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신동 모차르트

오스트리아의 명물 모차르트쿠겔른(Mozartkugeln)

정준극 2010. 1. 20. 22:57

오스트리아의 명물 모차르트쿠겔른(Mozartkugeln)

잘츠부르크에서 1890년에 창시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항 상점, 거리의 기념품 가게, 제과점, 또는 심지어 수퍼마켓을 비롯한 어디서나 포장지에 모차르트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초콜릿을 볼수 있다. 모차르트쿠겔(Mozartkugel: 쿠겔른은 쿠겔의 복수형태)이라는 초콜릿이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다. 쿠겔(Kugel)이라는 것은 대포알과 같은 둥근 모양의 물건을 말한다. 초콜릿의 모양이 대포알처럼 둥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붙였다. 모차르트쿠겔은 모차르트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혹시 모차르트의 가족이나 친척 중에서 누가 만들어 팔기 시작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관계가 있다면 모차르트가 태어난 잘츠부르크에서 처음 만들어서 판 초콜릿이기 때문에 모차르트쿠겔이란 이름이 붙었을 뿐이다.

 

잘츠부르크에 있는 휘르스트 제과점 본점. 모차르트쿠겔른의 원산지

 

모차르트쿠겔이라는 이름의 초콜릿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0년이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지 거의 1백년 후에 나온 제품이다. 잘츠부르크에서 과자를 만들어 팔던 파울 휘르스트(Paul Fürst) 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얘기는 지면상 생략! 아무튼 모차르트를 존경했던 그는 자기가 개발한 새로운 스타일의 동글동글한 초콜릿 제품에 위대한 모차르트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처음에는 모차르트봉봉(봉봉은 사탕과자라는 뜻)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모차르트쿠겔(Mozartkuge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모차르트쿠겔은 어느덧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유명상품이 되었다. 모차르트쿠겔이 잘 팔리자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아직까지도 잘츠부르크에서는 여러 공장에서 모차르트쿠겔을 만들어 판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뿐만 아니라 독일과 스위스에서도 모차르트쿠겔이라는 이름으로 초콜릿을 만들어 판다. 이제는 완전히 세계적인 상품이 되었다. 그러나 잘츠부르크 이외의 지역에서 만들어 파는 것은 오리지널이 아니다.

 

모차르트 쿠겔른의 여러 제품. 가격을 참고하시라. 2012년 현재.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은 잘츠부르크의 파울 휘르스트 상점에서만 판다. 아직도 구시가지의 브로드가쎄(Brodgasse) 13 번지가 본점이다. 최근에는 구시가 중심지에 있는 게트라이데가쎄(Getreidegasse)와 리처보겐(Ritzerbogen)에도 분점이 생겨 오리지널 모차르트쿠겔을 판다. 직접 가게까지 올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인터넷 판매도 한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는다. 비엔나가 아니라 비엔나 할아버지의 가게라고 하더라도 오리지널 모차르트 쿠겔른을 살수 없다. 파울 휘르스트의 제과점에서는 오늘날에도 1890년 처음 만들었을 때의 그 제작법대로 재료를 배합하여 만들며 더구나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보다 크기가 조금 크다. 다른 공장에서는 당연히 기계로 생산한다. 파울 휘르스트 상점에서 만든 모차르트쿠겔은 190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하여 금메달을 받았다. 그후에 잘츠부르크에서는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여 모차르트초콜릿 제조회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대부분 성공했지만 더러는 실패하기도 했다.

 

미라벨에서 만든 모차르트쿠겔른

 

파울 휘르스트에 의한 모차르트쿠겔이 인기를 끌게 되자 너도나도 똑 같은 초콜릿을 만드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잘츠부르크 인근의 그뢰디히(Grödig)에서 어떤 사람이 공장을 세우고 미라벨이라는 상표로 모차르트 쿠겔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이어 독일 바바리아에서도 모차르트쿠겔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스위스의 유명한 네슬레(Nestle)가 모차르트쿠겔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표권에 대한 분쟁이 일어났다. 당사자들간의 협약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뢰디히에 있는 미라벨 회사의 제품은 Real Salzburg Mozartkugeln(진짜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쿠겔른)이라는 상표를 사용토록 했고 바바리아의 레버(Reber)회사의 제품은 Real Reber Mozartkugeln(진짜 레버 모차르트쿠겔른)이라는 명칭을 사용토록 했다. 그리고 파울 휘르스트의 제품은 Original Salzburg Mozartkugeln(오리지널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쿠겔른)으로 부르게 되었다. 스위스의 네슬레는 Original Austria Mozartkugeln(오리지널 오스트리아 모차르트쿠겔른)이라는 상표를 쓰도록 했다. 일반 사람들로 보아서는 뭐가 뭔지 도통 모를 소리들이다.

