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비엔나의 거리

비엔나 UN한인들을 위한 팁

정준극 2009. 6. 28. 22:16

알아두면 재미난 비엔나 거리 이름의 유래

비엔나 UN한인들을 위한 팁 - VIC 한국인 직원들이 살고 있는 거리 이름 약식 해설

 

UN본부는 뉴욕에 있지만 비엔나는 제네바, 나이로비와 함께 여러 UN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U1)을 타고 카이저뮐렌-비엔나 인터내셔널 센터(VIC: Vienna International Center)역에서 내리면 이들 UN 기구들이 입주하고 있는 건물들을 바로 만날 수 있다. 2009년 현재 VIC에는 7개의 UN기구가 입주해 있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이다. VIC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09년 현재 40명이 넘는다. IAEA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가장 많다. 2009년 현재 한국인 국장급(D)은 1명이다. 2009년 6월에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의 박종균 박사가 원자력발전국장으로 임명되었다. 나머지 분들은 거의 모두 전문가(P)들이다. 국제원자력기구의 한국인 직원은 주로 안전조치 사찰요원들이 많다.

 

우선 VIC에는 어떤 UN 기구들이 입주해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알파벳 순서로 적었다.

 

- CTBTO(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 [준비위원회]: [Preparatory Commission for] the Comprehensive Nuclear-Test-Ban Treaty Organization

- IAEA(국제원자력기구):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 UNCITRAL(유엔국제상법위원회): UN Commission on International Trade Law

- UNIDO(유엔공업개발기구): UN Industrial Development Organization

- UNODC(유엔마약및범죄사무소): UN Office on Drugs and Crime

-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UN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 UNOSA(유엔외기권사무국): UN Office for Outer Space Affairs (=UNOOSA)

 

비엔나에 있는 국제기구 본부로서 VIC에 입주하지 않고 별도의 건물에 있는 기구는 OSCE(유럽안전보장협력기구: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와 OPEC(석유수출기구: Organization for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이 있다.

 

비엔나의 거리 이름에 대한 유래를 조사하기 전에 UN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거리의 이름들은 어디서 유래했는지 간략히 살펴본다. 그분들의 성명과 주소는 밝힐 필요가 없으므로 생략하고 다만 거리 이름만 살펴본다. 미안하지만 비엔나 이외의 지역에 사는 분의 마을이름의 유래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 2구(레오폴드슈타트) Max-Winter Platz(막스-빈터 플라츠): 저널리스트, 정치가, 문필가로서 1870년 헝가리에서 태어나고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가서 1937년 할리우드에서 세상을 떠난 막스 빈터(Max Winter)를 기념하여 1949년에 명명한 이름이다. 막스 빈터는 자신을 떠돌이 신세라고 생각하여 저서의 표지에도 부랑자의 모습으로 찍은 사진을 사용하였다.

 

헝가리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세상을 떠난 작가 겸 언론인인 막스 빈터의 모습. 

 

- 9구(알저그룬트) Rögergasse(뢰거가쎄): 원래는 로싸우어(Rossauer)지역에 속하여 있던 거리였다. 1878년 이 지역에서 존경을 받았던 자선가 파울 뢰거(Paul Röger: 1773-1874)와 제빵의 대가인 그룬트리히터(Grundrichter)를 기념하여 뢰거가쎄라는 이름을 붙였다. 파울 뢰거는 심지어 겨울에 길거리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까지 벗어주었으며 그룬트리히터는 빵을 만들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었다고 한다.

 

- 16구(오타크링) Dettergasse(데터가쎄): 건축가이며 오타크링 구의원으로서 활동했던 레오폴드 데터(Leopold Detter)를 기념하여 1884년부터 붙인 이름이다. 오타크링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 18구(배링) Pötzleinsdorferstrasse(푀틀라인스도르퍼슈트라쎄): 이 지역의 원래 지명인 푀츨라인스도르프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현재는 포도주 산지로서 유명하며 특히 푀츨라인스도르프의 호이리게는 비엔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푀츨라인스도르프 전차 종점(Endestation)

 

- 18구(배링) Schafberggasse(샤프버그가쎄): 비엔나 숲에서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샤프버그언덕에 걸쳐 있는 지역이라서 샤프버그가쎄라는 이름이 붙었다. 1894년부터 부르기 시작했다. 샤프(Schaf)는 양을 말한다. 예전에는 이 언덕에 양을 풀어 길렀다.

