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세계의 여왕: 빅토리아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 세계적 전시

정준극 2009. 11. 21. 18:15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세계적 전시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V&A)

 

런던에 가면 꼭 들려보아야 할 곳이 있다. 간단히 V&A라고 부르는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이다. 런던에는 British Museum(브리티쉬 뮤지엄)도 있다. 어찌된 일인지 일본과 우리는 브리티쉬 뮤지엄을 대영박물관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마 일본이 자기들을 대일본제국이라고 부르면서 영국도 대영제국으로 불렀기 때문에 일제의 그런 관습이 남아 있어서 그런것 같다. 브리티쉬 뮤지엄도 그렇지만 V&A에 가면 하루 종일은 지내야 한다. 아예 점심을 싸가지고 가느 것이 건강상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관람은 실상 하루 종일로도 모자란다. 찬찬히 보려면 적어도 1주일은 잡아야 하다. 하지만 바쁜 일정이면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주마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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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전경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장식예술 및 디자인 박물관이다. 하지만 세계의 문화를 두루 섭렵할수 있는 곳이다. V&A는 무려 6백50만점의 소장품을 자랑하고 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이 V&A는 빅토리아여왕과 부군 앨버트공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박물관이다. 1852년에 문을 열었으므로 벌써 1백5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세월의 흐름과 함게 V&A는 계속 확장되어 현재는 12에이커가 넘는 공간에 145개의 전시실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전시품은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문화 5천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럽, 북미, 아시아, 북아프리카의 예술품을 망라하고 있다. V&A는 도자기, 섬유, 의상, 금은제품, 철제 예술작품, 보석류, 가구, 중세 종교예술품, 조각, 판화, 인쇄, 소묘, 사진에 걸쳐 세계 최대의 전시품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후기고전주의 조각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품은 본산지인 이탈리아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대단한 것이다. 아시아 전시관은 남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 이슬람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중에서 이슬람 전시품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함께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전시실의 일부

 

V&A는 이른바 앨버토폴리스(Albertopolis)에 위치하고 있다. 앨버토폴리스는 1851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대박람회의 수익금으로 조성된 문화과학예술교육단지로서 V&A의 바로 서쪽에는 자연사박물관, 북쪽에는 과학박물관이 있다. V&A은 크롬웰 로드(Cromwell Road)에 있다. 걸어서 간다면 해로드백화점, 킹스브릿지, 하이드 파크에서 10분 거리이다. 지하철(The Tube)을 타고 간다면 사우드 켄싱톤 스테이션(South Kensington St)에서 내리면 된다. 사우드 켄싱톤 역은 빅토리아에서 5분, 코벤트 가든에서 10분, 레이체스터 스퀘어에서 10분 걸린다. V&A는 1년 내내 문을 열지만 단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 24,25,26일 3일 동안은 휴관이다. 개관시간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이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이다. 그러므로 작정하고 금요일에 가는 것이 좋다. V&A는 2001년 이래 1억5천만 파운드의 예산으로 대대적인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전시실을 신설하며 정원을 조성하고 박물관 숍을 만들며 관람객 편의시설들을 대폭 확장하는 작업이다. 입장료는 영국의 모든 국립박물관과 마찬가지로 관례에 따라 없다.

 

웨딩 드레스 전시실

 

V&A가 1852년 5월에 문을 열었을 때의 원래 명칭은 제조업박물관(Museum of Manufacturers)이었다. 처음에는 말보로 하우스에 있었다가 몇 달후 소머셋 하우스로 옮겼다. 당시 전시품은 응용미술과 과학기술 분야를 커버하는 소규모의 것이었다. 2년 후인 1854년에는 전시품의 확장과 함께 현재의 브롬튼(Bromption)으로 옮기고 명칭도 ‘사우드 켄싱턴 박물관’(The South Kensington Museum)이라고 바꾸었다. 전시품이 계속 늘어나고 관람자도 증가했다. 새로운 건물이 필요했다. 1855년 독일 건축가인 유명한 고트프리트 젬페르(Gottfried Semper)에게 새로운 건물의 설계를 맡겼다. 설계가 완성되었으나 막대한 건설비가 문제가 되어 건물신축은 무기 연기되었다. 있는 그대로 공식 오픈하기로 했다. 1857년 6월 22일 빅토리아여왕이 공식 오픈했다. 이듬해에는 야간개방 정책에 따라 저녁 늦게까지 문을 열었으며 이때에 당시로서는 새로운 시설인 가스등이 설치되어 주변을 밝혔다. V&A의 전시물은 국립미술관의 이른바 ‘고급 예술’(High Art), 그리고 브리티쉬 뮤지엄의 학구적인 입장과는 달랐다. 영국의 경제, 산업 부흥을 위한 응용예술분야를 강조한 것이다.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별관. 존 마즈드스키 홀

