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기념 특별전
Korean Museum, 100 Years in Remembrance
거울못(Reflecting Pond)이 운치를 더 해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용
요즘 가만히 보면 각 박물관에서 별별 기획행사들을 상당히 마련하는 것 같다. 박물관마다 일반 사람들이 무얼 직접 만들어 보게 하거나 또는 무슨 행사에 참여토록하는 체험교실은 아예 일반화 되어 있다. 음악회, 시낭독회, 강연회, 영화상영 등도 심심찮게 열린다. 하지만 박물관 행사의 백미는 아무래도 특별기획전일 것이다. 많은 노력과 예산이 드는 쉽지 않은 이벤트이지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일생일대의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박물관에 대하여 상당히 고마운 생각을 갖게 해준다. 요즘 박물관들은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홍보는 당연하다. 일반인들과 가장 쉽게 접할수 있는 매스컴 홍보도 많이 활발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오고 싶으면 오시오’가 아니라 ‘어서 오세요’의 방침이다. 그러다보니 박물관 행사가 매스컴을 타게 되고 또한 그러다보니 일반인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되며 그러다보니 나같은 사람도 박물관 팬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입구
최근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도 매스컴을 자주 타는 것 같다. 훌륭한 기획전시회들이 수시로 주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차마고도(茶馬高道)에 대한 특별 기획전시회가 두어달 동안 계속되었다. 티베트에 가지 않고서는 볼수 없는 귀중한 전시품들을 이촌동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편하게 볼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나도 차마고도 전시회에 세 번이나 가서 전시품을 살펴보았고 푸얼차와 라사순례자 및 최후의 마방에 대한 기록영화도 보았다. 박물관이 고마웠다. 그러한 차에 2009년 9월 29일부터 ‘한국박물관개관100주년기념특별전’이 오픈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마련한 대단히 훌륭하고 뜻 깊은 기획전시이다. 정말 대단한 전시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만세이다.
기획전시관 앞에 설치된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 안내조형물. 마침 일본인 관람객들 두명이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원 안에는 우리나라 6백개 박물관의 명칭이 깨알같이 적혀 있다. 별별 박물관-미술관이 다 있다.
게으른 탓에 그런 전시회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가 9월 28일자 조선일보를 보니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15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의 개막식이 9월 28일 오후에 열렸는데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사업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개관식에 참석하여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날 오프닝에는 청와대 어린이기자단, 소년소녀가장, 장애아동 등이 특별 초청되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사진을 보니 김윤옥 여사가 어떤 장애아동이 앉아 있는 휠체어를 직접 밀고 있었다. 저 사진 한 장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주말도 잊고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였을 것이고 출연하는 아이들도 주일날 아침 일찍부터 난리를 치며 준비했을 것을 잠시 생각해 본다. 그것보다도 대통령 부인께서 바쁘실 터인데 우리나라 문화재에 대하여 이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미쁘기도 했다. 과거에 보면 어떤 대통령의 부인은 억대 시계를 뇌물로 받는 등 재물수집에만 열중하였다고 하는데 현재의 대통령 부인은 문화재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사업에 동참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전시관 안의 대형 포스터. 百이라는 글자를 국보급 문화재들로 디자인했다. 이건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있는 것.
9월 29일부터 11월 8일까지 이촌동의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은 올해(2009)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박물관인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帝室博物館)이 문을 연 지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 때문에 이를 기념하여 마련한 것이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 황제는 제실박물관을 개방하여 누구나 관람할수 있게 했다. 여민해락(與民偕樂)이었다. 즉,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자는 뜻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금번 100주년 기념 특별전의 캐치프레이즈를 바로 여민해락으로 정하였다. 이로서 우리나라 박물관의 갈 길을 광명하게 재천명하였다고 볼수 있다. 우리나라의 박물관이 과거 100년 동안 어떤 길을 걸어 왔는지에 대하여는 설명을 생략코자 한다. 모두 아는 대로 일제강점기를 통하여 수탈당하고 짓밟혔던 것이 우리나라 박물관의 뼈아픈 과거였으며 김일성의 침략에 의한 6.25사변으로 인하여 다시한번 고통의 길을 걸었던 것이 우리나라 박물관의 참담한 현주소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얘기는 전시회에서 나누어 주는 플라이어에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새삼스럽게 재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기획전시장에서 성실하게 관람하는 사람들. 노 플래쉬 촬영. 상설전시장에서는 노 플래쉬를 인정하는데 기획전시장에서는 안된단다. 특히 100주년 전시회에서는 사진 촬영 금지. 그런 사실을 모르고 관례에 의해서 노 플래쉬는 관찮은 줄 알았다. 물론 전시물을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은 안되는 것이므로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신문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왔기에 꼭 한 커트만 기록용으로 은근히 찍었다.