 

- 19구(뫼들링) Daringergasse(다링거가쎄): 조각가로서 이 지역에 페스트조일레(페스트퇴치 기념탑: Pestsäule)를 세운 한스 게오르그 다링거(Hans Georg Daringer)를 기념하여 1894년에 붙인 이름이다. 그전에는 그린칭거 슈트라쎄(Grinzinger Strasse)에 속하여 있었다.

 

- 19구(뫼들링) Kaasgrabengasse(카아스그라벤가쎄): 1892년 이곳에 흐르는 하천인 카아스그라벤(Der Kaasgraben)에서 따온 이름이다. 카아스그라벤은 혼탁한 하천으로 유황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유황천이어서 냄새가 났다. 그라벤(Graben)은 무덤과는 관련이 없으며 깊이 판 도랑을 말한다. 비엔나 중심가의 그라벤도 비엔나를 보호하는 참호가 있었던 곳이다.

 

- 19구(뫼들링) Salmannsdorfer Strasse(잘만스도르퍼 슈트라쎄): 원래 이 지역의 이름인 잘만스도르프에서 따온 이름이다. 1925년부터 새롭게 부르기 시작했다. 특별한 유래는 없다.

 

잘만스도르프 35A 종점

 

- 20구(브리기테나우) Höchstädtplatz(획슈태트플라츠): 스페인왕위 계승문제로 프랑스-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영국군이 1704년 8월 13일, 이 지역에서 격돌한 획슈타트 전투를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당시 오스트리아군은 사보이의 오이겐 공자가 지휘했으며 동맹인 영국군은 말보로 공작인 존 처칠(John Churchill)경이 지휘했다. 한편, 프랑스군은 탈라르 원수(Marshall Tallard)가 지휘했고 바이에른군은 막시밀리안 2세가 직접 지휘했다. 전투는 오스트리아군의 승리로 돌아갔으나 손실도 대단히 컸다. 1897년부터 획슈태트플라츠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높은 평원에 있기 때문에 획슈태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획슈태트플라츠

 

- 20구(브리기테나우) Durchlaufstrasse(두르흐라우프슈트라쎄): 도나우강의 수위조절을 위해 만든 도나우의 지류인 두르흐라우프스아우(Durchlaufsau)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르흐라우프(Durchlauf)는 가운데를 관통해서 달려간다는 뜻이며 아우(Au)는 강뚝, 즉 둔치를 뜻한다. 1906년부터 두르흐라우퍼슈트라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브리기테나우의 포르스트하우스파르크(Forsthauspark)에 있는 성브리기테 석상. 하여튼 이 사람들 꽃하나 가꾸는 것은 잘한다.

 

- 22구(도나우슈타트) Bellegardegasse(벨레가르데가쎄): 19세기 중반 오스트리아제국의 대원수(Feldmarschall)이며 정치가인 하인리히 요셉 요한 그라프 폰 벨레가르데(Heinrich Joseph Johann Graf von Bellegarde: 1757-1845)가 영지를 갖고 있던 지역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약 30년후 그를 기려서 벨레가르데슈트라쎄라는 이름을 붙였다.

