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와 음악/악성 베토벤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정준극 2010. 1. 23. 20:06

영화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

동생의 부인인 요한나가 불멸의 연인이었는가? 조카 칼(Karl)은 베토벤의 아들인가?

 

영화 '불멸의 연인' 포스터

 

1994년에 나온 영화로서 Immortal Beloved(불멸의 연인)라는 것이 있다. 베토벤(루드비히)의 사랑에 대한 스토리를 엮은 것이다. 결론은 베토벤이 어떤 여인을 무척 사랑하여 그 여인이 임신까지 하게 되었는데 이 여인이 베토벤의 동생 카스파르 칼(Kaspar Karl)와 결혼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카인 칼(Karl)은 베토벤의 아들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므로 굳이 믿을만한 내용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럴듯하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작품이다. 그보다도 실은 이 영화가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베토벤의 위대한 음악 때문이다. 대략 어떤 음악들이 등장하는지 살펴보자. 오케스트라는 거장 게오르그 솔티(Georg Solti)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였다.

 

- 교향곡 제5번 Op 67

- 장엄미사곡(Missa Solemnis) 중에서 키리에

- 피아노 소나타 제8번 열정(Pathetique)

-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월광(Moonlight)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바이올린 협주곡 D 장조

-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Emperor) (사랑의 테마)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Kreutzer)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교향곡 제6번 Op 68 전원(Pastoral) 폭풍우 장면

- 교향곡 제7번 Op 92 알레그레토(칼의 테마)

- 피아노 소품 ‘엘리제를 위하여’

- 교향곡 제9번 Op 125 환희의 송가(Ode to Joy)

- 현악사중주곡 Op 135

 

영화 '불멸의 연인'의 음악을 지휘한 거장 게오르그 솔티 

 

이만하면 베토벤(1784-1868)의 대표작들은 모두 듣게 되는 셈이니 대단한 영화가 아닐수 없다. 이제 영화의 기둥 줄거리를 살펴보자. 베토벤이 세상을 떠나자 베토벤을 도와주던 친구인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가 베토벤의 유언을 집행하려다가 베토벤이 말년에 쓴 개인편지 세통에 나와 있는 ‘불멸의 연인’(Unsterbliche Geliebte: Immortal Beloved)이 도대체 누구인지 찾아 나서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베토벤은 세통의 편지를 1812년에 온천장인 테플리체(Teplice)에서 쓴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불멸의 연인이 누구인지 이름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쉰들러는 오스트리아제국의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후보자가 될만한 여인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베토벤의 젊은 시절로부터 죽음을 앞둔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순간순간 조명된다. 결론은 요한나 라이쓰(Johann Reiss: 1786-1869)라는 것으로 몰고 간다. 비엔나에서 행세깨나 하는 양반인 안톤 반 라이스(Anton Van Reiss)의 딸로서 아무도 몰래 베토벤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베토벤의 아이까지 임신한다. 요한나 라이스는 베토벤보다 두살 연하이다. 요한나는 베토벤이 1868년에 세상을 떠나자 그 다음 해에 세상을 떠난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사람의 앞일은 아무도 알수 없는 것이어서 요한나 라이스는 베토벤의 동생인 카스파르와 결혼하여 요한나 반 베토벤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요한나가 결혼식을 올린지 석달 후에 출산한 아이가 칼 반 베토벤(Karl van Beethoven)이다. 호적상으로는 카스파르의 아들이다. 베토벤은 조카인 칼을 어려서부터 대단히 사랑하였다. 베토벤은 칼을 훌륭한 음악가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칼은 베토벤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다른 길로 빠져 나갔다. 베토벤은 크게 낙담했지만 그렇다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베토벤은 칼이 자기의 아들이라는 사실도 밝히지 못하고 쓸쓸이 세상을 떠난다. 이것이 영화의 줄거리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베토벤의 동생의 아들인 칼(Karl). 1827년경.

 

베토벤 역할은 게리 올드맨(Gary Oldman)이 맡았고 안톤 쉴들러 역은 제롱 크라베(Jeroen Krabbe)가, 요한나 라이스는 요한나 테르 스티제(Johanna ter Steege)가 맡았다. 그리고 못된 동생인 카스파르는 크리스토퍼 풀포드(Christopher Fullford)가, 말 안듣는 조카인 칼은 마르코 호프슈나이더(Marco Hofschneider)가 맡았다. 영화는 체코의 프라하와 크로메리츠(Kromeriz), 비엔나의 중앙공동묘지에서 1994년 5-6월에 촬영되었다. 사운드트랙은 최신 장비를 이용하였지만 피아노는 실제로 베토벤 시대의 피아노를 사용하였다.

 

영화에서 요한나 반 베토벤(요한나 라이스) 역할을 맡은 요한나 테르 스티제

 

베토벤의 유품에서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가 발견된후 학자들은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 여러 견해를 내놓았다. 그래서 나온 이름들이 줄리에타 구이치아르디(Giulietta Guicciardi),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Therese von Brunswick), 안토니 브렌타노(Antonie Brentano), 요한나 반 베토벤(Johanna van Beethoven), 안나-마리 에르되디(Anna-Marie Erdödy)백작부인 등이었다. 영화의 대본을 쓰고 감독을 한 베르나르 로세(Bernard Rose)는 자기 생각에 요한나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베토벤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요한나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라는데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로 대단히 사이가 나빴기 때문이다. 다만 베토벤의 전기작가인 게일 알트만(Gail Altman)만이 로세 감독의 의견을 동조했을 뿐이다. 사랑과 미움은 종이한장 차이라면서!

 

영화의 한 장면. 베토벤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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