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의 거리들/비엔나의 거리

비엔나 아트 워크(Art Walk)

정준극 2019. 3. 29. 11:21

비엔나 아트 워크(Art Walk)

바로크-비더마이어-모던 아트가 살아 숨쉬는 거리 산책

노이바우 중심의 예술거리들


박물관구역(MQ)의 메인 엔트란스


비엔나의 거리는 예술로 수놓아져 있다. 장엄하면서도 우아한 건축물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물론 아기자기한 건축물들도 드믄드믄 있어서 눈길을 멈추게 한다. 비엔나의 거리에는 바로크로부터 비더마이어를 거쳐 모던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마치 건축미술의 전시장처럼 펼쳐져 있다. 비엔나의 구역 중에서도 7구 노이바우에서 그러한 양상을 즐겁게 찾아 볼수 있다.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비엔나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이바우를 중심으로 한 아트 워크를 시도해 볼 만하다. 하기야 1구 도로테어가쎄와 슈탈부르크가쎄 주변에는 화랑도 있고 골동품 상점들도 있지만 바로크로부터 현대까지를 섭렵할수 있는 거리는 아니라고 본다. 그리하여 노이바우를 중심으로 한 구역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노이바우의 거리들을 거닐다 보면 작은 골목길이 정겹게 숨어 있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나 식당, 패션 옷이나 간단한 예술품 상점들, 화랑 들이 있어서 전혀 심심치가 않다.


○ 박물관구역(Museumquartier)은 현대 비엔나 예술을 맛볼수 있는 곳이다. 시간상 레오폴드 박물관과 현대미술 박물관 중에서 한군데만 감상하는 것으로 박물관구역에 대한 순례를 마감해야 할 것이다. 박물관구역을 떠나기 전에 카페 코르바치(Cafe Corbaci)에서 커피 한잔과 스낵을 주문하는 것도 그럴듯 하다. 이 카페-레스토랑은 천정을 아라비아 스타일의 타일로 아름답게 장식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만 보는 것으로도 들어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이 카페의 실내는 동양적인 것과 근대 산업적인 스타일이 혼합된 것이어서 흥미를 갖게 해 준다. 음식은 창조적인 비엔나의 퀴진과 중동의 요소의 콤비네이션이다. 박물관구역 뒷편의 글라치스 바이슬(Glacis Beisl)을 거쳐 브라이테 가쎄(Breite Gasse)로 곧장 나가는 길을 택한다. 글라치스 바이슬은 비엔나 전통 음식을 맛볼수 있는 아담한 식당이다.


카페 코르바치의 현란한 천장. 주소는 무제움스플라츠 1번지이며 아르키텍투르첸트룸에 있다. 오전 11시에 오픈한다.



브리아테 가쎄 4번지에 있는 글라치스 바이슬의 입구. 바이슬은 작은 레스토랑이란 뜻이다. 나무가 우거진 가든 식당이다.


○ 슈피텔버그는 비엔나에서 가장 그림같이 아름다운 구역 중의 하나이다. 옛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아담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슈피텔버그는 사실 예전에 도박꾼들, 매춘부들, 사기꾼들이나 좀도둑들이 서성거리던 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되었다. 슈피텔버그의 인형의 집처럼 생긴 비더마이어 집들은 완전히 새단장들을 하여서 지금은 카페, 바, 레스토랑, 그리고 허접스레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이 되었다. 슈피텔버그가쎄를 걸으면서 한쪽에 있는 작은 광장의 라임 나무 그늘에 앉아서 다리를 쉬는 것도 낭만이라고 하면 낭만이다. 그렇지 않으면 예술품 상점을 기웃거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예를 들어 지벤슈테른가쎄(Siebensterngasse) 16번지의 쿤스트베르크슈타트(Kunstwerkstatt)는 한번쯤 발길을 들여 놓아도 좋을 곳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곳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린다. 각종 장식품이나 장신구들이 유명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너무 상업적이 되어서 중국제품도 많이 볼수 있다.


쿤스트베르크슈타트

쿤스트베르크슈타트의 한 코너


○ 다음으로 노이바우가쎄(Neubaugasse)로 걸음을 옮겨보자. 노이바우는 글자 그대로 신축이란 뜻이다. 상당수 건물들을 새로 지은 거리이다. 아마도 2차 대전의 전화로 많은 건물들이 파손되어서 새로 지은 모양이다. 그래서 현대식 건축 양식들을 눈여겨 볼수 있다. 2차 대전 전에는 이 거리가 영화거리로 유명했다. 비엔나의 충무로였다. 그래서 리틀 할리우드라는 별명으로 불렸었다. 여러 영화 스튜디오, 제작회사, 영화배급회사, 영화임대업자 등이 몰려 있었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거리로 변하였다. 다만 예술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는 기특한 거리이다. 비엔나라고 해서 옛것에만 머물러 있을수 없었다.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설수 밖에 없었다. 마단, 비엔나적인 창의적인 건물 양식이 되어야 했다. 지벤슈테른가쎄에 있는 쿤스트베르크슈타트도 그렇지만 부어가쎄(Burggasse) 10번지에 있는 카페 뫼벨(Cafe Möbel)이야말로 노이바우를 대표하는 현대적 감각의 건물이다. 그리고 이 거리에는 비엔나에서도 알아주는 디자인 상점들과 선물용 악세사리 상점들이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현대적 감각의 카페 뫼벨


