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링슈트라쎄

링슈트라쎄의 시내궁전들

정준극 2009. 8. 16. 05:45

링슈트라쎄의 시내궁전들

 

슈베르트 링 초입에 있는 팔레 루드비히 빅토르 

 

링슈트라쎄에는 왕족과 귀족들, 또는 은행가 및 기업가 등 부호들의 시내궁전(Stadt Palais)이 줄줄이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저택들을 링슈트라쎈팔레(Rinstrassenpalais)라고 부른다. 링슈트라쎄의 건물들은 국가의 공공 건물이 아니면 대체로 귀족들의 시내궁전이다. 일반적으로 궁전을 표현하는 단어로는 슐로쓰(Schloss)와 팔레(Palais)가 있다. 슐로쓰는 규모가 커서 정원이 있고 정문이 있는 궁전을 말한다. 호프부르크, 벨베데레, 쇤브룬 등이 이에 속한다. 팔레는 주로 시내에 있는 큰 건물의 저택으로 왕족이나 귀족들이 살기 때문에 붙인 명칭이다. 파리에서는 그랑 팔레, 프티 팔레라고 하여서 규모가 큰 궁전도 팔레라고 부르지만 비엔나에서는 시내가 좁기 때문에 웬만한 저택이면 팔레라고 불렀다. 한편, 링슈트라쎄에 저택(시내궁전)을 보유하고 있는 왕족-귀족 및 부호들을 링슈트라쎄 남작(Ringstrassenbaron)이라고 부른다. 바론(Baron)은 남작을 말하지만 반드시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시내에 커다란 팔레를 가지고 있으면 존경하는 의미에서 바론이라고 불렀다. 링슈트라쎄의 시내궁전들은 이른바 링슈트라쎄 스타일(Ringstrassenstil)로 건축되었다. 링슈트라쎄 스타일은 네오-바로크 양식과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혼합이다. 링슈트라쎄의 건물들은 과거 구시가지에 있는 건물들보다 더 웅장하고 우아하다.

 

팔레 리벤 아우슈피츠. 아랫층에 란트만 카페가 유명하다.

 

링슈트라쎄 건물들의 건축에는 19세의 과학기술문명이 상당히 반영되었다. 예를 들면 건물마다 냉온수가 나오며 전기는 당연히 들어오고 수세식 화장실을 설치했으며 중앙난방 시설을 한 것 등이다. 당시로서 그같은 설비는 대단한 것이어서 명함에 집주소가 링슈트라쎄로 되어 있으면 모두들 부러워하고 '나는 언제나 링슈트라쎄가 주소로 되어 있는 명함을 가질 것인가?'라고 생각했다. 링슈트라쎄의 시내궁전들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부분 슈타트팔레(시내궁전)는 귀족이나 부호들이 교외나 지방에 넓은 정원의 저택을 가지고 있으면서 비엔나 시내에서 체류할 때에 사용하던 건물이었다. 특히 비엔나 시내에서 연회 또는 무도회를 열기 위해 필요한 건물이었다. 그러나 전쟁 후에 경제가 어려워지자 주인장들은 건물을 사무실이나 상점으로 임대하기 시작했다. 1층은 거의 모두 상점이나 사무실이 들어섰다. 어떤 시내궁전은 연립이나 아파트 형태의 주거지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나치 시대에는 나치가 링슈트라쎄에 있는 유태인 소유의 시내궁전들을 모두 강제로 빼앗았기 때문에 전쟁 후에 정부의 소유로 남게 된 시내궁전도 있다. 쇼텐토르에 있는 팔레 에프루씨(Palais Ephrussi)가 대표적이다. 팔레를 호텔로 개조한 경우도 생겼다. 링슈트라쎄에 5성급 호텔들이 많은 것은 그런 연유에서이다. 물론 사무실 임대를 하거나 호텔로 개조하지 않고 한 가족 전체가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팔레 에르츠헤르초그 빌헬름(Palais Ersherzog Wilhelm)이나 팔레 에르츠헤르초그 루드비히 빅토르(Palais Erzhorzog Ludwig Viktor)는 건물 전체에 해당 가족이 살았던 경우이다. 팔레 리벤-아우슈피츠(Palais Lieben-Auspitz)는 비엔나 사교계의 여왕이라고 하는 베르터 추커칸들(Berta Zuckerkandl)의 문학 살롱으로 유명했다.