전시품에 대하여 설명하는 일은 한도 끝도 없는 것이어서 역시 생략코자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더구나 나의 척박한 지식으로는 도저히 그 훌륭한 문화재들에 대하여 설명할 재능이 없으므로 생략하지 않을수 없다. 나는 우정 시간을 내어 개관 첫날인 9월 29일 아침에 서둘러 이촌동을 찾아갔다. 한마디로 말해서 대단한 전시회였다. 놀랍도록 훌륭한 우리의 문화재들이 차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천마총의 천마도 원본을 볼 때에는 무식한 나도 감격하지 않을수 없었다. 더구나 최근에 그림의 동물이 말이 아니라 기린이므로 그렇다면 천마도라는 이름도 고쳐야 하지 않느냐는 보도가 있어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였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태조 이성계 어진, 간송 전성보 선생이 당시 기와집 11채를 살수 있는 돈을 주고 구입한 훈민정음 해설책, 석가탑에서 나온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런 귀중한 유물을 어디서 마음 놓고 볼수 있다는 말인가? 신라금관과 백제금관도 한 곳에 모여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일본 텐리(天理)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보기가 힘든 작품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자반합은 호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인데 역시 빌려왔다. 공주박물관에 있는 무령왕릉 출토의 왕비의 화려한 금제관장식도 전시되어 있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도 빌려 와서 전시할 것이라고 한다. 거듭 말씀 드리거니와 문외한이 나도 일말의 감격으로 관람하였는데 정작 문화재를 애호하는 분들은 얼마나 감격스럽게 관람하였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몽유도원도. 이 작품 하나를 보기 위해 몇 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일본 텐리대 소장이므로 10월 7일까지 전시하고 다음날 어쩔수 없이 일본으로 돌려 보냈다.
일부 전시품의 전시기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기간이 아니면 볼수 없다. 일정을 잘 알아 두었다가 부지런히 가서 보아야 할 것이다.
- 몽유도원도 9. 29-10. 7(9일간)
- 천마총 천마도 9. 29-10. 11(13일간)
- 석가탑 무구정광대다라니경 10. 8-10. 18(11일간)
- 강산무전도 10. 20-11. 8(20일간)
- 태조 이성계 어진 10. 30-11. 8(10일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박물관인 제실박물관의 모습과 현판들(사진)
전시장에 걸려 있는 어떤 파넬을 보니까 우리의 문화재가 외국 나들이를 갔던 전시회의 포스터들이 몇장 있었다. 그중에는 반갑게도 일찍이 1962년 비엔나의 노이에 호프부르크 전시실에서 우리 문화재 전시회가 열렸던 포스터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47년 전의 일이었다. 그해 5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전시회가 열린다고 적혀 있었다. 본 블로그의 호프부르크 난을 참조하시기 바람.
거울못에 만들어 놓은 100주년 기념 조형물. 거북선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물에 비친 모습이 더 은은하다.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하지만 혹시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까? 저런데 쓸 돈이 있으면 귀중한 문화재 한점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번 특별전과 연계하여 여러 가지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그 중에서 하나는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박물관 정문과 열린마당에서 열리는 ‘박물관 대축전’이다. 이게 무엇이냐 하면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6백여개 박물관, 미술관이 참가하는 페스티벌이다. 주요 박물관의 홍보 부스가 마련되므로 한자리에서 전국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순례할수 있다. 박물관 관련 산업체와 출판사의 부스도 설치된다. 체험 프로그램도 당연히 준비된다. 아마 이런 규모의 이벤트는 한국박물관 100년 역사에서 처음이 아닐까 싶다. 국립중앙박물관 입구에 있는 큰 연못(거울못)에는 전국에 있는 6백개 박물관과 미술관을 상징하는 5색 깃발 6백개가 이미 설치되어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장관이다. 거울못에는 정자를 건축하고 있다. 청자기와정자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가야금 소리를 연못가에 둘러앉아 관람하는 것도 운치 있는 일일 것이다.
일제 때에 만든 조선명소 사진엽서. 경성창경궁어원박물본관이라고 적혀 있는데 영어로는 MUSEUM SHUNG POK PALACE라고 적혀 있다. 창경궁을 SHUNG POK PALACE라고 불렀었나? 슝폭이라는 뜻이 무엇일까? 혹시 오자가 아닐까? 도무지 이상해서 박물관 직원인듯 싶은 사람에게 물었더니 모른단다. 사족: 조선총독부를 영어로 Government General of Chosun 이라고 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10월 31일(토)와 11월 1일(일) 저녁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부속극장인 '용'에서 성악가 100명이 출연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출연자 중에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곤란한 음악회이다. 100주년 기념식은 11월 2일에 열린다. 고조선실이 드디어 별도로 개막된다. 단군왕검의 신화가 어떻게 설명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가는 길: 지하철 4호선과 국철 중앙선의 이촌역에서 2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특별전 입장은 고맙게도 무료이다. 첫날인데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박물관 100주년 기념으로 무료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관람할수 있으므로 그런 야유시간을 이용해서 관람해도 좋을 것이다. 다른 날에는 저녁 6시까지이며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저녁 7시까지 공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단점 하나. 외국인들이 찾아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하철이 있지만 지하철 역에서 내려서도 한참 걸어가야 한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관람도 하고 쇼핑도 하고 정원에서 휴식도 취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거울못에 설치한 100주년 기념 조형물. 오색 깃발들을 사용했다. 거울못의 한쪽에서는 정자를 건축하고 있었다. 청자기와정자라고 한다. 최고급 청자를 지붕에 얹는다고 한다. 11월 1일인가를 목표로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어떤 작업하시는 분이 이렇게 말했다. '저 조그만 집이 3억짜리예요. 3억! 나 원 참!'. 우리나라에서 한국은행 금고 다음으로 가장 값어치 나가는 물건들이 있는 곳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겠지만 국립박물관이다. 차마 값으로 따질수 없는 이른바 국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니나라에서 제일 부자이다.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으로 지은 국립중앙박물관 거울못의 청자정과 붉은 다리.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정. 2009년 11월 2일 준공되었다. 지붕에는 대단히 좋은 청자를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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