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추억 따라/서울

인사동, 그리고 청소년 무대

정준극 2009. 10. 24. 20:26

인사동, 그리고 청소년 무대

(Mary's Alley and Young Students Stage)

 

인사동에는 들어가보고 싶은 찻집들이 많이 있다.

 

인사동(仁寺洞)길의 토요일은 그야말로 인파로 덮힌다. 무심코 아는 사람을 목격하고 인사라도 나누고 싶지만 사람들에게 밀려 그냥 지나치기가 일수일 정도로 인파이다. 10월의 토요일은 특히 그러하다. 단풍과 낙엽과 푸른 하늘 때문일 것이다. 경복궁이나 창덕궁을 구경하고 나온 외국 관광객들이 내친 김에 인사동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러 인사동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인사동길은 서울 관광 1번지이다. 골동품과 관광기념품이 널려 있고 화랑이 많아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게다가 먹을 것도 많다. 식당도 많고 전통찻집도 많지만  거리의 먹거리 행상들도 흥미롭다. 엿파는 사람, 떡파는 사람, 꿀타래 만들어 파는 사람, 또뽑기 파는 사람 등등... 추억을 먹게 하는 먹거리들이다. 벼룩시장 스타일의 좌판들도 많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거리이다. 인사동길을 일명 '메리의 길'(Mary's Alley)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인터넷에서 인사동을 찾아보면 Mary's Alley(메리스 앨리)라는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미국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젠 아예 고유명사처럼 되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을까? 뒤에서 '하이 메리'라고 부르면 쇼핑하던 여자들 중에 한두명은 반드시 뒤를 돌아보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서양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사동에는 외국의 유명인사들의 방문도 빈번하다. 1999년 4월에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다녀간 것은 역사적인 일이었다. 엘여왕은 도자기점인 '박영숙요'와 '해동고도자'를 방문했었다고 한다.  

 

토요일이면 더 번잡한 인사동길 

엘리자베스 여왕이 들렸던 박영숙요. 상점 안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들렸던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인사동은 전통문화를 존중한다. 가게 이름도 전통적인 것이 많다. 예를 들면 '쌈지길'이다. 쌈지돈이라고해도 풀어서 좀 쓰라는 소리일 것이다.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외국어 명칭의 상점들이 들어서기가 어렵다. 스타벅스 커피점이 들어오려고 할때에 원주민들의 반발이 아주 컸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스타벅스의 인사동 침투를 도저히 막을수 없었다. 다만, 스타벅스라는 간판을 영어로 쓰지 않고 한글로 쓰도록 타협을 했을 뿐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에서 스타벅스라고 한글 간판을 내건 곳은 인사동 밖에 없다고 한다. 전에는 북한물건을 수입해서 파는 상점도 있었는데 근자에는 찾을수가 없다. 북한술, 한약재, 공예품등을 팔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조금씩 사갔던 모양인데 세월이 지남에 따라 호기심은 커녕 품질이 뒤떨어지고 자꾸 속는 것만 같아서 사람들의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북한백화점은 무슨 찻집 같은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스타벅스 커피숍. 영어는 없고 유일하게 한글로 적혀 있으며 마크도 없다. 

인사동에는 꿀타래 가게들이 많다. 만드는 과정이 신기해서 구경꺼리이다. 만드는 사람들은 일본어로 합창을 잘 한다.

 

인사동 거리에서는 퍼포먼스가 간혹 열린다. 조선시대 포졸들이 행진하는 광경도 볼수 있었고 농악대도 볼수 있었다. 남미의 삼바음악을 타악기로만 연주하며 행진하던 그룹도 있었다.  필자가 마침 찾아갔던 날에는 특별 퍼모먼스 겸 시국호소 이벤트가 있었다. 총을 든 북한 인민군이 어떤 여인(북한여인)을 꽁꽁 결박하여 꿇어 앉혀 놓은 퍼포먼스였다. 미국인으로 보이는 서양 청년 두세명이 사람들에게 무슨 전단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내용인즉, 일반적으로 북한문제라고 하면 핵문제와 식량문제만 생각하는데 그보다도 더 중요하고 심각한 것은 북한의 인권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네 정치인들, 특히 월급이라면서 국민의 혈세를 턱도 없이 많이 받아 챙기는 국회의원들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왜 함구만 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것이 일반 시민들의 한결같은 얘기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들이 전단을 돌리면서 제발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래도 같은 동포만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을 것인지 모를 일이다. 길바닥의 포스터에는 '중국에 거주하는 북한여성의 70%가 인신매매 희생자' '그들은 자꾸 때렸습니다. 이러다가는 죽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증언이 적혀 있었다. 북한정의연대(Justice for North Korea)라는 단체가 펼치고 있는 북한인권보장을 위한 행사였다. 참으로 생각되는 바가 많았다. 북한정의연대는 Rescue NK(북한구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일반인들의 많은 참여를 호소하였다. 그리고 정치인들, 특히 국민의 대변자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메일을 보내어 북한인권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할것을 당부하였다.

