파운드는 마을 자체를 위해서, 나머지 5억 파운드는 마을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 한다고 되어 있다. 아마 노부인은 영국에서 재산을 벌었던 것 같다.)


마을사람들은 알프레드를 죽여 달라는 노부인의 제안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하며 기본적으로 이구동성으로 거절한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다음날부터 마치 당장이라도 돈뭉치가 생긴듯 비싼 물건들을 쇼핑하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심지어 알프레드의 상점에서도 물건을 산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알프레드의 심정은 괴롭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은 처음에는 알프레드에 대하여 듣기 좋은 말은 모두 쏟아내며 그를 옹호하였으나 점점 흉을 보기 시작한다. 어떤 사람들은 노부인이 찾고 있는 ‘정의’를 마을사람들이 앞장서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프레드를 옹호하는 사람으로서는 학교선생이 가장 앞장 섰었다. 하기야 알프레드가 학교 이사장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목사와 경찰서장과 시장도 알프레드를 응징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자 이들의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마을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의’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 시작한다. 결국은 학교선생마저 군중들 편에 서서 알프레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마을에서는 노부인의 거액기증을 축하하는 모임을 미리 갖기로 한다. 외국에서도 취재기자가 방문할 정도로 성대한 행사이다. 마을의 유지인 알프레드도 참석한다. 마을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입으로 정의를 말하지만 아직 직접적으로 알프레드를 처형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축하 모임이 열리고 있는 중에 커피 타임이 있는다. 신문기자들과 아이들과 여자들이 모두 커피와 빵을 먹으로 간다. 몇몇 남자들이 갑자기 알프레드를 둘러싸더니 그 중에서 누가 알프레드의 목을 졸라 죽인다. 그리고는 즉각 식장안의 불을 끈다. 잠시후 불이 들어온다. 사람들은 알프레드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다. 의사가 나타나 검사를 해보더니 심장마비라고 발표한다. 마을사람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런 기색도 보이지만 기쁜 모습도 보인다. 사람들은 제1막에서 노부인이 말했던 불길한 예언이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노부인이 시장에게 수표를 건네자 마을사람들 사이에서는 환호의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일부 마을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볼수도 있다. 

 

장님인 코비와 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