 

캐른트너링에 있는 팔레 뷔레템버그. 현재는 임페리얼 호텔. 내부의 화려함은 가히 일품이다.

 

일반적으로 링슈트라쎄의 전성기를 벨르 에포크(Belle-epoque)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시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세상만물이 그러하듯 링슈트라쎄 역시 역사의 흐름과 함께 영고성쇠의 과정을 거쳤다. 봄날의 희망처럼 솟아오르던 영화로운 시대가 있었고 빛나는 광채의 찬란한 시기가 있었으며 만추의 석양처럼 하강의 시기가 있었다. 198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TV 시리즈 ‘링슈트라쎈팔레’는 링슈트라쎄의 궁전들을 무대로 하여 링슈트라쎄의 영광과 몰락의 시대를 조명한 프로그램이었다. 주로 부르크가르텐 옆에 있는 팔레 셰이 폰 코롬라(Palais Schey von Koromla)가 무대였다. 

 


팔레 에프루씨. 쇼텐토르에 있다. 오른쪽으로 보티프키르헤가 보인다.

 

링슈트라쎄에 있는 대표적인 시내궁전은 다음과 같다. 링슈트라쎄가 아니고 1구 이곳저곳에 있는 팔레들도 무척 많다. 예를 들면 팔레 에스터하지, 팔레 팔라비치니, 팔레 팔피 등이다.

 

- 팔레 콜로레도-만슈펠트(Palais Colloredo-Mansfeld): 파르크링 6번지

- 팔레 둠바(Palais Dumba): 파르크링 4번지

- 팔레 에프루씨(Palais Ephrussi): 독토르 칼 뤼거 링 14번지

- 팔레 엡슈타인(Palais Epstein): 독토르 칼 렌너 링 1번지

- 팔레 에르츠헤르초그 루드비히 빅토르(Palais Erzherzog Ludwig Viktor): 슈베르트링/슈봐르첸버거플라츠 1번지

- 팔레 에르츠헤르초그 빌헬름(Palais Erzherzog Wilhelm): 파르크링 8번지

- 팔레 곰페르츠(Palais Gomperz): 캐른트너 링 3번지

- 팔레 헬페르트(Palais Helfert): 파르크링 8번지

- 팔레 헨켈 폰 돈너스마르크(Palais Henckel von Donnersmarck): 파라크링 14번지. 현재의 라디슨 호텔

- 팔레 쾨니히스봐르터(Palais Königswarter): 캐른트너 링 4번지

- 팔레 라이텐버거(Palais Leitenberger): 파르크링 6번지. 현재 라디슨 호텔

- 팔레 리벤-아우슈피츠(Palais Lieben-Auspitz): 독토르 칼 뤼거 링 4번지. 오폴처가쎄 6번지

- 팔레 셰이 폰 코롬라(Palais Schey von Koromla): 오페른링 10번지. 괴테가쎄 3번지

- 팔레 베르트하임(Palais Wertheim): 캐른트너 링 19번지. 슈봐르첸버그플라츠 17번지

- 팔레 뷔르템버그(Palais Würtemberg): 캐른트너 링 16번지. 현재 임페리얼 호텔


캐른트너 링의 임페리알 호텔은 원래 뷔르템버그 공자의 시내궁전(슈타트팔레)이었다.

 

링슈트라쎄를 따라서 직접 자리 잡고 있지는 않고 인근에 있지만 링슈트라쎄 스타일을 따라 건축된 시내궁전들도 있다.

 

- 팔레 토데스코(Palais Todesco): 캐른트너 슈트라쎄 51번지

- 팔레 비너 폰 벨텐(Palais Wiener von Welten): 슈봐르첸버그플라츠 2번지

- 팔레 폴락-파르나우(Palais Pollack-Parnau): 슈봐르첸버그 플라츠 5번지. 2차 대전중 파괴

- 팔레 베르타임(Palais Wertheim): 슈봐르첸버그플라츠 17번지

- 팔레 오펜하임(Palais Ofenheim): 슈봐르첸버그플라츠 15번지

 

팔레 코부르크(Palais Coburg)는 비엔나 성벽의 능보였던 곳에 건설되었지만 링슈트라쎄의 시내궁전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링슈트라쎄의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호텔 레지덴츠이다.

 

팔레 코부르크는 호텔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