 

북한인권문제를 다룬 거리의 퍼포먼스. 인민군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는 가운데 결박 당한 여인이 얼굴을 가리워진채 꿇어 앉아 있다. 북한의 인권유린을 걱정하는 미국인 청년들이 전단을 나누어 주고 있다.

어떤 외국 여기자가 북한 인민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과 인터뷰하고 있다. 붙잡혀 있는 북한여성은 맨발이어서 안스러웠다.

 

한편, 토요일 오후에는 '2009 청소년 문화존 동아리 한마당'이라는 거창한 행사가 북인사동 입구의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연이었다. 비록 시간의 제약으로 다수의 팀들이 참여하지는 못했겠지만 아주 흥미롭고 발랄한 공연이었다. 고등학생들의 댄스와 노래는 어른들보다 더 대단했다. 심심하던 판이었는지 관람자들이 무척 많았다. 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자니 두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인사동을 인사동답게 만드는 제안 몇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첫째 우리나라에서 만든 기념품(공예품)만 팔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일설에 의하면 인사동에서 파는 기념품의 90%가 중국제라고 한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다. 정부차원에서 한국에서만 살수 있는 기념품을 개발하여 값싸게 팔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둘째, 한옥을 더 많이 짓도록 해야겠다. 아름다운 한옥이 있어야 거리의 운치가 더해진다. 셋째 장사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한복을 입었으면 좋겠다. 보기에 좋다.

 

인사동의 기념품들은 상당량이 중국제.  

거리의 골동품 상인

멋있게 장식한 화랑 겸 기념품 상점. 자꾸만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거리의 군밤장수. '영양이 많은 햇밤' 까지는 좋았는데 '누드'는 또 무슨 말인가? 그리고 영어는 한마디도 없네. 

도자기. 하나에 3만원. 

쇼핑을 즐기는 외국인들. 베스트 프라이스가 무어냐고 자꾸 묻는데 그러기 전에 아예 정가표를 붙여 놓으면 될텐데...비싸면 사지 않을 것이므로 장사를 위해서는 받을 가격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쌈지길 아케이드. 주차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아리랑 명품상점. 그 옆에는 한지백화점. 사람들이 보글보글.

즉석 스케치 코너 

번화한 쌈지길. 인사동의 명물이다.

아기자기한 카페 간판 

인사동에서의 과거장원급제자 말타고 유람하는 장면 (크레딧)

골목마다 전통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인도 음식을 파는 가게도 있다. 물담배도 있다고 한다. 

골목마다에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봉오화랑 겸 기념품 상점.  

 

1009청소년문화존 동아리 한마당 풍문여고 부채춤반의 멋진 무용. 어린 학생들이 정말 잘한다. 그리고 여러번 무대에 섰었는지 도무지 긴장하거나 쑥스럽지 않은 밝은 표정들이다.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마칭밴드의 연주 

서울국제고등학교 화용월태 그룹의 무용 

기성인들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 덕성여고생들의 댄스 

이건 무엇이더라. 참 잘하기는 했는데... 포크댄스 같기도 하고..

서사부초 요들중창단의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외로운 양치기' 

배화여고 난우 팀의 댄스. 대단하다. 

 

토요일 오후 잠실 야구장에서 기아와 SK의 마지막 결승전이 벌어졌다. 잠실에 가지 못한 야구팬들을 위해서 인사동의 대성광장에 전광판 중계소가 설치되었다. 인사동 방문객들을 위한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