 

오리지날 잘츠부르크 모차르트쿠겔른. 파란색 인쇄를 한 은박지에 포장했다. 대포알처럼 둥글다.

 

볼프강제(Wolfgangsee: 볼프강호수)의 장크트 길겐(St Gilgen)에 있는 유명한 제과회사인 달만(Dallmann)은 휘르스트에서 견습공으로 일하던 사람이 독립하여 휘르스트의 기법을 본받아서 오리지널 재료배합에 의해 손으로 모차르트쿠겔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휘르스트의 제품과 구분하기 위해 파란색 프린트가 되어 있는 은박지로 포장하고 있다. 장크트 길겐은 모차르트의 누이인 마리아 안나(난네를)가 결혼하여 살던 마을이다. 그러므로 모차르트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할수는 없다. 잘츠부르크시가 194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엥글얘링(Engljähringer) 제과점에서도 파울 휘르스트에 의한 오리지널 재료배합에 따라 손으로 모차르트쿠겔을 만들고 있다. 시당국이 관광진흥을 위해 모차르트쿠겔을 만드는 제과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엥글얘링 제과점에서 나오는 제품은 주로 단단한 상자에 넣어 판다. 잘츠부르크대학교 앞 광장에 가면 엥글얘링 제과점 전용의 모차르트쿠겔 판매대가 있다. 최근에 모차르트의 생가에서 머지 않는 게트라이데가쎄에 페트리크(Petrik)라는 제과점이 생겼다. 이 상점에서도 모차르트쿠겔을 만들어 판다. 오리지널 방식에 의해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페트리크의 모차르트쿠겔은 2006년도 We are Mozart라는 웹사이트가 주관한 모차르트쿠겔 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했다.

 

독일 바바리아의 레버공장에서 나오는 모차르트쿠겔른. 한쪽 면이 편편하다.

 

오늘날 다량생산을 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제품은 그뢰디히의 미라벨(Mirabell)과 바바리아의 레버(Reber)이다. 미라벨은 1945년 이래 1년에 15억 개의 모차르트쿠겔을 만들어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바바리아의 바드 라이헨할(Bad Reichenhall)에 있는 레버회사는 1일 50만개의 모차르트쿠겔을 생산할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레버의 모차르크쿠겔은 40여개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또 하나 독일 회사는 역시 바드 라이헨할에 있는 드레어(Dreher)로서 1931년부터 모차르트쿠겔을 생산해 왔다. 드레어는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모차르트쿠겔 생산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하나 독일회사는 아헨에 있는 람베르츠(Lambertz)이다. 람베르츠는 할인 슈퍼마켓인 알디(Aldi)를 통해서 모차르트쿠겔을 박리다매로 판매하고 있다. 기타 회사로서는 비엔나에 있는 호프바우어(Hofbauer)로서 주로 밀크초콜릿과 짙은 색의 초콜릿을 생산한다. 만너(Manner)는 비엔나, 볼커스도르프(Wolkersdorf), 페르크(Perg)에 각각 공장을 가지고 있다. 아무튼 오스트리아 출신의 모차르트를 내걸고서 오히려 독일이 장사에 여념이 없으니 가관이다.

 

비엔나의 헤르날스에 있는 만너 모차르트쿠겔른 공장. 겉으로보아서는 초콜릿 공장처럼 생기지 않았다.

                           

1970년대 말에 또 다시 잘츠부르크의 미라벨과 바바리아의 레버 사이에 상표 문제를 둘러싸고 분쟁이 생겼다. 분쟁은 양국 정부가 개입하고서 겨우 타협을 보았다. 결과는 오스트리아 생산자만이 Mozartkugeln이라는 문구를 사용할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레버가 이의를 제기하고 그런 결정을 내린 브뤼셀의 EC담당자를 고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레버도 모차르트쿠겔른이라는 문구를 사용할수 있도록 했다. 다만 Mozartkugeln이 아니라 Mozart-Kugeln이라고 하이폰을 넣어 쓰도록 했다. 한편, 미라벨의 모차르트쿠겔만이 둥근 모양으로 만들도록 했고 다른 제품들은 반드시 한 면이 평평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기념품 상점에 가서 모차르트초콜릿을 살 때에는 어느 상표인지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Original Salzburger Mozartkugel 이라고 적은 것만이 오리지널 휘르스트 상점의 제품이다. 휘르스트 상점은 모차르트쿠겔 이외에도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를 기념하여서 Bachwürfel(바흐뷔르펠: Bach cube)을, 잘츠부르크 대주교인 볼프 디트리히 폰 라이테나우(Wolf Dietrich von Raitenau) 공을 기념하여서 Wolf-Dietrich-Block(볼프 디트리히 덩어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  

 

비엔나 시내의 곳곳에서 볼수 있는 모차르트 쿠겔 판매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