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이야기/엘리자베스 2세

영연방과 여왕

정준극 2009. 12. 23. 21:59

영연방과 여왕

 

 

1952년 영국여왕으로서 영연방회의를 주관하는 엘리자베스 여왕 (왼쪽으로부터 파키스탄, 로데시아, 북아일랜드, 뉴질랜드, 인도, 자마이카, 윈스턴 처칠 수상, 여왕, 호주, 카나다, 스라랑카, 남아프리카공화국, 말타의 수상들)

  

케냐의 나무위에서

아프리카의 케냐. 영연방 식구 중의 하나이다. 드넓은 야생의 초원. 그 초원 한 구석에 커다란 나무 몇 그루가 높이 서있다. 나무 위에는 관광객들의 숙소로 이용하는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탁 트인 초원의 일몰을 바라보는 데에는 이보다 더 이상적인 숙소가 없다. 낮에는 코뿔소와 코끼리들이 거니는 것을 볼 수 있는 나무위의 집. 밤에는 쏟아 질 것 같은 하늘의 별을 바라볼수 있는 집. 가까이에서 하이에나의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는  나무 위의 집이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남편 필립공과 함께 케냐를 여행하는 도중, 사파리를 위해 니에리(Nyeri) 마을을 찾았다. 공주 부부는 나무 위 숙박시설(Treetops Hotel)에서 이틀 밤을 지내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하루 밤을 지낸 다음날 아침, 나무 위 집에서 내려온 아직도 20대의 이 젊은 여인은 더 이상 공주가 아니었다. 이미 대영제국의 여왕이 되어 있었다. 세계 역사상, 나무위에 올라갔다가 다음 날 여왕이 되어 내려온 여인은 엘리자베스가 유일할 것이다. 지금도 그 나무 위 오두막집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다. “세계 역사상 최초로 공주의 몸으로 나무 위에 올라갔던 젊은 여인이 다음 날 여왕이 되어 나무를 내려왔다. 하나님, 이 여인을 축복하소서...”

 

 

영국군 총사령관으로서의 여왕

 

1952년 2월 7일 늦은 저녁, 급한 전보가 니에리 마을의 나무 위 숙소에 도착했다. 아버지 조지 6세(George VI)가 서거하였다는 소식이었다. 대영제국에 군주의 자리가 하루라도 비어서는 안 되었다. 그 날로 엘리자베스는 대영제국의 여왕이 되었다. 그 때 엘리자베스는 25세의 젊은 나이였다. 원래 엘리자베스가 여왕이 될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엘리자베스의 할아버지 조지 V(5)세에게는 다섯 아들이 있었다. 큰 아들이 에드워드이고 둘째 아들이 조지로서 현재의 엘리자베트 여왕의 아버지이며 셋째 아들이 클라우체스터경인 핸리, 넷째 아들이 켄트 공작인 조지, 다섯째 아들이 잃어버린 왕자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존이었다. 큰 아들 에드워드가 당연히 다음 왕위를 이을 황태자였다. 조지 5세가 서거한 후 에드워드가 에드워드 8세로서 다음 국왕으로 선포되었다. 대관식은 거행하지 않았다. 부왕의 국장을 지낸 후 상당 기간이 지나서야 대관식을 갖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이변이 일어났다. 국장 한 달 후, 에드워드는 청천벽력과 같은 발표를 했다. 왕위를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인 심프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서 왕관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삼촌으로 에드워드 8세(1894-1972)와 심프슨 부인의 결혼식. 대영제국의 왕관을 버리고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범하게 생긴 여인과 결혼했다. 상대방이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든지 그레이스 켈리라고 하면 왕관을 버리고 사랑을 택하겠지만...심프슨 부인이라고 하는 월리스는 '영 아니올시다'인데 에드워드도 참으로 왕관까지 버릴것이 무엔가?

 

왕가의 혈통도 지니지 않은 심프슨 부인. 이혼한 경력이 두 번이나 있는 자유 분방한 미국 여인. 이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에드워드는 대영제국의 왕관을 포기한 것이다. 전 세계가 이 소식으로 들끓었다. 신문과 방송은 ‘왕관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제목으로 연일 특보를 내기에 정신 없었다. 아무튼 에드워드는 대영제국의 왕좌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대영제국의 왕관은 에드워드의 동생 조지에게 돌아갔다. 조지에게는 딸만 둘이 있다. 큰 딸인 엘리자베스가 다음 왕위 계승권자 영순위로 지명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이제 역사의 수레바퀴는 방향을 바꾸어 드디어 엘리자베스가 영국 여왕에 오르게 되었다. 사람들은 신데렐라와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다만, 신데렐라는 왕자와 결혼하는 것으로 얘기가 끝나지만 엘리자베스의 경우에는 대영제국의 여왕으로 등극하였다는 것이 달랐다. 엘리자베스는 사랑 때문에 왕관을 버린 삼촌 덕분에 여왕이 된것이다. 삼촌 에드워드(윈저공)는 파리에서 심프슨 부인(윈저 공작부인)과 여생을 지내다가 1972년 세상을 떠났다. [계속]

 

케냐의 니에리 마을에 있는 나무위 호텔(Treetops Hotel). 진짜로 나무 위에다가 지은 집이 아니라 나무 위에 이르기까지 목재로 높이 지은 집이다. 바로 이 숙소에서 하루밤을 지낸 엘리자베스가 여왕이 되어 내려왔다. 그리고 2012년에도 계속 여왕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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