 

포르스트하우스 파르크


- 22구(도나우슈타트) Esslsinger Haupt Str.(에쓸링거 하우프트 슈트라쎄): 원래 이 지역은 에쩰라겐(Ezzelagen)이라는 이름이었으나 19세기 이후 에쓸링겐(Esslingen)으로 부르게 되었으며 1930년부터는 에쓸링(Essling)이 되었다. 에쓸링은 19세기 말, 나폴레옹1세와 오스트리아의 샤를르 대공(Archduke Charles)이 벌인 에쓸링-아슈페른 전투로 역사에 남는 지명이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샤를르 대공이 승리하였으나 피해도 상당히 컸던 전투였다. 1차 대전중에는 비엔나 최초의 비행장이 있었다. 아비아티크(Aviatik)라는 전투기를 제조하던 공장도 있었다. 아직도 비행기공장건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에쓸링거 하우프트 슈트라쎄에서는 당대의 조각가 게오르그 라파엘 돈너(Georg Raphel Donner)가 태어났다. 세계적 재즈연주가인 뚱보 조지(Fatty George)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라파엘 돈너의 분수는 비엔나 중심가인 노이어마르크트에 있다.

 

에쓸링거 하우프트슈트라쎄의 학교

 

- 22구(도나우슈타트) Fischerstrand(피셔슈트란트): 이곳에 춤 피셔하우스(Zum Fischerhaus)라는 여관 겸 주점이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인 1966년 피셔슈트란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슈트란트는 강변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슈트란트카페는 강변카페라는 뜻이다.

 

- 22구(도나우슈타트) Hovenweg(호벤베그): 1250년 도나우강이 범람하여 당시 카그란에 속하여 있던 이 일대가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얼마 후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주하여 와서 사는 것을 독일어로 호벤(Hoven)이라고 부른다. 아마 이삿짐을 짊어진 시람들이 이 길을 따라 줄을 지어 이사왔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같다.

 

- 22구(도나우슈타트) Langobardensstrasse(랑고바르덴스슈트라쎄): 랑고바르덴은 게르만 민족의 한 부족이었다. 독일의 엘베강 연안에 살았었다.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때에 이곳을 거쳐 갔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랑고바르덴 부족은 이탈리아의 베르가모 부근에 정착했지만 일부는 비엔나의 이곳에 남아 살았다. 그들의 유적이 간혹 발굴되고 있다. 1906년부터는 그렌츠슈트라쎄(Grenzstrasse)라고 불렀고 그 후에는 슈타들라우어(Stadlauer Strasse)라고 부르다가 몇개의 랑고바르덴 유물이 발굴되자 1910년부터 랑고바르덴슈트라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랑고바르덴스슈트라쎄에 있는 SMZ-Ost 병원(Sozialmedizinische Zentrum Ost-Donauspital). 비엔나에서는 AKH 다음으로 큰 병원이다.

 

- 22구(도나우슈타트) Leonard-Bernstein-Strasse(레오나르드 번슈타인 슈트라쎄): 지휘자 번슈타인(1918-1990)의 서거를 추도하여 1995년에 붙인 이름이다. 번슈타인이 이 지역에서 살았다든지 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엔나시가 번슈타인의 서거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 이름을 붙이기로 하였으나 비엔나의 중심지역에는 도저히 새로 거리 이름을 붙일 형편이 되지 않아 걱정 중에 마침 도나우슈타트에 새로 생긴 거리가 있어서 레오나르드 번슈타인 슈트라쎄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휘자 겸 작곡가인 레오나르드 번슈타인. 유태인이었다.

 

- 22구(도나우슈타트) Lössweg(뢰쓰베그): 뢰쓰(Löss)는 풍화작용 등 자연계의 오랜 작용으로 침적물이 쌓여 이룩된 지질학적 지형을 말한다. 이 지역에는 빙하시대의 퇴적물로 추측되는 지질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1953년 뢰쓰베그라는 이름을 붙였다. 주로 석회함 성질의 이토가 형성되어 있어서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는 석회암 가루가 날아다닐수 있다.

 

 

풍화작용에 의한 침적물. 뢰쓰베그에도 이런 곳이 있다.   

 

- 22구(도나우슈타트) Maurichgasse(마우리히가쎄): 1813년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오스트리아제국의 프리드리히 프라이헤르 폰 마우리히-라쓰바흐(Friedrich Freiherr von Maurich-Rassbach) 소령을 기려서 1911년에 붙인 이름이다. 프라이헤르(Freiherr)는 남작의 작위와 같다.

