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서울

서울디자인올림픽2009

정준극 2009. 10. 21. 19:13

서울디자인올림픽2009

(Seoul Design Olympiad 2009)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서울디자인올림픽 2009 메인 게이트와 해치들

 

신문을 보니까 '서울디자인올림픽2009'라는 거창한 행사가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데(2009. 10.9-29) 볼만한 것이 참으로 많다고 해서 일부러 한번 가보았다. 과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전시품들을 관람하였고 이벤트도 구경하였다. 그리고 그 통에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구석구석을 생전 처음으로 구경할수 있었다. 일석이조였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6번이나 7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디자인올림픽이 열리는 주경기장이 보인다. 주경기장의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여러 개가 있다. 그중 남문이 메인게이트 같았다. 서쪽의 문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동쪽의 문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당시는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서 주최측은 출입문마다 담당자들을 대기시켜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독수로 손을 간단히 씻고 들어가게 준비해 놓았다. 그통에 지하철을 타고 온 사람들이 손을 한번 씻을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 아닐수 없다.

 

주경기장 운동장 하늘에 설치한 하얀색의 비닐 조형물

 

서울디자인올림픽2009는 서울이 ‘2010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ity)’로 지정된 것을 자축하기 위한 시민축제라고 한다. 처음에는 ‘디자인올림픽’이라고 해서 세계의 여러 나라가 자기들이 자랑하는 브랜드 디자인 제품들을 들고 와서 전시하는 국제행사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서울시민들을 위한 잔치였다. 이 잔치를 통하여 서울이 세계적 디자인 도시로서 나서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안내 팸플릿에는 금번 행사의 목적과 기대효과 등이 줄줄이 적혀 있는데 좋은 말은 모두 써놓은 것 같아서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가만히 보니까 관람객 중에는 각 구청에서 인솔하여 온 주부들도 있었는데 그분들은 이번 행사의 목적과 기대효과 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국악 한마당

농악팀

 

난타팀. 사람들이 앞에만 조금 앉아 있다. 

남사당놀이

 

서울디자인올림픽2009는 잠실 주경기장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곳곳에서 여러 명분으로 동시에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에서도 열리고 동대문운동장역 인근에 있는 DDP홍보관에서도 열린다. 다만 잠실 종합운동장의 메인일 뿐이다. 주경기장을 돌아다녀보니까 전시 구역이 크게 세 곳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첫째는 관중석(스탠드)이었다. 관중석의 의자와 공간을 이용해 이런저런 내용의 디자인으로 전시를 꾸며놓았다. 마치 카드섹션을 보는 듯했다. 주로 서울시의 각 구청이 부지런히 스탠드를 꾸며 놓았다. 궁금해서 서울에는 몇 개의 구가 있는지 세어보니까 무려 25개나 되었다. 어느틈에 그렇게 많아졌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아마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계신 노인분께 ‘서울의 구청이 몇 개나 되는지 혹시 아시느냐?’고 여쭈어보면 아마 한분도 정답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느닷없이 났다. 이번 디자인 올림픽에는 각 구청이 주민들로부터 걷은 세금을 많이 사용하여서 주경기장의 스탠드를 할당 받아 전시를 해 놓았다. 구청들의 전시는 ‘자연의 꿈’이 주제라고 했다. 구청마다 디자인전문회사에게 용역을 주었을 것이다. 회의도 여러번 했을 것이다. 점심도 먹고 저녁도 먹었을 것이다. 하기야 식사 몇 번 하는데 돈이 들면 얼마나 들것인가? 구청마다 경쟁적으로 멀쩡한 보도블록을 뜯어내고 새로 설치하는 비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양천구청이던가? 아무튼 어떤 구청공무원들은 극빈자들에게 보조해 주는 돈을 양심도 없이 집어 삼킨 일이 있다. 이번 전시회 비용은 그 집어 삼킨 액수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각 구청이 ‘자연의 꿈’을 위해 어떻게 전시를 해 놓았는지는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워서 몇장의 사진으로 대신코자 한다. 각자 평가하시기를! 우리나라 전문 디자인 실력이 이 정도라는 것을 볼수 있다.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1. 각종 포스터로 연출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2. 국화와 화분커버와 화분커버를 접기 전의 모습. 무슨 깊은 뜻이 있을터인데...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3. 색색의 천으로 의자를 씌운 연출. 이건 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4. 아예 비닐봉투에 담은 쓰레기로 연출한 디자인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5. 각종 동물과 꽃 그림으로 스탠드 의자를 장식한 연출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6. 우산과 우비로 연출. 우선에 광고지를 부착.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7. 종이 꽃으로 의자를 커버한 연출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8. 공병을 잘라 풍경으로 만든 연출

각구청의 스탠드 디자인 9. 어린이 사진들로 연출

 

기왕에 평가 얘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운동장 한쪽에 마련해 놓은 노천무대에서 국악 한마당 공연이 있었다. 남사당놀이도 곁들였다.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앞쪽의 몇줄에만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서울의 어떤 구에서 디자인올림픽을 평가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고 한다. 사회자가 그렇게 소개했다. 그리고 어떤 구를 대표하는 평가단이라고 쓴 피켓도 있었다. 죄송한 말이지만 서울디자인올림픽을 평가할 인사들로 보이지는 않았다. 짐작컨대 평가단이란 명분으로 부녀회 사람들, 또는 통반장들을 이참에 전세버스에 태워서 전시회를 구경시켜주고 밥 먹여 주고 선물까지 주어 돌려보내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듯했다.

