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부활 이야기/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 살펴보기

정준극 2009. 1. 24. 20:18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집중탐구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아(은혜의 성모) 수도원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L'Ultima Cena)

 

신약성서의 복음서에 따르면 예수께서 죽임을 당하시기 전에 열두 제자와 함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를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 또는 ‘주의 만찬’(The Lord's Supper)이라고 부른다. 어떤 학자들은 ‘신비스런 만찬’(The Mystical Supper)이라고 불렀다. '신비스런 만찬'이라고 부른 것은 만찬을 준비한 과정이 대단히 신비스럽기 때문이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성안에 가서 어떤 나귀를 끌고 가는 사람, 또는 어떤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에게 '주께서 오늘 저녁에 만찬을 하시겠다'고 말하기만 하면 안내해 줄것이라고 말씀하시었다. 도대체 성내에서 나귀를 끌고 가는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닐터이고 물동이를 이고 가는 여인이 한 두 명이 아닐터인데 이름도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누구에게 주님의 지시사항을 전할수 있다는 말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런 내용이 대단히 신비스럽기 때문에 '신비스런 만찬'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최후의 만찬’은 중세 이후 수많은 성화의 주제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가 1484년에 그린 작품일 것이다. 밀라노의 산타 마리아 델라 그라치아 수도원 식당의 벽에 프레스코로 그린 것이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얽힌 스토리, 나아가 '다 빈치 코드'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영역이 아니므로 생략하고 오로지 성경의 기록에 의한 내용들만을 짚어보고자 한다.

 

 제임스 티소(James Tissot)의 '최후의 만찬'

 

복음서의 저자들은 예수님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복음서를 통하여 소개하였지만 이 역사적인 사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은 사도 바울이다. 사도 바울은 고린도에 보낸 서한에서 ‘최후의 만찬’의 신학적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었다. 고린도전서 11장 23-26절의 구절은 다음과 같으니 “23 내가 너희에게 전한 것은 주께 받은 것이니 곧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24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하시고 25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이것을 행하여 마실 때마다 나를 기념하라 하셨으니 26 너희가 이 떡을 먹으며 이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니라.”이다. 이어 사도 바울은 “그러므로 누구든지 주의 떡이나 잔을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자는 주의 몸과 피에 대하여 죄를 짓는 것이니라.”(고전 11:27)라고 기록하였다. 사도 바울은 '주께 받은 것이니'라고 말하면서 최후의 만찬에 대한 얘기를 주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하지만 그것이 환상에 의해서 예수님으로부터 들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제자를 통하여 전해 들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아무튼 '최후의 만찬'(성만찬)에 대한 의의와 목적 등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편지에서이다. 복음서에는 성만찬의 진행과정이 설명되어 있을뿐 그것의 의미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편지를 보낸 것은 주후 50년경, 즉 예수께서 돌아가신지 20-25년 후가 된다. 그렇다면 교회에서 성만찬의 의식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은 주후 50년 이후라고 보면 될 것이다. 어떤 신학자(예를 들면 로버트 펑크: Robert Funk)들은 기독교의 성만찬 의식이 실은 이방인의 의식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당시의 이방인들은 죽은 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여서 떡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시던 관습이 있었다고 하며 그것이 발전되어서 성만찬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성만찬은 반드시 예수님이 주관한 '최후의 만찬'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야코포 바싸노(Jacopo Bassano)의 '최후의 만찬'. 앗, 웬 개도 한마리 있네..그렇다면 예수님께서 가이(개)사러 빌립보까지 가셨다는 말이 맞는 것?

 

요한복음에는 ‘최후의 만찬’을 하시기 전과 하신 후의 사항들이 어느 복음서보다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요한복음 13장은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직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일부터 기록하고 있다. 이른바 세족(洗足)에 대한 스토리는 요한복음에만 기록되어 있다. ‘최후의 만찬’이 끝난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전해 주셨다. 이후 예수께서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언급하셨다. 요한복음에는 이 처럼 예수님이 고난을 당하시기 전에 말씀하신 내용들이 자세히 적혀 있지만 만찬 자체에 대하여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다 빈치 그림의 등장한 열두 제자. 왼쪽으로부터 바르톨로메, 소야고보, 안드레, 유다, 베드로, 요한, 가운데는 예수 그리스도, 이어서 도마, 대야고보, 빌립, 마태, 다데오, 열성당원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