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이야기/링슈트라쎄

귀르텔(Gürtel) 집중탐구

정준극 2012. 4. 5. 08:20

귀르텔(Gürtel: 귀어텔) 집중탐구

 

귀어르텔은 넓은 환상도로와 고가철도가 특징이다. 고가철도는 유명한 오토 바그너의 작품이다. 비엔나를 허리띠처럼 감싸고 있는 외곽도로이다.

                                 

비엔나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귀어텔(귀르텔) 길을 잘 알아야 한다. 귀어텔은 비엔나의 외곽을 감싸듯 둘러있는 환상도로이다. 비엔나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19세기 말에 마련된 대로이다. 시내 한쪽에서 다른 한 쪽으로 볼 일이 있어서 자동차로 가려면 복잡한 시내를 관통하기 보다는 귀어텔을 통해서 돌아갔다가 적당한 곳에서 빠져서 시내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편하다. 그런데 귀어텔은 처음에는 차량 통행이 드믄 펑펑대로였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많아져서인지 비엔나에서, 나아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긴 주차장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있다. 그래도 귀어텔로 가면 빠르겠거니라고 생각하고는 귀어텔로 몰려드는 것은 귀어텔은 빠른길이라는 선입관 때문일 것이다. 귀어텔이라고 하면 또 하나 가지게 되는 선입관이 있다. 거리의 여인들이 활동하는 밤무대라는 것이다. 돌려서 말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창녀들이 손님들을 만나기 위해 밤거리에 어슬렁거리는 곳이 귀어텔이다.


귀어텔의 밤길. 근자엔 프라터에서도 이런 모습을 자주 볼수 있다.

 

귀어텔은 벨트(허리띠)라는 뜻이다. 워싱턴에 있는 벨트웨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워싱턴의 벨트웨이는 31km 에 이르는 것이지만 비엔나의 귀르텔은 13km 밖에 되지 않는다. 비엔나에서 시내 중심지역을 감싸면서 뻗어 있는 길로서는 비엔나의 명물인 링슈트라쎄가 있다. 합스부르크의 찬연한 영광을 볼수 있는 대로이다. 링슈트라쎄가 비엔나의 중심지역(Innenbezirke)을 둘러싸고 있는 인너 서클(Inner circle)이라고 하면 귀어텔은 비엔나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아웃터 서클(Outer circle)이다. 귀어텔은 공식적으로 B221번 뷔너 귀어르텔 슈트라쎄(Wiener Gürtel Strasse)라고 부른다.

 

귀어텔에서는 이런 장면도 자주 볼수 있다. 주로 고가철도 아래의 공간에 카페를 마련한 경우이다. 헤르날스의 헤르날저 귀어텔과 우르반 로리츠 플라츠 사이에 몰려 있다.

                       

귀어텔은 남쪽에서는 3구 란트슈트라쎄에 있는 A23 Südosttangente(쥐드오스트탄겐테) 자동차전용도로로부터 시작하여 서쪽에 있는 쥐드반호프(Wien Südbahnhof) 방향으로 나있다. 쥐드반호프는 동쪽의 란트슈트라쎄귀어텔과 그로부터 서쪽으로 연결되어 있는 뷔드너 퀴어텔의 교차점에 있다. 뷔드너 귀어르텔은 마르가레텐귀어르텔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하여 귀어텔은 4구 뷔덴과  5구 마르가레텐의 경계를 이루고 있고 화보리텐 남쪽에도 잠시 걸쳐 있다. 그후 귀어텔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빈플루쓰(Wienfluss: 빈강)와 빈차일레(Wienzeile)를 거쳐서 마이들링 교외의 동쪽까지 뻗어있다. 동쪽으로는 1구 인네레슈타트와 루돌프스하임 휜프하우스 및 마리아힐르프와 노이바우의 경계를 이룬다. 귀어텔은 계속하여 요제프슈타트와 알저그룬트의 경계를 이루며 헤르날스와 배링의 외곽을 달린다. 이때에 종합병원(AKH)과 폭스오퍼도 지난다. 북쪽 끝은 되블링을 거쳐 귀어텔브뤼케(Gürtelbrücke)가 있는 도나우카날(Donaukanal: 운하)까지 이른다. 빈차일레로부터 도나우카날까지는 고가철도로 되어 있는 역사적인 슈타트반(Stadtbahn)과 병행으로 달린다. 고가철도는 유명한 오토 바그너가 설계한 것이다. 현재는 U6의 철도로 사용되고 있다.

 

귀어텔은 1873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프란츠 요셉 1세 황제 시절이다. 현재의 귀어텔을 따라서는 원래 합스부르크의 레오폴드1세가 18세기 초에 축조한 비엔나 외곽성벽(Linienwall: 리니엔발)이 있었다. 프란츠 요셉 황제가 이 외곽성벽과 요새들을 허물고 새로 넓은 도로를 만들었으니 그것이 오늘날의 귀어텔이다. 레오폴드1세가 외곽성벽을 축조한 것은 헝가리왕국의 반합스부르크 세력인 쿠루츠(Kuruc)의 침공으로부터 우선 자기의 저택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1차 대전후 귀어텔 지역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주택들이 들어섰다. 사회주의적 주택사업이었므로 이 지역을 붉은 비엔나(Rotes Wien)라고 불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동주택인 칼 맑스 호프도 이 때에 조성된 건축물이다.

