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세계의 여왕: 빅토리아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 - 4분야에 걸친 전시

정준극 2009. 11. 21. 18:25

[4 분야에 걸친 전시]

 

V&A의 소장품은 4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1) 아시아 (2) 가구, 직물, 패션 (3) 조각, 금속, 도자기 (4) 유리, 문자와 이미지(Word & Image)이다. 4개의 분야는 다시 16개로 전시분야로 나뉘어 있다. 모든 소장품이 V&A에 전시되어 있거나 보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근 건물들과 V&A가 관리하는 부설 연구소등에 분산되어 있다. 상당수의 소장품은 항시 해외 전시되고 있어서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입장이다. V&A에는 도합 145개의 전시실이 있지만 모두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시품에 따라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한다.

 

도자기로 만든 계단과 기둥

 

[실물을 보는 듯한 건축전시]

V&A는 2004년 건축 상설전시장을 개관하였다.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이와 함께 사진, 도면, 실제 건축물의 기둥(예를 들면 스페인의 알함브라궁전의 기둥) 등 일부 실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소장하고 있는 도면은 60만점이 넘는다. 건축관련 사진도 70만점이 넘는다. 서류는 75만점이나 된다. 세계 최대의 건축 자료실이다.

 

이슬람 전시실

 

[광활한 아시아]

아시아지역의 예술품 전시는 놀랍도록 폭이 넓다. 전체 16만점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 제일이다. 세계의 박물관 중에서 중국예술 전시는 단연 V&A가 제일이다. 동남아 예술품 전시에 있어서도 유럽 제일이다. 주로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히말라야 왕국들, 중국, 한국과 일본을 포함하는 극동, 이슬람 세계의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슬람 국가와 관련한 전시품은 세계 제일이다. 1만9천점이 전시되어 있다. 7세기경 이슬람이 시작되었을 당시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망라되어 있다. 자밀(Abdul Latif Jameel)그룹 재단이 기증한 ‘자밀 갤러리’는 2006년에 문을 열었다. 이슬람 예술의 정수들을 집대성하였다. 400여점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의 한 가운데에 있는 대형 아르다빌(Ardabil) 카페트는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중국 전시실. 도자기들이 많다.

 

‘자밀 갤러리’에는 스페인, 북아프리카, 중동, 중앙 아시아,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져온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슬람 예술의 걸작은 10세기의 크리스탈 물그릇(Ewer)이다. 여러 시대에 걸쳐 코란의 구절들을 예술적으로 적어 놓은 수많은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다. 가장 큰 전시품은 카이로 모스크에서 가져온 15세기의 목제 민바(Minbar)이다. 복잡한 기하학적 무늬를 상아로 박아 넣은 것이다. 이슬람 세계의 도자기들은 눈을 현란하게 만든다. 터키 아나톨리아 동부의 유명한 이즈니크(Iznik)도자기, 14세기에 모스크에서 사용되었던 등잔들, 금속공예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페르시아 양탄자(Carpet)와 러그(Rug) 전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타일 예술품들도 눈길을 끈다. 18세기 초에 이스탄불에서 만든 흰색과 푸른색 타일의 벽난로는 특별하다. 사마르칸트(Samarkant) 모스크의 터키석 빛 벽에서 가져온 타일 작품들도 아름답다.

 

중세- 르네상스 조각 전시실. 복사품

 