 

공해없는 사회를 의미하는 자전거 연출

소나무와 학으로서 자연과의 친밀함을 연출 

디자인 스탠드 

 

두 번째 전시공간은 이른바 아이돔(i-dome)이라는 것이다. 운동장 동쪽과 서쪽에 미안하지만 거대한 누에고치처럼 자리 잡고 있는 임시전시공간이다. 동쪽 아이돔에는 힌중일생활문화를 비교해서 보는 전시, 서울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전시, 인덱스 어워드(INDEX Award)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인덱스는 2002년 덴마크 왕실 후원으로 설립된 디자인기구라고 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세계적 운동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손이 없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기계 손을 어떻게 해야 더 훌륭하게 만들어서 보급하느냐 등이다. 인덱스 어워드 2009는 지난 8월 전세계 54개국이 출품한 작품 중에서 최종적으로 우수 디자인 작품으로 선정한 약 70점에 대하여 준 상을 말한다. 정확하게는 69점이었다. 이번 서울디자인올림픽에서는 서울시가 주선해서 69점의 수상작 전부를 전시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가 될것 같다.

 

현대식 부엌 디자인

 

서쪽 아이돔은 디자인장터이다. 주방기구, 장신구, 문구류 등을 이상하고 새롭게 디자인한 업체들이 참여하여 전시도 하고 물건도 파는 곳이다. 어떤 물건은 ‘아하!’라는 감탄사가 나올만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세번째 전시공간은 스탠드 아래 공간의 통로이다. 그 넓은 구역이 거의 모두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곳은 한식의 국제화를 이루자는 전시회였다. 김치, 갈비, 삼겹살, 냉면, 전 등을 전략종목으로 삼아 국제화를 위해 디자인을 새롭게 한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의 대부분은 각 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의 전시장으로 배정되어 있었다. 이를 명칭도 거룩한 ‘디자인탐구전’이라고 했다. 이틈에 졸업전시회도 겸하여 여는 학교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대학들이 산업디자인과를 가지고 있는 줄을 몰랐다. 각 학교마다 디자인전공과의 명칭이 조금씩 달라서 흥미로웠다. 생활디자인학과, 가족주거학과, 패션예술학부, 산업정보디자인과, 시각디자인, 공간연출학과, 실내디자인학과, 패선디자인학과, 가구디자인학과, 제품디자인학과, 공예학과, 환경디자인정공, 인테리어디자인학과 등등이다. 학생들의 작품전시가 많다보니 학생들이 많이 보러오고 있다. 관객동원에서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학생들의 작품을 보는 것은 언제나 신선한 일이다. 문제는 얼마나 창의력이 들어가 있느냐는 것이리라!

 

기업들의 디자인 마당. 흥미로운 디자인들이 속속...

 

이러저러한 행사들을 모두 엮어서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지치기도 하기 때문에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해치에 대한 것이다. 해치는 서울시의 상징동물이라고 한다. 일종의 상서로운 동물이다. 특히 불을 막아 준다고 한다. 진작에 남대문에 해치를 여러 마리 가져다 놓는 다는 것을 서울시 공무원들은 왜 몰랐을까? 아무튼 남문 입구에서부터 해치들이 오는 사람들을 은연중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제일 처음에 만나는 해치가 제일 크다. 빈 페트병들을 이용하여 장식했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줄 모른다. 운동장 안에도 해치들이 많다. 별별 디자인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 몇장으로 이들에 대한 소개를 대신코자 한다. 전시회가 끝나면 어디다 둘 것인가?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자꾸 해치의 등에 올라탄다. 엄마인듯 한 사람이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대견한듯 히죽거리고 있다. 알바 학생이 다가와서 ‘여기 올라가면 안돼요!’라고 말하자 엄마인듯 한 여자가 도끼눈을 하고 다가와서 ‘좀 올라가면 어때! 다른 애들도 올라가던데!’라며 씩씩 거린다. 아무튼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알아주어야 한다. 전체적인 인상? ‘서울시가 이번에도 정말 엄청 많은 예산을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올림픽에 갔다 와서 디자인에 대한 사항들, 예를 들면 한국 디자인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안, 세계 속의 한국 디자인의 좌표 등등에 대하여 언급은 하지 않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주책없는 소리만 써서 미안한 느낌이다.

 

한식의 세계화. 연잎밥과 간장게장. 게장이 진짜 같았다. 

된장찌게도 진짜 같았다. 서양사람들이 된장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관건. 일본 미소시루는 그런대로 마시던데...  

한식의 세계화 도전. 약식, 전, 강정, 불고기, 구절판 등등... 전부 진짜 같았다. 참 잘만든다.

 

서울의 상징 해치. 폐페트병으로 만들었다. 자원재활용 연출 

조선시대 도자기 디자인의 해치 

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해치 

아이돔 안에 있는 서울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아이돔(i-dome) 입구  

쓰레기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내용같은 연출  

플라스틱 박스로 만든 독립문  

관중석을 장식한 각 구청의 디자인 경연 

 

인덱스 디자인 코너 

수많은 학교 디자인 전시공간 중의 한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