 

‘사우드 켄싱턴 박물관’을 V&A로 변경한 것은 1899년 5월 17일이었다. 이날 새로운 건물의 정초식이 있었다. 빅토리아여왕이 다시 직접 참석하였다. 빅토리아여왕이 마지막으로 공식행사에 참석한 경우였다. V&A는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97년 2년에 걸친 미국과 캐나다 순회전시를 가졌다. V&A가 특별전시회를 가진 곳은 볼티모어미술박물관, 보스턴미술박물관, 토론토의 왕립온타리오박물관(ROM), 휴스턴미술박물관, 샌프란시스코미술박물관 등이었다. V&A는 더욱 확장되어 1909년에는 애스턴 웹(Aston Webb)건물이 완성되었다. 에드워드 7세와 알렉산드라왕비가 신축건물의 오프닝에 참석했다. 1914년에는 과학박물관의 건축이 시작되었다. 예술과 과학분야의 전시를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그로부터 V&A는 응용예술에만 치중하였고 과학기술분야는 별도의 박물관이 맡게 되었다.

 

르네상스 가정에서 자매의 놀이

 

2차 대전이 일어나고 독일의 런던 공습이 격화되자 V&A의 소장품은 피난을 가지 않을수 없었다. 일부는 소머셋에 있는 몬타큐트 하우스(Montacute House)로 갔고 일부는 윌트셔어(Wiltshire)의 지하시설로 갔다. 또 일부는 런던 알드위치(Aldwich)지하철역의 터널로 옮겨졌다. 대형 전시물은 당장 옮기기가 어려워서 주변에 모래주머니와 벽돌을 쌓아 만약의 공습에 대비하였다. 2차 대전 중에 몇 개의 전시실은 지브랄타르에서 데려온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로 사용되었다. 전쟁 중에 사우드 코트(South Court)는 처음에 영국공군의, 나중에는 폭격복구반의 식당으로 사용되었다. 전쟁이 끝난후 각처에 흩어졌던 소장품들을 다시 가져오기 전에 ‘영국은 할수 있다’(Britain Can Make It)라는 주제의 임시 전시회를 열었다. 무려 1백50만 명이 관람했다. 소장품들이 다시 완전히 돌아온 것은 1948년이었다.

 

로툰다의 11미터 높이의 샹들리에

 

중앙건물 로툰다의 화려한 샹들리에는 2000년에 설치된 것이다. 길이 11m의 대형 샹들리에는 유리를 일일이 입으로 불어서 만든 것이다. V&A는 청소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973년부터 록 콘서트(Rock concert)를 개최하여 왔다. 단골 연주자는 진보적인 포크-록(Folk-rock) 밴드인 그라이폰(Gryphon)이었다. 그라이폰은 머리와 날개는 독수리 모양이고 몸은 사자처럼 생긴 괴수인데 그룹 이름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그라이폰은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5백년에 걸친 영국의 음악역사를 연결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1980년대에 들어서서 박물관의 명칭은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the National Museum of Art and Design(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국립예술디자인박물관)으로 변경되었다.

 

포크-록 밴드 그라이폰의 연주

 

초창기의 건물인 가든 동쪽의 쉽샌크스 캘러리(Sheepshanks Gallery)는 1857년에 지은 것으로서 아직도 건재하다. 그 다음에 생긴 것이 터너(Turner)와 버논(Vernon) 갤러리들이다. 새로 확장된 건물들에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크게 활동했던 유럽의 유명 예술가들의 기념상이 곳곳에 세워졌다. 이와 함께 프레스코 시리즈를 시작하였다. 1878-1880년에 ‘전쟁에 응용하는 산업예술’을 주제로 한 프레스코가 완성되었으며 현재는 ‘평화에 응하는 산업예술’을 그리고 있다. 박물관의 북서쪽 건물로 인도하는 계단은 화려한 도자기로 제작되어서 눈길을 끈다. 하나하나를 틀을 잡아 만들었고 채색을 칠하였다. 박물관 북쪽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전시관이다. 거의 모든 전시품이 테라코타와 모자이크로 처리된 것이다. 북쪽 현관의 출입문은 청동으로 만든 것으로 여섯 장의 패널에는 험프리 데이비(화학), 아이작 뉴턴(천문학), 제임스 와트(기계), 브라만테(Bramante: 건축), 미켈란젤로(조각), 티티안(Titian: 회화)의 모습이 부조로 만들어져 있다. V&A는 2차 대전의 와중에서도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다만, 인근에 폭탄이 떨어지는 바람에 도자기로 만든 훌륭한 계단과 빅토리아 스테인드글라스가 파괴되었을 뿐이었다.

 

렘브란트의 순남미 여인의 출발 (Departure of Shunammite Wo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