 

- 22구(도나우슈타트) Mittelfeldweg(미텔펠트베그): 글자그대로 보면 ‘들판 가운데 길’이다. 이곳에 있었던 넓은 경작지(Flur)의 이름이었다. 길이 생기고 집들이 들어서자 1993년에 미텔펠트베그라는 거리 이름을 붙였다. 2000년에 거리가 더욱 확장되었다.

 

- 22구(도나우슈타트) Rittnergasse(리트너가쎄): 문필가인 타데우스 리트너(Thaddäus Rittner:1873-1921)를 기념하여 1960년에 붙인 이름이다.

 

- 22구(도나우슈타트) Silenegasse(질레네가쎄): 이 지역의 들판에 봄철부터 여름 내내 많이 피는 패랭이꽃과 같은 질레네(Silene)를 기념하여 비교적 최근인 1978년에 붙인 이름이다. 질레네는 독일어로 라임크로이터(Leimkräuter)라고 부른다.

 

질레네라고 부르는 라임크로이터 꽃

 

- 22구(도나우슈타트) Steigenteschgasse(슈타이겐테슈가쎄): 19세기 오스트리아제국의 외교관이며 문필가인 아우구스트 에른스트 프라이헤르 폰 슈타이겐테슈(August Ernst Freiherr von Steigentesch: 1774-1826)를 기념하여 1909년에 붙인 이름이다. 그전에는 카인츠가쎄(Kainzgasse)라고 불렀다.

 

- 22구(도나우슈타트) Tauschinskygasse(타우쉰스키가쎄): 오스트리아제국 시절 문필가이며 언론인 겸 역사학자인 히폴리트 타우쉰스키(Hyppolit Tauschinsky: 1839-1905)를 기념하여 1955년에 붙인 거리 이름이다. 그전에는 케른슈토크가쎄(Kernstockgasse)라고 불렀다.

 

- 22구(도나우슈타트) Wagramerstrasse(봐그라머슈트라쎄): 남부오스트리아의 도이치 바그람(Deutsch Wagram)에서 따온 이름이다. 1910년부터 봐그라머슈트라쎄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 전에는 핼리처 슈트라쎄(Hallitscher Str.), 카그라너 슈트라쎄(Kagraner Str.), 레오폴다우 슈트라쎄(Leopoldau Str.), 카그라너 라이히스슈트라쎄(Kagraner Reichsstr.), 쥐쎈브룬너 슈트라쎄(Süssenbrunner Str.) 등으로 불렀었다.

 

봐그라머슈트라쎄에 있는 비엔나 인터내셔널 센터(VIC)와 카이저뮐렌 지하철역. 그 뒤에 있는 거창한 건물이 유엔기구 시티(우노-시티)

 

- 22구(도나우슈타트) Weingartenallee(봐인가르텐알레): 포도밭 사이로 생긴 길이라는 뜻이다. 특별히 다른 뜻은 없다.

 

- 22구(도나우슈타트) Ziegelhofstrasse(치겔호프슈트라쎄): 치겔(Ziegel)은 벽돌을 말한다. 이곳에 벽돌을 굽는 대형공장이 있었다. 전쟁중에 벽돌공장의 큰 화덕은 완전히 파괴되었다. 체코에서 온 사람들이 주로 벽돌 만드는 일을 했다. 그래서 비엔나 사투리에 치겔뵘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뵘이라는 이름은 보헤미아 사람을 뜻하다. 그리하여 치겔뵘은 체코인 벽돌제조공을 말한다. 1945년 전쟁이 끝나자 도나우슈타트구는 이곳에 있던 벽돌공장을 회상하여서 거리 이름을 치겔호프슈트라쎄라고 고쳤다. 그전에는 피르크베트가쎄(Pirquetgasse)라고 불렀다. 치겔호프슈트라쎄라고 해서 벽돌집이 많은 것은 아니다.

 

 치겔호프슈트라쎄의 한가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