○ 부어가쎄에서 나와서 화스치어가쎄(Fassziehergasse)를 통해 노이슈티프트가쎄(Neustiftgasse)까지 올라가서 왼편으로 들어가면 두르후하우스(Durchhaus)라는 레스토랑을 만난다. 노이슈티프트가쎄 16번지이다. 중세의 회랑을 지나가면 비엔나에서도 가장 비밀스러운 안뜰에 이른다. 그곳으로부터 세개의 아름다운 안뜰이 있으며 레르헨펠더 슈트라쎄(Lerchenfelder Strasse)에 이르기까지 상점들과 작은 카페들이 있어서 이나라 말로 게뮈틀리히(gemütlich)라는 표현을 생각나게 만든다. 게뮈틀리히라는 표현을 우리 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아늑하다'고나 할까? 레르헨펠더 슈트라쎄에는 보석장신구 상점들이 있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레르헨펠더 슈트라쎄 31번지의 '티나 폴리소이디스'(Tina Polisoidis)는 사랑스러운 패션 보석장신구 아틀리에이다. 티나 폴리소이디스는 주얼리 디자이너이다. 


티나 폴리소이디스 상점


○ 노이바구가쎄 27번지의 카페 네포무크(Cafe Nepomuki)를 지나서 또 하나의 회랑을 지나면 장크트 울리히플라츠(St Ulrichsplatz)로 나온다. 바로크 교회인 장크트 울리히 교회(St Ulrichskirche)를 품고 있는 작은 광장이다. 마치 도심속에 숨어 있는 보물과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광장의 한쪽에는 재즈와 블루스가 흘러나오는 카페가 있다. 모르겐슈테른(Morgenstern)이다. 장크트 울리히스 플라츠 5번지이다. 이어서 몇개의 패션 상점들도 눈에 띤다. 울리히플라츠 2번지에는 아마 비엔나에서 가장 그림같이 아름다운 안뜰이 숨어 있다. 출입구는 대체로 항상 열려 있다. 당연히 한번 들러 볼 가치가 있다. 그후 장크트 울리히스플라츠를 거쳐서 부어가쎄 쪽으로 나가다가 오른편으로 돌면 키르헨가쎄이 이른다. 그러면 비엔나 풍미의 카페 라테(Cafe Latte)를 만난다. 노이바우가쎄 39번지이다. 마치 사랑방 같은 카페이다. 늦은 아침(브런치)을 즐길수 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이기 때문에 마음도 푸근해 질수 있는 곳이다. 카페 라테는 노이바우 지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소일 것이다.


모르겐슈테른. 장크트 울리히스 플라츠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다. 날씨가 좋으면 거리의 테이블을 즐길수 있다.

카페 라테의 브런치

 

○ 카페 라테에서 노이바우가쎄를 따라 불과 몇 걸음만 올라가면 오른쪽에 아르 누보 파라다이스인 유겐트슈틸갈레리 노이바우(Jugendstilgallerie Neubau)를 만난다. 노이바우가쎄 40번지이다. 골동품 상점이기도 하다. 품질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좀 비싼 것이 마음에 걸리는 상점이다. 유겐트슈틸(유겐트양식)의 유리제품과 은제품, 그리고 도자기와 주얼리가 유명하다. 가구들도 있다. 저명한 디자이너인 토넷 브라더스(Thonet Brothers),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오토 바그너(Otto Wagner) 등이 디자인한 가구들이다.


노이바우가쎄의 유겐트슈틸갈레리


○ 몬트샤인가쎄(Mondscheingasse) 20번지에 있는 디자인 콘셉트 상점인 파크(Park)는 비엔나의 톱 아방 갸르드 상점이다. 전위적 개념의 패션, 서적, 디자인 잡지, 그림, 가구, 그리고 건축 관련 자료까지 볼수 있는 곳이다. 파크에는 메송 마르탱 마르기엘라(Maison Martin Margiela), 앤 데모일레메스터(Ann Demeulemeester), 라프 바이 라프 사이몬스(Raf by af Simons), 또는 콩 데 갸르송(Comme des Garcons) 등의 패션 라벨이 붙어 있는 제품들을 볼수 있다. 비엔나에서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방 갸르드 패션 상점인 PARK. 우리나라의 박씨가 운영하는 가게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공원이라고 생각해서 들어가서 쉬려고 하면 더 곤란하다.


○ 7구 노이바우에서 빼놓을수 없는 아트 워크의 목적지가 있다. 안드레아스가쎄(Andreasgasse) 7번지에 있는 황실가구박물관(Hofmobiliendeport)이다. 황실가구박물관은 일찍이 1747년에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합스부르크 황실의 가구 등 중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가구들을 임시 보관할 필요가 있어서 관리책임을 맡는 직책을 두고 관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01년에 마리아힐르퍼 슈트라쎄 88번지(현재의 위치)에 종합적인 보관소를 마련했고 그후 도나우왕조가 문을 닫고 공화국이 되자 박물관으로 만들어 일반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재 황실가구박물관에는 16만점에 이르는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비엔나 가구예술의 역사를 일별할수 있는 곳이다. 비록 합스부르크 황실의 가구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20세기의 유명 예술가들인 아돌프 로스(Adolf Loos),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오토 바그너(Otto Wagner) 등이 디자인한 가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비엔나의 황실가구박물관은 실내장식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메카와 같은 곳이다. 이만한 규모의 가구 및 실내장식 박물관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이다.


안드레아스가쎄 7번지의 황실가구박물관 입구

황실가구박물관 전경

황실가구박물관의 한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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