동남아 예술품은 약 6만점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폭넓은 전시품이다. 그중에는 직물이 1만점이며 그림이 6천점이나 된다. 1991년에 문을 연 ‘네루 갤러리’는 기원전 5백여년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예술품을 간직하고 있다. 주로 불교, 힌두교, 자인(Jain)교의 조각들이다. ‘네루 갤러리’는 무굴 제국의 예술품으로 유명하다. 황제와 황후의 초상화, 옥제품, 금세공품, 다이아몬드와 루비로 장식한 장식품들, 그리고 건축물의 일부도 가져와서 전시하고 있다. 인도의 전시품으로서는 신츠(Chintz)와 무슬린(Muslin) 옷감이 눈길을 끈다. 대단히 화려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으며 무명의 품질도 최우수이다. 금은사와 자수를 사용한 옷감들이 놀랍도록 정교하다. 그리고 아그라(Agra)와 라호르(Lahore)에서 가져온 양탄자들도 있다. ‘인도 갤러리’에서 특이한 전시품은 ‘티푸의 호랑이’(Tipu's Tiger)라는 것이다. 1795년 미소어(Mysore)에서 만든 기계 오르간으로 호랑이 한 마리가 동인도회사의 병사에게 으르렁거리는 모습으로 되어 있다. 미소어의 영주인 티푸 술탄이 주문한 것이어서 ‘티푸의 호랑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티벳의 금동 조각

 

극동 소장품은 중국, 일본, 한국에서 온 7만여 점의 작품들이다. 중국전시실인 ‘T.T.추이(Tsui)갤러리’는 1991년에 문을 열었다. V&A의 1만6천여 중국 소장품 중에서 상당부분이 전시되어 있다. 기원전 4천년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대표하는 예술품들이다. 그러나 주로 명대와 청대의 작품들이다. 당대(唐代) 이전의 작품들도 있다. 예를 들면 1m가 넘는 부처의 청동 얼굴이다. 750년경의 작품이다. 2천년 전에 만들었다는 옥마(玉馬)의 머리는 무덤에서 발굴된 것이다. 진시황 무덤에서 나온 실물대 용병(俑兵)도 전시되어 있다. 중국 공예를 대표하는 나전칠기, 비단, 도자기, 옥제품, 칠보 등도 진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명조 선덕제(宣德帝: 1398-1435)가 사용했다는 자개 탁자가 눈길을 끈다.

 

아르다빌 양탄자의 화려한 디자인

 

일본전시실인 ‘토시바 갤러리’는 1986년에 오픈되었다. 주로 1550년부터 1900년대까지의 예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13세기에 만들었다는 아미타여래상도 있다. 19세기 초에 사무라이들이 사용했던 전통갑옷, 카타나(刀)라고 하는 사무라이 칼, 지갑과 같은 역할을 했던 인로(印龍: 케이스), 마자린 궤와 같은 자개제품, 아리타(有田町) 제조의 이마리 도자기, 여러 가지 네츠케(根付: 지갑과 같은 케이스를 허리에 찰 때 붙들어 매는 단추와 같은 물건), 안도 히로시게의 작품을 포함한 목판화, 그래픽 아트, 병풍, 족자, 옷감, 키모노와 같은 의복 등이 전시되어 있다. 1875년에 만들었다는 스즈키 초키치(Suzuki Chokichi)의 청동향로는 높이가 2.25m이며 직경이 1.25m가 되는 거대한 것이어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일본전시실 

 

한국전시실은 상당히 규모가 작다. 작은 방에 한국, 히말라야 왕국들, 동남아 국가들의 공예품들이 한데 모여 있다. 한국 전시품은 청자 몇 점과 관복에 붙였던 흉배, 자개함 등이 고작이다. 미안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속의 한국으로서 창피할 정도이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대기업들이 크게 후원하여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그럴 능력이 있는데 문화예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는 것이 현지 지한인사들의 얘기이다. 다만, 삼성만이 열심히 후원하였다. 히말라야 전시품은 초기 네팔의 청동 조각들, 자수제품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티베트 예술은 14-15세기의 목조 및 청동 부처와 두루마리 불화, 불교 의식용 물건들이 대표하고 있다.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의 전시품은 금은제품, 청동조각, 석조, 테라코타, 상아제품, 그리고 정교한 직물들이다. 6세기경의 물건으로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불상들은 인도의 불교와 힌두교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한국전시실. 삼성이 후원했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