 

귀어텔 지역에 조성된 대단위 공동주택인 칼 맑스 호프

                                        

원래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교통 시스템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좌측통행이었다. 지금도 영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들, 그리고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일본에서는 자동차가 좌측통행이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1938년 히틀러에 의해 독일과 합병되면서부터 좌측통행이던 것을 우측통행으로 바꾸었다. 모든 도로표지판을 독일처럼 우측통행으로 만드느라고 많은 고생들을 했다. 오늘날 귀어텔에 인접하여 있는 주택단지들은 교통소음 때문에 또 다른 고생들을 하고 있다.

 

오토 바그너가 설계한 고가철도

                                               

여기서 잠시 복습하는 의미에서 링슈트라쎄의 구간을 짚어 보기로 한다. 링슈트라쎄가 인네레 슈타트의 북쪽에 있는 프란츠 요제프스 카이(Franz Josefs Kai)로부터 시작한다고 보면 쇼텐 링 - 독토르 칼 뤼거 링 -독토르 렌너 링 - 부르크링 - 오페른링 - 캐른트너 링 - 슈베르트링 - 파르크링 - 슈투벤링의 순서이다. 링슈트라쎄는 슈투벤링에 이르러 프란츠 요제프스 카이를 만나는 일종의 환상도로이다. 링슈트라세의 외곽으로 다시 환상도로 스타일의 길이  있다. 북쪽의 도나우 카날에 면하여 있는 로싸우러 랜데의 끝자락과 프란츠 요제프스 카이가 만나는 곳에서 시작하여 테레지엔 슈트라쎄 - 우니페어지태트 슈트라쎄 - 란데스게리히츠슈트라쎄 - 아우어슈페르크슈트라쎄 - 무제움슈트라쎄 - 메쎄플라츠 - 게트라이데마르크트 - 로트링거슈트라쎄 - 암 호이마르크트 - 촐암트슈트라쎄를 거쳐 다시 도나우카날에 이르는 길이다.

 

배링거 귀어텔

                       

귀어텔은 쥐드반호프(남부역)에서 만나는 란트슈트라써 귀어텔로부터 시작하여 서쪽으로 뷔드너 귀어텔 - 마르가레텐귀어텔 - 마리아힐르퍼 귀어텔 - 노이바우귀어텔 - 레르헨펠더 귀어텔 - 헤르날저 귀어텔 - 배링거 귀어텔을 거쳐 도나우카날 쪽으로 연결된 도로이다.`귀어텔은 비록 상당 부분을 비엔나가 가장 사랑하는 건축가인 오토 바그너가 설계했다고 하지만 영광스러운 링슈트라쎄와는 달리 기피해야할 몇가지 이유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선 교통지옥이라는 것이다. 러시 아워에는 비엔나에서 가장 긴 무료 공영주차장이 된다. 다음으로는 비엔나에서 마약거래가 가장 활발한 거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포르노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서 '라이브, 누드, 아가씨'(Live, Nude, Girls)라는 단어들을 쉽게 접할수 있는 거리이다. 물론 이러한 불명예는 근년에 이르러 점차 변화되고 있다.

 

비엔나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귀어텔을 이른바 '청년 문화'(Youth Culture)를 조성한다는 깃발 아래에 도시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였다. 가장 눈에 띠는 변화는 벽돌로 된 고가철도를 축조한 것이다. 벽돌구조물에는 대체로 유리창을 달았으며 가급적 조명까지 했다. 벽돌로 지은 고가철도는 아치형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아치형의 구조물을 보겐(Bogen)이라고 부른다. 활처럼 구브러졌다는 뜻이다. 그 보겐마다 상점들이 들어섰다. 그러다보니 어두침침하던 거리가 밝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어 밤문화를 선도하는 업체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U6의 요제프슈태터 슈트라쎄(Josefstädter Strasse)와 누쓰도르퍼 슈트라쎄(Nussdorfer Strasse) 구간의 귀어텔에 밤문화가 화려하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댄스홀이나 라이브 음악 바가 곳곳에 있다보니 너덜너덜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청소년들을 자주 볼수 있게 되었다. 섹스 샵들은 물론 게이 바들도 여러 개 생겼다. 비엔나의 게이들은 알아주어야 한다. 거리 행진은 물론 화려한 축제까지 연다. 아주 자랑이다. 귀어텔은 비엔나에서도 매춘거리로 유명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매춘이 합법화되어 있다. 요즘에는 남자매춘도 증가추세라고 한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고가철도의 보겐(아래쪽 공간)을 이용하여 지은 현대식 건물

 

요제프슈태터 슈트라쎄의 모습과는 달리 누쓰도르퍼 슈트라쎄 전철역 부근은 점잖은 상류층들이 온다. 바에서는 양복을 차려입고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수 있다. 대체로 비엔나의 부촌이라고 하는 18구의 배링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아마 가장 크고 인기있는 곳은 바부(Babu)일 것이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서브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그 옆에 있는 보우 4(Bow 4)로 가서 춤을 추던지 또는 춤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